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763)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763화
시몬은 뒤로 숨겨둔 손끝에 천천히 칠흑을 끌어올렸다.
단번에 검지 앞으로 마법진을 형성하고, 핏방울을 뽑아 칠흑과 섞었다.
그러고는 거칠게 팔을 내뻗자, 에메랄드빛 섬광이 번뜩이며 쏘아져 나갔다.
하지만 거리가 너무 멀었다. 클라우드는 그 ‘수상한 자’를 간발의 차이로 맞추지 못하고 뒤쪽의 나무에 부딪혔다.
스슥-
그자가 즉시 등을 돌려 도망쳤다.
“누구야!”
시몬이 소리 지르며 팔을 힘차게 휘둘렀다. 클라우드가 나무 밑동에 휘리릭 감겼고, 시몬이 그것을 잡아당기며 앞으로 튀어 나갔다.
“으으음- 무, 무슨 일?”
소란에 깨어난 딕의 말에 대답할 틈도 없었다. 시몬이 이내 클라우드를 손에서 놓으며 바닥에 착지하니, 수상한 자가 수풀이 무성한 쪽으로 도망치고 있었다.
“멈춰!”
시몬도 두 다리에 칠흑을 일으킨 채 이를 악물고 뛰었다.
갑작스러운 밤의 추격전.
그는 특이한 몸놀림으로 요리조리 바위나 나무 등 장애물을 피해 뛰었다. 이족보행을 하는 인간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한 움직임. 거의 야생동물에 가까운 속도였다.
시몬도 승부수를 던졌다.
‘체내 칠흑 분화!’
단시간 신체 능력을 비약적으로 상승시키는 마투학 기술. 시몬의 전신에 칠흑이 요동쳤다. 땀구멍으로 석유 같은 칠흑이 방울방울 떨어졌다.
속도가 오르며 수상한 자를 거의 다 따라잡았다. 지면을 딛고 도약한 시몬이 그의 목덜미로 손을 뻗는 순간.
삐거덕-
그자가 불가능한 각도로 고개를 돌려 시몬을 보았다.
그러고는 잇몸을 드러내며 히죽 웃었다.
부웅!
시몬의 손이 그의 얼굴을 통과해서 지나갔다.
‘뭐야?’
촤아아아아악-!
시몬이 다급히 두 다리를 내렸다. 너무 강하게 뛰어오르는 바람에, 시몬의 발이 바닥에 긴 자국을 그리며 한참을 앞으로 나아간 뒤에야 멈췄다.
다시 그가 있던 곳으로 가보았지만.
“…….”
아무것도 없었다.
마치 허깨비처럼, 그냥 사라져 버렸다.
‘그 사람, 분명…….’
일반적인 도시나 마을에서는 보기 힘든, 자연재료로 대충 엮어 만든 듯한 옷차림. 아무리 초원에서 사는 사람이라고 해도 지나치게 원시적인 모습이었다.
시몬은 그가 사라진 주변을 빠르게 훑었다.
‘아.’
딱딱한 게 잡힌다. 시몬은 팔을 쑥 넣어 진흙에 파묻혀 있는 뭔가를 꺼냈다.
이건 두개골이었다.
네크로맨서가 언데드로 일으킬 수도 없을 만큼 상당히 오래되어 보인다. 유골이라기보다는 이제는 유물에 더 가까울 정도.
시몬은 심각한 표정으로 두개골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 * *
주위를 한번 쭉 살펴본 시몬은 간이 숙소로 돌아왔다.
난리가 나 있었다.
아까 소란 때문에 잠에서 깬 메이린과 카미바레즈가 서로 꼭 끌어안은 채 겁에 질린 표정으로 시몬을 올려다보고 있었고, 딕은 잠이 덜 깬 표정으로 근처의 나뭇가지를 붙잡고 좌우로 휙휙 휘젓고 있었다. ‘무어야! 뭔데!’ 하고 말하는 목소리는 잔뜩 쉬어 있었다.
“무슨 일 있었어?”
메이린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시몬은 무안한 웃음을 흘리며 뒷머리를 긁적였다.
“미안, 그냥 사슴이었어. 잘못 봤나 봐.”
“야아아-! 뭐야!”
메이린이 칭얼대듯 발을 동동 구르고는 이내 힘이 빠져서 축 늘어졌다. 카미바레즈도 가슴에 손을 얹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까, 깜짝 놀랐어요. 그래도 무사해서 다행이에요 시몬.”
“갑자기 소리 질러서 미안. 내가 너무 민감했나 봐.”
시몬이 다시 불침번 전용 좌석인 모닥불 앞에 앉았다.
안심한 건지 메이린과 카미바레즈는 금방 다시 곯아떨어졌다. 서로를 꼭 껴안은 채 새근새근 잠든 모습이다.
시몬은 꺼지려는 모닥불 안으로 장작을 더 집어넣었다.
“욥.”
그때 자는 줄 알았던 딕이 다가와 시몬의 옆자리에 털썩 앉았다.
“아직 네 불침번 차례 아닌데. 조금 더 자둬, 시간 되면 깨워줄게.”
“어어. 괜찮아. 잠이 확 달아나서.”
딕은 늘어지게 하품을 한번 하고는, 이내 차갑게 내려앉은 눈으로 시몬을 보았다.
“시몬, 너 뭐 봤지?”
“…….”
“괜찮으니까 말해줘.”
딕이 메이린과 카미바레즈가 잘 자고 있는지 재차 확인하고는 말을 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여기 뭔가 이상해. 이 초원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아야겠어.”
어차피 날이 밝으면 나중에라도 모두에게 이야기할 생각이었다.
시몬이 빠르게 상황을 설명했다.
수상한 사람이 이쪽을 훔쳐보고 있었다. 뒤쫓아가서 붙잡으려 했지만 허깨비처럼 사라졌고, 그 사람이 사라진 바닥 아래에 오래된 두개골을 발견했다.
설명을 들은 딕이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흠- 추격전까지 펼쳤다면 잘못 본 건 아닌 것 같은데.”
제 무릎을 손끝으로 툭툭 치면서 생각에 잠겨 있던 그가 자리에서 휙 일어났다.
“아직 내 불침번 시간 되려면 멀었다고 했지? 산책 겸 한번 둘러보고 온다.”
“그래, 조심해.”
“그 두개골, 위치는 어디쯤이야?”
시몬은 두개골의 위치를 알려주었고, 딕은 직접 확인하러 걸어갔다.
* * *
다음 날 아침.
시몬 일행은 다시금 배를 타고 강을 거슬러 올라갔다.
마나 엔진은 제대로 작동해서 노를 저을 필요가 없었다. 그냥 강을 따라 쭉 나아가기만 하면 되었다.
“안개가 자욱하네.”
이른 아침의 초원은 무척이나 음산한 분위기로 바뀌어 있었다. 금방이라도 비가 내릴 것처럼 하늘은 어두웠고, 주위는 안개가 껴 있었다.
뭔가 어제의 초원의 모습과는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이른 아침부터 일어나서 그런지, 잠자리가 불편해서 잠을 설쳤는지, 다들 컨디션이 좋지는 않았다. 한 명씩 번갈아 가면서 잠시 눈을 붙이거나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카미바레즈는 금방 잠들었다.
팔랑-
물론 시몬은 쉬지 않았다. 그는 책을 펼쳐서 읽고 있었다.
“무슨 책이야?”
옆에서 향긋한 향기가 난다 싶더니, 메이린이 곁으로 다가왔다. 그녀는 고개를 살짝 내민 채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눈동자를 깜박거리고 있었다.
시몬이 답했다.
“초원의 역사에 관련된 책이야.”
“으흠-”
메이린이 눈을 가늘게 뜨며 그를 보다가, 푸훗 웃었다.
“의외로 역사에 관심 있네? 별로 안 어울려.”
“……그럼 뭐가 나랑 어울리는데.”
“넌 소환학 바보잖아. 또 초원의 몬스터로 만들 수 있는 언데드나 책으로 알아보고 있을 줄 알았지.”
‘아.’
왜 그 생각을 못 했을까.
다음에는 지리에 맞는 재료와 특수 언데드에 관련된 책을 가져와야겠다.
“근데 이거 재밌겠다!”
메이린이 책에 나와 있는 삽화에 관심을 보이며 옆으로 바짝 다가와 앉았다. 시몬은 자신도 모르게 움찔하며 턱을 꼿꼿이 세웠다.
“여기 이 ‘제사장’은 누구야?”
“아, 그게. 그걸 말하려면 앞부분을 설명해야 하는데…….”
시몬은 방금 읽었던 내용을 간추려서 그녀에게 설명해 주었다.
초원에는 고대문명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현재는 초원 상부에만 사람이 살지만, 과거에는 초원 하부에도 사람이 살았다.
하부의 사람들은 이곳에서 빛나는 문명을 이룩했다.
사람이 도저히 살지 못할 것 같은 자연환경이지만, 당시 이곳의 인구는 수십만 명이 넘었다고 한다. 그들만의 신을 섬기고, 신의 계시를 받을 수 있는 제사장의 뜻에 따라 움직였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문명인이 보기엔 꽤 끔찍한 풍습이 있었다.
“인.신.공.양?”
메이린이 기겁을 하며 팔을 파르르 떨었다.
“그럼 진짜로 살아 있는 인간을 제물로 바쳤다는 거야?”
“응.”
“아니, 나쁜 놈들이잖아! 뭐 그런 것들이 다 있어?”
“자신들이 섬기는 신의 명령이어서 그런 풍습을 유지했나 봐. 폐쇄적인 문명이라 더더욱 아무도 거스를 수 없는 분위기가 형성됐을 테고.”
보통 인신공양의 제물은 노예와 타국인들이 그 대상이었다. 하부의 초원인들은 툭하면 숲에서 빠져나와 상부의 초원인들을 납치해 제물로 바쳤으니, 사이가 좋을 리가 없었다.
하지만 당시 상부의 초원인들의 주력은 ‘기병’이었다. 기병은 수풀이 울창한 초원 하부에서는 힘을 쓰지 못했고, 아무리 많은 병력을 보내도 연전연패했다.
무엇보다 하부인들은 ‘신의 힘’이라고 불리는 신비한 힘을 사용했다.
초원을 통째로 둘러쌀 정도로 거대한 뱀.
두 날개를 펼쳐 하늘을 뒤덮는 독수리.
초원 전체에 홍수를 일으키는 악어까지.
가히 천재지변에 가까운 신의 힘을 쓰는 하부의 ‘제사장’에 의해, 상부인들은 하부인들의 도시 함락을 앞두고 연전연패했다.
“…….”
여기까지 이야기를 들은 메이린이 팔짱을 꼈다.
“이거 역사가 아니라 뭐 신화 같은 거지? 순 뻥이잖아!”
“……나도 몰라.”
시몬은 어깨를 으쓱하며 이야기를 계속했다.
신의 힘을 휘두르고 인신공양을 하며 번성하던 이 문명이 멸망한 이유는 알 수 없었다.
상부인들의 말에 따르면, 그 놀라운 고대문명은 단 하룻밤 사이에 멸망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들은 이렇게 말했다.
-그들의 신이 분노하여, 그들을 심판했다.
그리고 역사의 끄트머리에는 문명 마지막 제사장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다.
죽음의 밤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그 제사장은 극도로 슬퍼했으며, 모든 것은 자신의 탓이라며 한탄했다고 한다.
그는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그 원한이 얼마나 강한지 죽어서도 망령으로 일어나 자신의 실수로 멸망한 문명을 일으키려 한다고 한다.
지금까지도.
“이상이야.”
시몬이 책을 덮었다.
메이린은 인상을 쓰며 이마를 덮었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네. 괜히 기분만 뒤숭숭해졌어.”
“자, 여러분.”
배를 운전해 나가고 있던 딕이 세 사람을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문제가 생긴 것 같아.”
시몬과 메이린이 눈을 크게 떴고, 카미바레즈도 잠에서 깨어나 다가왔다.
딕은 지도를 펼쳤다.
“이 지도를 봐. 이게 초원의 강이야.”
강은 다소 구불구불하긴 했지만 위쪽 방향으로 쭉 이어져 있었다.
강을 거슬러 올라가면 반드시 초원 상부가 나와야 했다.
“우린 지금까지 계속 강의 큰 줄기를 따라가고 있었잖아? 강의 길이와 거리를 계산해 보면 진작에 초원 하부를 빠져나오고도 남았어야 해. 근데 왜 아직까지 빙빙 돌고 있을까?”
카미바레즈가 고개를 갸웃했다.
“혹시 다른 길로 샌 건 아닐까요?”
메이린이 어깨를 으쓱했다.
“아님 지도가 잘못됐다든가. 어디 마을 지도도 아니고, 이런 험지의 지리를 표시한 지도가 정확할 리 없잖아? 강이란 건 원래 조금씩 위치가 바뀌기도 하고.”
“그렇긴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한데.”
딕이 답답하다는 듯 머리를 벅벅 긁었다. 시몬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나도 딕의 생각이랑 같아. 잠깐 배를 멈춰줘.”
“음? 뭐 하게?”
딕이 일단 배를 멈췄다.
“또 비가 오기 전에 높은 곳에서 주변을 한번 살펴봐야겠어.”
시몬은 제자리에서 무릎을 굽히고 펴고를 반복하더니, 반동을 이용해 공중으로 훌쩍 도약했다. 이내 근처의 넝쿨을 붙잡고 앞으로 쭉 나아갔다.
클라우드를 나무에 붙이고, 넝쿨에서 손을 놓았다.
이내 시몬이 나무의 몸통에 탁 착지했다.
이 근방에서 가장 높은 크고 나무였다. 시몬은 발끝에 칠흑을 집중시킨 다음 놀라운 몸놀림으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지켜보던 딕이 감탄성을 흘렸다.
“이야, 진짜. 저게 어딜 봐서 소환학과야?”
“조심하세요! 시몬!”
시몬은 빠르게 나무를 타고 올라갔다.
다리가 으슬으슬하게 아플 즈음, 어느새 주위의 나무들이 작게 보였다. 시몬은 나무 꼭대기로 올라와 아래를 쭉 훑어보았다.
주위는 여전히 울창한 초원 하부의 밀림이다. 시몬은 등을 돌렸다.
바다가 보인다.
바다로 진입해서 한참을 왔는데, 아직도 여기까지밖에 못 왔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지경이었다.
‘좀 이상한데.’
시몬은 다시금 꼼꼼하게 주위를 살폈고.
“!”
이상한 현상을 목격했다.
그의 입이 벌어졌다.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없어서, 몇 번이고 눈을 비비고 다시 봤지만 정말이었다.
“초원이……!”
초원이 움직이고 있었다.
쿠르르르르르르-!
마치 지반이 다른 퍼즐로 통째로 뒤바뀌는 것처럼, 묘사하자면 바닥에 딱 붙은 뱀이 바닥을 기며 움직이는 것처럼, 지형이 계속 바뀌고 있었다.
한쪽 지형이 나무로 빼곡해지고, 새로운 강줄기가 생겨나고 있다. 이곳에서 뭔가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시몬의 눈빛이 예리해졌다.
‘설마.’
현실적으로 가장 가능성이 높은 건 던전의 이상현상.
초원에 들어온 뒤 공교롭게도 근처에 던전이 열려서 이런 현상이 벌어질 수 있었다.
그리고 한 가지 추가적인 가능성.
-군단의 소속이었던 에이션트 언데드, 뮤르의 마지막 흔적이 15년 전 초원에서 발견되었다고 하더군.
의심해 볼 여지는 충분히 있었다.
‘하루빨리 피어와 합류해야 해.’
* * *
같은 시각.
[크흐흐흐흐!]초원의 무수한 몬스터들이 혀를 내민 채 죽어 있었다.
그야말로 시체가 산을 이루고 있었는데,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지경이었다. 근처의 계곡이 핏물로 붉게 변했다.
그리고 그 가운데 흰 대검을 짊어진 채 저벅저벅 걸어가고 있는 언데드가 보였다.
바로 군단의 관리자이자 에이션트 언데드, 피어였다.
그가 몬스터를 베고 걸음을 옮기자, 갑자기 지형이 뒤섞이며 울창한 나무들이 결계를 치듯 그의 앞을 빙 가로막았다.
[역시 초원에 있었나. 뮤르!]음침하게 웃은 피어가 파멸의 대검을 힘껏 휘두르자, 주위의 나무들이 모조리 흰 나이테를 보이며 몸통 윗부분이 공중으로 치솟았다.
쿠웅-
쿵!
쿠우웅-!
요란한 충돌음이 가득 울려 퍼졌다.
피어가 나무들을 베어버리고 앞으로 나아가려는데, 이번에는 근처의 절벽들이 움직여 피어의 전면을 막고, 초원의 강이 성벽의 해자처럼 주위를 감쌌다.
[나의 방문을 원치 않는가.]대검을 맞잡은 피어의 동공에서 안광이 번뜩였다.
[아무래도 최대한 빨리 소년과 합류해야 할 것 같군!]전쟁은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