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778)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778화
시몬이 타의에 의해서 물러났다는 사실이 학생들 사이에서 알려졌다.
그리고 이 분노는, 합동 개학식 때부터 터지고 말았다.
특히 3학년 교수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하는 자리에서.
우우우우우우-!
야유가 터져 나왔다.
공식행사에서 키젠 교수를 상대로 학생들의 야유가 터져 나오는 건 처음 있는 일이었다.
발락을 회장직에 올린 뒤, 이제 두 발 쭉 뻗고 승자의 기분으로 즐기고 있던 3학년 교수들은 표정 관리를 못 한 채 바짝 굳어버렸고, 사회자로 나온 교수는 흥분한 학생들을 진정시키느라 진땀을 빼야 했다.
-조용히 하세요! 조용히!
탈도 많고 말도 많던 개학식이 끝난 뒤에도 그 분노는 이어졌다.
특히 각 반의 학생들과 두루두루 친하고 인망이 두터웠던 용병왕 아서가 동기들을 불러모았다.
“이건 폭거고, 행패라고 생각한다!”
1학년 기숙사 휴게실에 학생들이 우글우글 모였다. 아서가 주먹을 불끈 쥐었다.
“다들 시몬 선배님이 어떤 분이고, 우리 1학년들을 위해 얼마나 애써주셨는지 알잖아! 이대로 입 다물고 있을 거야?”
다른 1학년들도 일제히 호응했다. 피켓을 들고 항의하러 가자. 시위대를 조직해야 한다. 다들 우글우글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는 가운데.
“그건 니가 특례 2번이니까 할 수 있는 배부른 소리지.”
삐딱하게 앉아 있던 짧은 머리의 남학생이 그렇게 툭 내뱉었다.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로 향했다.
“시몬 선배님 일은 슬프지만 우리 1학년은 생존이 우선이야. 이번 학기가 끝나면 지금 여기 있는 사람들 중에 절반은 집에 가야 할 텐데, 항의 같은 거 하러 갈 여유가 있어?”
그 말에 몇몇 1학년들이 침음을 흘렸다.
“차라리 교과서 한 자라도 더 보는 게 더…….”
“그런 핑계를 대면 한도 끝도 없어.”
그때 한 1학년 여학생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이디 페리스.
다름 아닌 시몬이 입학식 때 구해준 바로 그 신입생이었다.
“1학년 때는 살아남아야 해서 안 되고, 2학년 때는 석차 높여야 해서 안 되고, 3학년 때는 취업해야 해서 안 되고. 그럼 대체 언제 나설 건데?”
“아니. 그건……!”
“1학년은 늘 교내의 모든 일에서 배제돼. 살아남는 것만으로도 바빠서 목소리를 내지 못하니까. 난 아직도 암흑제에 우리 1학년이 참여하지 못한 이유를 모르겠어. 시몬 선배님이 물러난 지금처럼, 불합리한 일들을 겪지 않으려면 우리도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해.”
그녀가 두 팔을 펼쳤다.
“우등생도 열등생도 이 문제에는 상관없어. 우리는 현 키젠 학생으로서의 당연한 권리를 주장하는 거야!”
“그럼!”
“당연하지!”
1학년들이 들고 일어날 것을 결의했다.
개학 첫날부터 심상치 않은 전운이 학교에 감돌기 시작했다.
* * *
그날 오후.
학생도시 로체스트.
“학우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신문부의 테이입니다!”
신문부 부장 테이가 두 팔을 들어 올리며 활기차게 외쳤다.
그의 앞에는 메모리얼 수정구가 장착된 촬영기나, 수첩과 메모장을 든 한 무리의 학생들이 모여 있었다.
모두 신문부의 부원들이었다.
“방학 잘 보내셨길 바랍니다! 이번 촬영에도 제 친우이자 신문부 부부장인 질버버그가 함께합니다!”
“옙.”
잠깐 촬영기 쪽으로 고개만 내밀어 인사한 남자가 다시 옆으로 걸어가 촬영기 앵글에서 벗어났다.
“저는 지금 학생도시 로체스트에 나와 있습니다!”
촬영기가 테이를 넘어 주위의 풍경을 비추었다.
커다란 광장 분수대를 기점으로 크고 작은 건물들이 솟아 있다. 로체스트는 새로운 학기를 맞이하여 교과서를 비롯한 각종 문구류와 수업 준비물을 사러 온 학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웅성거리는 소리와 왁자지껄한 웃음이 가득했다.
후흡- 하!
잠시 이 활기찬 분위기를 만끽하듯 숨을 들이마신 테이가 재차 입을 열었다.
“어제오늘 학교가 발칵 뒤집혔죠? 갑작스레 학생회장이 바뀌었습니다! 2학년 시몬 폴렌티아에서 3학년 발락으로! 우리 키젠 학우들은 이번 일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한번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주위를 한번 쭉 훑어보던 그가, 벤치에 앉아 화장을 고치고 있던 금발 머리의 여학생을 발견하고는 달려갔다.
“저기 실례합니다! 잠깐 인터뷰……! 어이쿠, 3학년이셨습니까!”
테이와 질버버그가 즉각 허리 굽혀 각지게 인사했다. 다른 부원들도 잠시 고개를 숙이느라 촬영기가 위아래로 휙휙 움직였다.
“뭐니.”
하던 일을 방해받은 3학년이 인상을 찌푸렸다. 질버버그가 슬쩍 메모리얼 수정구가 달린 촬영기를 가리키자, 으흠 하고 헛기침을 한 그녀가 낭랑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해보렴.”
“협조 감사드립니다 선배님!”
테이가 급히 휙휙 손짓하자, 질버버그가 헐레벌떡 뛰어가서 두 손으로 공손히 확성 수정구를 그녀에게 내밀었다.
“최근 학생회장이 바뀐 이슈에 대해 선배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아, 당연한 일이지. 진작에 이랬어야 했어.”
확성 수정구를 든 3학년 여학생이 어깨를 으쓱했다.
“학생회장은 실적과 실력으로 뽑는 거잖아? 발락이 되는 게 당연해. 우리 학교도 이제야 정상적인 궤도로 돌아왔다고 평할 수 있겠네.”
“하지만 저학년 중에서는 이 상황에 불만을 가진 학우들도 많은데요! 학생회를 잘 운영하고 있던 전 학생회장이 떠난 게 폭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이에 대한 의견 있으신지요?”
“미친. 아무리 교수님들이 싸고돈다지만 올해 1학년들은 정말……!”
그녀가 잠시 욕지거리를 쏟아내는 시간이 있었다.
질버버그는 센스 있게 잠깐 메모리얼 수정구의 전원을 껐다가 다시 켰다.
“아무튼 에이젤이 떠났으면 에이젤의 대타도 떠나야지. 더 뛰어난 사람이 회장이 되는 게 당연하다고 봐. 대체 우리가 언제까지 판타서스 그 인간한테 휘둘려야 하는데? 학교를 떠난 지 한참 된 사람인데.”
“말씀 감사합니다!”
테이는 바로 다음 사람을 찾아 떠났다.
최대한 다양한 학년의 이야기를 신문에 실어야 했다.
“1학년, 1학년 어디 없나?”
“1학년은 무조건 반대 의견이겠지.”
“쟤 괜찮을 것 같은데.”
도수 높은 뺑뺑이 안경을 쓴 여학생이 보였다.
두 갈래로 빙빙 꼬아 늘어뜨린 머리에, 주근깨가 가득했다. 첫인상은 공부밖에 모를 것 같은 전형적인 모범생 이미지다.
“실례할게, 후배님!”
테이와 일행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다짜고짜 촬영기를 들이밀자, 당황한 그녀가 얼굴을 붉히며 허둥지둥하다가 고개를 푹 숙였다.
“아, 안녕하세요…….”
“우리는 신문부인데 잠깐 인터뷰 좀 가능할까?”
“아, 저 괜찮을까요? 음. 그런 인터뷰 같은 거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서…….”
“그냥 묻는 말에 자신의 의견을 편하게 이야기하면 돼. 오케이?”
질버버그가 건넨 확성 수정구를 공손히 받은 그녀가 바짝 얼은 얼굴로 테이를 바라보았다.
“자, 편하게 편하게. 그럼 질문 들어갑니다! 최근 학생회장이 바뀐 이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 순간.
어벙하던 1학년 여학생의 눈깔이 확 돌아가는 게 보였다. 그녀가 벌떡 일어나 외쳤다.
“매우 부조리하고! 부당한 결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오우, 잘못 걸렸다.
그렇게 생각하며 테이는 땀을 삐질 흘렸다.
“어,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는…….”
“전 학생회장 선배님이 잘못한 점이 있다면 모르겠지만 그런 것도 아니었잖아요! 시몬 선배님은 갑작스러운 회장직의 공백에도 학생회와 학교를 잘 이끌어 오셨습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3학년 교수진을 비롯한 어른들이 간섭해서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학생을 회장직에 앉히다니! 모두의 마음을 짓밟는 아주 부당한 처사라고 생각합니다! 학생회장은 우리 학생들의 대표여야 해요!”
1학년은 주절주절 일장 연설을 시작했다.
질버버그가 얼른 끊으라는 제스처를 취하자, 테이가 퍼뜩 정신을 차리며 말했다.
“하지만 후배님. 발락 선배님은 시몬 폴렌티아 학생보다 실력적으로 더 뛰어난 인물이니 당연한 변화라고 말하는 사람도…….”
“그건 그들의 사고방식이고요.”
1학년 여학생이 이를 갈았다.
“학생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학생회장은 성적이 높은 사람도, 외부 행사에 써먹기 좋은 사람도, 어른들의 말을 잘 듣는 사람도 아닙니다. 학생의 이익을 대변하고 학생을 위해 움직일 수 있는 분이에요! 입학식 때 목숨을 걸고 저희 동기를 구해낸 시몬 폴렌티아 선배님처럼요!”
그녀가 눈에 힘을 주고, 메모리얼 수정구 쪽을 보았다.
“반면 발락이란 선배님은 학교를 위해 뭘 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실력. 물론 중요하죠. 하지만 실력이 뛰어난 분들은 이미 Top10에 올라 학과대표가 되거나 장학금을 받는 등 충분한 메리트와 이득을 받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 아! 그렇군요! 여기까지 하죠. 인터뷰 감사합니다!”
“아직 제 말 안 끝났어요! 2학년이 학생회장이 못 된다는 건 편견이라고 생각해요. 반대로 반드시 3학년이 학생회장이 되어야 한다는 것도 편협한……!”
간신히 열혈 1학년을 떼어낸 테이와 신문부는 지나가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열심히 인터뷰를 했다.
학년마다 의견이 완전히 갈렸다.
3학년들은 비정상이 정상으로 돌아왔을 뿐이라며, 대부분 발락의 학생회장 즉위를 지지했다.
반면 시몬을 좋아하던 1학년들은 불같이 화를 내며 하나같이 불합리한 처사였다고 반발했다. 오늘 하루만 사는 사람처럼, 인터뷰에서도 뒷감당은 생각하지 않는지 못하는 말이 없었다.
학과생활을 하는 2학년들은 1학년들에 비해서는 조금 더 눈치도 보고 이런저런 말을 아끼는 느낌이었지만, 그래도 전체적으로 이번 일에 불만을 품고 있어 보였다.
“젠장, 이거 못 써먹을 내용이 너무 많은데.”
인터뷰 내용이 적힌 수첩을 휘휘 넘겨보던 테이가 인상을 썼다.
사실 신문부는 시몬 학생회 시절, 동아리 활동비 개혁으로 피해를 본 대표적인 동아리였기에 새로운 발락 학생회를 지지했다.
물론 발락 측 사람이 접근해서 이쪽에 유리한 기사를 써주면 2학기 활동비를 올려주겠다는 제의를 해오기도 했다.
“테이, ‘시싫모’ 애들 인터뷰 준비 다 됐다.”
질버버그가 다가와 말했다. 굳은 표정으로 수첩을 훑어보던 테이가 비로소 웃음을 보였다.
“역시 부부장! 일을 너무 잘해서 문제라니까.”
시싫모. 일명 ‘시몬을 싫어하는 사람들의 모임’으로 신문부가 멋대로 지은 이름이다. 시몬에게 원한을 가졌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을 조사해서 인터뷰 약속을 잡아두었다.
신문부는 아예 수고비까지 준비해서 그들에게 ‘유료 인터뷰’를 제안했다. 어렵게 시간을 잡은 이들이었기에, 테이는 기대하는 마음을 품고 약속장소로 향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가타부타할 것 없이 신문부가 선정한 학생들의 인터뷰를 시작했다.
첫 대상은 설원성 성주, 2학년의 라헤임 노스폴드.
작년 특례 입학생이었고, 상아탑의 메이린을 좋아한다는 소문이 파다한 인물이다. 그러다 1학년 BMAT 시험 때 메이린을 걸고 시몬에게 덤볐다가 탈탈 털렸다.
좋아하는 여자를 빼앗긴 만큼 감정적인 악담을 기대했지만.
-어떻게 생각하냐고? 아, 난 물론 주몬 볼렌디스를 싫어하지만 위에서 일방적으로 학생회장을 바꾼 건 좀 아니다 싶은데.
-……주몬 볼렌디스는 누구야? 시몬 폴렌티아라니까.
-그래! 제몬 볼렌토나!
이 자식은 글렀다.
바로 두 번째 손님인 제시카 카나노르의 인터뷰를 시작했다.
제시카는 1학년 결투평가에서 시몬에게 굴욕적인 패배를 맛보았고, 최근 결투평가에서는 ‘화학공장’까지 꺼내며 분발했지만 또다시 시몬에게 완패했다.
그에 맞게 질투 섞인 악담을 기대했지만.
-잘못이지. 차라리 개학식 때 결투로 회장직을 정하게 하든가. 일방적으로 시몬 폴렌티아를 끌어내린 건 충분히 잡음이 나올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해. 아, 근데 혹시 시몬이 나에 대해 뭐라 말 안 했어?
그녀는 홍조를 띤 채 머리를 쓸어넘기고 있다. 이 인간은 오히려 최근 결투평가 때문에 시몬에게 호감 어린 감정을 품은 것 같다. 글렀다.
바로 세 번째로 넘어간다.
같은 2학년 소환학과의 ‘화이트’.
3대 네크로맨서 학교인 모이란에서 넘어온 편입생이다. 시몬이 은근히 그를 신경 쓰고 있고, 이것저것 부딪히는 일이 많다는 소문을 들었다.
그러나.
-…….
-어, 어떻게 생각하냐니까?
-…….
화이트는 멍한 얼굴로 하늘에 날아다니는 새만 바라볼 뿐이었다.
말이 통하지 않아 인터뷰에 실패했다.
“망했어.”
테이가 로체스트 길거리의 담벼락에 터억 등을 기댔다.
발락 학생회 측에 힘을 실어줄 기사를 써야 하는데, 3학년은 몰라도 1학년과 2학년들은 우호적인 의견이 거의 없었다.
부부장 질버버그가 말했다.
“시몬 폴렌티아를 보는 여론이 이 정도로 좋을 줄은 몰랐네.”
테이가 쯧 하고 혀를 차며 말을 받았다.
“원래 별 구설수도 없었고, 이미지 하난 좋았잖아? 거기에 이번에는 발락이라는 강대한 적도 생겼어. 교내의 폭거에 못 이겨 회장직을 내려놓은 비운의 인물. 동정여론도 한몫하겠지. 대중은 지고 있는 쪽에 과몰입하는 경향이 강해.”
하지만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고객님의 입맛에 맞는 기사를 쥐어짜 내는 게 기자의 사명 아니겠는가.
테이는 수첩을 들여다보았다.
“어쩔 수 없지. 3학년 인터뷰는 그대로 쓰고, 1학년과 2학년은 익명을 강하게 요구한 누구누구라고 써넣은 뒤에 발락 학생회를 지지하는 의견을 우리가 대충 맞춰 적는 쪽으로…….”
“어, 저기.”
질버버그가 앞을 가리켰다.
“헥토르 아냐?”
“뭐?”
테이가 퍼뜩 고개를 들었다.
일명 ‘시싫모’의 핵심 중의 핵심. 1학년 첫날부터 사사건건 싸우고 부딪히던 시몬 폴렌티아의 라이벌이자 대항마.
2학년 소환학과 대표 헥토르 무어.
몇 번이고 인터뷰를 제안하는 편지를 보냈지만 아예 답장도 받지 못한 거물이었다.
“모두 따라와!”
테이가 신문부 부원을 데리고 헥토르에게 몰려갔다. 헥토르는 수업 준비물을 사러 로체스트에 들른 건지 패거리들을 이끌고 걸어가고 있었다.
“헥토르! 잠깐만!”
테이가 이름을 불렀지만, 헥토르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테이가 잽싸게 뛰어가 헥토르의 앞을 척! 가로막았다.
“난 신문부의 테이야! 2분! 딱 2분이면 돼! 조금만 시간을 내줘!”
촬영기를 직접 든 질버버그가 그 뒤를 이었고, 나머지 신문부 부원들도 우르르 몰려왔다. 헥토르의 표정이 살벌하게 일그러졌다.
“꺼져라.”
그가 몸을 돌려 샛길로 빠져나가려는데.
“시몬 폴렌티아!”
헥토르의 걸음이 멈췄다.
그의 관심을 끄는 데 성공한 테이의 입가에 슬며시 미소가 번졌다.
“시몬 폴렌티아가 학생회장 자리에서 물러나고 발락 선배님이 새로이 자리에 올랐잖아! 이번 사태에 대해 뭔가 할 말 없어?”
“…….”
“소문으로는 너도 회장이 된 시몬을 견제하기 위해 2학년 학과대표직을 수락한 거라며? 네가 생각해도 이번 일은…… 컥!”
신문부 학생들이 놀란 소리를 내뱉었다.
헥토르가 순간적으로 몸을 돌려 테이의 목을 붙잡은 것이다.
“버러지 따위가.”
이내 한 손으로 테이를 들어 올렸다.
“네놈이 뭐라고 감히 내게 말을 거는 거냐.”
“커헉! 컥!”
어느새 헥토르의 한쪽 동공이 용의 눈처럼 일자로 바뀌어 있었다.
“자, 잠깐만! 크흡! 숨을 못 쉬겠……!”
헥토르는 테이를 번쩍 치켜들더니 근처의 노점에 내동댕이쳤다. 와장창! 소리와 함께 노점이 박살 나고 안에 있는 소스나 설탕 따위가 테이의 얼굴과 교복에 묻으며 엉망이 됐다.
“테이 선배님!”
“이게 무슨……!”
헥토르가 거칠게 팔을 휘둘렀다. 츠팟! 하는 소리와 함께 용의 비늘들이 표창처럼 날아가, 마력 촬영기 중간에 박혀 있는 메모리얼 수정구의 사이에 파고들었다.
이내 헥토르가 팔을 잡아당기는 시늉을 하자, 촬영기의 메모리얼 수정구가 뽑혀 나와 그의 손안에 들렸다.
“개똥 같은 기사나 끄적거리는 쓰레기들에게 더 할애할 시간은 없다.”
콰직!
그가 손의 악력만으로 메모리얼 수정구를 부숴 버렸다. 파지직 소리와 함께 마나가 튀어 오르며 뿌연 연기가 흘러나왔다.
“한 번만 내 눈에 띄면 그때는 진짜로 죽인다.”
의도하지 않게 흘러나오는 드래곤 피어에, 1학년 부원들은 파리해진 얼굴로 뒷걸음질 쳤다.
쯧 하고 혀를 찬 헥토르가 노점상 주인 쪽으로 돈뭉치를 던진 다음 등을 돌려 걸어갔다.
“가자.”
그가 걸음을 옮기고, 헥토르의 파벌들이 뒤따라 걸으며 낄낄댔다.
“낄 때 껴야지. 하필이면 헥토르의 기분이 최악일 때 오네.”
“신문부 니들, 적당히 나대라. 지켜보고 있다.”
헥토르 일행이 떠나고, 끈적끈적한 소스로 얼굴이 범벅이 된 테이가 엉금엉금 기어 나왔다.
“……하아, 씁.”
문득 자신의 처지가 서글퍼진 그가 한숨을 푹푹 쉬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라이벌이 몰락했으니 좋았을 거면서, 왜 나한테 지랄이야.”
* * *
웅성 웅성!
밖이 유난히 소란스러웠다. 마침 로체스트의 작은 카페에 내려와 있던 시몬이 창밖을 바라보았다.
“무슨 일 있나?”
“잘 모르겠네.”
그리고 우아하게 딸기 음료를 마시고 있는 검은 머리카락의 소녀.
로레인이 눈을 뜨더니 빙그레 웃었다.
“방학 동안 잘 지냈어? 시몬.”
불과 몇 미터 떨어지지 않은 장소에서, 두 사람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