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810)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810화
“후우우우우움-”
네프티스는 자신의 키만 한 의자에 앉아, 짧은 다리를 종종 흔들며 시종일관 굳은 얼굴로 서류를 훑어보고 있었다.
“우으으으으음-”
뭔가 마음에 안 드는 듯 눈에 힘을 줬다가, 볼을 부풀렸다가, 입술을 삐쭉 내밀었다가, 앉는 자세를 바꾸는 등 정신 사납게 굴었다.
뒤에서 기립해 있던 제인의 눈썹이 꿈틀했다.
“허흐흐흐흠-”
“그만 정신 사납게 굴고 말씀을 하시죠.”
“알았어, 알았어.”
네프티스가 제인을 향해 혀를 삐쭉 내밀어 보이고는, 자리에 앉은 교수들을 보았다. 이내 손에 든 서류를 휘휘 흔들었다.
“이거 다 진짜야? 웅웅? 우리 329기 애들 왜 이래?”
“…….”
회의장에 온 교수와 본부 직원들은 말을 아꼈다.
네프티스가 팔랑거리며 서류 한 장을 넘겼다.
“남의 수행평가 재료를 훔치질 않나, 실험 소품에 저주를 걸지 않나. 게다가 이번 임무평가 때는 학생 간 교전에 의도적 임무 방해까지. 중징계 건이 왜 이렇게 많은 거야? 그리고 진술서를 보면 하나같이 공통된 진술이야.”
타악-
그녀가 서류를 내려놓았다.
“내가 살아남기 위해 남을 떨어뜨리고자 했다.”
“…….”
정적이 내려앉은 그때, 턱을 괴며 한 마디 툭 내뱉는 사람이 있었다.
“뭐, 문제 될 거 있수? 키젠은 원래 경쟁이 미덕이잖아.”
“별야 교주!”
홍펭이 제지하려 했지만 별야의 말은 계속됐다.
“세상은 약육강식이고, 약한 자는 도태되는 거야. 당한 쪽이 잘못이지.”
“굳이 저런 뉘앙스로 말할 필요는 없겠지만, 취지에는 동의해요.”
2학년 사령학과 담당교수, 스테이시 세잔이 입을 열었다.
“키젠이 대륙 최고의 교육시설이고, 대륙에서 가장 뛰어난 네크로맨서만을 배출해 내는 비결은 ‘극한의 경쟁’이죠. 치열한 경쟁을 통해 학생들을 담금질하고 단련시켜 최고의 걸작으로 졸업시키는 것이야말로 저희들의 역할입니다.”
가만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네프티스가 이번에는 소환학 교수인 아론을 바라보았다.
아론이 슬쩍 시선을 돌리려 했지만 네프티스가 헤헤 웃으며 집요하게 그를 노려보았다.
아론은 하는 수 없이 부스스한 머리를 쓸어내리며 말했다.
“경쟁에는 순기능도 있고 역기능도 있습니다. 다만 최근에 일어난 몇몇 2학년들의 행동은 지나치다고 생각합니다.”
사기와 속임수를 부려도 걸리지만 않으면 된다는 의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팽배해졌다.
애초에 키젠 교수가 감독관으로 들어오는 중간고사나 기말고사, 본부 직원이 진행하는 대형 시험 등은 조작이 힘드니, 임무평가처럼 완전히 학교 밖에 나가 있는 시기에 학생들의 고삐가 풀리는 경향이 있었다. 찾아가서 경쟁자를 억제하려 시도한 경우도 있었다.
“저도.”
홍펭도 선하게 웃는 얼굴로 발언했다.
“경쟁짐과 이기짐을 혼동하는 학쟁들이 있다고 봅니다.”
교수들의 이야기를 들은 네프티스가 생긋 웃으며 서류를 내려놓았다.
“알았어! 너희들의 이야기는 머릿속에 넣어둘게. 자! 애초에 무슨 이야기하러 모였더라?”
“…말씀드렸잖습니까. 이번 2학년 단체시험의 장소를 논하는 자리입니다.”
제인이 그렇게 대답하며 한 교수에게 눈짓을 보냈다. 키가 훤칠한 노년의 교수가 제인의 눈짓을 캐치하고는 빠른 걸음으로 앞에 나왔다.
프레스턴 패튼.
2학년 혈류학과의 담당교수였다.
“지금부터는 이 늙은이가 설명드리지요, 네프티스 님. 이쪽 화면을 봐주시겠습니까, 감사합니다.”
그가 손짓하여 마나스크린을 작동시켰다.
마나 스크린에 세 가지 섬의 모습이 떠오르자 네프티스가 눈을 초롱초롱하게 빛냈다.
“여덟 군데 후보지 중에, 교수진과 본부 직원들의 의논하여 세 곳으로 추려보았습니다. 그중 저는 이곳을 추천합니다.”
한 섬의 지도가 커지며, 섬에 대한 상세한 설명과 자연환경, 기후, 출현 몬스터 등의 설명이 나타났다.
“기단 섬은 오우거의 대규모 군락지입니다.”
그가 손을 뻗었다.
“섬의 동식물 하나하나가 인간에게 극도로 치명적입니다. 도저히 인간이 살 수 없는 극한 환경이지만 학생들도 이제는 고위험군의 대형 몬스터들을 상대할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섬에 학생들이 떨어지는 순간부터, 학생들은 난쟁이가 된 기분으로 도망치며 생존해야 할 겁니다. 그리고.”
지도가 넓어지며 근처의 다른 섬들도 비추었다.
“목적지는 조금 더 떨어진 섬으로 잡을 생각입니다. 이곳에 ‘로드 오우거’가 있으니 이 몬스터를 잡는 학생에게 가장 높은 성적을 부여하는 겁니다. 그리고 섬에서 섬으로 이동하는 건 학생들의 재량에 맡겨야겠죠. 해양 몬스터들이 많으니 뗏목으로 건너는 건 힘들 겁니다. 오우거를 언데드화해서 건너는 등 다양한 레퍼토리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그가 고개를 돌렸다.
“어떻습니…… 까?”
쿨쿨-
네프티스가 고개를 꾸벅꾸벅 숙이며 졸다가 이내 ‘아’ 하고 웃었다.
“별로야!”
“예?”
옆자리의 스테이시 세잔이 입가를 가리며 웃었다.
“대형 몬스터가 출현하는 전장. 어떻게든 본인 학과에 유리한 환경을 밀어붙이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지만, 세상사 마음대로 되지 않죠.”
“커, 커흠!”
“네프티스 님!”
당차고 할 말은 하는 성격으로 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은 중년 여교수, 스테이시 세잔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저는 세린 섬을 추천드립니다. 대형 몬스터 사냥과 극한의 환경만으로는 학생들의 역량을 판단할 수 없습니다. 세린 섬에는…….”
네프티스가 제인으로부터 세린 섬 서류를 받아 훑어보더니 휙 던지며 말했다.
“별로야!”
“…….”
스테이시가 입을 일자로 다물었고, 프레스턴은 슬쩍 미소를 머금었다.
네프티스는 아예 제인으로부터 모든 섬의 자료를 훑어보더니 휙 휙 머리 뒤로 넘겼다.
“여기도 별로! 저기도 싫어!”
마치 장난감 가게에서 떼쓰는 아이처럼, 후보지를 휙휙 던져 버리는 네프티스의 행동에 2학년 교수진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이내 마지막 서류 한 장에서 그녀의 손이 멈칫하더니, 비로소 환하게 웃었다.
“나 여기가 좋아!”
그녀가 두 손으로 선택한 섬을 들어 올렸다. 그녀의 선택을 본 교수들이 한탄 같은 한숨을 흘렸다.
프레스턴 교수가 대표로 말했다.
“커흠, 네프티스 님. 그곳은 위험한 건 둘째 치더라도 학생들의 역량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을지 염려스럽습니다.”
네프티스가 고개를 돌렸다.
“제인!”
“예.”
“엔돌라스 보드빌의 스케줄은?”
엔돌라스 보드빌은 네프티스와 함께 ‘대륙 10대 미스터리’ 중 하나이자, 카드의 네크로맨서라는 이명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었다.
일명 ‘인스턴스 던전’을 만드는 이능을 가지고 있는데, 이 힘으로 키젠의 BMAT를 비롯하여 각종 교내 시험에 크게 관여했다.
제인은 수첩을 꺼내 스케줄 표를 훑어보다가 말했다.
“1학년 대형 시험 세트장을 만들고 있습니다만, 끝나자마자 바로 이쪽으로 와달라고 부탁한다면 어떻게든 시일에 맞출 수 있을 겁니다.”
“됐지?”
네프티스가 생글생글 웃었다. 교수들은 대답하지 않았지만 여전히 우려스럽다는 표정이었다.
그녀가 고개를 돌려 한 교수를 보았다.
“바힐은 어떻게 생각해?”
회의장에서 가만히 침묵을 지키며 깃펜으로 뭔가를 끄적이기만 하던 저주학 교수, 바힐 아마가르.
사실상 2학년 교수진에서 부총장인 제인 다음으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이었다.
‘바힐 교수! 저주학과에 불리한 전장이지 않은가!’
‘다른 곳으로 하라고 해요!’
프레스턴과 스테이시 교수가 바힐을 노려보며 입을 뻐끔거렸지만, 바힐은 여전히 자신의 노트에 시선을 떼지 않은 채 무심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괜찮지 않겠습니까.”
그 두 교수가 푸욱 한숨을 쉬었다.
네프티스가 빵긋 웃으며 손뼉을 짝 쳤다.
“그럼 여기로 결정! 앤돌라스 보드빌이 합류하는 대로 시험 계획 짜서 나한테 보고해! 아, 그리구!”
“?”
“시험 당일에 내가 엄청엄청엄청 중요한 룰을 하나 발표할 거야!”
제인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게 뭡니까.”
“너희들에게도 말 안 해줄 거야! 반대할 게 뻔하니까.”
이 인간 또 시작이다. 제인이 지끈거리는 이마를 짚었다.
스테이시가 얼른 말했다.
“그, 그래도 학생들이 대비하려면 공지할 내용이 조금은 필요하지 않을까요?”
“그러네. 으음- 그럼 이렇게만 말해둘까.”
네프티스가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
“생존 혹은 승리!”
* * *
여전히 임무평가 시즌이 진행되고 있는 지금.
로크섬에 머물러 있던 학생들은 제일 먼저 해당 소식을 듣게 되었다.
시험 장소는 레흘론 군도.
테마는 ‘생존 혹은 승리’.
그리고 이번 단체시험에 대해 여러 추측이 많았지만, 이제 학생들은 1학년 때 치렀던 섬 생존평가와 비슷한 시험이라는 사실까지 알게 되었다.
처음부터 로크섬 내부에 있었거나, 임무평가를 마치고 돌아온 학생들은 즉각 단체시험 준비에 들어갔다.
“이야기는 들었지?”
그중에서도 로체스트에서, 두 학생이 자리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한 명은 전체 5위, 소환학과의 아세라즈 미켈이었다.
“시험 테마가 생존 혹은 승리라는 거?”
“아니.”
그리고 다른 한 명.
“신 학생회에서 제안한 이야기를 말하는 거야.”
전체 6위이자 맹독학과 대표.
통칭 ‘여왕벌’, 메르디아나.
마치 낙엽처럼 노란색과 붉은색이 뒤섞인 듯한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그녀가 음료에 꽂은 빨대를 휘휘 젓고 있었다.
아세라즈는 침묵을 지켰으나, 교복 주머니에는 학생회에서 보낸 그 편지가 들어 있었다.
“애초에 네가 소환학과에 들어간 목적대로, 시몬 폴렌티아를 잡았다면 상황이 달라졌겠지만.”
“…….”
아세라즈가 입술을 꾹 깨물었다.
“책망이라도 하려고 부른 거야?”
“책망이 아니라 수습하려고.”
그녀가 톡톡 하고 잔에 빨대를 두들겨 남아 있는 음료방울을 털었다.
“신 학생회 선배님들이 말씀하신 것처럼 상황은 간단해. 2학년 단체시험의 컨셉은 생존이야. 나중에 붙은 ‘승리’가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극한상황에서 살아남는 게 기본이겠지. 이번 시험에서 시몬이 끝장난다면 소환학과는 조금 더 네 뜻대로 굴려 먹을 수 있을 거야. 그리고 덤으로-”
그녀가 입꼬리를 올렸다.
“학생회장 자리는 공석이 되겠네.”
“…….”
가볍게 음료를 털어 마신 메르디아나가 몸을 일으켰다.
“가자.”
“어디를?”
메르디아나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반 시몬 폴렌티아 동맹을 만들어야지.”
* * *
첫 목적지는 저주학과 기숙사였다.
임무평가 기간이라 그런지 기숙사에 학생들이 적었다. 메르디아나는 1학년 시절 같은 반이었던 친구를 불러서 뭐라고 이야기했고, 이내 그녀의 안내를 받아 안으로 들어갔다.
“이 방이야.”
메르디아나와 아세라즈가 걸음을 멈추었다.
메르디아나는 방문에 붙어 있는 이름표를 보고 의아한 듯 물었다.
“원래 얘 혼자 지내는 거니?”
“아, 응. 원래는 룸메이트가 있었는데 도저히 같이 못 지내겠다고 해서…….”
달칵.
그녀가 방문을 열며 조용히 말했다.
“조심해. 특히 자고 있었다면 더더욱 주의하고.”
메르디아나와 아세라즈는 걸음을 옮겨 방 안으로 들어왔다. 아세라즈가 놀란 소리를 내뱉었다.
고오오오오오!
방 안의 침대와 커튼, 탁자와 테이블까지. 마치 무중력 상태에 온 것처럼 두둥실 떠올라 있었다.
“소문대로.”
메르디아나가 입꼬리를 올렸다.
“제 오빠의 힘을 각성했다는 건 사실인가 보네.”
“오, 오빠라면…….”
그리고 하늘에 떠 있는 침대에 잠옷 차림으로 누워 있는 작은 체구의 소녀.
그녀가 이불 속에서 눈을 번뜩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