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779)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779화
이렇게 사태가 커지는 상황은, 시몬으로서는 뜻밖의 일이었다.
첫날에 키젠본부 직원을 만나서 이야기를 들은 뒤, 학생회 멤버들을 모아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다들 예상했던 상황이라 그런지 태연하고 덤덤한 반응이었다.
-차라리 잘됐어. 학생회 일 하느라 필기 성적도 조금 떨어졌는데, 이 기회에 맘 잡고 공부나 할 거야.
메이린이 말했다.
-저도 학생회 일로 바빠서 동아리 출석을 거의 못했거든요! 동아리에 조금 더 집중해 보려고요!
카미바레즈가 손뼉을 쳤다.
-이걸 이렇게 봉인을 풀어주네? 공무하느라 철수시켰던 사업들 다 끌어온다!
딕도 한마디 거들었다.
다들 새롭게 얻은 시간 동안 무엇을 할지 이야기를 하면서 웃음꽃을 피웠다. 어차피 한 학기를 쉴 뿐이고, 3학년 때는 다시 시몬이 학생회장이 된다니 마음도 편했다.
멤버들은 일주일에 세 번씩 그룹 스터디를 열고, 다 같이 모여서 공부하기로 했다.
-네 명 전원이 모이는 게 중요하지, 꼭 학생회실에 가는 게 아니어도 괜찮잖아?
-저는 찬성이에요!
그렇게 다시 네 사람이 모일 구실도 만들었으니, 문제 될 건 없었다. 그런데 당사자인 시몬 일행들보다 다른 학생들이 더 난리가 난 것이다.
아무래도 학생회장이었던 시몬의 인망이 큰 상태에서, 전후 사정에 대한 설명을 듣지 못한 채 시몬이 쫓겨났다는 사실만 듣고 분노가 더더욱 커진 것 같았다.
쪼르륵-
빨대로 딸기 쉐이크를 마시며 시몬의 이야기를 듣던 로레인이 이내 작게 한숨을 쉬었다.
“미안해, 내가 막아주지 못해서.”
“아냐, 아냐.”
시몬은 손사래를 쳤다.
아무리 키젠 총장의 딸이라고 해도, 어디까지나 학생 신분인 로레인이 교수진 회의에 영향력을 끼칠 수는 없었을 것이다.
“난 차라리 이렇게 된 게 다행이라고 생각해.”
시몬은 자신의 다리를 바라보았다. 일상생활에는 지장 없고 걸을 수도 있지만 완전히 부상에서 회복된 건 아니다.
여전히 간헐적으로 지끈거리고, 달리면 통증이 있다.
이런 몸으로 발락의 도전을 받았으면 필패였으리라. 물론 정상 컨디션으로도 승리는 장담하지 못한다.
“도전받는 쪽보다는 도전하는 쪽이 낫겠지. 그리고.”
선배들의 말에 따르면, 2학년 2학기는 키젠 학생의 전성기다.
개인차는 있을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키젠 3년 중에서 가장 많이 배우고, 가장 강해지는 때다. 대체로 이 시기에 강해진 학생들은 졸업할 때까지 높은 순위를 쭉 유지한다.
반면 2학기 때 충분히 강해지지 못한 학생들은, 밑에서 치고 올라온 저순위 학생들에게 석차가 역전되는 경우도 빈번했다.
시몬도 잠시 학생회에서 내려온 김에, 이번 2학기에 온전히 집중할 생각이었다.
급선무는 맹독학의 저항계와 본드래곤 제작. 이 두 가지를 갖추는 게 우선이다.
“본 드래곤이라. 너답네.”
이야기를 들은 로레인이 눈을 감았다.
“3학년들 중에서도 본 드래곤을 운용하는 학생은 없는 걸로 알고 있어. 쉽지 않을 도전일 텐데, 괜찮을까?”
시몬이 고개를 끄덕였다.
“쉽진 않겠지만 해낼 거야. 본 드래곤 재료를 보내주신 네프티스 님과의 약속이니까. 드래고니안 제작으로 용의 마법에 자신감이 붙기도 했고.”
로레인이 눈웃음을 지었다.
“응, 시몬이라면 가능할 거야.”
어쩐지 부끄러워진 시몬이 멋쩍게 뺨을 긁으며 화제를 돌렸다.
“로레인 넌 요즘 어때?”
“나? 나야 뭐.”
그녀가 목에 찬 초크 목걸이에 손을 얹었다.
막강한 이능 사용자인 로레인이, 평범한 학생들처럼 수업에 집중하게 만들기 위한 네프티스의 자구책. 이능을 봉인하는 목걸이다.
동시에 학기 중에는 권력도 제한되어서 교내에 영향을 끼칠 수도 없다.
“방학 때는 이걸 벗을 수 있으니까. 맘껏 이능을 사용하면서 적과 싸우고, 또 키젠본부에 가서 눈도장을 찍기도 했어.”
“많이 바빴겠네.”
“응. 그런데.”
그녀가 다시 손을 내려놓고 컵을 쥐었다.
“엄마가 왜 이능을 봉인하고 학교생활을 해보라고 하셨는지 알 것 같아.”
로레인은 선천적인 강자다. 그냥 소환수에 이능을 부여해서 보내기만 하면 그 전투는 끝나 있다.
더 강한 소환수를 만들 필요가 뭐가 있고, 디테일에 집착할 필요가 무엇 있겠는가.
강해질 이유나 욕심조차 찾을 수 없는 상태. 그녀는 긴 시간 동안 정체되었다.
하지만 학교에서 이능을 봉인당한 채 수업을 따라가기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니다 보니, 실전에서 이능을 사용할 때도 부족한 점을 파악하고 효율성과 속도를 개선하게 됐다.
전보다 더 강해졌다. 결국 그녀는 이능을 사용해 싸울 때보다, 이능을 봉인했을 때 얻은 게 더 많은 셈이다.
“잘됐네!”
시몬은 진심으로 제 일처럼 기뻐해 주었다.
두 사람은 여러모로 공통점도 많고 비슷한 점도 많다. 둘 다 말수가 많은 편은 아니었지만, 한번 말꼬가 터지니 그동안 쌓여 있던 이야기들을 실컷 나누었다. 대화가 끊이질 않았다.
카페 구석에서 그들이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며, 몇몇 학생들이 수군거렸다.
“저기 쟤들 시몬이랑 로레인 맞지?”
“진짜네.”
“……벌써 발락이랑 싸울 준비를 하는 것 같은데. 로레인을 끌어들일 셈인가.”
워낙 이번 학생회장직 이슈가 강해서 그런지, 뭐만 하면 그쪽으로 연결되는 경향이 있었다.
결국 시선이 부담스러웠던 시몬과 로레인은 조금 더 조용한 곳을 찾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 * *
한편, 키젠 캠퍼스에서는 심상치 않은 사태가 벌어지고 있었다.
“시몬 폴렌티아 선배님을 학생회장으로 복귀시켜 주세요!”
“부당한 처사에 대해 해명하라!”
이번 학생회장 이슈로, 들불처럼 일어난 1학년들이 피켓시위를 벌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들은 학생회관이나 교수회의실 근처에서 피켓을 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살아남기 바쁜 1학년들이 이렇게까지 교내 일에 관심을 갖고 목소리를 내는 건 흔치 않은 일이었다. 교수들도 예상외의 강력한 반발에 당혹스럽다는 반응이었다.
“…….”
그리고 최전선에서 싸우는 1학년들의 모습을, 빈 강의실에서 지켜보는 시선들이 있었다.
“진짜 열심히 하네.”
“그러게.”
바로 2학년들이었다.
기본적으로 2학년들과 1학년들의 상황은 달랐다.
1학년들은 대부분 1학년 캠퍼스 안에서만 활동하고, 그 안에서 철저히 보호받기에 동아리 활동 외에는 다른 학년들과 마주칠 일이 잘 없다.
반면 2학년들은 학과생활을 하고 3학년과 같은 기숙사를 쓴다. 늘 마주치는 3학년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몇 2학년들은 움직이려 하고 있었다. 그중에 주축이 되는 건 작년에 시몬과 같은 반이었던 1학년 A반 학생들.
“동기가 그런 일을 당했는데, 우리 2학년은 어쩜 이렇게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이렇게 없을까?”
“찍히기 싫어서 그렇겠지.”
A반에서 일명 ‘반장’으로 통했던 제이미 빅토리아.
시몬이 랭거스틴에서 만난 첫 학생이자, 사령학을 전공하는 신디 비바체.
“…….”
그리고 침묵을 지킨 채 상석에 떡 하니 앉아 있는 맹독학 전공의 클라우디아 멘지스.
바로 이 세 사람이 주축이었다.
그 외에도 다른 A반 출신들이나, 시몬과 말 한번 섞어본 적 없지만 동기애를 발휘해서 모인 학생들이 회의실에 가득했다.
“진짜 할 거야? 클라우디아.”
신디가 말했다.
“더럽고 치사해도 3학년은 3학년이야. 앞으로 반년만 더 참으면 우리 시대가 오는데, 그냥 뒤로 욕하면서 넘기는 게 좋지 않을까?”
“…….”
클라우디아가 자리에서 일어나 창문 쪽으로 걸어갔다. 그러고는 1학년들이 피켓을 흔드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영 마음에 안 들어. 1학년 쟤들 말야.”
“응?”
클라우디아가 주먹을 불끈 쥐었다.
“피켓은 가독성이 생명이야! 검은 바탕에 노란색 글씨, 혹은 흰 바탕에 빨간색 글씨! 눈에 띌 수밖에 없는 색 배치로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아야 해.”
“어어, 어?”
“복장도 문제네. 통일된 유니폼은 단합과 유대를 상징해. 쉽게 물러나지 않을 것 같은 인상을 주지. 그리고 다짜고짜 아무도 없을 학생회관이나 교수회의실에서 시위할 게 아니라, 우선 유동인구가 많은 곳으로 가서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우리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해야 해. 그 뒤에 교수들이 퇴근할 때나 학생회가 들어올 때 여기 오는 게 영향력과 동선에서 유리해.”
클라우디아는 묻지도 않은 이야기를 줄줄 읊기 시작했다.
“단순히 피켓시위 말고 강의실이나 기숙사를 돌면서 서명을 받는 것도 좋아. 우리의 뜻에 동의하는 사람이 이만큼 있다는 걸 어필할 수 있으니까. 그냥 입으로 저렇게 외치면 금방 목이 상하고 지칠 거야. 확성 수정구도 빵빵하게 준비해 놔야 할 것 같네. 가장 좋은 건 기자들을 끌어들이고, 학생 일동이라는 이름으로 학부모들에게 보낼 통지서를 인쇄하면 어른들도 움직일 수밖에 없을 거야. 그나마 키젠 교수들이 무서워하는 게 학부모들이거든. 그리고 또…….”
갑자기 시위 전문가의 강의가 시작됐다.
제이미는 웃으며 그녀의 어깨를 때렸다.
“역시 경험자는 다르네!”
클라우디아 멘지스는 성적이 조금 뛰어난 편인, 세상 어디에서 있는 평범한 학생이다.
하지만.
처억!
“가자.”
키젠 300년 역사상 최초로 교수 임용 보이콧을 주도한 인물.
당돌하게도 학교에서 별야를 내쫓으려 했던 1학년.
흔히 말해 시위의 여왕이었다.
“우리가 학교를 바꿀 수 있을지 없을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우리도 눈이 있고 귀가 있다는 걸 증명해야 해. 여기서 침묵한다면 학교는 더더욱 자기 멋대로 굴 거야.”
그녀가 언제 준비했는지 머리끈을 이마에 척 묶었다.
“시몬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하자!”
오오!
모여 있는 동지들이 팔을 들어 올리며 환호했다. 신디 비바체가 킥킥댔다.
“이렇게 ‘진짜’가 나서는구만.”
* * *
클라우디아 일행의 합류로, 1학년 학생들의 피켓시위도 더더욱 급물살을 탔다.
노하우를 가진 2학년이 있고 없고의 차이는 컸다.
순식간에 임시 조직도가 완성되고, 각 명령을 효율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지휘체계가 생겼다. 구성된 팀들은 유동인구가 많은 장소 위주로 돌면서 시위를 주도했다.
그 영향력이 화끈하게 달라졌다. 총사령관 자리에 앉은 클라우디아가 상황에 맞게 척척 지시를 내렸다.
“너희 조는 분수대 위주로 돌아줘. 서명을 받을 수 있다면 서명을 받고.”
“네!”
“물론 서명을 강요하거나, 확성 수정구의 볼륨을 높여서 사람들의 눈살이 찌푸려지게 하면 안 돼. 이건 여론전이야. 반드시 그들을 우리 편으로 만들겠다는 생각보다는, 일단은 우리가 무슨 주장을 하는지 알린다는 느낌으로. 무슨 말인지 알지? 각 지점을 모두 돈 다음에 5시까지 다 같이 모여서 학생회관으로 가자.”
그녀가 탕! 하고 테이블을 내리쳤다.
“첩보에 따르면 이 시간이 발락 선배의 첫 출근날이라니까. 그때 모이는 거야.”
1학년들이 존경심 가득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 선배님!”
“출발해!”
시위대는 로크섬 캠퍼스 전역을 돌며 시위를 시작했다.
특히 클라우디아가 학부모들에게 보낼 서신을 준비하고 있단 말에, 3학년 교수들이 펄쩍 뛰며 하수인들을 보내 서신을 압수하러 들이닥치기도 했다.
그러나 그 소문은 페이크. 서신은 가짜 서신이었다.
그리고 하수인들이 들이닥쳐 서신을 압수하거나 불태우는 장면만 클라우디아가 준비한 메모리얼 수정구에 찍혀 버렸고, 역으로 그 사진을 학생들에게 뿌리며 여론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결국 눈 한번 꿈쩍하지도 않을 것 같던 3학년 교수진이 클라우디아에게 대화를 청해오기도 할 만큼 상황에 진전을 보였다.
또한 이 상황은 3학년들에게도 전해졌다.
-시몬 폴렌티아가 움직였다!
-작년에 별야 교수 수업 보이콧을 주도했던 독종이 주도자라는데, 어떻게 끌어들인 거지?
정상 수업이 시작하기도 전에 학교가 들끓고 있었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발락의 귀에도 들어갔다.
후우우우우-
맹독학과 지하.
독이 들끓는 가마솥 안에 들어간 남자가 독의 숨결을 내뱉고 있었다.
“아, 아무튼 그렇대.”
전신 보호복에 마스크를 쓴 한 학생이 보고를 마쳤다.
첨벙!
발락이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