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836)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836화
피어의 유적.
단체시험을 끝마친 시몬은, 오랜만에 에이션트 언데드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삐융!
라미아가 하늘에 둥둥 떠다니며 물방울을 쏘았다. 마침 책을 읽고 있던 시몬의 얼굴에도 물방울이 날아와 튀었다.
“그만해, 라미아. 책이 젖잖아.”
-삐융 삐뷰웅!
오랜만에 본 시몬이 반가웠는지, 라이아는 전에 봤었을 때보다 장난기가 부쩍 늘어난 모습이다.
하늘을 헤엄치듯 날아온 라미아가 시몬에게 애교를 부리며 뺨을 할짝할짝 핥았다.
“…….”
하지만 시몬이 애써 무시하며 책을 보자, 라미아의 볼이 불퉁해졌다.
덥석!
“아!”
라미아가 책을 입으로 물고 도망쳤다.
한참을 날아가서 동굴 끝에 책을 놔두고는, 다시 돌아와 아까 책이 놓여 있던 시몬의 무릎 위를 차지했다.
-삐유웅!
책 대신 나랑 놀아달라는 뜻 같았다. 시몬도 체념하며 라미아의 배를 간질간질 간지럽혔다. 간지럼을 타는 것 같지는 않았지만 꺄륵거리며 좋아하는 모습이다.
“라미아는 요즘 어때, 에르제?”
[평소와 다를 바가 없이 악동이와요.]에르제베트가 어쩐지 부러운 눈빛으로 무릎 위의 라미아를 보며 말을 이었다.
[사고를 안 치는 날이 없답니다. 그래도 오늘은 무사히…….]쿠르르르릉!
라미아의 몸에서 물벼락 한 줄기가 날아가 천장에 직격했다.
천장에서 바위 파편이 후두둑 떨어지는 걸 본 에르제베트가 한숨을 쉬었다.
[오늘도 무사히는 못 넘어가겠네요.]시몬이 라미아를 물웅덩이에 풀어놓고는 허리를 폈다. 라미아가 삐융 거리면서 물장구를 쳤다.
“슬슬 군단의 대장으로서 밥값을 하도록 훈련시키고 싶은데. 어떻게 생각해?”
[그러기엔 아직 너무 이르다, 소년!]마침 피어가 무형의 망토를 휘날리며 다가왔다.
[2군단장의 조언을 들었을 텐데. 라미아는 아군인지 적인지 확실하지 않고, 처음 발견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다! 지금은 더 기다려야 할 때다!]“으음.”
여기 가둬놔서 가엾단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피어의 말대로 당장 군단의 대장으로 쓰기엔 너무 성급했다.
제5군단장의 에이션트 언데드가 어려진 모습으로 발견되었다. 전례가 없던 일이고 참고할 상황이 없는 만큼, 시간을 들여서 더 기다려 보는 수밖에 없었다.
[그보다 문제의 데스나이트는 어떻게 되어가고 있지? 소년.]역시 피어의 관심사는 이쪽이었다.
시몬이 웃는 얼굴로 말했다.
“다음 주부터 출장수업이 잡혀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학교의 장비로는 제작할 수 없는 언데드라서 그렇다는 것 같은데, 곧 마무리 단계에 들어갈 것 같아요.”
[크흐흐! 아주 좋다!]그때 송장거미 한 마리가 뽈뽈거리며 나타났다. 물웅덩이에서 놀던 라미아가 삐융! 소리를 내며 물방울을 쏘아 보냈다.
펑!
물방울이 터지는 바람에 흠뻑 젖은 송장거미가 앞 다리를 휙휙 흔들며 항의했다.
[그만, 그만, 싸우면 못써요.]에르제베트가 그 둘을 말리고는 보고를 들었다.
이내 그녀가 시몬을 보았다.
[기숙사에 뭔가 소란이 일어난 것 같네요.]“응?”
[군단장님을 찾는 사람이 있사와요.]* * *
시몬은 바로 피어의 유적에서 빠져나와 기숙사로 돌아왔다.
시몬의 이름을 부르며 그를 찾았던 사람은 다름 아닌 딕이었다.
“시몬! 어디 있었어? 큰일이야!”
“왜 그래?”
“메리다가……!”
메리다가 3학년에게 공식 결투를 신청했다고 한다. 그것도 전체 18위의 강자에게.
이야기를 들은 시몬은 즉시 골렘보드를 타고 캠퍼스를 최고속도로 가로질렀다.
와아아아아아-!
마침 결투가 시작되었는지, 실내 경기장에 도착하자마자 커다란 함성소리가 들린다.
‘메리다! 대체 무슨 생각이야?’
시몬은 식은땀을 흘리며 계단을 뛰어 올라갔다.
키젠에서는 학년 간의 벽이 상당히 크고, 선후배 간의 규율이 명확한 교내문화를 가지고 있다.
그런 키젠에서 2학년이 3학년에게 결투를 신청한 건 보통 일이 아니었다.
게다가 다른 사람도 아니고, 늘 조용한 메리다가 결투를 걸었다는 것도 뭔가 이상하다. 시몬은 계단을 모두 올라와 관중석에서 경기장을 내려다보았다.
웅성 웅성 웅성!
파란이 벌어져 있었다.
곳곳에서 술렁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자리에서 일어나거나, 입을 손으로 틀어막은 학생들이 보인다.
퍼버버버버버버버버벅!
이불을 두른 채 가만 서 있는 메리다의 몸에서 무수한 저주줄기가 쏟아져나와 상대의 몸에 내리꽂히고 있다.
상대인 3학년의 고메스가 일방적으로 밀리고 있었다.
“지, 지금 장난치는 거지? 응?”
“뭐 하는 거야? 고메스!”
마치 초고압 전류에 감전된 것처럼 저주에 두드려 맞는 고메스의 몸이 거칠게 들썩거렸다.
경기 초장부터 완전한 메리다의 페이스, 이렇게 나올 줄은 예상하지 못한 건지 고메스는 당하고만 있었다.
“크허억!”
정신없이 얻어맞던 고메스가 필사적으로 오른팔을 들어 올렸다. 메리다의 목에 교수형 밧줄이 걸렸지만, 밧줄이 채 작동하기도 전에 사라졌다.
“크읍!”
고메스가 계속해서 오른팔을 움직여 저주를 걸었다. 메리다의 몸에 벌레들이 들러붙었다가 사라지고, 커다란 괴물의 입안에 들어갔다가 사라지고, 뱀의 똬리에 붙잡혔다가 사라졌다.
메리다는 태연한 표정 그대로였다.
“저주를 역산해서 파훼했어! 진짜 빠르다!”
“일방적인데!”
자신에게 걸리는 고메스의 저주는 모조리 저항하고, 메리다는 일방적으로 슬립을 꽂으며 상대를 붕괴시키고 있다.
“크하악!”
고메스가 답답한 비명을 내지르며 두 팔을 펼쳤다.
이내 제 귀에 걸린 귀걸이 두 개를 붙잡아 부수고는 손바닥을 세워서 중간에 짝! 소리가 나게 맞부딪혔다.
“인정하마!”
고메스가 입은 키젠 교복이 온통 찢겨나가고, 속옷 차림이 된 그의 전신에 검은 줄무늬가 일렁였다.
“내 가문 고유 마법까지 쓰게 하다니 말이야!”
그가 전통의 의식을 치르듯 몸을 흔들다가 괴이한 동작으로 손을 움츠렸다. 메리다의 몸에도 고메스의 몸에 난 것처럼 검은 줄무늬가 일어났다.
화악!
그녀의 시야가 뒤집혔다.
어느새 그녀는 정체불명의 제단 위에 누워 있었다. 즉시 메리다의 뒤로 괴물 형상의 탈의 나타나 그녀를 삼키려 입을 벌렸다.
“끝이다!”
그가 두 손을 재차 맞부딪히려는 순간.
우뚝!
갑자기 고메스의 동작이 멈췄다.
그대로 털썩하고 무릎을 꿇은 채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뭐 하는 거야? 끝장내!”
3학년들이 흥분하며 소리쳤지만 그 목소리는 닿지 않는 듯했다.
고메스는 침을 줄줄 흘리며 눈을 감고 있었다. 지켜보던 3학년들은 헛숨을 들이켰다.
“설마…….”
“자는 거야?”
그사이 메리다가 움직였다. ‘영차’ 소리를 내면서 제단에 사뿐히 내려왔다.
그러곤 바닥에 자고 있는 고메스를 붙잡고 질질 끌고 와 대신 제단에 놓은 뒤, 이내 민트색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손가락을 튕겼다.
따악-
슬립이 풀리는 순간.
고메스는 하던 동작 그대로 손뼉을 쳤고, 탈의 입이 내려왔다.
끄아아아아아아아아악!
고통스러운 비명이 들렸다.
탈에게 물린 고메스가 고통스럽게 발버둥 쳤고 지켜보던 사람들은 눈을 질끈 감았다.
“허억! 헉!”
고메스가 흑마법을 해제했는지, 제단과 움직이는 괴물탈이 사라졌다. 그가 바닥을 굴러다니다가 헉헉대며 메리다를 노려보았다.
“하! 하하하! 안됐구나! 내 흑마법은 나한테 그렇게 큰 피해를 못 입혀! 넌 이제……!”
털썩.
그의 고개가 떨어졌다.
다시 잠든 것이다.
그런데 악몽이라도 꾸는 건지 잠을 자면서도 거칠게 발버둥 쳤다.
따악!
메리다가 손가락을 튕기니 고메스가 잠에서 깨어났다. 그가 벌겋게 충혈된 눈으로 메리다를 노려보았다.
“너 나한테 뭘 한……!”
털썩.
그가 다시 잠들었고, 고통스럽게 몸부림쳤다.
이내 메리다가 손가락을 튕겼다.
“끄윽……! 그만!”
따악. 털썩.
따악. 털썩.
따악. 털썩.
끔찍한 광경에 학생들은 할 말을 잃었다. 아예 고개를 돌리거나 눈을 감은 학생들도 있었다.
“저게 미쳤나!”
“선배를 가지고 노는 거야? 뭐야!”
몇몇 3학년들이 살벌한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심판에게 멈추라고 요구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경기를 중지시키는 건 심판의 재량이었고 이는 고메스의 패배를 뜻했다.
따악.
그녀가 다섯 번째로 손가락을 튕겼을 때, 고메스는 눈물 콧물 줄줄 흘리면서 메리다의 바짓가랑이를 붙잡았다.
“그, 그, 그만! 제발 그만해! 내가…… 내가 잘못했으니까!”
메리다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선배님, 잘못했어요?”
“그, 그래. 내가 잘못했……!”
순간 고메스의 눈에 마법진이 그려졌다.
“겠냐…… 커헙!”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메리다가 손짓하자 고메스의 몸이 갑자기 공중으로 치켜 올라갔다.
고메스의 기습은 실패하고, 메리다가 화려하게 두 팔을 풍차처럼 흔들다가 이내 이불로 제 몸을 감싸며 눈을 감았다.
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
경기장 전체가 보랏빛 장난감 도시로 변모하며, 곳곳에서 거대한 눈알 빠진 인형과 괴물 목마 인형이 입을 쩍 벌리며 고메스에게 다가왔다.
“이, 이건 악몽이야……!”
고메스의 눈이 반쯤 풀어졌다.
“아, 아니지. 이것도 꿈일 거야. 그래, 현실일 리가 없어.”
판타서스의 상징이었던 무아몽중.
모두가 메리다의 힘에 전율했다. 인형들에게 둘러싸인 고메스가 비명을 내지르는 그때.
“경기 종료하겠습니다.”
결국 심판이 자신의 재량으로 경기종료를 선언했다.
심판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메리다는 눈을 뜨고 무아몽중을 해제했다.
장난감 세계로 변했던 주위가 다시 본래의 형태로 돌아오며, 공중에 떠 있던 고메스가 바닥에 떨어졌다.
“어, 어어어어어.”
그는 눈물 콧물 줄줄 흘리며 정신적으로 망가진 모습이 되었다.
지켜보던 관중들은 저기 누워 있는 게 3학년이라는 사실에 경악하지 않을 수 있었다.
심판이 팔을 뻗었다.
“승자는 메리다 휴 이켈 학생입니다!”
경기장이 정적에 휩싸였다. 워낙 충격적인 광경이라 누구도 손뼉을 치거나 환호하는 반응을 보이지 못했다.
메리다는 정신안정을 위한 슬립을 고메스에게 걸어준 뒤, 등을 돌려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3학년 전체 18위가 2학년한테…….”
“소문 그 이상인데.”
“같은 저주학과인데 저주 싸움에서 상대가 안 되지 않았냐?”
술렁거리는 소리가 주위를 가득 메웠다.
2학년들이 다들 메리다의 힘에 전율하는 사이, 몇몇 3학년들은 수치심에 시뻘게진 얼굴로 서둘러 경기장을 벗어나고 있었다.
“판타서스가 돌아왔군.”
그렇게 중얼거리는 3학년 한 명도 있었다. 멀찍이 입구에서 구경하고 있던 시몬도 그 이야기에 공감했다.
2학년이 되기 전, 왜 자신에게 학생회장직을 물러주냐는 물음에 판타서스는 이렇게 답했다.
-내 동생은 그릇이 작아서 안 돼. 이 판타서스의 그늘을 의식해 주도적인 삶을 살지 못하지. 재능은 나보다 뛰어나지만. 역시 마인드가 문제야.
그때는 그냥 하는 말인 줄 알았는데.
각성한 메리다는 정말로 강력해졌다.
‘그보다.’
시몬이 경기장 난간에 몸을 기댔다. 저 멀리 관중석에 앉은 시뻘게진 얼굴의 3학년이 혼령화되어 사라지고 있었다.
‘앞으로 난리 나겠네.’
* * *
뚜벅 뚜벅.
이불로 몸을 감싼 메리다가 경기장 밖을 나가고 있었다.
“내가 말했던 대로지?”
그때 한 목소리가 들렸다.
“자존심이 긁힌 3학년들은 절대로 결투를 거절할 수 없을 거고, 넌 그저 맛있게 쓰러트리면 된다고.”
메리다가 고개를 돌렸다. 한 남학생이 벽에 등을 기댄 채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
연두색 눈동자가 커졌다.
“시몬의 친구.”
“크흑, 이름은 기억해 줬으면 했는데. 딕 헤이워드야.”
딕이 앞으로 걸어 나왔다.
“아무튼 수고했어, 메리다.”
“응.”
메리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걸로 저번 시험에서 시몬에게 진 빚은 갚았어.”
“엥, 너 설마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던 거냐?”
딕이 머리를 긁적였다.
“이건 시몬이랑 상관없어. 말했잖아? 내 독단이라고.”
“그래도 시몬의 친구면-”
메리다가 걸음을 옮기며 말했다.
“시몬을 위해 움직일 거잖아.”
“……음, 그건 뭐 맞지.”
딕이 실실 웃으며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었다.
“난 시몬과는 달리 성인군자가 아니긴 해.”
전교생의 탈락이 걸려 있는 단체시험에서, 신 학생회는 2학년을 움직여 시몬을 떨어뜨리려 했다.
만약 신 학생회의 계획대로 흘러가서 시몬을 잃었다면, 329기 전교생의 과반수가 탈락할 뻔했다.
정적을 제거하기 위해 후배들의 시험에까지 간섭하다니, 이건 선을 넘었다.
“이제 곧 졸업할 선배들이니 예우하려고 했는데 말이야. 그쪽에서 계속 그렇게 선을 넘는다면-”
딕이 걸음을 옮겼다.
이쪽도 선을 넘을 수 있다는 걸 보여줘야지.”
시몬이 발락을 이기는 정도로는 부족하다.
딕은 완전한 세대교체의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