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754)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754화
새벽 파티가 끝나고 시몬은 방으로 올라와 침대에 누웠다.
기분이 뒤숭숭해서 그런지 잠이 잘 오질 않았다. 멀뚱멀뚱 천장을 올려다보고 있으려니, 결국 누적된 몸의 피로가 몰려와 서서히 눈이 감겼다.
그렇게 얼마쯤 잤을까, 문득 코끝이 간지러웠다.
살랑- 살랑-
“저기요~ 계십니까아.”
자꾸 안면 근육이 움츠러들고, 코가 찌푸려졌다.
잠결에 팔로 얼굴을 쓸자 잠잠해지는 것도 잠시, 다시금 그 살랑거리는 간지럼이 느껴진다.
하는 수 없이 눈을 뜬 순간.
“……우왁!”
하얀 얼굴이 눈앞에 나타났다.
큼지막한 금빛 눈동자를 동그랗게 뜬 채, 빤히 자신을 바라보는 소녀의 모습이 보인다. 손에는 베개에서 삐져나온 것으로 보이는 솜털을 쥐고 있었다.
“레, 레테?”
정신이 번쩍 든 시몬이 다급히 이불을 추슬러 몸을 가렸다. 바지만 입었을 뿐 위는 그냥 헐벗은 채였다.
부끄러워하는 그를 보며 레테가 쿡쿡 장난스럽게 웃었다.
“일어나셨슴까.”
“내 방엔 왜?”
“옆에 앉아도 되죠?”
레테는 허락이 떨어지기도 전에 털썩 시몬의 침대에 앉았다. 이내 작게 콧노래를 부르며 주위를 쓱 둘러보았다.
레테의 표정을 본 시몬은 진지한 얼굴로 자세를 고쳐 앉았다.
“떠날 생각이구나.”
레테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얀 머리칼이 사뿐거리며 흔들려 제 어깨에 닿았다.
“과거에 다녀와서 많은 걸 느꼈슴다. 안나 선생님의 기적의 성녀 시절을 봤고, 배신의 군단 사태도 목격했죠. 그런 대단한 일들을 몸소 체험하고 오니 뭐라고 해야 하나-”
그녀가 흔들리는 머리카락 끝을 붙잡고 빙빙 꼬았다.
“내가 한 가출 정도는 그냥 어린애 투정에 불과하단 생각이 들었슴다. 안나 선생님은 그렇게 힘든 상황을 견디고 극복해 왔는데, 난 그런 일 하나 못 참아서 성녀를 그만둘 생각까지 하다니.”
그녀가 길게 한숨을 쉬었다.
“그래서 돌아갈 생각임다. 가서 성녀로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더 많이 강해질 검다. 그래야 세상을 위해 뭐라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슴다.”
뭐라고 말하려 입을 달싹거리던 시몬이, 결국 빙그레 웃었다.
“네 생각이 그렇다면, 알겠어.”
“네.”
“그런데 지금 당장 가는 건 너무 이르지 않아? 엄마랑 아버지가 일어나시면 인사라도…….”
그녀가 도리도리 고개를 저었다.
“결심이 선 지금 가야 할 것 같슴다.”
레테에게 있어, 이 한적한 산골마을에서의 생활은 너무 행복하고 즐거웠다.
그녀에겐 가족이 없었지만, 가족이 있다면 이런 느낌일까 하는 기분 마저 들었다.
그러니 더더욱 여기서 머물다가는, 그 안락감에 취해 기껏 세운 결심이 무뎌질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당신도 잘 알잖슴까.”
얼굴 위로 어딘가 부끄러운 빛을 띄워 올린 그녀가 눈꼬리를 휘었다.
“작별 인사 할 때, 안나 선생님 얼굴 보면 또 펑펑 울 것 같아요.”
“…하하, 그건 그렇겠네.”
“편지는 써놨어요.”
자리에서 일어난 그녀는 사뿐거리는 걸음걸이로 시몬의 방 창문을 열어젖혔다.
덜컥!
쌀쌀한 밤바람이 방 안으로 들어오며, 레테의 흰 머리도 힘차게 휘날렸다.
“잠깐만! 그럼 적어도 내가 호브까지는 데려다줄……!”
“아하하, 괜찮아요. 당신에게도 더 폐를 끼칠 수는 없어요.”
레테는 영 이별이 익숙지 않았다.
대신 웃는 얼굴로, 씩씩하게 손끝을 척 세워 들며 다음을 기약했다.
“다음에 다시 만날 때까지, 더 노력해요. 지금 우리가 전장에서 만나면 당신은 나한테 한두 방에 끝나.”
그 말에 시몬도 희미하게 웃었다.
“그건 붙어봐야 알지.”
“다음에는 당신이 이쪽으로 넘어올 차례인 거 알죠? 그럼!”
레테가 발랄하게 웃으며 등을 기울였다. 그녀의 몸이 창문 밖으로 넘어가자, 시몬이 화들짝 놀라며 뛰어왔다.
“레테!”
다급히 창밖을 내려다본 시몬이 안도의 한숨을 흘렸다. 하얀 백룡의 등에 올라탄 레테가 생긋 웃으며 손을 흔들고 있었다.
“편지해요, 시몬!”
그녀의 신수, 란의 몸이 번쩍이더니 혜성처럼 뻗어 나갔다.
시몬은 그 빛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창가에 우두커니 서서 지켜보았다.
“잘 돌아가, 레테.”
* * *
레테가 떠나고 새로운 일상이 찾아왔다.
리처드와 안나는 그녀가 일찍 떠났다는 사실에 아쉬워했지만, 그녀의 결심을 이해해 주었다.
그리고 시몬은 아직 한 가지 더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이게 무엇이냐? 시몬.”
시몬은 정원에 앉아 파이프 담배를 피우고 있는 리처드에게 다가가 책 한 권을 내밀었다.
블레타와 싸웠을 때 얻은 책이었다.
“최근에 결사의 일원과 싸웠던 적이 있었거든요. 그가 가지고 있던 물건입니다.”
“흠.”
대수롭지 않게 책을 받아본 리처드의 눈에, 순간 힘이 바짝 들어갔다.
“이게 어떻게……!”
다급한 손길이 팔랑팔랑 책장을 넘겼다. 벌겋게 충혈된 눈이 책의 내용을 정신없이 훑어 내려가고 있었다.
“어둠의 정령을 만드는 방법과, 정령에 칠흑을 덧입히는 방법까지 적혀 있구나.”
이내 마지막 장에 다다라서.
그가 한탄 같은 한숨을 토해냈다.
“그는 어떻게 되었느냐.”
“죽었습니다.”
“그렇겠지. 마지막에 남긴 말이 있었느냐.”
“네.”
시몬이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마지막으로 본 게 너라서 다행이다. 라고 했습니다.”
리처드는 잠시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린 채 우두커니 있었다.
이내 덜덜 떨리는 손으로 파이프 담배를 입에 넣고 연기를 내뿜었다.
“이걸 보아라.”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리처드가 책 마지막 장을 펼쳤다.
“……아!”
“숨길 일도 없겠지. 블레타는 내 형이다. 폴렌티아 가문의 장남이었지.”
폴렌티아 가문은 정령술사 가문이었다.
그리고 리처드의 아버지, 폴렌티아의 가주에게는 아들이 넷 있었다.
그가 리처드를 포함한 아들들을 무참히 학대한 이유.
분풀이의 성격도 있었겠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아들들을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어둠의 정령사’로 키우려 했기 때문이었다.
어둠의 정령사는 마이너스 에너지, 즉 인간의 끔찍한 감정과 기억을 먹고 자란다. 폴렌티아의 가주는 자신의 아들들을 학대하고 폭행하여 누구보다 강력한 마이너스 에너지를 타고나길 바랐다.
시대가 바뀌며 가문이 기울고 있는 폴렌티아 가의 마지막 한 수.
그는 네크로맨서의 칠흑과 어둠의 정령을 결합하려는 실험을 진행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정보. 어둠의 정령 실험의 정체와, 자신이 왜 학대당해야 했는지도, 리처드는 가문에서 나온 뒤 20년 만에 개인적인 조사를 통해 알게 됐다.
“내 형제들은 아버지의 학대에 순종했다.”
리처드가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
“살려주세요, 아빠. 살려주세요. 그저 무력하게 아버지의 자비에 호소할 뿐이었지. 태어날 때부터 반골이었던 나만 반항하고 대들었다. 나는 형제들이 답답하다고 생각했지만, 피붙이인 그들을 이 지옥에 남겨두고 갈 수는 없었다. 그래서 그들에게 이야기했다. 내일 밤이라도 당장 도망치자고.”
“…….”
시몬은 침을 꿀꺽 삼기고 이야기를 들었다.
“하지만 돌아온 건 형제들의 배신이었다. 아버지의 절대적인 권위에 굴종하고 세뇌당한 형제들은 내가 탈출하려는 사실을 아버지에게 일러바쳤고, 자기들은 착한 아이니 때리지 말아달라고 겁에 질려 빌었지. 나는 피투성이가 된 채 독방에 갇혀 몇 달간 이슬을 받아먹으며 버텼다. 그리고 악에 받쳐 생각했다. 그들은 이제 내 형제가 아니다. 다 똑같은 폴렌티아 놈들이다. 라고.”
착잡하게 중얼거린 리처드가 헝클어진 머리를 쓸어내렸다.
“그렇게 가문을 탈출하고 요나로 살았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로는, 폴렌티아 저택에 큰 화재가 났다더구나. 그곳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그때 죽었다. 아마도…… 블레타의 짓이겠지.”
시몬도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마이너스 감정을 먹고 사는 정령들을 다루는 어둠의 정령사는 정신이 붕괴되고 일그러진다. 충분히 그런 짓을 벌이고도 남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블레타는 커다란 죄책감에 시달렸을 게다. 마음이 무너진 인간을 결사가 접촉해서, 그들의 뜻대로 조종하는 건 식은 죽 먹기였겠지.”
후우우-
긴 담배 연기를 내뱉은 그가 시몬이 가져다준 ‘어둠의 정령’의 책을 흔들었다.
“이건 아직 네겐 너무 위험하다.”
“불태우실 건가요?”
“아니.”
그가 복잡한 시선으로 책을 응시했다.
“그래도 일단은 폴렌티아 가문의 마지막 유산이다. 써먹을 방법이 있을지 여러모로 궁리해 볼 생각이다. 만약 마이너스 감정 같은 부작용을 감쇄시킬 방법이 있다면, 네게도 알려주마.”
그 말을 들은 시몬의 눈이 반짝였다. 리처드는 책을 자신의 무릎에 내려놓고 선언하듯 말했다.
“그전까지는 꿈도 꾸지 말거라. 아무리 배우는 걸 좋아하더라도 말이다.”
“물론이죠!”
“그래.”
리처드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슬슬 나갈 준비하거라. 폭우 사태의 수습을 다 끝내려면 아직 한참 멀었다.”
시몬이 씩씩하게 웃었다.
“네!”
그렇게 시몬이 짐을 챙기러 집으로 들어갔다. 리처드는 마지막으로 담배 연기를 깊게 빨아들였다.
“……결사.”
마지막 혈육이 남긴 책을 보던 그의 눈에 은은한 노기가 일렁였다.
“슬슬 선을 넘기 시작하는군.”
* * *
레테가 떠나고, 일상은 변함없었다.
레스힐의 폭우 복원 작업은 계속됐다. 토사로 엉망이 된 배수로를 다시 파내고, 무너질지도 모르는 위험한 나무들을 정돈했으며, 넘어오려는 몬스터들을 인간들의 영역 반대편으로 유도했다.
그리고 불어난 계곡물로 잘 곳을 잃은 영주민들을 위해 리처드와 함께 새로운 집을 만들었다.
똑딱! 똑딱!
망치 소리를 들으며, 시몬은 그림 같은 풀밭에 누워 있었다. 팔로 뒷머리를 받치고 쨍쨍한 햇빛을 받았다.
시간이 참 빨랐다.
정신없이 일하다 보니 벌써 몇 주가 지났다. 시몬은 등을 돌려 손짓했다.
차악! 착!
스켈레톤들이 못질을 하고, 본 아머 상태로 공중에 떠서 공구상자를 옮기는 모습이 보였다. 이제 경험과 숙련도가 쌓여서 예전 같은 실수는 벌어지지 않았다.
나무를 놓고, 끈으로 고정하고, 못질하고. 분업화가 체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디테일한 작업도 문제없었다.
‘그동안 언데드 컨트롤이 엄청 늘긴 했네.’
시몬이 씩 웃으며 뒤를 돌아보았다.
그의 언데드들이 집을 짓고 있는 사이, 착용자 없이 텅 비어 있는 드래고니안 슈트가 자기 혼자 움직이며 마투 동작을 하고 있었다.
다리를 내뻗고, 팔을 움직인다.
마치 사람의 움직임처럼 부드러웠다. 지나가던 영지민들은 신기한 듯 넋을 넣고 바라보곤 했다.
하지만 시몬은 뭔가 만족스럽지 않은 듯 턱을 괴었다.
“잠깐, 이리로 와.”
시몬은 드래고니안의 마법진 전원을 끈 뒤, 그 자리에서 삐걱거리거나 불필요한 움직임이 들어가는 부분을 손보았다.
아직 드레이크의 뼈 여분이 남아 있었기에 필요하다면 교체도 했다.
삐걱거리는 소리가 나는 지점을 새로운 뼈로 갈아 끼운 뒤, 시몬은 다시 드래고니안 슈트에 마투를 시전하게 시켰다.
“음.”
움직임이 전보다 조금 더 부드러워져서 만족스러웠다.
“웃차.”
레스힐 재건도, 언데드 훈련도 순조롭다.
평화로웠다.
하지만 따뜻한 햇빛을 받으며 풀밭에 누워만 있으려니 가끔은 심심하단 생각이 들기도 했다. 예전엔 하루 종일 누워 있어도 좋았는데, 요즘은 레스힐에만 있으려니 좀이 쑤셨다.
키젠에 입학한 뒤로 워낙 엄청난 모험들을 하고, 놀라운 경험을 해서 그런 모양이다.
‘개학까지 어떻게 기다리지.’
시몬이 한숨을 푹푹 내쉬고 있는 그때.
“아!”
그의 눈이 커졌다.
하관이 말처럼 길쭉한 저 남자는 레스힐의 우편물을 취급하는 길버트였다. 시몬이 벌떡 풀밭에서 일어나 달려갔다.
“길버트 아저씨!”
어깨에 가방을 멘 채 걸어가고 있던 그가 시몬을 보고는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하하, 이게 누구야. 시몬 도련님!”
“잘 지내셨죠?”
단숨에 그의 앞으로 달려온 시몬의 눈을 반짝이며 그의 가방을 바라보고 있었다. 길버트는 허허 웃으며 가방을 뒤적거렸다.
“안 그래도 도련님댁에 들러야 했는데, 수고를 덜었네요.”
편지가 한가득 시몬의 품에 들어왔다.
메이린의 편지, 딕의 편지, 카미바레즈의 편지였다. 시몬은 활짝 웃으며 길버트에게 인사했다.
“감사합니다!”
다소 심심한 레스힐 생활에 있어서, 그나마 유일한 낙이라고 한다면 친구들의 편지였다.
그것밖에 소통할 방법이 없었으니까. 시몬은 작업을 마저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 침대 위에서 편지를 펼쳤다.
이제는 내용만 봐도 누가 누군지 한눈에 알 수 있었다.
-내가 특별히 시간을 내서 편지를 보내주는 걸 감사히 생각해! 오늘은 칠흑 화염계 위주로 공부했는데…….
정갈하고 세련된 필기체의 메이린.
-시몬! 저 강아지를 키우려고 고성에 데려왔는데, 아빠가 반대해요. 어쩜 좋을까요?
리본과 스티커가 붙어 있는 편지지에, 귀엽고 둥글둥글한 카미바레즈의 필기체.
-야 나 자판 가지고 밖에서 물약 장사함. 오늘 하루만 5골드 벌었다. 아 그리고 쌍둥이 동생들 칠흑 형태변화했어. 진짜 내년에 1학년으로 오겠는데?
내용도 중구난방이고 극단적인 악필이라 한 번 두 번은 더 살펴봐야 하는 딕의 글씨체.
심지어 편지지가 이면지인지 뒷장은 각종 계산식이 적혀 있었다.
친구들의 편지를 볼수록 하루빨리 방학이 끝나고 다시 만나고 싶었다. 평화로운 레스힐에서의 휴식과 힐링도 좋지만, 동기들과 부딪히는 키젠의 치열한 나날들이 조금씩 그립기도 했다.
그렇게 여러 편지를 훑어보던 시몬의 눈이 커졌다.
“응?”
의외의 편지가 와 있었다.
시몬은 바로 편지의 아랫부분을 보았다.
‘호, 홍펭 교수님?’
시몬은 화들짝 놀라 자세를 고쳐앉았다.
교수로부터 편지를 받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학생 신분이라 그런지 반사적으로 긴장감이 몰려오며 나 뭐 잘못한 거 없는지부터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홍펭이 편지까지 보내서 그런 이야기를 하는 스타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마음을 편안히 먹고 편지봉투를 뜯었다.
-안녕하세요, 시몬. 홍펭 교수입니다. 시몬에게 편지를 보내고 싶은데 주소를 알지 못해 고생했습니다. 내 신분으로도 본부에서는 학생의 개인정보를 알려줄 수 없다고 해서 직원과 싸웠습니다. 지나가던 네프티스 님이 내가 대신 우편으로 보내주겠다며 했습니다. 편지가 잘 도착했으면 좋겠습니다.
편지를 읽어내려가던 시몬이 빙글빙글 웃었다.
‘읽을 때마다 교수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네.’
그리고 홍펭은 특정 어휘를 이상하게 발음하지만, 쓰는 건 정상적이라는 사실도 깨달았다.
-본론으로 들어가, 내가 가장 아끼는 학생들을 ‘초원’에 있는 내 고향 집에 초대하고 싶습니다.
‘!’
흥분한 시몬이 벌떡 침대에서 일어나 꼿꼿이 섰다.
그녀의 집에 초대한다고?
-내 고향 초원은 한적하고 자연이 예쁜 곳입니다. 다양한 즐길 거리가 많답니다. 고대유적과 모험 거리도 많고요. 내가 직접 안내할 거고 분명히 즐거울 거라고 자신합니다.
시몬은 편지를 쥔 손을 떨며 빠르게 내용을 읽어내려갔다.
여행 시간은 일주일 정도.
여행이 끝나고 개학날이 되면, 그녀는 키젠 교수의 권한으로 텔레포트 마법진을 이용해 로크섬까지 한 번에 들어가게 해주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러면 일정도 문제없다.
심지어 갈이 갈 멤버들까지 완벽했다. 괜히 사이가 어색한 사람이 껴있으면 서먹서먹한데, 시몬을 포함해 메이린, 딕, 카미바레즈. 4인방을 초대한 것이다.
‘가, 가고 싶다.’
시몬이 침을 꿀꺽 삼켰다.
심심하게 지나갈 것 같던 방학기간이, 홍펭의 집에 놀러 가면 꽉 차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 * *
또옥. 똑.
빗물이 방울져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빛이 잘 새어들지도 않는 곳.
깊은 지하 사원의 어딘가.
엉망으로 일그러진 넝쿨과 이끼가 가득한 이곳에.
“…….”
홍펭이 결박되어 있었다.
뒤로 질끈 묶어놓았던 긴 갈색 머리카락은 물 먹은 것처럼 축축하게 늘어진 채 빗물이 떨어지고 있었고. 두 팔은 들어 올려진 채 사슬에 매달려 있었다.
스스스스스스스-
스스스스스-
뱀들이 바닥을 기어 다니다가, 지하 사원의 벽돌 틈으로 들어갔다.
[지낼 만한가. 홍펭 교수.]어두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온몸에 힘이 빠져 주저앉아 있던 그녀가 천천히 고개를 든다. 축 처진 머리카락 사이로, 눈동자만큼은 빛이 나고 있었다.
“……그대가 누군지 알고 있습니다.”
그녀의 입이 들썩였다.
“전 7군단의 에이션트 언데드, 망자의 죄악 뮤르. 대륙의 많은 자들이 그대의 고통스러운 소멸을 바라죠.”
어둠 속에서 로브를 뒤집어쓴 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거대한 지팡이를 손에 쥔 그것은 로브 안에서 안광만을 번뜩이고 있었다.
[나를 안다니 영광이군.]그는 마치 공중에 떠 있는 것처럼 발소리를 내지 않은 채 움직였다.
“당신 같은 자가 초원에서 무슨 짓을 꾸미는 거죠?”
쿠웅-
지팡이가 바닥을 내리며 낮은 음성이 울려 퍼졌다.
[이제 곧 알기 싫어도 알게 될 것이다. 절망 속에서 천천히 지켜보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