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841)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841화
다이브에 실패하거나 중도 포기해서 ‘연습과제’를 성공하지 못한 학생은 총 23명.
학과생 전체에서 절반에 가까운 수였다.
아론은 이들 모두를 집합시켰다.
“언데드 다이브가 쉽지 않다는 건 충분히 깨달았을 거다.”
아론이 학생들을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다이브에 대한 적응력은 너희들의 역량과는 상관없는 문제니 너무 자책하지 말도록. 억지로 도전할 필요는 없다.”
곳곳에서 실패자들이 침음을 삼켰고, 아론은 조교로부터 출석부를 건네받았다.
“전에도 말했듯, 중도 포기하는 학생은 ‘데몬나이트’를 비롯한 다른 기사형 언데드의 제작 수업으로 넘어간다. 로크섬에서 수석조교의 지도하에 작업할 예정이다.”
옆에 공손히 손을 모으고 서 있던 수석조교가 고개를 숙여 보였다.
“이후 3학년 과정에서 다시 정식 데스나이트 제작에 도전한다. 앞으로 너희들이 네크로맨서로서 이어갈 커리어는 길다. 지금 포기한다고 해서 누구도 비난하지 않는다. 뒤처지는 것도 아니다.”
아론이 학생들을 쭉 훑어본 뒤 말을 이었다.
“결단을 내리도록. 언데드 다이브를 포기할 학생은 손을 들어라.”
스륵.
슥.
몇몇 학생들의 손이 올라갔다. 수석조교가 학생들의 명단을 기입하고는 뒤로 가도록 지시했다. 이내 중도 포기한 학생들이 뒤로 빠지고, 아론은 남은 학생들을 응시했다.
“과연.”
웅성 웅성.
다이브에 성공한 학생들도 의외의 결과였는지 웅성거렸다.
“2명 포기, 21명 재시도 신청. 알겠다.”
무려 21명의 재시도 신청.
키젠 2학년답게 쉽게 포기하는 일이 없었다. 다이브 적응에 실패해서 그토록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겪었어도 그들의 눈빛은 꺾이지 않았다.
그리고 또 한 명.
“무슨 생각이야?”
에슈가 벌떡 일어났다.
“토토! 너도 도전하는 거야? 너무 무모해!”
조교들도 놀랐는지 얼른 토토에게 뛰어가서 그를 설득하려 했다. 하지만 토토의 결심은 확고해 보였다.
가운을 다소곳이 몸에 두르고 있던 로레인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시몬, 토토한테 무슨 이야기 했어?”
“…….”
시몬이 눈을 감았다.
-시몬! 나 이제 데스나이트 만들 수 없는 거야?
그 순간의 토토는 금방이라도 무너질 모래성처럼 위태로워 보였다.
사실 그 누구보다 데스나이트 제작을 꿈꿔왔던 사람이 바로 토토였으니까.
하지만 토토의 눈에 떠오른 감정은 다이브에 대한 ‘공포’나 ‘두려움’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그래서.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돌아보고, 그 결정에 따르라고 했어.”
“조장!”
에슈가 벌컥 화를 내며 다가왔다.
“너도 토토의 상태가 어땠는지 옆에서 다 봤잖아! 뜯어말려도 모자랄 판에 그렇게 말해 버리면 어떻게 하-”
“만약 그때 시몬이 다이브를 못 하게 막았다면.”
이번엔 로레인이 에슈의 말을 끊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루비 같은 빨간 눈동자가 반짝였다.
“토토는 평생 후회하고 원망했을지도 몰라.”
“로레인 님!”
“처음부터 토토는 포기할 생각은 조금도 없었어. 시몬의 말처럼 우리가 왈가왈부할 문제가 아닌 거야.”
큭.
에슈가 입술을 질끈 깨문 채 작게 떨었다.
그러다 고개를 푹 숙였다.
“미안해 조장, 괜히 네게 화를 내서.”
“아니야.”
시몬이 웃는 얼굴로 말했다. 로레인이 다가와 에슈의 손을 붙잡고는 어른스럽게 말했다.
“말리지 못한다면 다 같이 토토의 힘이 되어주자.”
“아.”
“언데드 다이브할 때 두려움을 느끼지 않도록, 우리가 곁에 있으면 안심하지 않을까?”
그 말에 에슈도 비로소 옅게나마 미소를 보였다.
이내 재도전하는 학생들이 하나둘 가운을 벗고 실험관에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앞서 성공한 학생들이 다가와 환호하거나 손뼉을 치며 그들을 배웅하고 있었다. 시몬과 로레인, 에슈는 토토의 곁에서 응원하기로 했다.
“그럼 준비된 학생부터…….”
“교수님.”
그때 수석조교가 뛰어들어와 아론에게 귓속말로 뭐라고 이야기했다.
아론의 표정이 살짝 굳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기회는 무한정이 아니다.”
실험관에 들어가려던 학생들이 움찔하며 동작을 멈췄다.
“누군가 말리지 않는다면 너희는 정신이 무너지든 말든 계속 시도하겠지. 내게 너희들에게 줄 수 있는 최대한의 기회는 앞으로 두 번뿐이다. 그 안에 ‘연습과제’를 해치우지 못하는 학생은 탈락시키겠다.”
특히 아론의 시선은 토토에게로 향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상반응이 나아지지 않는 학생은 첫 번째 시도에도 탈락시킬 수 있다.”
곳곳에서 술렁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러거나 말거나 시간을 확인한 조교가 말했다.
“그럼, 지금부터 재시도 희망자들의 언데드 다이브를 시작하겠습니다.”
흩어진 조교들이 빠르게 준비작업을 시작했다. 토토는 조금 뒤 순서라 눈을 감고 심호흡하며 집중력을 끌어올리고 있었다.
“긴장하지 마, 토토.”
“힘내!”
로레인과 에슈가 옆에서 응원해 주니 멋쩍은 미소도 보였다.
겉보기엔 평정을 되찾은 것 같지만, 시몬의 눈에는 토토의 어깨가 가늘게 떨리는 게 보였다. 잔뜩 겁먹은 게 틀림없다.
“토토. 응원하러 왔다.”
마침 돌연변이 동아리의 부장인 피츠제럴드가 안경을 치켜올리며 나타났다. 토토의 얼굴이 한결 나아졌다.
“고마워 피츠!”
“음.”
피츠제럴드는 시몬의 옆에 서서 토토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조용히 시몬에게 들릴 만큼 목소리를 냈다.
“떨고 있군.”
“그래.”
“토토는 다른 건 둘째치고, 일단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 전혀 없다는 게 문제다.”
피츠제럴드가 한숨을 쉬었다.
“스스로 자기 정신을 좀먹고, 평정심을 무너뜨려 자멸하지. 언데드 다이브 중에는 정신 문제가 더 크게 작용한다.”
자신감.
시몬은 아직도 그 일이 기억에 선명했다.
-지금부터 이 모자를 쓰는 순간, 토토 아모리는 없다. 너는 돌연변이 동아리 버전의 윌 더글러스 선배가 된다.
학기 초 동아리 시즌 때, 모자 하나 씌워줬다고 사람의 성격이 확 바뀌어서 1학년들을 휘어잡는 모습.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
떨고 있는 토토를 가만히 바라보던 시몬은, 이내 번뜩이는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가는 걸 느꼈다.
“나 잠깐만 다녀올게!”
“어? 조장! 어디 가!”
시몬이 달려간 곳은 ‘성공자’ 학생들이 앉아 있는 장소였다. 큰 고비를 넘긴 그들은 태연한 얼굴로 수다를 떨고 있었다.
주위를 빠르게 둘러보던 시몬은 제일 끝에 익숙한 얼굴을 발견하고 달려갔다.
“세르네!”
가운을 덮은 세르네는 조교들의 시선이 닿지 않는 가장 구석 명당자리에서 전용 의자까지 꺼내 티타임을 즐기고 있었다.
“어머나, 시몬.”
시몬을 발견한 그녀의 눈꼬리가 반달처럼 휘었다.
“나를 먼저 찾아오다니 별일이네요. 재미있는 이야기라도 하러 왔어요? 아님-”
그녀가 걸치고 있던 가운을 살짝 잡아당겼다. 스르륵 섬유 끌리는 소리와 함께 둥근 어깨가 드러났다.
“역시 내 수영복 차림이 목적?”
“…….”
곳곳에 있던 남학생들이 당황해하며 얼른 고개를 돌리고 있는데, 시몬은 얼굴 한번 붉히지 않고 그녀의 눈을 바라보고 있었다.
세르네가 자세를 바꿔서 다리를 바꿔 꼬았다.
“농담할 상황이 아닌가 보네요. 무슨 일이에요?”
시몬이 성큼성큼 다가와 그녀의 테이블 위에 손바닥을 탕 내리쳤다.
“부탁이 있어.”
* * *
시간이 지나, 이제는 토토가 언데드 다이브를 시작할 차례였다.
“그럼 가볼게.”
로레인과 에슈, 피츠제럴드가 한마디씩 하며 토토의 마음을 편하게 만들어주려 노력하고 있었다.
“토토!”
마침 아슬아슬하게 도착한 시몬이 숨을 헐떡이며 그들 사이로 끼어들었다.
그러고는 제일 먼저 에슈를 바라보고는 입모양으로 뭐라고 신호를 보냈다.
“!”
눈치 빠른 에슈의 동공이 큼지막하게 확대되었다. 이내 몸을 홱 돌리더니 로레인을 와락 끌어안았다.
“로레인 님! 저 갑자기 화장실 가고 싶어요!”
“으, 응? 나는…….”
“화장실이 시설 밖에 있대요. 이상한 드워프라도 만나면 어떻게 해요. 같이 가주실 거죠?”
에슈가 로레인을 끌고 가는 사이, 시몬은 빠른 걸음으로 토토에게 다가와 뭔가를 내밀었다.
“선물이야 토토.”
“뭐, 뭔데?”
시몬은 주위를 한번 은밀하게 둘러본 뒤, 품에서 깃털 한 장을 꺼냈다.
밝은 빛이 일렁이고 있는 그것은 틀림없는 세르네의 깃털이었다.
“이거 설마……!”
“세르네에게 부탁해서 어렵게 가져왔어. 이것만 있으면 무적이야. 어떤 상황에서도 긴장하지 않고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을 거야.”
시몬이 토토의 뒷덜미에 깃털을 붙여주었다. 그러자 뭔가 변화가 있는 듯 토토의 눈이 확 커졌다.
두 팔을 벌리고 자신의 몸을 바라보던 토토가 이내 환한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고마워 시몬! 나 열심히 할게!”
“그래.”
토토가 안으로 들어가고, 시몬이 덮개를 닫아주었다.
그리고 잠시 후.
오오오오오-!
커다란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쉬고 있던 학생들이 모두 무슨 일인가 싶어 고개를 돌렸다.
“토토 힘내!”
“잘한다!”
시몬과 10조원들, 그리고 피츠제럴드가 환호하고 있었다.
최악의 부작용으로 괴로워하던 토토가, 망설임 없이 언데드에 칠흑마법진 삽입을 시도한 것이다. 언데드 팔이 바들바들 떨리는 게 보였지만 굴하지 않았다.
“대단해!”
“조금만 더!”
로레인은 물개박수를 치고 있었고, 에슈는 눈물을 펑펑 흘리며 제자리에서 폴짝폴짝 뛰고 있었다. 피츠제럴드는 삐딱해진 안경을 고칠 생각도 못 하는지 집중했다.
근처의 조교들도 눈이 휘둥그레져서 구경했다.
“대단하네요. 저 학생은 절대 안 될 줄 알았어요.”
“그러게.”
선배 조교가 머리를 긁적이며 말을 이었다.
“팔 떨리고 있는 거 보니 여전히 거부반응이 있는 것 같긴 한데, 정신력으로 극복하고 있어. 기적적이네.”
“원래 다이브에 재능이 없는 건 아니었나 본데요.”
결국 20분 만에 성과가 나왔다.
“토토 아모리 학생, 합격입니다.”
바로 연습과제에 성공한 토토가 마취가 덜 풀린 몽롱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모두가 그에게 몰려들어 얼싸안고 좋아했다.
모두가 즐거워하고 있는 사이, 가운을 두르고 실험관 밖으로 나온 토토가 시몬에게 다가와 말했다.
“고마워, 시몬. 네 덕분이야.”
시몬은 난감한 듯 웃었다. 언제 진실을 말해줄지 고민하고 있는데.
“사실 이거, 세르네가 아무 마법도 안 넣어놨었지?”
토토가 뒷덜미에서 스스로 깃털을 떼어내며 말했다.
“아, 알고 있었어?”
“중간 즈음에 문득 깨달았어. 아무리 나를 위해서라고 해도, 시몬이 부정행위를 권유할 거라는 생각은 안 들었거든.”
키젠 내 단독 수행평가에서 세르네가 깃털을 이용해 자기 자신의 정신력을 보강하는 건 본인의 실력이기에 허용되지만, 다른 학생이 세르네의 깃털에 도움을 받는 건 엄연히 부정행위였다.
“그 사실을 깨닫고 처음엔 무서웠지만, 갑자기 용기가 났어. 그럼 지금 내 힘으로 이만큼 해냈다는 거잖아.”
“사실 그 깃털에 마법이 걸려 있었던 것 같네!”
에슈과 시몬과 토토의 사이로 들어와 어깨동무를 했다.
“막막 용기를 주는 마법 같은 거! 그렇지?”
두 사람이 작게 웃음 지었다.
* * *
첫날에 23명의 탈락자 중에 토토를 포함한 8명이 연습과제를 성공했고, 15명의 탈락자가 나왔다. 이들은 바로 로크섬으로 돌아가 데몬나이트 제작에 전념하기로 했다.
이제 성공한 학생들도 언데드 다이브를 재개했다.
연습과제는 끝났고, 이제 진짜 데스나이트 제작이었다. 시몬은 박물관에서 손에 넣은 바로 그 정체불명의 백골을 작업대에 내려놓고 실험관 안으로 들어갔다.
‘조금씩, 조금씩. 천천히.’
하루 만에 만들 수 있는 과정은 아니다.
다이브 상태의 시몬은 칠흑을 흘려서 세심하게 마법진의 베이스를 빚어나갔다. 소환 마법진의 제작은 아무리 신중해도 부족함이 없었다.
집중력도 괜찮고, 페이스도 좋았다.
토토에 대한 불안이 해결되고 나니, 오히려 토토에게 자극을 받은 건지 나 자신의 작업도 잘되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언데드를 만들어가고 있는 가운데.
-……렇군.
문득 어떤 이상한 목소리가 들렸다.
시몬은 언데드 팔을 멈추고 잠시 가만히 있었다.
‘잘못 들었나?’
시몬이 다시 집중해서 언데드 팔을 움직이려는데.
-……이 중에 선택받은 자가 있었나.
목소리.
틀림없이 목소리였다. 시몬은 작업을 멈추고 머릿속에서 울려 퍼지는 소리에 집중했다.
‘누구야?’
지금은 언데드와의 사념과 강하게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목소리가 들린다면 이유는 하나.
지금 사념으로 연결되어 있는 존재의 목소리다.
-……리는가, 군단장.
시몬의 심장이 철렁했다.
-나는 벨제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