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809)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809화
후우우우우우-
시몬은 가부좌를 틀고 눈을 감은 채 집중했다.
홍펭이 가르쳐 준 명상법.
단시간 집중력을 최고로 끌어올리는 방법이다. 머릿속에 이미지한 청아한 종소리가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들리지 않게 될 때.
눈을 뜨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전개.’
이질적인 고대의 언어로 구성된 용의 마법진이 전면에 펼쳐진다.
딸그닥!
절걱!
바닥에 떨어져 있던 커다란 뼈들, 정확히는 뼈 안에 있는 용의 인자들이 반응하여 마법진으로 날아와 자리를 잡는다.
마치 마법의 설계도 안으로 뼈들이 들어와 스스로 조립되는 것 같은 광경이다. 기다란 몸통이 먼저 이루어지고, 팔이 짜 맞춰지고 다리가 끼워진다.
그러나.
달그락! 달그락!
용의 인자 함유량이 작은 뼈들이 이음새가 되어주기도 전에 흔들리기 시작했다. 시몬이 집중력을 그쪽으로 쏟으니 다른 부위가 흔들린다.
우르르르르!
결국 모든 뼈들이 공중에서 무너져내렸다. 시몬이 한숨을 토해내며 자리에 엎어졌다.
“흠.”
한 손은 여전히 부목에 댄 채, 다른 한 손으로 시계를 붙잡고 있던 소환학 교수 아론이 고개를 끄덕였다.
“3분 50초, 수고했다. 완성은 못 했지만 시간이 많이 단축됐군.”
“감사합니다!”
시몬이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꾸벅 숙였다. 아론은 잠시 그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말했다.
“처음에 앉아서 하던 건 뭐지?”
“명상법입니다! 마투학의 홍펭 교수님이 가르쳐 주셨어요.”
“그렇군.”
효과가 좋아 보이는데 커리큘럼에 넣어야 하나 하고 아론이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시몬은 개운하게 웃으며 수건으로 땀을 닦았다.
후우우우우우웅!
마침 하늘에서 헥토르가 돌풍을 일으키며 내려왔다. 평소보다 더 커다란 날개가 흙먼지를 일으키며 펄럭이고 있었다.
하지만 헥토르의 표정은 그다지 만족스러워 보이지 않았다.
“헥토르 무어, 새로운 날개 적응에 시간이 걸린다고 조급해하지 마라.”
아론이 다시 타이머를 꾹 누르고 말을 이었다.
“15분 37초. 이 정도면 충분히 잘하고 있다.”
“예, 교수님.”
교수 앞에서는 공손하게 꾸벅 고개를 숙인 헥토르가, 바닥에 퍼질러 있는 시몬을 보고는 인상을 구겼다.
“질긴 새끼, 아직도 포기 안 했나.”
“당연하지.”
시몬이 웃차 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용의 마법, 데스나이트 두 가지 모두 해낼 거야.”
쯧.
헥토르는 혀를 차며 고개를 돌려 버렸다. 아론이 오늘 기록을 문서에 기입하고 있는데 시몬이 슬쩍 입을 열었다.
“아론 교수님.”
“뭐지?”
“화이트는 안 왔나요?”
아론이 정한 세 명의 직속제자는 시몬, 헥토르, 그리고 화이트였다.
아론은 매그너스를 닮은 화이트를 신경 쓰고 있는 눈치였지만, 어쩐지 그를 직속제자로 임명했다.
“부르긴 했지만, 오라고 해도 안 올 녀석이다.”
아론은 그렇게 대꾸하며 서류를 작성해 나갔다.
그사이 시몬과 헥토르는 조금 떨어진 곳에 앉아 수통으로 수분을 보충했다. 어쩐지 어색한 분위기가 흘렀다.
“수업에서는 데스나이트 제작, 직속제자 수업에서는 각자의 오리지널 훈련. 물론 다 좋지만-”
이내 깃펜을 쥔 손을 늘어뜨린 아론이 두 직속제자를 보며 말을 이었다.
“슬슬 이번 2학년 단체시험도 대비해 둬야 할 거다.”
최근의 가장 큰 이슈를 꼽으라면, 학기 시작부터 예고됐던 ‘2학년 단체시험’이었다.
특히 단체시험은 지금 당장 닥친 일정이고, 데스나이트나 본 드래곤을 완성하기 전에 시작될 일정이다. 지금의 역량만으로 시험을 치를 게 아니라면, 따로 시간을 내서 준비해야 했다.
“혹시 준비해 둔 건 있나.”
아론의 물음에, 헥토르는 시몬 쪽을 힐긋 보더니 대꾸했다.
“예.”
짧은 단답.
시몬을 의식해서 그 이상의 내용을 말하지는 않았다.
이번엔 시몬이 말했다.
“저도 오늘 오후에 바닐라 그룹 측 사람들과 만나기로 했습니다.”
“……벤야 바닐라인가.”
아론이 옅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알겠다. 두 사람 다 도움이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이야기하도록. 다음 직속제자 수업은 단체시험 준비다.”
시몬과 헥토르가 각자 가방을 둘러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네!”
* * *
시몬도 이번 단체시험이 심상치 않다는 걸 느껴서 나름대로 대비는 하고 있었다.
소타 프쉬케가 뭔가 계략을 꾸미는 것도 그렇고, 특히 이번 단체시험 후보지 근처에 매그너스의 에이션트 언데드인 ‘라미아’가 숨어 있는 것도 심상치 않다. 우연이든 아니든 좋지 않은 징조였으니 대비하는 게 당연했다.
오후 수업을 일찍 끝마친 시몬은 바로 ‘돌연변이 동아리’ 방으로 뛰어갔다.
똑똑.
“시몬입니다.”
노크를 한 후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가니, 자리에 이미 앉아 있던 늘씬한 키의 3학년 여학생이 환호하며 반겨주었다.
“어서 와, 제군아!”
현 3학년 전체 6위, 벤야 바닐라.
각종 언데드 관련 재료를 취급하는 바닐라 그룹의 후계자였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그렇게 말한 시몬이 벤야의 옆을 가리켰다.
“그런데 옆에는 누구…….”
“아, 인사드려.”
벤야의 옆에 앉아 있던 건장한 성인 남성이 몸을 일으켰다. 선이 굵고 투박한 외모에, 허리에는 밧줄처럼 생긴 띠를 두르고 있었다.
“바닐라에 소속되어 있는 언데드 장인, 카를로 경이셔.”
“처음 뵙겠습니다!”
카를로가 금니를 드러내며 씩 웃었다.
“카를로라고 합니다! 카를이라고 편하게 불러주시지요.”
“아, 넵. 시몬 폴렌티아입니다.”
“아가씨와 다른 장인분들께 이야기 많이 들었습니다! 하하하!”
바닐라 그룹의 장인들과 시몬은 이런저런 인연이 있었다.
1학년 시절에 시몬의 해양 언데드 ‘데이모스’를 제작해 주기도 했고, 오버로드의 아공간을 만들어주거나, 시몬의 첫 리치 제작에도 도움을 주었다.
이번에도 그 장인 중 한 사람이 시몬을 찾아온 것이다.
벤야가 방긋방긋 웃으며 말했다.
“일하러 키젠에 들르신 김에, 네 이야기를 하니까 이렇게 찾아와 주신 거야.”
“든든하네요!”
“응! 그럼 시작해 볼까? 시몬 폴렌티아 단체시험 대책 회의!”
짝짝짝!
벤야가 손뼉을 치자 카를로도 두꺼운 손바닥으로 물개박수를 치며 따라 했다.
어쩐지 죽이 잘 맞는 두 사람이었다.
“대책 회의라고 부를 정도로 거창한 일은 아닌데요.”
시몬이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중요한 일이지! 미래의 학생회장님을 위해 우리 바닐라가 한몫 거드는 협력체계니까 말야. 뭔가 생각해둔 건 있니? 최대한 제군이의 요구와 생각에 맞춰주고 싶은데.”
아직 시험의 테마나 컨셉이 확실히 발표된 건 아니었으니 고민이 됐다. 시몬은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우선, 거창하게 새로운 언데드를 또 준비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지금 준비하는 본 드래곤과 데스나이트로도 벅차니까요.”
본 드래곤과 데스나이트는 말에 장인 카를로의 입이 딱 벌어졌다. 그가 잠시 벤야를 바라보았고, 벤야는 두 손가락을 들어 올린 채 꿈틀꿈틀하며 2학년이 맞다고 확인해 주었다.
“이번에는 기존에 사용하고 있거나, 잘 쓰지 않게 된 소환수들의 개선과 강화에 집중하고 싶습니다.”
“역시 제군! 포인트를 제대로 짚었네!”
벤야가 시몬 어깨에 팔을 걸치며 말했다.
“그 소환수들의 예를 들자면?”
시몬이 조용히 중얼거렸다.
“개문.”
촤르르르르르륵!
바닥에서 아공간이 열리며 칼날로 이루어진 기다란 촉수들이 튀어나와 꿈틀거렸다.
시몬이 1학년 시절부터 자주 사용하던 ‘오버로드’였다.
“강력한 언데드긴 한데, 2학년이 된 이후로는 잘 안 쓰게 돼서요.”
1학년 시절에는 오버로드 하나만 잘 다뤄도 어떤 전투든 막힘없이 극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동급생들의 실력이 크게 오르고, 강한 적수도 많이 만나게 된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금속계열의 촉수 언데드! 인상적이군요. 관절이 이렇게 부드럽게 움직이다니!”
장인 카를로가 벌떡 일어나 오버로드를 만져보았다.
벤야가 다시 끼어들었다.
“그럼 제군이는, 오버로드를 왜 잘 안 쓰게 된 걸까?”
“제약이 있거든요. 사용하려면 제자리에 멈춰 있어야 하고, 사거리도 짧고, 아공간에서 꺼내서 움직이는 데까지 딜레이도 있어요. 특히 내구성이 아쉬워요.”
무엇보다 시몬이 성장했다는 점도 중요했다.
예전 같으면 오버로드를 꺼내 자신을 휘감게 해서 일일이 막았던 것도, 이제는 그냥 마투기로 피하거나 다른 흑마법으로 상쇄할 수 있었다. 물론 더 방어능력이 뛰어난 드래고니안이 있기도 했다.
“알겠습니다! 방어 기능을 조금 줄이더라도, 범용성을 높이고 조금 더 공격적으로 사용하고 싶다는 말씀이시지요!”
카를로가 기다렸다는 듯 가방에서 도식도와 모형도, 깃펜을 쫘아악 꺼내놓고는 신들린 듯이 모형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길이나 공격력은 바로 보강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내 그가 그린 모식도를 본 시몬의 입이 벌어졌다.
“이게 진짜 가능한 거예요?”
“장인에게 불가능이란 없습니다.”
“잠깐만요, 카를로 경. 이 구조면 아랫면 칼날이 바닥에 닿는 면적이 너무 커지고 빨리 닳을 것 같은데 이런 형태는 어떨까요?”
“아주 좋습니다, 아가씨!”
이내 흥분한 네크로맨서 세 명이 들러붙어 모식도에 마구 아이디어를 덧입히고 욕심을 내기 시작했다. 모식도의 규모가 점점 더 커지고 있었다.
“이러면 예산이 세 배인데 괜찮으시겠습니까?”
오버로드의 촉수에 멋들어진 갈기를 달려고 했던 시몬이 처음으로 움찔했다. 그러고는 조용히 X자를 치고는 슬쩍 벤야의 눈치를 보았다.
“서, 선배님. 제가 한 달 후에 자금이 들어오는데 그때 드리면…….”
다음 달에 칼로스 북부와의 마정석 광산의 발굴작업이 시작되고, 선금이 들어온다. 그걸로 메꿀 생각이었다.
“아, 물론이야! 돈 문제는 너무 신경 안 써도 돼.”
시몬이 바로 고개를 내렸다.
“그럼 갈기를 살리죠.”
“그보다는 포신을 넣는 건 어때?”
시몬과 벤야가 경쟁하듯 오버로드에 뭔가를 달려고 하자, 카를로가 하하하 웃었다.
“있어도 사용하지 않는 기능을 여럿 넣는 건 좋지 않습니다. 소환수를 꺼냈을 때 기대할 수 있는 기능 딱 한두 가지에 집중하는 걸 추천드리지요.”
그렇게 간이 오버로드 개선안이 완료됐다.
카를로는 오버로드의 내부도 보고 싶다고 했다. 시몬은 고개를 끄덕이며 아공간을 열어서 오버로드의 본체까지 보여주었다.
“개선된 오버로드를 효과적으로 운용하려면, 아공간도 바꿔야겠군요.”
이어서 카를로는 간단한 테스트를 진행했다.
너무 고스펙 언데드를 만들어도, 정작 네크로맨서가 제대로 다루지 못한다면 문제였다. 카를로는 시몬의 언데드 운용이나 사념의 집중력 등을 평가한 뒤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학생회장직도 하셨던 분답네요. 아주 좋습니다.”
그렇게 오버로드 리메이크에 대한 결론이 났다. 시몬은 오버로드의 아공간 장비를 카를로에게 넘겨주었다.
“아, 그리고.”
시몬의 말에 두 사람의 고개가 돌아갔다.
“제 기술인 친위대를 조금 더 개선해보고 싶은데요.”
“!”
벤야와 카를로의 눈빛이 다시 한번 초롱초롱해졌다.
* * *
단체시험이라는 대형 일정을 앞두고,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우선은 오랜만에 ‘임무평가’ 시즌이 진행되었다. 학생들은 5박 6일이라는 시간 동안 로크섬 밖에 임무를 수행하러 다녀올 수 있었다.
시몬은 나중에 무리하는 한이 있더라도, 이번 임무평가는 가장 쉬운 ‘파란색 의뢰서’를 골랐다. 로크섬 내에서 간단한 임무 하나를 수행하고, 남은 시간은 단체시험 준비를 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다른 학생들도 비슷한 생각이었던 건지, 거의 절반에 가까운 학생들이 교내에 남아서 개인훈련을 진행했다.
그렇게 임무평가 시즌이 흘러가고 있는 사이, 각 교수들과 본부 직원들이 회의실에 모여 이번 ‘단체시험’에 대해 논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장소는 체논 섬이 좋지 않겠습니까.”
“예, 학생들의 전투 역량을 평가하기에 좋아 보이네요. 그 외에도 다른 교수님들의 의견이 필요합니다.”
본부 직원의 말에, 각 교수들도 하나둘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했다.
“…….”
부총장 제인은 상석에 앉아 가만히 의견만 듣고 있었다.
그러다 뒤쪽을 힐끗 바라보더니,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났다.
“네프티스 님께서 오십니다.”
그 말을 들은 모든 사람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내 총총거리는 발소리와 함께 아이스크림을 할짝거리며 네프티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다들 안뇽 안뇽!”
그녀가 손을 휘휘 흔들며 교수들에게 인사했다. 제인이 상석에서 물러나며 말했다.
“전선 일로 바쁘실 텐데, 이렇게 직접 오실 줄 몰랐습니다.”
“그래도 내가 총장인데, 회의에는 당연히 와야지!”
네프티스가 폴짝 자리에 앉았다.
“자, 어디까지 이야기하고 있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