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835)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835화
시험이 끝나자마자 학생들 사이에서 ‘아세라즈의 자퇴’에 대한 소문이 쫙 퍼졌다.
학생들은 그 소문을 듣고 저마다 웅성거리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니, Top10이 자퇴를 왜 해? 권세와 영광이 눈앞에 있는데.
-쪽팔렸겠지 뭐. 화산성주 잡으러 가는 공략대 애들 발목이나 잡고.
-자업자득. 나라면 얼굴 못 들고 다녀요.
-에이, 그래도 키젠의 Top10이잖아. 나라면 이 악물고 버텼다.
그리고 극소수에 불과하긴 했지만 이런 쪽의 이야기도 있었다.
-막 이곳저곳 불려가서 괴롭힘당했대.
-시몬 뒤를 봐주는 3학년에게 찍혔다는 소문도 있고.
-키젠답게 룰을 이용하려 했을 뿐이잖아? 그걸로 그러는 건 좀 아니지.
이번 단체시험 때문에 곤란한 상황에 놓인 학생들 위주로 그런 소문도 퍼져나갔다.
이렇듯 워낙 갑자기 일어난 사태라서 소문만 무성했다. 누구도 이번 일에 대해 명확히 대답해 주지 못했다.
그리고 이런 때에는 먼저 의견을 내거나 대답하는 쪽이 주도권을 잡는다. 발등에 불이 떨어져서 누구보다 빠르게 움직이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번 호 교내 신문입니다!”
“전체 5위 아세라즈 퇴학에 대한 이유!”
바로 신 학생회, 그리고 신문부였다.
아세라즈가 교수들에게 자퇴서를 제출했다는 소식을 가장 빠르게 알아낸 건 현 부회장인 소타 프쉬케였다.
아세라즈와 메르디아나를 움직인 장본인이기도 한 그는 단체시험에서 329기 전원 복귀라는 사실을 듣고 충격에 빠졌고, 협력자인 두 사람의 동태를 주의 깊게 살펴보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바로 이 사달이 난 것이다.
-도움이 되는 새끼들이 없다니까! 이래도 저래도 욕먹을 거면 그냥 선수를 쳐!
아세라즈가 퇴학한다는 소문은 내일이면 전교에 다 퍼질 것이다. 즉각 신문부에 연락하고 마력 인쇄기를 열심히 돌려서 여론을 움직일 교내신문을 제작했다.
그러나 소타의 예상 밖이었던 건, 아세라즈의 퇴학 소식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빨리 퍼졌다는 점이었다.
마치 누군가 개입해서 의도적으로 퍼뜨린 것처럼.
소타도 그에 맞춰 신문부를 닦달하며 초면이 인쇄되는 대로 기숙사와 각종 편의시설에 갖다 꽂으라고 했다.
그 내용은 근거 없는 전형적인 음모론이었다.
-미래가 창창한 전체 5위 아세라즈 미켈. 왜 자퇴라는 길을 스스로 선택했는가?
-2학년 유력 학생의 파벌이 아세라즈를 데려갔다는 소문 무성!
-보복이 있었다! 무명의 제보가 쏟아져!
말이 되고 안되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일단 ‘의혹’을 제기하는 것.
시간이 촉박해서 대충 쓰긴 했지만, 신 학생회 쪽으로 의심이 쏠리기 전에 눈을 돌려야 했다. 그리고 이 학교에서 학생들의 여론을 가장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건 신문부였다.
“아, 힘들어 죽겠네 진짜!”
헉! 헉!
신문부 부장 테이가 1학년 부원들을 데리고 얼굴이 시뻘게진 채로 뛰어다녔다. 양 겨드랑이에 신문을 가득 끼고 있었다.
“시험 끝나고 좀 쉬나 했더니 이게 무슨 난리야!”
“테이 선배님! 제가 들어드리겠습니다!”
“됐어!”
하지만 신 학생회 쪽으로 줄을 선 이상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신 학생회가 몰락하면 신문부도 몰락한다. 사실상의 운명공동체였으니, 아세라즈 퇴학에 대한 여론을 먼저 선점하는 게 유리했다.
“그래도 이제! 허억! 헉!”
테이가 분수대에 놓여 있는 신문 케이스에 교내 신문 한 뭉치를 꽂아 넣으며 숨을 헐떡였다.
“이제 다들 배후에 시몬 폴렌티아가 있다고 의심하겠지?”
그때 그의 귓가에 어떤 목소리가 꽂히듯 들렸다.
-발락 학생회가 결국 한 건 터뜨렸네.
-와, 해도해도 너무한 거 아냐?
테이의 이마에 식은땀이 한 방울 흘러내렸다.
‘방금 뭐?’
소리가 난 방향을 바라보니 한 무리의 학생들이 웅성거리고 있었다. 테이는 그쪽으로 홀린 듯이 뛰어갔다.
“잠깐, 잠깐만! 지나갈게!”
그가 학생들을 뚫고 앞으로 나왔다.
벽에 대자보가 큼지막하게 붙어 있었다.
‘이건……!’
‘우리보다 선수를 친 놈들이 있다고?’
그는 손끝을 파르르 떨며 대자보를 읽었다.
대자보에는 아세라즈가 신 학생회로부터 받은 지령의 상세내용이 적나라하게 적혀 있었다.
이번 단체시험에서 시몬 폴렌티아를 축출하라는 명령, 그녀의 열등감을 자극하는 내용과 위협까지. 조작이라고 하기엔 세세한 부분까지 너무나 적나라했다.
심지어 아세라즈의 원본 편지를 마력촬영기로 찍은 사진도 있었다. 대자보를 보는 학생들의 표정이 하나같이 심각하게 일그러졌다.
“탈락하고 계속 마나 스크린으로 지켜봤는데, 어쩐지 아세라즈가 너무 절실하게 싸운다 싶다 했어.”
“지령에 실패하고 신 학생회에 보복이랑 입막음당할까 봐 떠난 건가?”
“딱 봐도 그거네.”
웅성 웅성 웅성 웅성!
실시간으로 신 학생회에 대한 여론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모습을 보며, 신문부 부장 테이는 입술을 떨었다.
“어, 테이.”
그때 한 남학생이 테이가 들고 있던 신문 하나를 휙 가져왔다.
“오늘 신문이야? 빠르네. 1면에 무슨 내용이…….”
“아, 안 돼애애애!”
얼굴이 벌게진 테이가 신문을 다시 낚아챘다. 그러고는 얼른 인파에서 빠져나와 다른 신문부 1학년들을 보며 소리쳤다.
“뿌렸던 신문들 다시 회수해! 빨리!”
“예?”
“하라면 해! 누가 질버버그한테도 연락하고!”
완벽하게 당했다.
신 학생회 말고, 누군가 학교의 여론을 움직이려는 자가 있다.
* * *
쿵!
학생회관 건물의 학생회실.
쿵!
그곳에 누군가가 등을 기울인 채 이마를 있는 힘껏 당기고 있었다.
쿵!
그리고 테이블에 이마를 찧기를 반복했다.
“…….”
발락 학생회의 서기, 3학년 전제 8위의 ‘루크레치아’가 창가에서 시선을 떼고 고개를 돌렸다.
“그만해, 소타. 그런다고 상황이 달라져?”
“제기랄, 제기랄! 젠장할!”
소타가 방금 본인이 앉아 있던 의자를 걷어찼다. 뿌득거리는 소리와 함께 의자가 위아래로 갈라져 바닥을 굴러다녔다.
“아세라즈 그 망할 것이 나를 이렇게 물 먹여? 자퇴할 거면 그냥 조용히 꺼질 것이지! 왜 깽판을 부리고 난리야!”
씩씩거리던 그가 테이블 위에 깔려 있던 테이블 커버를 붙잡아 거칠게 잡아당겼다. 위에 놓여 있던 커피잔이나 접시, 화분 등이 쓸려내려 가며 와장창 소리를 냈다.
루크레치아가 인상을 썼다.
“너 발락이 돌아오면 어쩌려고 그러냐 대체.”
털썩!
소타가 시뻘게진 얼굴로 숨을 몰아쉬며 소파에 앉았다. 그러곤 깍지낀 두 손을 이마에 붙이며 길게 하아아아아- 한숨을 쉬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냐.”
소타 본인이 생각해도, 손을 대는 족족 이렇게 망하는 게 신기할 지경이었다.
아세라즈를 이용해 시몬을 단체시험에서 떨어뜨리려다가 오히려 2학년들의 단합만 강화되었고, 329기는 더더욱 시몬을 중심으로 뭉치게 되었다.
신문부를 이용해 여론을 만회하려 했다가, 아세라즈가 퇴학하면서 제보한 편지 때문에 여론이 완전히 뒤집혔다.
무능력한 신문부가 뿌린 신문을 다시 회수하려 했지만, 이미 많은 학생들이 봐버린 뒤였다.
한 기숙사 게시판에는 아세라즈의 편지가 증거로 실린 대자보와, 그냥 음모의 연발일 뿐인 신문부의 신문이 나란히 박제되어 비교당하고 있었다. 이러면 욕은 먹는 건 기본이고 괘씸죄까지 추가된다.
“그것도 하필이면 발락이 없을 때!”
발락은 현재 새로운 임무로 밖에 나가 있었다. 소타가 머리를 마구 긁으며 고민에 빠졌다.
똑똑.
그때 노크 소리가 들리더니 직속 학생회 하수인 리더인 ‘모조’가 안으로 들어왔다.
“보고드립니다, 부회장님.”
그녀가 옆으로 비켜서자, 하수인들이 회수한 대자보와 신문부 신문들을 가져왔다. 특히 온통 너덜너덜해져 있는 신문부 신문에는 온갖 낙서와 욕설이 가득 적혀 있었다.
소타가 눈을 질끈 감았다가 떴다.
“하아, 각 기숙사 게시판에 붙은 것들은요?”
모조가 두 손을 공손히 모으고 대답했다.
“죄송하지만 부회장님. 학생회 직속 하수인은 기숙사의 물품에는 관여할 수 없습…….”
쾅!
화분 하나가 모조의 얼굴 옆으로 날아가 벽에 부딪혀 깨졌다. 소타가 희번덕한 눈으로 그녀를 노려보았다.
“그럼 관리원 하수인들이랑 조율을 하든 협상을 하든 해서 떼어내야지! 학생들을 통제하는 게 댁들 역할 아니에요? 그깟 종이 쪼가리 하나 못 가져오면 당신이 그 자리에 있을 이유가 있나?”
모조가 눈을 꾹 감고 고개를 숙였다.
“예, 다녀오겠습니다.”
덜컹-
모조가 하수인들과 함께 문을 닫고 떠났다. 서기 루크레치아가 다가가 박살 난 화분을 수습하며 말했다.
“성질 좀 죽여, 소타. 괜히 퇴근도 못 하고 밤까지 일하는 하수인한테 화풀이야.”
“……후우우.”
소타가 다시 소파에 드러누웠다.
잠시 깊게 생각에 잠겨 있던 그가 눈을 치켜떴다.
“루크레치아.”
“어.”
“같잖은 회유책을 하니까 자꾸 애들이 기어오르는 것 같아. 원래 했던 대로 강경책으로 나가자.”
벌떡!
소타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애초에 우리 학생회는 압도적인 리더쉽의 발락을 보유하고 있어. 괜히 네 말대로 이미지도 챙기려다가 이런 사달이 난 거 아니냐. 이미지 같은 거 생각하지 말고 그냥 절대적인 존재로 군림하는 게 나아!”
“그걸 왜 내 탓을…… 됐다. 그럼 뭐 어쩌려고?”
“각 기숙사 3학년 과대나 에이스들에게 연락해. 2학년 새끼들 관리 좀 하라고.”
끄으응.
루크레치아가 앓는 소리를 내며 눈을 감았다.
“강 대 강으로 가려고? 2학년들 간의 단합은 최고조고, 신 학생회에 대한 적대감은 최대치인 지금? 너무 위험하지 않을까.”
“위험? 지들이 뭐 어쩔 건데.”
소타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쿠데타라도 일으킬 건가? 고작 학생회관 앞에서 ‘신 학생회는 해명하라’ 소리나 꽥꽥 지르는 게 전부 아냐? 강 대 강. 한번 해보라고 해. 2학년들이 가진 건 시몬 폴렌티아의 도전권뿐이야.”
“……일단 알겠어.”
루크레치아가 걸어갔다.
“참, 소타. 레오나드의 소환학과는 그런 거 안 통하는 거 알지? 저주학과도 애매하고.”
“저주학과는 왜?”
“거긴 작년부터 판타서스 선배가 너무 풀어줘서, 군기 잡고 그런 분위기 아냐.”
“X발, 도대체 언제까지 졸업한 인간의 망령에 시달려야 하는 건데!”
짜증스럽게 눈을 비비적거리던 소타가 이내 뭔가 생각난 듯 입꼬리를 올렸다.
“저주학과 측이랑 연결된 통신 수정구 줘봐.”
“?”
“저주학과 3학년이 전부 판타서스 같은 애들만 있겠냐.”
그가 수정구를 붙잡았다.
“2학년들을 못마땅하게 보는 녀석도 분명히 있다고.”
* * *
늦은 새벽.
모두가 잠든 저주학과 기숙사 뒤뜰에서는 갑작스러운 체력단련이 시작되었다.
“가슴 더 안 내려가지!”
“끝까지 일어나!”
두 명의 3학년이, 열댓 명이 넘는 저주학과 2학년들의 체력단련을 지도하고 있었다.
2학년들은 반쯤 잠옷 차림에 겉옷만 두른 채로 팔굽혀펴기나 앉았다 일어났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똑바로 해. 눈치 보면 죽는다.”
“서, 선배님!”
자다 깬 듯한 얼굴의 2학년이 헐레벌떡 그들에게 뛰어왔다.
“보고드립니다. 허억! 헉! 2학년 저주학과 정원 55명 중, 12명 출석했습니다!”
“와 진짜, 니들 해보자 이거지?”
3학년 전체 18위, 고메스가 인상을 험악하게 일그러뜨렸다.
“머리끄덩이 붙잡고라도 데려와. 애들 다 안 모이면 단련도 안 끝난다. 여기 있는 니네 동기들 다 죽어날 줄 알아.”
2학년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예, 예! 죄송합니다!”
“그리고 다른 3학년들에게는 절대 들키지 마. 그럼 니가 죽는다.”
“예!”
2학년이 다시 기숙사 쪽으로 후다닥 뛰어갔다. 쯧 하고 혀를 찬 고메스가 낑낑대는 후배들을 보며 악마처럼 눈을 부라렸다.
“그 녀석 말이 맞았어. 어? 너무 풀어줘도 안 돼. 선배가 집합을 걸었는데 43명이나 안 오는 게 말이나 되냐? 이게 진짜로 키젠에서 일어나는 일인지 의심스럽다. 졸업한 윗 기수분들이 들으면 거품을 무셨을 거다.”
사실 고메스도 처음부터 이럴 생각은 아니었다.
원래는 신 학생회로부터 온 갑작스러운 ‘학생 수요조사’ 때문에 2학년들을 불러 모았는데, 생각보다 모인 사람의 수가 적었다.
2학년은 큰 시험 직후 피로가 쌓여 있었고 워낙 늦은 시간이라 어쩔 수 없었지만, 고메스의 불같은 성격을 잘 아는 소타 프쉬케가 그의 자존심을 살살 긁어댔다.
결국 고메스의 눈깔이 뒤집히고 만 것이다.
“날 원망하지 마라.”
그가 저벅저벅 걸어갔다.
“자기 피곤하다고 니들을 버린 너희 동기들이 문제야. 이기적인 새끼들. 55명 전원 모일 때까지…….”
그때 보고하러 갔던 2학년이 굳은 얼굴로 다시 돌아왔다.
“뭐야, 왜 벌써 돌아왔…… 어?”
뚜벅. 뚜벅.
어두운 그늘 속에서 한 여학생이 걸어 들어오고 있었다.
펑퍼짐한 잠옷을 늘어뜨리고 민트색 머리카락을 끈으로 둘러 묶은 그녀는 2학년 저주학과 대표, 메리다 휴 이켈이었다.
“어이쿠, 우리 2학년 과대 왔냐.”
고메스가 웃는 얼굴로 반겨주었다.
그녀는 살짝 고개를 움직여 묵례하고는 옆을 가리켰다.
“애들.”
“?”
“뭐 해요?”
고메스가 허리에 손을 얹었다.
“보다시피 신선한 새벽바람을 맞으면서 체력단련 중이지. 기왕 하는 거 다 같이 하는 게 의미가 있을 것 같아서.”
그의 입매가 비틀렸다.
“그리고 집합인데 과대가 이렇게 늦으면 쓰나. 책임지고 다른 애들 데리고 올 수 있지?”
“…….”
메리다가 어깨 쪽으로 손을 가져갔다.
딸칵.
그러곤 팔에 차고 있던 학과대표 완장을 풀었다. 완장이 힘없이 그녀의 팔을 타고 내려가 흙바닥에 떨어졌다.
고메스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어졌다.
“너 지금 뭐 하는…….”
“3학년 전체 18위 고메스 미들턴 선배님.”
그녀가 고개를 들었다.
“메리다 휴 이켈이 당신에게 공식 결투를 신청합니다.”
“……!”
그 말을 들은 학생들의 입이 하나같이 벌어졌다. 고메스의 얼굴은 백지장처럼 하얗게 물들었다.
“시간은 오늘 오후 18시. 제1 경기장. 괜찮죠?”
“뭐, 뭐? 너 미쳤어?”
“여기는 키젠. 실력만능주의. 선배님께서는 모두가 휴식을 취해야 하는 새벽에 불필요한 체력단련을 지시하셨습니다.”
그녀가 눈을 끔뻑이며 말했다.
“하지만 저는 저보다 모든 면에서 떨어지는 ‘약자’가 주도하는 체력단련을 반드시 받아야 하는지 의문을 느낍니다.”
고메스의 얼굴이 더할 수 없을 만큼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메리다의 눈매가 피곤하게 내려앉았다.
“2학년인 저보다 뛰어나다는 걸 증명해 주신다면, 체력단련은 얼마든지 받겠어요.”
“너 진짜 제정신이 아니……!”
체력단련 중이던 2학년들이 하나둘 고개를 들어 고메스를 응시했다.
고메스는 심장이 철렁하는 걸 느꼈다.
저 후배들이 모두 보고 있는 앞에서 결투를 거절하면, 그야말로 이만한 쪽팔림이 없었다. 차라리 혀 깨물고 죽거나 자퇴를 하고 말지, 2학년에게 꼬리를 말고 도망친 3학년으로 권위는 극도로 추락할 것이다.
여기는 키젠이다. 후배보다 실력이 있기에 선배인 법.
만약 그렇게 도망치면 2학년들은커녕, 동기들도 자신을 옹호해 줄 수 없으리라.
“……메리다 휴 이켈.”
고메스가 이를 갈았다. 그녀는 눈망울을 깜빡깜빡거리며 물었다.
“할 거죠?”
그녀는 거절할 수 없는 협박을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