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815)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815화
-퇴학이야.
네프티스는 그렇게 말해놓고는 미소지었다.
그 단어의 무게를 알고 있는 걸까. 찰나에 그런 생각이 들 만큼 그녀의 표정은 태연했다.
일대가 충격으로 고요히 가라앉으며 쥐 죽은 듯한 정적이 흘렀다. 이내 하나둘 학생들의 입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커지더니, 급기야 온갖 아우성이 터져 나왔다.
“거, 거짓말이겠지?”
“진짜 퇴학이라고?”
키젠 2학년 생활은 평화로웠다. 하루에 한 명 퇴학자가 나왔던 1학년 시절이었다면 납득했겠지만, 2학년인 지금에 와서 갑작스럽게 들고나온 ‘탈락 = 퇴학’ 룰은 모두를 충격에 빠트리기에 충분했다.
“……저, 정말로 퇴학시키려나.”
“키젠에서는 수석이고 특례급이고 가차 없이 퇴학당하는 거 몰라? 거기에 네프티스 님이 하신다면 당연히 그렇게 하겠지.”
학생들이 모두 혼란에 빠져 웅성거리는 가운데.
“…….”
“…….”
아세라즈와 메르디아나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시선을 주고받고 있었다.
‘이거 일이 훨씬 편해지게 됐네.’
메르디아나가 입꼬리를 올리고 있었다.
이내 학생들을 패닉 상태로 빠트린 네프티스가 고개를 돌렸다.
“준비해, 제인!”
“예.”
제인이 자리에서 떠나고, 네프티스가 학생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물론 시험 탈락이 곧 끝이라는 소리는 아냐! 생존 혹은 승리. 잊지 않았지? 화산성주를 잡으면 남은 시간과 관계없이 이 시험은 ‘학생들의 승리’로 끝나.”
학생들의 승리.
네프티스는 다른 부연 설명 없이 대뜸 그렇게만 말하고는 몸을 빙 돌렸다.
“그럼 시작할게!”
따악!
네프티스가 손가락을 튕겼다. 그 즉시 학생들이 앉은 의자 밑으로 마법진이 펼쳐지더니 그대로 공중에 두둥실 떠올랐다.
“이, 이대로 시작하는 거냐고!”
“아니, 잠깐만요!”
네프티스가 앙증맞은 두 팔을 휘휘 흔들며 공중으로 떠오른 학생들을 향해 인사했다.
“행운을 빌게!”
학생들의 몸이 그대로 눈부신 마법진의 빛과 함께 사라졌다.
* * *
“…….”
흐릿했던 시간 감각이 서서히 복구된다.
멍하니 부유하던 사고가 돌아오고, 쌉싸름한 풀냄새와 조금 먼 곳에서 파도치는 소리가 들린다. 시몬은 비로소 상체를 일으켰다.
“여긴…….”
아까 화면에서나 봤던 바로 그 레흘론 군도.
어느새 시몬은 바로 그 무대에 뚝 떨어져 있었다. 다섯 곳의 시작지점 중 하나였다.
주위를 둘러보니 바위가 가득 널려 있는 지형이었다. 근처에는 바다가 보이고, 저 멀리 중앙섬의 커다란 화산까지 보인다.
쿠르릉-
쿠르르르르-
금방이라도 끓어오를 듯 심상치 않은 소리를 내고 있다. 분화구에서 마그마가 올라왔다가 다시 내려가기를 반복하는데, 멀리 있어도 그 열기가 전해지는 것만 같았다.
고개를 꺾어서 완전히 위를 향하면, 하늘은 각종 화산 쇄설물로 새까맣다. 이런 곳에서 고공비행은 위험해 보인다.
‘화산 냄새.’
시몬이 지끈거리는 이마를 짚으며 일어나려는데, 발치에 뭔가가 채였다. 그것을 붙잡아 눈앞으로 가져와 보았다.
“이건…….”
제인이 처음에 설명했던 출력 장비였다.
[5분 후에 시험이 시작됩니다.] [안전을 위해 5분간 자리에서 대기해 주시길 바랍니다.]장비에서 안내음성이 들리고 있었다. 시몬은 그것을 왼손에 착용하고 풀리지 않도록 단단히 고정했다.
“그런데 이 책은 뭐지?”
펄럭.
출력장치와 함께 떨어져 있는 시험 가이드북.
저자는 ‘앤돌라스 보드빌’이라고 적혀 있었다. 페이지 수가 몇 장 없었지만, 앞서 미처 듣지 못한 설명과 세부룰 모두 이 책에 적혀 있었다. 시몬이 쓰게 웃었다.
“……세부룰 숙지도 못하게 하고, 이렇게 바로 현장으로 보내다니.”
키젠의 시험은 늘 승패에 관련된 ‘핵심룰’은 심플했다. 다만 자잘한 세부룰이 존재했는데, 이 세부룰의 디테일을 얼마나 이해하고 활용하느냐가 은근히 중요했다.
아무래도 세부룰을 파악한 다른 학생들과 의논할 시간을 주지 않으려는 게 출제자들의 의도가 아닐까 싶었다.
철저한 각자도생의 느낌. 아직 시험이 시작하려면 시간이 남았기에 시몬은 빠르게 가이드북을 훑었다.
“섬 생존평가 때처럼 포인트 제도가 있구나.”
이쯤이야 익숙하다.
몬스터를 잡거나, 혹은 특정 지역에 가면 빨갛게 반짝이는 빛무리 같은 게 떨어진다고 한다.
그것을 출력장비에 가까이 대거나, ‘회수’ 버튼을 누르면 자동으로 흡수되어 포인트로 환산된다고 한다.
다만 1학년의 섬 생존평가 때와는 달리, ‘포인트’는 성적에 반영되는 요소가 아니다.
‘구매에 쓰인다고?’
시몬은 출력장비를 켜보았다. 마나스크린이 펼쳐졌는데, 작은 글씨로 뭔가가 주르륵 적혀 있었다. 알고 보니 전부 포인트로 구매할 수 있는 물건의 리스트였다.
-초콜릿바 500P
-간이천막 3,600P
-선박 8.000P
간단한 음식이나 물에서부터, 천막, 주거지, 심지어 배까지 구매할 수 있었다.
“너무 좋은데?”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다.
1학년 시절의 섬 생존평가를 떠올려보면 진정한 의미에서의 ‘서바이벌’이었다. 물도 찾아 마셔야 했고, 집도 지어야 했고, 식량은 몬스터를 잡고 그 고기를 먹어야 했다.
하지만 이번 2학년 생존평가는 그런 부분에서는 수월하다. 학생들이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아도, 그저 포인트만 충분히 획득하면 버틸 수 있게 했다.
“그렇다고 포인트 획득이 막 어려운 것 같지도 않고.”
몬스터 사냥.
지역 탐색.
처음 발견한 장소.
업적 달성.
몬스터를 막 50마리를 잡아야 초콜릿 바 하나가 떨어지는 것도 아닌 것 같았다.
그때 출력장비에서 음성이 울려 퍼졌다.
[학생 370명 전원 소환 완료. 지금부터 시험을 시작하겠습니다.]드디어.
출력장비 중앙에 ‘시간’이 떠올랐다.
[남은 시간 – 47:59:59]시몬은 바지에 묻은 흙을 털며 자리에서 힘차게 일어났다.
‘일단 움직이자.’
기본적인 의식주를 챙기는 부분에서 난이도를 깎는다면, 다른 부분에서 난이도가 높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시험에서 떨어지면 퇴학이다. 난이도가 쉬워 보여도 리스크는 돌이킬 수 없다.
‘다들 무사해야 할 텐데.’
시몬은 일단 앞으로 걸으면서 가이드북을 계속해서 살폈다. 다른 친구들이 걱정이었기에, 학생들 간의 교전에 대해 살펴보았다.
같은 키젠 학생을 쓰러트려도 별거 없었다.
단적으로 말해 초코바 두 개 정도의 포인트.
저번 섬 생존평가에서는 학생을 쓰러트리면 그가 가진 모든 포인트를 빼앗을 수 있었기 때문에 교전이 자주 일어났지만, 이번엔 달랐다.
상대를 퇴학시켜 평생의 원한을 사는 것 치고는 큰 메리트가 있어 보이지 않았다.
‘진짜 뭐냐고.’
시험 출제자의 의도가 무엇인지.
그리고 네프티스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아.”
조용히 걷고 있던 시몬은 처음으로 한 학생을 발견했다.
그 또한 시몬을 발견하고는 조용히 등을 돌려 사라졌다. 시몬도 쫓을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음, 뭔가 어색하네.’
굳이 대량의 포인트를 두고 경쟁하지 않으니 키젠 학생끼리 싸울 이유는 없어 보였다.
시몬은 걸음을 멈추고 옆에 빼곡하게 나무들이 자라나 있는 숲을 발견했다.
딱 봐도 몬스터들이 우글거릴 것 같아 보인다.
‘일단 뭐라도 사 먹을 포인트만 가볍게 벌어야겠다.’
* * *
“자아! 이렇게 다시 인사드리게 되어 대단히 영광입니다!”
학생들이 처음에 왔던 ‘캠프섬’.
학생들이 떠나고, 이제 단상에는 메모리얼 수정구가 장착된 촬영기가 무수히 자리 잡고 있었다. 그 앞에는 해설자용 테이블과 의자, 그리고 중년의 남성이 앉아 있었다.
“바로 어제 끝난 1학년 시험에 이어서, 이번 2학년 단체시험의 중계를 맡은 콘라드입니다! 많은 분들이 관람을 원하셨겠지만, 이번 2학년 단체시험은 안전 문제상 녹화영상으로 인사드리게 된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촬영기 쪽으로 꾸벅 인사를 한 그가 환한 미소를 지어냈다.
“오늘은 두 분 교수님께서 해설로 나와주셨습니다! 우선 키젠 부총장이자, 2학년 칠흑역학 담당교수 제인 올리비아 교수님을 모시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제인이 살짝 고개를 움직이는 것으로 인사했다.
“아하하! 또 뵙겠습니다, 교수님! 전에도 한번 해설을 부탁드렸었죠? 대단히 영광입니다!”
“네.”
“하. 하하하! 여, 여전하십니다! 그리고 제 왼쪽에는 새로운 교수님입니다!”
그가 고개를 돌렸다.
“2학년 소환학과 담당교수, 아론 데이아 교수님을 모셨습니다!”
꾸벅.
아론도 고개를 움직이는 것으로 인사를 마쳤다.
“…….”
“…….”
과묵한 성격의 두 교수의 중간에 낀 해설자가 진땀을 줄줄 흘렸다.
“그, 그럼 이번 단체시험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눠볼 텐데요.”
그가 손에 쥔 대본을 보더니 한숨을 푹 쉬며 뒤쪽의 쓰레기통에 집어넣었다.
“네프티스 님의 충격 선언으로 상당 부분이 바뀌게 되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우선은.”
제인이 입을 열었다.
“학생들 모두 탈락은 퇴학이라는 무게에 짓눌려, 최대한 조심스럽고 보수적으로 움직이리라 생각합니다.”
그 말을 들은 해설자가 웃는 얼굴로 아론을 보았고, 아론은 입맛을 다시며 대답했다.
“같은 생각입니다. 당분간 학생들은 시험에 적응하면서 숨을 장소를 찾아다니겠지만, 적응을 끝내고 과감하게 움직이는 학생들이 유리할 겁니다.”
“그렇군요! 말씀드리는 순간! 움직이는 학생들이 나왔습니다!”
마나 스크린을 보는 아론과 제인의 눈에 생동감이 어렸다.
다름 아닌 전체 1위, 스크린에 시몬이 보이고 있다.
* * *
[남은 시간 – 46:48:03]틀림없이 평화로운 시험 시작이었지만, 숲으로 들어오자마자 분위기가 바뀌었다. 숲의 초입부터 적대성이 높고 무수한 몬스터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리저드맨!’
게다가 이쪽은 물웅덩이와 늪이 많아서 그런지 몬스터의 개체수 대부분이 리저드맨이었다.
두 다리로 서고, 도구도 다룰 줄 알아서 창과 활 등으로 무장하기도 했다. 그런 리저드맨 열댓 마리가 시몬을 뒤쫓고 있었다.
‘신무기를 시험할 타이밍이네.’
믿는 구석이 있던 시몬이 씩 웃으며 왼발을 강하게 지면에 디뎠다.
‘개문.’
우우우웅-!
시몬의 발밑으로 투명한 마법진의 형상이 일어났다. 본래 오버로드는 멈춰 있어야 사용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개선되어 사용법이 완전히 달라졌다.
시몬은 바닥에 그 형상을 펼쳐놓은 뒤 물러났고, 리저드맨들은 눈치채지 못하고 정신없이 뒤쫓아왔다.
‘지금!’
촤아아아악!
시몬이 팔을 치켜드는 순간, 열댓 기의 리저드맨들이 동시에 반으로 갈라지며 그 사이로 새하얀 칼날이 공중으로 치솟았다.
피를 뿌리며 솟구친 기다란 칼날이 휘둘러지며 태양광을 반사시켰다.
‘좋은데!’
시몬의 오버로드.
본래는 여섯 개의 칼날이었지만, 그 숫자를 두 개로 줄이는 대신 이어 붙여서 그 길이를 세 배 이상으로 늘리는 형태로 개조했다.
전처럼 몸을 감싸는 동작에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그 외에 모든 스펙이 상승했다.
시몬이 공중에서 한 번 더 팔을 휘두르자, 하늘로 치솟았던 오버로드가 강렬하게 휘둘러지며 남은 두 마리를 더 베어냈다.
동시에 몬스터의 시체 속에서 튀어나온 두 개의 붉은 광채들이 보였다.
‘이게 포인트구나.’
시몬이 출력장치를 그쪽으로 향하도록 한 다음 ‘회수’ 버튼을 누르자, 광채들이 모조리 빨려들며 시몬의 포인트가 상승되었다.
[시몬 폴렌티아 – 8,600P]30분 만에 벌써 8,600점.
시몬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벌써 집을 만들거나 배와 음식을 구할 수 있다니, 너무 쉽지 않나?’
너무 쉽다.
키젠의 시험이 이럴 리가 없는데. 쉽다는 생각이 들수록 오히려 등골이 오싹해지는 것만 같았다.
‘대체 앞으로 여기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