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820)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820화
[고논 헤버리가 탈락했습니다.]시몬은 이동하면서 손목에 맨 출력장치로 탈락자들을 체크하고 있었다.
지금이라도 다시 시작섬으로 돌아갈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막상 간다고 해도 메이린과 카미바레즈를 비롯한 친구들을 만날 수 있을 확률은 극히 낮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화산성주라고 했지.’
시몬은 네프티스의 말을 떠올렸다.
-화산성주를 잡으면 남은 시간과 관계없이 이 시험은 ‘학생들의 승리’로 끝나.
학생들의 승리. 분명 모호한 표현이다.
화산성주를 잡는다고 해서 탈락자들의 퇴학처분이 100% 백지화되리라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단 한 명의 키젠 학생이라도 퇴학처분으로 학교를 떠나게 되는 상황이, 정녕 ‘학생의 승리’일 수 있을까? 시몬은 그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생존 혹은 승리.’
이번 단체시험 전체를 관통하는 테마.
만약 그 의미가 혼자서 살아남느냐, 혹은 모두가 살아남느냐. 그 두 가지의 양자택일이라면?
그렇다면 지금부터 나는 어떻게 움직여야 할까.
-크라아악!
-키기기!
상념에서 깨어난 시몬이 고개를 들었다.
앞에서 괴성이 들리기에 뭔가 싶었는데, 용암 몬스터들이 달려오고 있었다.
전신이 석탄처럼 시꺼멓고, 몸 곳곳에 붉은 띠가 보인다. 일반적인 용암 몬스터와는 다르게 키젠에 의해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개체였다.
“가라!”
시몬이 즉각 아공간을 열고, 좀비들을 풀어놓았다.
용암 몬스터들은 보기보다 강력했다. 스켈레톤의 병장기로 하나하나 잡으면 시간이 걸리기에, 그냥 좀비를 몇 마리 희생해서 몸에 붙이고.
“시체 폭발.”
터뜨리는 게 최선이었다.
곳곳에서 폭음과 함께 용암 몬스터들이 나뒹굴고, 떨어진 포인트들을 회수했다.
‘음, 시간이 어떻게 지났는지도 모르겠네.’
첫날 하루가 지나가고 있다.
그동안 제대로 쉬지도 못했다. 꽤 지친 것도 사실이었기에, 시몬은 눈을 붙일 곳을 찾아보기로 하고 나무들이 무성한 숲 쪽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
그런데 숲으로 들어오자마자 발자국이 보인다.
키젠 학생과 또 싸우는 건 피하고 싶었다. 시몬이 옆으로 빠져나가려는데.
스스스.
스스스스스.
나무에 이상한 고리들이 매달리는 모습이 보였다.
‘스피릿이네.’
사령학과 전공자가 가까운 곳에 있다. 시몬이 즉각 칠흑을 끌어올리며 전투를 준비했다.
“뭐야, 시몬?”
그런데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렸다.
“네가 왜 여깄어?”
주위에 걸리던 고리들이 모조리 사라지고, 머리를 만두처럼 땋은 소녀가 풀숲에서 고개를 내밀었다.
여기서 만날 줄은 전혀 예상 못한 얼굴이었다. 시몬의 눈이 반가움으로 커졌다.
“신디!”
시몬이 고향 레스힐에서 나온 뒤 가장 처음으로 만난 친구 중 하나.
같은 A반 출신의 ‘신디 비바체’였다.
“여기서 보게 되네? 반갑다 야!”
그녀는 시몬을 보고는 스피릿을 꺼트려 버렸다. 이내 무방비 상태로 다가와 시몬의 등을 툭툭 쳤다.
“멀쩡해 보이네?”
“나야 뭐.”
시몬도 칠흑을 거두었다. 신디가 키득거리며 웃다가 갑자기 제 손등을 할짝거리며 핥기 시작했다.
시몬이 ‘응?’ 하는 표정으로 그녀를 보았다.
“고양이의 혼령을 몸에 불러들인 상태라. 가끔 이상한 짓을 해도 네가 이해해.”
“신기한 기술이네.”
“이 상태에서 쓸 수 있는 사령마법들이 효과가 좋거든. 아무튼, 당분간 같이 다닐래?”
그녀가 입술을 훑으며 말을 이었다.
“그러면 네게 좋은 정보를 하나 줄게.”
좋은 정보라.
정보는 둘째치고, 신디 비바체라면 동료로서 나쁘지는 않다. 성적도 뛰어나고 사령학과에서는 최정상급 학생이다.
물론 그동안 크게 접점이 없었기에 그녀에 대한 경계를 늦출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같은 A반 출신이라는 공통점은 있다. 클라우디아 시위대에 조력한다는 소문도 있고, 생판 모르는 학생들과 손을 잡는 것보다는 낫다.
“그래, 좋아. 무슨 정보인데?”
그녀가 고갯짓했다.
“요 근처야. 따라와.”
* * *
시몬은 신디를 따라 해변가로 왔다. 그곳에는 배 한 척이 반파되어 있었다.
오다가 태풍이라도 만난 건지, 배가 살벌하게 박살 나 있었다. 갈라진 파편들이 모래사장에 엉망으로 뿌려진 모습이다.
“실은 모른 척할까 생각했어.”
신디가 두 팔을 뒷머리에 받치며 말을 이었다.
“시몬 넌 평소행실도 좋고 신뢰할 수 있는 인간이지만, 내 입장에서 그 녀석은 신뢰도가 영 꽝이라.”
“그 녀석? 무슨 소릴 하는…… 아!”
망가진 배의 파편에서 익숙한 얼굴이 드러났다.
물에 젖은 금발머리에, 끙끙거리며 앓는 소리를 내고 있는 남자.
“딕!”
시몬이 허둥지둥 딕을 끌어내 해안가에 눕혔다.
상태를 살펴보니 다행히도 물을 많이 먹지는 않은 모양. 여기까지 오는 중에 바위 따위에 부딪힌 충격으로 기절한 것 같았다.
“딕! 괜찮아?”
시몬이 딕을 흔들어 깨웠다. 그때 쿨럭쿨럭하고 기침을 하던 딕을 눈을 떴다.
“어, 시몬.”
“딕!”
“미안하게 됐다.”
딕이 씁쓸하게 웃었다.
“…나 퇴학이야.”
“응?”
“최선을 다했으니 아쉬움은 없어. 메이린이랑 카미는 괜찮지? 걔들은 워낙 잘하니까. 아! 같이 3학년이 되자는 약속 못 지켜서 미안하다.”
딕이 떨리는 손으로 이마를 덮었다.
“쓰으읍, 계속 같이 키젠에서 지내고 싶었는데. 어쩔 수 없네. 어쩔 수가 없어.”
“……딕.”
시몬이 쓰게 웃었다. 그 뒤에 있는 신디는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은 채 벌게진 얼굴로 ‘푸흐흡’ 웃음을 흘리고 있었다.
“너 아직 탈락 안 됐어.”
“엉?”
“시험은 여전히 진행 중이야.”
딕이 벌떡 상체를 일으켰다.
주위를 휘휘 둘러보다가 자신의 왼팔에 여전히 출력장치가 껴 있는 걸 확인했다.
“잠깐 정신을 잃은 것뿐이야. 라이프 게이지도 아직 남아 있잖아.”
“그, 그러네?”
크하하하하!
딕이 벌떡 일어나 큰 소리로 웃어댔다. 그러고는 시몬의 어깨를 붙잡고 짤짤짤 흔들었다.
“나 살았어 시몬! 아직 살아 있다고! 암 라이브! 으하하하!”
“…어지러워, 딕.”
“그럼 그렇지! 명줄 하난 드럽게 질긴 내가 고작 이런 시험에 떨어질 리 없지!”
딕이 고개를 돌렸다.
“오, 내 A반 동기 신디! 네 그 싹퉁바가지 없는 얼굴도 지금 보니 반갑다!”
신디가 입을 벌리며 비웃음을 흘렸다.
“3학년이 되자는 약속을 못 지켜서 뭐?”
“커헙!”
뒤늦게 민망함이 밀려온 듯 딕의 얼굴이 시뻘게졌다.
“니들! 아까 내가 했던 소리는 우리들만의 비밀이다! 어? 무덤까지 비밀로 가져가는 거야!”
“내가 메이린이랑 카미한테 말해줄게.”
“신디 님!”
딕이 즉시 그녀의 바짓가랑이를 붙잡았다.
“개처럼 짖으라면 짖겠습니다!”
“저리 꺼져.”
“왈!”
죽이 잘 맞는 두 사람을 보며 시몬은 웃음 지었다.
어쩐지 마음의 안정을 찾은 기분이었다.
* * *
같은 시각.
“시험 전체의 양상이 크게 격변했습니다!”
해설자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확성 수정구를 붙잡았다.
“이번 단체시험은 화산폭발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군요! 처음엔 조심스럽던 학생들이 서로 격렬히 다투다가, 화산이 폭발한 지금은 다시 단합하며 새로운 위기를 극복해 가고 있습니다!”
마나 스크린 곳곳에서 학생들이 전투를 멈추고, 화산 몬스터들과 싸우는 모습이 보였다.
특히 섬에서 그렇게 치열하게 싸우던 두 무리의 학생들이 같이 힘을 합쳐 용암 몬스터를 뚫고 길을 만들어내는 광경은 각별했다.
“흥미롭습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아론 교수님! 학교시험이 아니라 마치 인간의 행동양식 연구 같군요!”
아론은 덤덤한 목소리로 대꾸했다.
“그냥 인간의 본성일 뿐입니다. 생물의 목적은 생존이고, 상황의 변화에 따라 목적을 위한 행동도 변하는 겁니다.”
“아, 그, 그렇군요!”
해설자는 분위기를 띄우려고 했다가, 괜히 농담이 통하지 않는 아론 때문에 진땀만 흘렸다.
“아직 중요한 건 시작도 안 했습니다.”
이번엔 제인이 입을 열었다. 해설자가 손을 척 세우며 말을 받았다.
“가장 중요한 거라면 역시 그……?”
“네.”
제인이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화산성주겠죠.”
“본래는 앤돌라스 보드빌 경께서 섭외한 분이 있다고 들었습니다만, 네프티스 님께서 새로운 사람을 앉힌 것 같던데 혹시 아시는 바가 있으십니까?”
그 말에 제인이 한숨을 푹푹 쉬며 고개를 내저었다.
“워낙 막무가내이신 분이니까요. 저도 모릅니다.”
“원래 화산성주가 될 예정이었던 마리우스 경도 상당한 강자인데요. 과연 네프티스 님이 어떤 인물을 시험관인 화산성주 역에 앉혔을지 궁금하군요! 관람하시는 분들도 기대해주시길 바랍니다!”
그때 마나 스크린의 광경이 바뀌었다.
“중요한 전투들이 마무리되고, 화산성주의 등장까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그럼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 보시죠!”
* * *
시몬과 딕, 신디는 비교적 용암에서 안전한 숲의 고지대에 자리 잡았다.
시몬은 드디어 그동안 벌어왔던 포인트들을 여기서 대량 방출했다. 포인트로 천막을 구매하고, 의자도 구매하고, 조명이나 울타리까지 샀다.
마무리는 음식이었다. 화로 위에 커다란 고깃덩어리를 올려서 구워 먹었다. 낮에는 조금 힘들었지만, 밤에는 그 어떤 시험보다 호사를 누리고 있었다.
“야, 행복하다 행복해.”
딕이 함박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근데 시몬, 진짜 네 포인트로 같이 먹어도 돼?”
“물론이야. 포인트 많이 갖고 있어봐야 어차피 내일이면 다 쓸모없어지잖아.”
사실 이렇게 쓰고도 시몬은 아직 포인트에 여유가 있었다.
꺼억-
제 포인트로 디저트를 잔뜩 구매해서 먹은 신디는 트림을 하며 배를 두들겼다.
“키젠에서의 마지막 만찬이라면 썩 괜찮네.”
“거 불길한 소리 좀 하지 맙시다.”
딕이 그렇게 말하며 고기 조각을 우물댔다.
식사를 마친 시몬은 눈을 감고 머릿속으로 생각을 정리하고 있었다. 방금 딕에게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모두 들은 차였다.
“앞으로 어쩔래? 시몬.”
딕이 불쑥 물었다.
“안전한 장소를 찾아볼 거야? 아니면…….”
시몬이 고개를 내저었다.
“화산성주를 잡는 게 최선이야. 다른 방법은 모두 미봉책이라고 생각해.”
“그건 너무 위험해.”
신디가 제 어깨를 툭툭 두들기며 말을 이었다.
“네프티스 님이 누굴 화산성주로 앉혀놨을 줄 알고. 괜히 탈락한 애들 구하겠다고 강자에게 덤볐다가 탈락하면 우리만 손해야.”
“내 생각도 그래.”
딕도 신디의 말에 동의하며 나섰다.
“다들 그냥 안전한 곳에 틀어박혀서 ‘누군가는 화산성주 잡아주겠지~’ 하는 생각이나 하고 있을 게 뻔하다고.”
“적어도 네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건 알겠다.”
“어, 들켰네.”
딕이 근처에 풀을 뽑아 휘휘 흔들자, 고양이의 혼령을 받아들인 신디의 동공이 어쩔 도리없이 돌아간다. 손이 계속 움찔움찔한다.
딕이 그 모습을 보고 비웃음을 흘리다가 결국 물통으로 한 대 맞았다.
“메이린이 왜 그렇게 널 패는지 알겠다.”
“와, 진짜. A반 여자애들은 진짜. 왜 다들 하나같이 폭력적이지?”
“주먹을 부르는 네 주둥아리가 문제 아닐까?”
두 사람이 다투는 사이, 시몬은 시간을 확인했다.
[남은 시간 : 24:02:10]이곳에 온 지 24시간이 다 되어 간다.
앞으로 2분 남았다.
-48시간 중에서 24시간이 흐른 시점에! 이 섬의 주인이 등장합니다!
이제부터 메인 이벤트.
시몬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시작하나 보다.”
쿠르르르르르르르!
화산의 분화구가 들끓기 시작했다.
* * *
쿠르르르르르르르!
화산의 분화구가 들끓기 시작했다. 학생들은 하던 일을 멈추고 중앙섬의 화산을 응시했다.
[남은 시간 : 24:00:00]드디어 문제의 사태가 발생한다. 손목에 장착한 출력장치에서 모든 학생들에게 동시에 메시지가 발송된다.
[화산성이 출현합니다.]콰아아아아아아-!
분화구 속에서 하늘을 꿰뚫을 듯한 마그마의 용암이 공중으로 솟구친다.
이내 드높게 솟아올랐던 용암이 중력에 의해 서서히 걷혀가고, 그 속에서 시커먼 뭔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은 ‘성’이었다.
들끓어 오르는 용암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 공중에 자리 잡은 검은 성은 웅장하기 그지없었다.
분화구에서 계속해서 용암이 솟구치고 있었지만, 화산성에는 아무런 피해도 끼치지 못하고 방울져서 흐르기를 반복했다.
저벅. 저벅.
[그래.]그리고 성안에서 전신을 감싸는 붉은 갑주를 입은 자가 걸어 나오고 있었다.
그자는 성의 절벽 앞에서 멈춰 서고는, 이 모든 광경을 굽어보았다.
서로 싸우는 사람들, 용암을 피해 도망치는 사람들, 화산을 오르려는 사람들, 외딴 섬으로 들어가 방어마법을 겹겹이 펼치는 사람들까지.
[바로 저들이 내 영토에 발을 디딘 자들이느냐.]투구 너머로 맹금류 같은 부리부리한 눈동자가 일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