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721)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721화
일주일 전.
돌연변이 동아리 지하실.
“대단해, 제군아!”
벤야가 고무된 표정으로 소리쳤다. 지쳐서 바닥에 쓰러진 시몬의 위로 자줏빛 비늘 하나가 펼쳐져 있었다.
“드디어 고대종 드레이크까지 정복했구나!”
“네, 간신히 비늘을 세웠네요.”
시험기간에 성공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시몬이 해낸 성과는 파격의 연속이었다.
고대종 드레이크를 카오스 듀라한처럼 혼돈을 동력으로 움직이도록 개조했고, 소드 마스터 마누스가 이를 통제할 수 있도록 했다.
“이렇게 하면 하나의 혼돈마법으로, 카오스 듀라한과 드래고니안 두 가지 모두를 준비할 수 있어요.”
시몬이 검지와 중지를 펼치며 말을 이었다.
“상황에 맞춰 소환수를 선택할 수 있죠. 순간적으로 강한 공격력이 필요하다면 듀라한을 꺼낼 테고, 안정적인 방어력이 필요하다면 드래고니안이겠네요.”
“그런데 저 자주색으로 빛나는 비늘. 뭔가 효과가 있는 거야?”
“그럼요.”
시몬이 손바닥을 펼치자, 자줏빛 밀이 솟아올랐다.
혼돈으로 재현한 수확의 성녀의 권능. 시몬은 이 힘의 이름을 ‘카오스 리프’라고 짓기로 했다.
그리고 이 카오스 리프의 형태를 변환시켜 비늘에 덧씌운 게 바로 저 신기술이었다.
“웃차.”
시몬이 길쭉한 드레이크의 해골 투구를 쓰고는 손바닥을 펼쳤다. 허공에 비늘 하나가 생기더니 자줏빛으로 일렁였다.
“선배님, 간단한 칠흑화염계 같은 걸로 공격해 보실래요?”
“좋아!”
벤야가 즉각 ‘다크 블레이즈’를 영창해서 발사했다.
그런데 고약한 연기를 일으키며 날아간 불덩어리는 비늘에 닿기도 전에 흩어져 사라졌다. 폭발도 없었다.
“와, 이게 무슨 원리야?”
“마나, 칠흑, 신성까지. 카오스 리프는 세 가지 요소를 전부 빨아들여요. 완성되어 날아오는 마법도 대부분 중간에 구성요소가 손상되거나 동력을 잃고 파훼돼요.”
척!
시몬이 손을 절도 있게 세우고는 휘둘렀다. 자줏빛 비늘들이 벤야의 근처에 빙글빙글 돌아갔다.
“다른 흑마법도 한번 사용해 보실래요?”
“좋아. 흡!”
그녀는 잠시 낑낑대며 흑마법을 시전하더니, 이내 ‘하아’ 하고 숨을 내뱉었다.
“못하겠어.”
“주위의 칠흑과 마나를 계속 빨아들이거든요.”
카오스 듀라한과 비교하면 일장일단이 있었다.
듀라한은 칠흑엔진의 효과까지 더해져서 주변 일대를 봉마지역으로 만들어 버리는 강력한 효과를 가졌지만, 여전히 수식이 무거워서 소환시간이 오래 걸린다.
반면 드래고니안은 조금 더 쉽게 소환할 수 있고, 한정적인 범위 안에 봉마효과가 가능하다.
“진심으로 에이젤을 이길 생각이구나.”
벤야가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네. 이렇게 해도 승리는 아득해 보이지만, 그래도 기대되네요.”
그가 팔을 쭉 뻗었다.
“그 사람과 제대로 싸울 날이.”
* * *
두두두두두두두!
자줏빛 비늘을 휘감은 시몬의 주먹이, 발락을 표현 그대로 다져대고 있었다. 타격을 가할 때마다 무적의 방어력을 자랑하는 발락의 데스 아머가 연신 벗겨지고 무너져 내렸다.
‘시간이 없어!’
시몬이 입술을 터질 듯 깨물었다.
‘더 빨리!’
맞으면서도 멀쩡히 눈을 치켜뜨고 있는 발락의 얼굴을 보니, 순간 독에 파묻혀 있던 에이젤의 얼굴이 떠올랐다. 시몬의 눈에 실핏줄이 일어났다.
“하아아아아아아!”
기합성과 함께 시몬의 공세가 한층 더 거세졌다. 기어이 데스 아머가 무너져 내리며, 퍽! 소리와 함께 발락의 본체가 뒤로 빠져나왔다.
지켜보던 참관자들이 탄성을 쏟아냈다.
“발락의 데스 아머를!”
“벗겨냈어!”
밖으로 빠져나온 발락의 몸이 보인다. 옷은 엉망으로 찢어지고 금속 마스크는 피범벅이었다.
“발라아아아악!”
시몬이 발밑에 펼친 용의 비늘을 딛고 발락에게 돌진했다.
이에 발락은 안광을 번뜩이며 주먹을 움켜쥐었다. 5단계의 데스 아머가 무너져 내리더니 형태를 변형했다.
화력과 독성은 무시하고, 심플하게 독과 칠흑을 뭉쳐 결합력을 극대화한 단순 물리공격 기술.
발락은 드래고니안의 흡수 능력을 간파하고 나름대로 대처한 것이었으나.
‘이 공간의 모든 흑마법을 깬다!’
시몬도 준비하고 있었다.
‘카오스 듀라한보다 지속시간은 짧지만……!’
모든 드레이크의 비늘들이 허공에 모여들었다. 시몬이 입가에서 검은 피를 토하며 흑마법을 발동시키자, 비늘의 틈에서 정제된 자줏빛 꽃망울이 올라왔다.
이내 꽃망울이 사라지며 자줏빛 파장이 주위로 퍼져 나간다. 시몬을 찌르려던 뿔들이 일제히 흐물렁거리며 형태가 무너져 내리기 시작한다.
거기에 발락이 자신을 강화하기 위해 스스로 건 저주와 마법진들, 아티팩트의 효과까지 사라졌다.
[이건……!]자줏빛 영역 안의 모든 칠흑과 마나가 빨려 들어가고 있다. 물론 시몬도 마법진을 쓸 수 없는 건 마찬가지였다.
‘지속시간은 단 5초! 그 안에!’
촤릉!
시몬이 미리 꺼내둔 검집에 손을 올려 검을 뽑았다.
일반 스켈레톤이 쓰는 가장 기본적인 낡은 검. 그것을 양손으로 붙잡고 들어 올렸다.
‘벤다!’
검을 쥐는 순간, 마누스의 사념이 확 밀려들어 시몬의 머릿속을 뒤흔든다. 혼돈의 효과로 이성까지 흔들리며 머리에 피가 확 쏠린다.
“발라아아아아악!”
칠흑과 마나에서 벗어나 모두가 평등해진 지금 이 순간.
검 한 자루에 생사를 건다.
벨 기회는 지금뿐.
오로지 그 생각이 전신을 내달린다.
‘벤다.’
마누스의 사념이 유도하는 대로, 본능이 가는 대로. 시몬의 검격이 깨끗한 궤적을 그으며 나아갔다.
그리고 발락은.
‘죽겠군.’
자신의 죽음을 직감했다.
스스로의 죽음을 자각하는 게 얼마 만이던가. 지금의 검격은 결코 저런 애송이가 흉내 낼 수 있는 종류가 아니었다.
규격 외의 존재.
발락의 눈에는 시몬을 등에 업은 강력한 언데드의 존재감이 보였다.
‘다른 방법이 없다.’
푸스스스슥-
입을 가리고 있던 금속 마스크가 잿더미로 변해 푸석거리며 사라졌다. 벌어진 목구멍으로 끔찍한 뭔가가 올라오고 있었다.
‘암서(暗書)를 소모한다.’
촤아아아아아아아!
목구멍에서 튀어나온 것은 이 세상의 존재하는 원소나 생명체와는 거리가 멀었다.
아귀 떼를 모아 엮은 듯한 원색적인 어둠의 뱀이 시몬의 목덜미를 물어뜯으려 전진하고, 동시에 시몬의 낡은 검이 발락의 목덜미를 향해 쇄도한다.
찰나의 순간.
이성은 날아갔다.
일말의 방어기도 없이 두 사람은 정직하게 서로의 목만을 노린다.
이렇게 되면 승패와는 관계없이 두 사람 모두 목이 달아난다. 하지만 이제는 멈출 수도, 피할 수도 없다.
살수가 허공에서 교차하며, 서로의 목숨줄을 끊으려 나아가는 그때.
[애들 싸움이 선을 넘어서는 안 되지.]발락의 눈앞으로 마법진이 펼쳐졌다. 어떻게 할 새도 없었다. 그 안에서 불쑥 튀어나온 새하얀 구렁이가 죽음의 뱀을 한입에 집어삼킨 것이다.
‘무엇으로도 변질되지 않는 암서의 마법을 어떻게!’
눈을 부릅뜬 발락이 아래를 바라보았다.
결계 안으로 들어온 제삼자가 있었다. 하얀 중절모를 눌러쓰고, 흰 정장을 차려입은 인물이었다.
“이 세계가 낳은 최고의 재능을 죽이려 들다니. 제정신이 아니군요, 발락.”
저주학 교수, 바힐 아마가르였다.
한편, 발락의 목을 향해 검을 휘두르고 있는 시몬도 이질을 감지했다. 그의 검 끝에 나비 한 마리가 올라가 있었다.
‘이 흑마법은……!’
하지만 휘두르는 힘까지는 멈출 수가 없었다. 발락의 목까지는 지척의 거리.
그런데 허공을 그어야 할 검 끝에서 저항감이 느껴졌다.
어느새 시몬은 허공이 아닌, 나비 떼를 가르고 있었다. 나비에 닿을 때마다 검이 녹슬어 갔고, 이내 나비 떼가 지나칠 즈음에는 시몬은 빈 검을 허공에 휘두른 격이 되었다.
“동반 자살이라도 할 셈입니까.”
서늘한 음성이 울려 퍼졌다.
정장을 차려입은 부총장 제인이 손에 쥔 낫을 바닥에 쿵! 하고 내리찍었다.
“더 이상의 선을 넘는 결투는 용납할 수 없습니다. 즉각 모든 전투 행위를 중지시키겠습니다.”
딸칵!
딸칵!
갑자기 시몬의 몸에 붉은 뼈들이 연결되더니, 뒤로 확 끌어당겨졌다. 어느새 시몬은 제압당한 채 바닥에 딱 붙어 있었고, 단출한 옷차림의 남자가 슬리퍼를 질질 끌며 그 앞으로 걸어왔다.
“시몬 폴렌티아.”
“아, 아론 교수님까지!”
“시간 없다. 저것의 사념을 갈무리해라.”
시몬이 퍼뜩 정신을 차리고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폭주한 마누스가 사념으로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바, 방금 내가 발락을 죽이려 했어?’
시몬이 식은땀을 흘리며 마누스의 두개골에 손을 얹었다.
“네 고대종 드레이크의 활용법은 인상적이었다만.”
아론도 한쪽 무릎을 꿇고 마누스의 두개골에 손을 얹으며 시몬을 보조했다.
“아직 이 괴물을 입고 네 몸처럼 다루기엔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이는군. 소환수의 사념에 술사가 휘말리면 어쩌잔 거냐? 당분간은 카오스 듀라한처럼 별개의 소환수로 사용하는 게 나을 거다.”
“……아, 명심하겠습니다!”
결국 학생회장 결정전에 교수들이 개입했다.
본래는 특별한 상황이 아니면 교수들이 관여할 수 없지만, 학생들의 목숨이 위험했던 바로 지금이 그 특별한 상황이었다.
교수들은 처음부터 그레리엄 가문에서 준비 중이던 경기장의 위치를 파악하고 있었다. 그러다 제3자인 발락이 마법진 해킹으로 결계를 장악했을 때 움직였고, 결국 발락의 ‘암서’를 보는 순간 개입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촤라라라라라-
제인이 만든 나비들이 하늘을 날아다니며 독연기와 독의 늪을 정화하거나 밀어냈다.
“사, 살았다.”
비로소 참관자들이 안도의 한숨을 쉬며 주저앉았다. 레오나드가 외쳤다.
“여기 부상자들이 있습니다!”
“네.”
제인이 손짓하자 나비들이 날아가 텔레포트 마법진을 펼쳤다. 가장 상태가 나빠 보이는 에이젤과 에드닉 그레리엄을 빠르게 병동으로 옮겼다.
쿠웅!
그사이 바힐은 발락을 제압했다.
[크워어어어어어어어어어!]“이거 이거 참.”
꾸욱- 꾹-
발락이 발버둥 치며 일어나려 하고 있었다. 혼돈에 여러 방 맞고 이성이 혼탁한 상태에서 분노까지 들끓어 오르니, 거의 괴수와도 같은 모습이다.
“발락, 나는 자네처럼 뛰어난 학생을 편애합니다만.”
바힐의 구둣발이 움직여 발락의 뺨을 툭툭 건드렸다.
“기껏해야 세기의 재능이, 인류 역사상 손꼽히는 재능을 건드리면 나 같은 인격자라도 화가 나지요.”
꾸우우우우우웅!
한 번 더 거칠게 짓밟았다. 발락의 머리가 깊이 바닥을 파고들어 갔지만, 몸부림은 더더욱 심해졌다.
바힐의 입꼬리가 썩은 치즈처럼 쭈욱 찢어졌다.
“내 제자를 건드린 대가를 치러야겠지?”
살벌한 수식들이 일렁이며 극악의 저주를 형성하려는 순간.
“과잉진입은 좌시하지 않겠습니다. 바힐 교수.”
제인이 말했다.
“그게 학생을 상대로 쓸 저주가 맞습니까?”
“…….”
바힐이 쩝 하고 혀를 차며 어깨를 으쓱했다. 저주가 흩어져 내리고, 단순한 진정과 마비 효과가 발락을 멈추게 했다.
“하하하! 이 새벽부터 무슨 일로 부르나 싶더니.”
마침 새로운 인물이 결계 안으로 걸어왔다. 삐쭉삐쭉한 삼각 이빨을 드러낸 그녀가 히죽 웃었다.
“난리도 아니군?”
누더기 같은 옷을 입은 여성. 바로 맹독학 담당교수인 별야였다.
제인이 말했다.
“별야 교수님. 학생들의 해독을 부탁드리죠.”
“그러지.”
별야는 참관자들에게 다가가면서 발락이 만든 독의 늪을 손가락으로 찍어 먹었다. 사탕이라도 빠는 듯 혀를 날름거리는 별야의 모습을 보며, 학생들의 안색이 다소 어두워졌다.
“흥미로운 독을 쓰는걸. 배합이 이색적이야. 살짝 계피 향도 나는데?”
별야의 몸에 곧바로 두드러기가 일어났지만, 바로 완화되었다. 그녀는 중얼중얼하며 제 손등에 손가락을 문질렀다.
“자, 먹어라. 공주.”
그러곤 제일 힘들어 보이는 1학년인 몰리의 입에 자신의 몸에서 나온 뭔가를 먹였다. 메이린이 펄쩍 뛰었다.
“자, 잠깐만요! 왕족한테 뭘 먹이시는 거예요!”
“해독제.”
별야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겉보기엔 조금 그랬지만 효과는 확실한 듯 몰리의 안색이 편안해졌다.
“니들도 하나씩 먹어.”
별야가 제 피부를 쓸기 시작했다. 다들 벌레 씹은 표정으로 눈을 질끈 감고 그녀가 건네준 머리카락이나 피부조직 따위를 먹었다. 딕이 헤벌쭉한 표정으로 허벅지에서 떼어낸 별야의 해독제를 감상하고 있자, 메이린이 뒤통수를 후려갈겼다.
“어떻게 된 일인지는 차후에 자세히 듣도록 하죠.”
제인이 손뼉을 치며 말했다.
“전원, 기숙사로 돌아가세요.”
그 말에 학생들이 하나둘씩 결계를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바힐이 친절하게 마법진을 다시 해킹해서 결계의 모양을 갈라지게 만들었다.
“그럼.”
아론이 고개를 돌렸다.
“이 녀석은 어떻게 할 겁니까.”
교수들의 모든 시선이 발락에게로 집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