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73)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73화
중간고사가 끝난 뒤의 황금 같은 주말 아침.
키젠 정문은 로체스트로 내려가려는 학생들로 바글거렸다.
정문 한쪽 편에는 예약을 받고 온 마차들이 긴 줄을 선 채로 기다리고 있었다. 계곡이나 해변으로 피크닉을 가려는 학생들이 마부들과 흥정을 벌이고 있었다.
그렇게 행복한 휴일을 앞두고 설레하는 학생들이 있는가 하면.
“아- 진짜아아! 이게 뭐야!”
주말 아침부터, 달리는 야생 하마에 매달린 학생들도 있었다.
메이린이 잔뜩 울상을 짓고 있었다.
“내가 미쳤지! 몬스터 요리 비법은 무슨……!”
황금 같은 주말에 이런 꼴이라니.
메이린은 누구의 말대로 시간을 되돌려 자기 머리를 한 대 쥐어박고 싶은 심정이었다.
발단은 이렇다.
메이린과 카미바레즈가 홍펭의 몬스터 조리법을 배우고 싶다며 시몬에게 떼를 썼고, 시몬은 홍펭에게 서신을 보냈다.
홍펭은 서신에 흔쾌히 응답했고 시간과 집합장소를 알려주었다.
그리고 준비를 마친 시몬 일행이 집합장소에 도착하니, 하마 네 마리가 풀을 뜯으며 돌아다니고 있었다.
……단지 그뿐인 이야기였다.
“야, 메이린! 너 지금 여러모로 위험한 자세인 거 아냐?”
뒤쪽 하마에 매달린 딕이 여느 때처럼 그녀를 놀렸지만, 메이린이 한심하다는 듯 대꾸했다.
“오늘 속바지야 미친놈아!”
“아, 이걸 안 속네.”
“넌 내려서 봐 진짜.”
으르렁거리며 딕을 기세로 찍어누른 그녀는 슬쩍 고개를 돌렸다.
카미바레즈는 이제 체념한 얼굴로 매달려 있었고, 시몬은.
‘……짜증 나게 또 쟤만 잘 타.’
시몬은 두 다리로 하마의 몸통을 감싸 안고 균형을 꼿꼿이 유지한 채 가고 있었다. 조교들이나 저렇게 타던데, 차원이 다른 안정성이었다.
그렇게 힘겨운 시간이 지나서, 마침내 네 사람은 목적지에 도착했다.
“허억! 후우! 와, 진짜 힘들어! 이제 도착했는데 힘 다 뺐네.”
딕이 무릎에 손을 올린 채 숨을 헐떡였다. 메이린과 카미바레즈는 이미 풀밭에 누워 있었다.
유일하게 시몬만이 꼿꼿하게 서서 홍펭의 서신을 확인하고 있었다.
“조금 쉬고 나서 바로 출발하자.”
홍펭은 몬스터 레시피를 알려주는 건 어렵지 않지만, 사냥감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래서 제안한 게 바로 ‘너슬럭’이라는 몬스터를 사냥해 오라는 것.
일종의 임무였다.
홍펭의 말에 따르면 너슬락은 생태계 파괴종으로, 로크섬의 숲을 어지럽히고 있다고 한다.
원래는 내륙에 살던 몬스터인데, 어떻게 된 건지 로크섬에 들어와 엄청난 먹성과 번식력으로 개체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 있는 상황이다.
홍펭의 임무는 너슬락 중에서도 대장 개체를 잡아 오라는 것.
사냥이 끝나면 이 몬스터를 해체해서 먹는다고 하니, 보스 몬스터는 최대한 상처 없이 잡는 게 중요했다.
“끄응, 아무리 생각해도 덤터기 쓴 것 같아.”
메이린이 몸을 일으키며 중얼거렸다. 시몬이 그녀를 달래듯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홍펭 교수님이 다 뜻이 있으시겠지. 우리도 몬스터 사냥 연습할 수 있고 좋잖아.”
“……그건 그래.”
“시몬!”
카미바레즈가 후다닥 시몬 쪽으로 달려왔다.
“왜 그래 카미?”
시몬의 등 뒤로 샥 숨은 그녀가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손을 뻗었다.
“저, 저기!”
시몬의 고개가 돌아갔다.
인간의 냄새를 맡았는지, 세 마리의 너슬락이 어슬렁거리며 다가오고 있었다.
짧고 뭉툭한 몸매에 전신은 청록색 털로 뒤덮여 있고, 얼굴은 고릴라와 돼지를 반반 섞어놓은 듯한 외형이었다.
“미치겠다. 우리 오늘 저런 걸 먹어야 하는 거야?”
메이린이 오만상을 썼고, 딕은 픽 웃었다.
“생각보다 괜찮을 것 같은데? 원숭이 고기 맛날 것 같아.”
“먹어본 적 없어!”
-구루룩!
너슬락들이 달려오기 시작했다.
‘아, 그러고 보니.’
시몬이 고개를 돌려 조원들을 돌아보았다.
분주하게 흑마법을 준비하고 있던 조원들은 무슨 일이냐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시몬을 보았다.
‘이렇게 다 같이 제대로 싸워보는 건 처음이네.’
사이클롭스 수행평가에서는 세트 포지션의 제약이 있었지만, 오늘은 다르다. 모두가 온전히 힘을 합쳐 싸울 수 있는 무대.
시몬은 그 사실에 묘한 흥분감을 느끼며 정면으로 고개를 되돌렸다.
“시작할게.”
시몬이 가상의 레버를 당겼다.
아공간에서 창과 방패를 든 스켈레톤을 하나씩 꺼냈다. 방패를 든 스켈레톤이 빠르게 돌진하여 너슬락과 격돌했다.
콰콱!
너슬락의 주 무기는 날카로운 손톱과 이빨. 방패병이 공격을 막아내는 사이, 창을 든 스켈레톤이 뒤로 돌아와 강하게 창을 내질렀다.
푹! 하는 소리와 함께 창끝이 너슬락의 몸통에 파고들었다. 하지만 단단한 근육 때문인지 관통하지는 못했다.
“실례.”
그때 딕이 부드러운 몸놀림으로 다가와 스켈레톤의 창을 가볍게 터치했다.
‘인챈트.’
창이 새까맣게 물들더니 그대로 너슬락의 몸을 관통해 버리며 밖으로 튀어나왔다. 몬스터의 눈이 뒤집히며 축 늘어졌다.
“조심해~ 좌우로 더 온다.”
“우리도 알아!”
화르륵!
오른편에 서 있는 메이린이 팔을 휘두르자, 검은 불꽃이 너슬락들의 몸에 옮겨붙었다. 놈들이 괴로워하며 사방으로 몸부림쳤다.
“하앗!”
시몬의 왼편에서는 카미바레즈가 무릎쏴 자세로 혈류탄을 발사하는 모습이 보였다.
혈류탄이 너슬락의 몸에 닿는 순간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시뻘건 폭발을 일으켰다. 일격에 몬스터의 상반신이 박살 나는 파괴력이었다.
시몬도 움직였다.
아공간에서 세 기의 스켈레톤 아처들을 꺼내고, 시몬 본인도 무기상점에서 무료로 받은 1골드짜리 활을 꺼냈다.
‘장전.’
스륵.
시몬과 스켈레톤이 동시에 화살을 메기며 시위를 팽팽하게 당겼다.
‘발사!’
시몬이 명령과 함께 화살에 붙잡은 오른손에 자연스럽게 힘을 풀자, 하나가 아닌 네 발의 화살이 동시에 날아갔다.
파바박!
이내 달려오는 중이었던 너슬락의 몸에 틀어박혔다.
머리에 두 발, 가슴에 두 발. 놈은 그대로 절명해 쓰러졌다.
‘재장전.’
척. 처적.
시몬과 스켈레톤 아처들이 일사불란하게 화살을 재장전했다.
‘발사!’
이번에는 각자 다른 방향으로 화살들이 날아갔다. 수풀을 뚫고 다가오던 너슬락들이 화살 하나에 한 마리씩 맞고 픽픽 쓰러져 나갔다.
“앞에! 앞에 계속 몰려와!”
딕이 외쳤다. 풀숲에서 여섯 기가 넘는 너슬락들이 한꺼번에 달려오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메이린이 말했다.
“시몬! 화력은 나랑 카미로 충분하니까 탱킹에 더 신경 써줘!”
“오케이.”
소환술사의 장점 중 하나는 전황에 따라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다는 점이었다.
시몬은 아처들을 아공간에 집어넣고는, 일반 스켈레톤들을 다시 불러냈다.
그리고 교차 운용으로 방패를 든 스켈레톤 여섯 기를 일 열로 세웠다.
“인챈트 들어간다!”
딕이 자신의 아공간에서 방패를 꺼내 인챈트를 걸고, 방패가 없는 스켈레톤에게 들려주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방어진이 완성되었다.
쿠웅!
쿠우웅!
곧바로 몰려든 너슬락들이 방패진에 온몸으로 부딪혀왔다. 시몬은 이를 악물고 진형을 유지했다.
‘버텨!’
1번 3번 5번 스켈레톤의 사념에 접속한 다음, 이어서 2번 4번 6번 사념에 접촉하고, 다시 돌아오기를 반복했다.
사념이 끊어져 있는 초 단위 만에 스켈레톤의 방어진이 헐거워졌기 때문에 계속 교차운용으로 버텨야 했다.
“……윽! 오래는 못 버텨!”
“이제 스켈레톤 물려 시몬!”
시몬이 고개를 들었다. 어느새 하늘 높이 떠올라 있는 메이린이 손바닥에 이글거리는 흑염을 움켜쥐고 있었다. 그녀가 몸을 한 바퀴 회전하며 팔을 내리그었다.
화아아아아아아아아악!
흑염이 너슬락들의 머리 위에서 떨어지며 대규모 폭발을 일으켰다. 스켈레톤들은 휘말리지 않고 무사히 뒤로 물러났다.
거의 완벽에 가까운 컨트롤. 새까맣게 타버린 잿더미들이 방패 앞에 허물어져 갔다.
“나이스 메이린!”
“기본이지.”
사뿐히 바닥으로 내려온 그녀가 귀밑머리를 넘기며 미소 지었다.
-구루룩!
그때 그녀의 등 뒤에서 너슬락 한 마리가 달려들었다. 그녀가 하늘색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돌아보았다.
퍼어어어엉!
즉시 몬스터의 몸에 시뻘건 폭발이 터져 나오며 털썩 무릎을 꿇었다. 멀리 떨어진 카미바레즈가 손을 내리는 모습이 보였다.
“땡큐 카미!”
“네!”
한번 고비를 넘긴 시몬 일행은 전진을 시작했다. 하나둘씩 튀어나오는 너슬락들을 각개격파로 쓰러뜨리며 숲 깊은 곳까지 들어갔다.
사이클롭스 수행평가의 성과 덕분일까. 네 사람의 호흡은 완벽에 가까울 만큼 잘 맞아떨어졌다.
“크으, 장난 아니구만.”
너슬락의 몸통을 베어 넘긴 딕이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숲 한쪽이 메이린의 화력으로 시꺼멓게 물들어 있었다.
“근데 메이린, 이렇게 울창한 곳에서 그렇게 화염계 흑마법을 써도 되는 거야? 산불 나면 어쩌려고?”
“멍충아.”
메이린이 마법진을 그리며 인상을 찌푸렸다.
“칠흑 원소계의 화염은 인공적으로 구현한 불꽃이라 시간이 지나면 알아서 꺼져.”
“아- 그렇구나.”
“그러니까 너도 좀 꺼져.”
“얼쑤~ 라임 좋고!”
“어휴.”
한편 카미바레즈는 너무 많은 피를 썼는지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약간 빈혈증세도 있는지 머리도 어지럽기 시작했다.
“카미. 괜찮아?”
시몬이 재빨리 다가와 그녀의 상태를 살폈다.
순간, 그녀의 시야가 시몬의 얼굴 아래의 매끄러운 목덜미로 향했다.
갑자기 가슴이 미친 듯이 뛰며 심한 갈증을 느꼈다. 코끝이 시큰해지면서 저절로 입이 벌어졌다.
딱 한 번만.
딱 한 번만이라도 좋으니까 저기에 송곳니를 꽂아 넣고 마음껏…….
“카미?”
“……핫!”
화들짝 놀란 그녀가 앉은 자세로 파바박 물러나 입을 가렸다. 시몬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왜 그래?”
“아, 아, 아, 아무것도 아녜요! 조금 어지러워서요.”
“그럼 좀 쉬다 가자.”
시몬이 앞서가고 있던 딕과 메이린에게 손을 흔들며 휴식 신호를 보냈다. 두 사람도 한번 쉬어가야 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으…… 나 진짜 왜 이래.’
카미바레즈가 손바닥에 얼굴을 묻었다.
뱀파이어의 본능을 느낀 건 거의 5년 만이었다. 이제는 확실히 억눌렀다고 생각했는데. 시몬은 그런 그녀의 생각을 계속 흔들고 있었다.
“카미! 괜찮아?”
메이린이 달려왔다. 카미바레즈가 애써 웃으며 괜찮다고 대답했다.
“흠.”
한편 딕은 바닥에 떨어진 흔적을 살펴보고 있었다.
“이 근처에 그 대장 너슬락이 있을 가능성이 높아. 보통 너슬락보다 훨씬 큰 발자국이 많이 보여. 바로 최근까지 여기 있었던 것 같은데.”
“그래?”
시몬은 아공간에서 커다란 뭔가를 꺼내 바닥에 떨어뜨렸다.
다름 아닌 골렘의 핵이었다.
“그럼 쉬는 김에 골렘을 준비할게. 이걸로 숲을 한 방에 돌파해 버리자.”
“오, 좋은 생각!”
시몬이 손으로 바닥을 조금 파고 그 위에 골렘의 핵을 올려두었다. 이내 골렘의 핵과 사념을 연결한 다음, 칠흑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꾸득. 꾸드득.
골렘의 핵을 중심으로 흙이 자석처럼 달라붙기 시작했다. 골렘이 만들어지는 모습은 모두가 처음이었기에 신기한 눈으로 지켜보았다.
쿠웅! 쿠웅!
그렇게 골렘의 1/3이 완성되어 가는 시점에, 유난히 큰 발소리가 들렸다.
딕이 검을 뽑아 들며 소리쳤다.
“다들 조심해! 뭔가 이쪽으로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