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819)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819화
“그냥 다 한꺼번에 덤벼.”
정적이 내려앉았다.
모두의 시선이 시몬에게로 향했다. 그는 삐딱하게 등을 기대어 앉은 채 태연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자신감이 느껴지는 모습.
그런 시몬의 모습에 제일 먼저 반응한 건, 의외로 헥토르였다.
[한꺼번에 덤비라고?]그의 동공에 힘이 들어갔다.
[설치는 것도 정도껏 해라! 시몬 폴렌티아!]용의 아가리가 쩍 벌어지고, 입 구멍에서 불의 숨결이 일렁였다.
화아아아아아악!
이글거리는 화염의 구가 역한 연기를 흩뿌리며 날아왔다. 시몬은 태연히 허리에 손을 올렸다가 옆으로 슬쩍 피했다.
콰콰콰콰콰쾅!
“꺄악!”
시몬을 향해 쏜 공격인데, 이상하게도 뒤에서 엘리사의 비명이 튀어나왔다.
뒤에서 또 뭔가를 몰래 준비하고 있던 모양.
화르르르륵!
화르르륵!
헥토르는 엘리사를 쏴 맞추고도 계속해서 브레스를 연사했다.
공격을 피하던 시몬은 허리춤에 손을 얹어서 혼돈의 창을 꺼내 들어 공중으로 던졌다.
[뭔……!]움직임을 예측할 수 없는 구도도 빙빙 날아다니던 혼돈의 창이 이내 헥토르에게 날아왔다.
파지지지지지지직!
헥토르가 급히 두 날개를 앞으로 보내 혼돈의 창을 받아냈다.
그러나 보통의 카오스 스피어가 아니었다. 파직거리는 자줏빛 스파크가 튀어 오르며 그의 이성을 혼탁하게 만들기 시작했다.
시몬의 새로운 혼돈기.
카오스 스피어의 관통력보다, 상대에게 혼란 상태를 퍼뜨리는 효과에 더 집중한 기술.
놀란 다른 Top10들이 움직이기도 전에, 시몬이 먼저 행동했다.
카오스 스팅어를 하늘에 연달아 던지자, 혼돈 마법이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허공을 수놓다가 아직 피격되지 않은 메리다, 쥴, 엘리사의 방향으로 떨어졌다.
쥴은 마검 손잡이로 튕겨냈고, 메리다는 장난감들을 움직여 대신 맞게 했다.
“흐긱!”
잔해에서 엉금엉금 기어 나오고 있던 엘리사는 자신의 얼굴 바로 앞에 떨어진 카오스 스팅어를 보며 비명을 질렀다.
정말로 시몬 혼자서 모두를 상대하고 있었다.
그렇게 모두가 혼돈 마법을 피하느라 정신이 없는 사이, 시몬은 가장 강력한 혼돈 마법을 완성했다.
‘나와라.’
그가 바닥을 짚은 곳에서 가느다란 체형에, 광대와도 웃는 얼굴의 탈을 쓰고, 긴 낫으로 무장한 소환수가 몸을 일으켰다.
이내 시몬과 카오스 리퍼가 동시에 움직이기 시작했다.
[못 가.]우르르르르르!
메리다의 목소리와 함께 골목 한편에서 장난감 병정들이 쏟아져나왔지만, 시몬은 가볍게 그쪽으로 카오스 스팅어를 던졌다.
스팅어들은 좁은 골목에 떨어지는 것과 동시에 전류처럼 퍼져나가며, 소환수의 명령체계 혼란을 일으켰다.
“후읍!”
쥴이 앞으로 달려오면서 마검 손잡이를 붙잡으려 했으나, 카오스 리퍼가 휘두른 낫에 막히고 말았다.
다들 정신이 없는 모습이다. 헥토르는 혼돈 효과가 걸렸는지 머리를 세차게 뒤흔들며 브레스를 난발하고 있었고, 메리다는 장난감 병사들을 통제하느라 애를 먹고 있었으며, 엘리사는 하늘에서 랜덤하게 떨어지는 카오스 스팅어를 피하느라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있었다.
역시 난전 상황에서는 혼돈 마법만 한 게 없었다.
‘이 정도면 됐나.’
스으-
시몬이 팔을 들어 올려 주먹을 움켜쥐었다.
그 즉시 쥴과 싸우고 있던 리퍼의 몸이 녹아내리더니 이내 수백 개의 혼돈 줄기가 되어 하늘로 치솟았다.
쿠콰콰콰콰콰콰콰콰콰!
대혼돈의 비가 내린다.
메리다가 만든 꿈의 도시를 자줏빛 참격이 내려와 미친 듯이 가르고 있다. Top10들은 모든 행동을 중단하고 방어하거나 피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한동안 서로에 대한 공격 없이 소강상태에 이르렀다. 헥토르가 비늘 덮인 팔로 카오스 스피어를 치워내며 짜증스럽게 외쳤다.
[시몬 폴렌티아!]“시몬.”
이불을 타고 공중에 떠오른 메리다가 눈을 감았다.
그녀의 몸에 파직거리는 혼돈이 일렁이고 있었다. 이성이 증발하는 혼돈의 효과가 적용되고 있었다.
“내 말 아직 안 끝났어.”
메리다의 무아몽중은 지금부터였다.
그녀가 만들어내는 꿈속의 세상이 빠르게 펼쳐지기 시작했다. 원한다면 이 섬 전체를 그녀의 꿈속으로 바꿔 버릴 수 있는 강력한 힘.
장난감 도시가 확장되고 규격을 넓혀나가고 있는 그때, 시몬이 슬쩍 고개를 돌렸다.
“메리다.”
그러고는 옆을 가리켰다.
‘?!’
그 모습을 보고 뭔가 이상하다는 걸 자각한 그녀가 잠에서 깨어나 고개를 들었다.
어쩐지 열기가 후끈거린다 싶었는데.
쿠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
마그마가 내려오고 있었다.
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
어마어마한 양의 마그마가 산비탈길을 미끄러지듯 내려와, 메리다의 장난감 도시를 범람하는 홍수처럼 휩쓸어 버렸다.
거기에 하늘에서는 집채만 한 용암 유성이 쏟아지고 있었다.
“갑자기 뭐냐고오 저게에!”
엘리사가 유령선의 남은 잔해를 공중으로 띄워 작은 보트의 형태로 재조립해 빠져나갔다.
헥토르는 날개를 펼쳐 급히 공중으로 날아올랐고, 쥴도 마검의 힘을 부스터처럼 사용해서 후퇴했다.
“크읍!”
메리다도 공중에 떠 있는 자신의 이불을 붙잡고 날아올랐다. 순식간에 바닥의 장난감 타일들이 용암으로 뒤덮였다.
하늘도 안전하지 않았다. 하늘에서도 유성비가 내려와 회피에 온 신경을 집중해야 했다.
“시몬……!”
무아몽중을 완전히 해체한 메리다가 얼른 고개를 돌려 시몬이 달리던 방향을 바라보았다.
시몬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있었다.
* * *
중앙섬에 진출한 Top10들이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는 사이.
시작 시점의 섬들에서도 난리가 나고 있었다.
-지금 꺾어놔야 해!
-전부 탈락시켜!
탈락의 리스크가 크고, 얻을 수 있는 메리트는 적어서 굳이 학생끼리 싸울 필요가 없는 시험이다.
하지만 경쟁에 절여져 있는 소수의 학생들이 미꾸라지가 흙탕물을 만들 듯 주위를 혼란의 도가니 속으로 밀어 넣었다. 전투는 보복을 낳고, 피해자를 만든다.
특히 중위권 학생들이 뭉쳐서 상위권 학생들을 단체로 사냥하기 시작하자, 자연히 상위권 학생들도 뭉치거나 다른 학생들과 손을 잡고 집단을 형성에 대응했다.
-하하하하! 이 요새는 나 설원성의 라헤임이 차지하겠다!
요새를 세우고 거기서 버틴다는 독자적인 공략법을 구축한 딕도, 이번 사태의 대표적인 피해자였다.
결국 요새를 빼앗은 건 용암이 아니라 사람이었다. 라헤임을 비롯한 최상위권 학생들이 딕의 그룹을 공격해서 요새를 강탈한 것이다.
딕이 뭔가 협상을 해보기도 전에, 라헤임이 차지한 요새를 또 다른 무리가 공격하기 시작하며 상황은 점점 더 극단적으로 변해갔다.
딕은 동료들과 뿔뿔이 흩어져 도망쳐야만 했다.
‘아니, 왜 우리끼리 싸우고 앉아 있냐고!’
계산 미스였다.
학생들이 퇴학이라는 리스크에 매몰되어, 철저한 생존 위주의 시험이 펼쳐질 거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이렇게 전투가 치열해질 줄은 몰랐다. 사람의 욕망은 딕의 예상한 것 이상이었다.
상황이 이렇게 혼란스럽다면, 차라리 중앙섬으로 진출하는 게 더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다로 향하기 위해 딕이 정신없이 수풀을 가르며 달리고 있는데.
“어, 너! 거기 멈춰.”
마침 주변을 걷던 학생들 한 무리와 마주치고 말했다.
딕은 식겁하며 걸음을 멈춰 세웠다.
“자, 잠깐만! 난 싸울 생각 없는…….”
“입 다물어.”
표독한 학생의 한마디에 딕의 입이 쑥 들어갔다. 그의 눈이 빠르게 주위를 훑었다.
‘중위권 애들이 모인 킬 그룹. 다섯 명이네. 제길, 도망칠 시간을 벌 수 있을까?’
딕이 눈알을 굴리고 있는데, 학생들끼리 이야기가 오갔다.
“탈락시킬까?”
“냅둬.”
그때 한 학생이 피곤한 눈으로 말했다.
“저거 딕 헤이워드잖아. 400등이야.”
“아.”
“적당히 내버려 두면 알아서 떨어지겠지.”
그들이 시시덕거리며 등을 돌려 사라졌다. 싸울 준비를 한 채 잔뜩 긴장하고 있던 딕이 허무한 웃음을 흘리며 팔을 늘어뜨렸다.
‘살다 살다 전교 꼴등 한 게 도움이 될 때가 있네.’
그래도 살았으면 됐다.
똥밭을 굴러도 살아남는 게 가장 중요했다.
이제 시작의 섬 5곳 전체에서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 시몬 일행을 만나는 게 아닌 이상, 그 누구도 믿을 수 없다.
‘일단 중앙섬으로 가자.’
작은 배를 살 포인트 정도는 남겨둬서 다행이었다. 딕이 빠른 걸음으로 해변가에 도착해 포인트로 배를 구매하려는데.
쿠르르르르르르릉-!
중앙섬의 화산이 분화했다. 마그마가 비탈을 타고 빠르게 내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아, 타이밍도 참 얄궂네.”
딕이 쓰게 웃으며 입맛을 다셨다.
“기왕 터질 거 조금만 더 일찍 터져주지.”
* * *
학생들이 생각하던 것 이상으로, 화산 폭발과 용암의 위력은 어마어마했다. 산비탈을 타고 내려오는 보랏빛 마그마는 주위의 모든 것을 쓸어버리며 중앙섬의 한쪽을 초토화시켰다.
이내 마그마는 바다로 퍼져나갔다.
칠흑이 함유된 만큼 보통의 마그마는 아닌지, 바다를 만났다고 바로 식지 않고 오히려 빠르게 퍼져나가 주위의 다른 섬까지 치달았다.
하늘에서는 용암 덩어리가, 바다에서는 마그마가. 서로 싸우던 학생들은 식겁하며 밀려드는 용암을 피해 정신없이 뛰어야 했다.
지금 서로를 탈락시키는 것이 문제가 아니었다. 자신의 목숨이 가장 중요했다.
쿠구구구구구-!
거기에 마그마가 퍼져나간 곳을 중심으로 하나둘씩 용암 몬스터들이 일어나 학생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학생들은 생존을 위해 어떻게든 바다로 나가려 했으나.
-꾸르르륵!
-끼이이!
용암이 바다에 퍼져나가며 놀란 수중형 몬스터들도 이동을 시작하는 터라, 그들의 공격까지 받게 되었다.
학생들끼리 싸우는 여유는 사라졌다. 모두가 힘을 합쳐 이곳을 빠져나가려 했다.
그리고 이 혼돈 속에서, 오히려 화산의 덕을 본 사람도 있었다.
‘타이밍이 좋았네.’
바로 시몬이었다.
화산이 폭발하려는 걸 눈치챈 시몬은, 즉각 카오스 리퍼를 해제하고 ‘혼돈난무’를 사용했다.
Top10들은 혼돈난무의 강력한 화력에 시선이 팔렸고, 혼돈의 효과로 이성이 흐려져 용암이 바로 앞까지 다가오는 걸 눈치채지 못했다. 시몬은 그 틈에 난전 상황에서 빠져나오는 데 성공했다.
이제 그는 안전한 해변 근처를 걷고 있었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는데, 이 정도일 줄이야.’
Top10들에게 공격당했다. 시몬은 조금 전에 있었던 전투를 복기하며 차분히 걸었다. 그러곤 딕이 말했던 이야기를 머릿속으로 떠올렸다.
-특히 이제 곧 열리는 단체시험. 100% 공작이 들어올 거야!
아무래도 딕의 말이 맞는 것 같았다.
물론 시몬도 그런 이야기를 들은 만큼 대비를 해두었고, 어떤 상황이든 극복할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이런 전투가 계속 이어지면 위험했다.
한 명 한 명 쉬운 상대가 없었으니까.
‘가장 이상한 건, 정작 주동자로 추정되는 아세라즈와 메르디아나는 왜 오지 않았냐는 건데.’
시몬은 Top10 4명까지는 어떻게든 빠져나갈 자신이 있었지만, 6명이었다면 벅찼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번에 온 네 명 모두 시몬에게만 적대감을 보이며 공격한 건 아니었다. 자기들끼리 싸우거나 부딪힌 횟수가 더 많았다.
‘어렵네.’
시몬이 팔짱을 꼈다.
‘대체 이 시험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야?’
* * *
중앙섬, 어느 해안가.
“…….”
멍한 얼굴의 여학생 한 명이 이리저리 정처없이 해변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녀는 눈의 초점이 사라진 상태였고, 표정은 무표정했다.
마치 몽유병 환자 같은 걸음걸이였다.
화륵!
그때 근처의 용암 몬스터가 그녀를 발견하고는 적대감을 드러내며 다가왔다. 몬스터가 눈앞까지 오고 있었지만, 여학생은 무방비 상태로 걷기만 했다.
이내 용암 몬스터가 팔을 휘둘렀다.
쩌엉!
거친 일격에 그녀의 몸이 한참을 날아가 모래사장을 구르며 쓰러졌다. 쏴아아- 하고 밀려오는 차가운 바닷물이 그녀의 얼굴을 스치고 지나갔다가 내려갔다.
“……허억!”
뒤늦게 여학생의 눈이 번쩍 뜨였다.
“콜록! 콜록 콜록!”
그녀가 연신 재채기를 하며 입에 들어간 바닷물과 모래를 퉷퉷 뱉어냈다.
“윽, 뭐야?”
몽롱하던 정신이 점점 돌아온다.
무릎과 팔꿈치는 온통 까져서 피가 흐르고, 곳곳에서 욱신거리는 통증이 느껴지는 게 얼마나 부딪히고 다닌 건지 짐작하기 힘들었다.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그어어어어어!
용암 몬스터가 무방비 상태인 그녀에게 달려들었다. 그녀가 고개를 돌려 몬스터를 보았다.
콰직!
콱!
순식간에 사방에서 펼쳐진 마법진에서 새까만 칼날들이 튀어나와 몬스터를 난도질했다.
몬스터가 무너져 내리고, 그녀는 굳은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의 정체는 전체 5위, 아세라즈 미켈이었다.
‘내가 왜 이런 곳에…….’
그녀는 천천히 집중력을 끌어올리며 기억을 거슬러 올라갔다.
마지막으로 기억이 끊긴 시기.
분명 메르디아나와 함께 배를 타고 중앙섬으로 건너와, 전체 4위 ‘메리다 휴 이켈’과 합류했을 때였다.
두 사람은 하늘에서 나타난 헥토르의 공격을 피하느라 상당히 지쳐 있던 상태였다.
-좋아, 그럼 다 같이 시몬 폴렌티아를 잡으러 가볼까? 쥴이 한창 싸우고 있을 거야.
메르디아나는 그렇게 말하며 등을 돌렸다. 아세라즈도 함께 걸었다.
큰 전투를 앞두고, 시몬과의 전투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고민하고 있는데.
-시몬과 싸우겠다고 말했지만.
뒤에서 메리다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지금부터는 내 개인적인 문제야.
-응?
메리다의 손바닥이 등에 닿는 게 느껴졌다.
-너희들은 방해돼.
그것이 마지막 기억이었다.
헥토르의 전투로 지쳐 있는 때에 저주 저항까지 단번에 뚫리며 당하고 말았다.
“그럼 메리다는…….”
아세라즈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메리다는 시몬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자신들을 형편 좋게 이용했을 뿐.
사실은 처음부터-
“……배신할 생각이었던 거야?”
신 학생회를 등에 업었다고 해서 모든 Top10들이 자신들의 의도대로 움직여 줄 것으로 생각했던 건 오판이었다.
갖고 놀아진 건 아무래도 이쪽인 것 같았다.
‘망할!’
그녀가 주먹을 꽈악 쥐었다.
해안가에 잔뜩 널려 있는 용암 몬스터들이 그녀를 발견하고는 하나둘씩 다가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