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844)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844화
그랜드포지, 시의회.
새까만 턱수염이 얼굴의 절반을 뒤덮은 드워프가 인상을 험악하게 구겼다. 그의 주위에는 비싼 옷을 걸친 드워프들이 자리에 앉아 있었다.
“내일 윌카르트 시장이 직접 키젠에 간다고?”
“예, 확실한 정보입니다.”
한 남자가 고개를 숙이며 보고했다.
“아론 데이아 교수가 그랜드포지와 키젠 간의 접점을 마련했고, 이후 키젠 본부 측에서 관심을 갖고 그랜드포지와의 새로운 협력체제를 구축하려는 것 같습니다.”
그 말을 들은 드워프들은 즉각 격분한 반응을 보였다. 주먹으로 테이블을 내려치거나 험악한 욕설을 쏟아냈다.
“또 외세를 끌어들이려는 겐가!”
“그랜드포지는 그랜드포지로 있어야 하오! 사악한 네크로맨서들의 자본이 들어오면 무너지게 되어 있어! 우리 드워프들의 장인정신도 흐려지게 될 거요!”
“이곳을 손에 넣으려는 죽음의 마녀의 계략인 게지!”
“윌카르트 시장은 어째서 이런 중대사를 우리와 논하지 않은 건가!”
극성인 드워프들이 목소리를 높이니, 다소 세력이 미약한 드워프들은 눈치만 보고 있었다.
그때 새까만 수염의 드워프가 상석에서 일어났다.
“조용!”
순식간에 주위가 정적에 휩싸였다.
“윌카르트 시장이 우리 의회를 무시하는 게 하루 이틀 일도 아니지 않소. 물론, 우리가 시장을 빼고 모이는 것도 하루 이틀 일은 아니지.”
그의 말에 드워프들이 슬슬 눈알을 굴렸다.
“오랫동안 계획한 일을 벌일 때요. 그랜드포지를 위해, 드워프를 위해.”
그가 커다란 주먹을 불끈 쥐었다.
“결단을 내리겠소!”
* * *
데스나이트 제작 마지막 날을 앞두고, 시몬 일행은 저녁 늦게까지 분투해서 데스나이트 최종 준비를 마쳤다.
이제 가장 중요한 단계가 남았다. 아론은 지금까지 살아남은 학생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수고했다. 내일은 마지막 단계인 ‘딥다이브’를 진행할 예정이다.”
학생들이 웅성거렸다.
“이, 이름만 들으면 지금의 언데드 다이브보다 더 어려운 것 같은데요.”
“그렇다.”
아론은 부정하지 않았다.
“데스나이트의 핵심인 ‘다크홀’을 제작하기 위해선, 지금의 사념 연결에서 5~6배 이상 더 강한 다이브 상태에 진입해야 한다. 여기서부터는 보통의 정신력으로는 버틸 수 없다. 최악의 경우 정신이 붕괴하거나, 폐인이 될 위험도 있다.”
시몬과 로레인, 에슈는 걱정스러운 눈으로 토토를 바라보았다.
“포기할 거라면 아직 늦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데몬나이트 제작으로 전환할 수 있다.”
“아닙니다!”
학생들이 우렁차게 외쳤다.
여기까지 왔는데 포기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생각해 볼 시간은 얼마든지 있으니 천천히 고민해 보도록. 오늘은 푹 쉬고, 만전의 컨디션으로 내일 데스나이트 제작에 임해라. 이상.”
이렇게 오늘의 수업도 끝났다.
학생들은 조교의 안내를 받아 텔레포트 마법진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시몬은 돌아가는 길에 잠시 웅장한 그랜드포지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여기도 곧 마지막이구나.’
데스나이트를 만들어 돌아갈 것인가. 빈손으로 돌아갈 것인가는 내일 정해진다.
모든 게 내일 하루에 달렸다.
“토토! 다시 생각해 봐!”
옆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렸다. 에슈가 토토의 어깨를 붙잡은 채 흔들고 있었다.
“과중접촉의 집중도가 기존의 다섯 배래 다섯 배! 이건 진짜 아냐! 지금 다이브도 힘들게 하는 거잖아!”
“…….”
나란히 걷고 있는 토토는 입을 꾹 다문 채 말이 없었다. 로레인도 타이르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데스나이트는 3학년이 되면 다시 도전할 수 있어.”
“하, 하지만.”
늘 소심한 성격이라 남의 의견에 휘둘리던 토토가, 이번만큼은 제 옷자락을 꾹 쥐고 말했다.
“이건 내가 온 마음을 바쳐서 따라온 수업이야. 살면서 지금까지 이렇게 뭔가를 몰입해서 해본 적이 없었어. 여기서 내가 포기해 버리면…… 앞으로도 영영 뭐 하나 제대로 해내지 못할 거란 생각이 들어.”
“……토토.”
에슈와 로레인은 못내 걱정스러운 눈치였다. 물론 걱정스러운 건 룸메이트인 시몬도 마찬가지였지만, 본인의 결심이 저렇게 확고한데 흔들 수는 없었다.
“어떤 결정을 내리든 응원할게.”
시몬이 진심을 담아 말했다. 토토가 그제야 옅은 미소나마 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 * *
기숙사에 돌아오자마자, 토토는 침대에 누워 곯아떨어졌다.
언데드 다이브의 피로감은 물론, 부담감과 걱정으로 많이 피곤했던 것 같았다. 반면 아직 잠이 오지 않았던 시몬은 책상에 앉아 노트를 펼쳤다.
마지막으로 점검을 해두고 싶었다.
“수식 오케이, 교차값 오케이, 회로는 조금 꼬일지도 모르겠네. 내일 딥다이브에 들어가면 살짝 조정해야겠다.”
손에 든 깃펜이 정신없이 움직이며 활자들을 주르륵 써내려갔다. 온갖 복잡한 기호와 숫자들이 흰 노트 안을 빼곡하게 차지했다.
시몬은 깃펜 끝을 입에 질겅 문 채 고민에 빠졌다.
‘……잠깐, 그런데 이거.’
그랜드포지에서도 분명 검산을 하고 나왔다.
그런데 책상에 앉아 고민해 보니 살짝 값이 틀리게 나오는 것 같다.
“아, 아.”
시몬의 동공이 흔들렸다. 식은땀이 뒷목을 타고 주르륵 흘러내렸다.
이대로 값이 틀리게 나온 채 ‘다크홀’을 작업하면.
‘제대로 된 결과물이 나올까?’
심장이 철렁했다.
바보 같았다.
이걸 왜 이제야 눈치챘지?
왜 꼼꼼하게 확인을 못 했지?
톡톡.
시몬이 패닉에 빠져 있는 그때, 창가를 두들기는 소리가 들렸다.
꽁무니에 거미줄을 단 송장거미가 앞다리로 창문을 톡톡 두들기고 있었다.
군단의 일. 어쩐지 바로 라미아의 얼굴부터 떠올랐다.
시몬은 잠시 깃펜을 내려놓고 일어났다. 토토가 완전히 곯아떨어졌는지 재차 확인한 다음, 창문을 열어주었다.
“무슨 일이야?”
끼릭! 끼릭!
송장거미가 앞다리를 마구 휘저으며 상황을 설명했다. 시몬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라미아가 유적에서 없어졌다고? 빠져나간 흔적은?”
송장거미가 앞다리로 X자를 그었다.
에르제베트가 결계를 쳐놓았을 테니 라미아가 빠져나갈 수는 없다. 아마 유적 어딘가에 숨어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이틀 전에도 사라진 적이 있었는데, 거미알이 가득한 방 천장에 붙은 채로 발견됐었다.
“하아. 내가 가볼게.”
또 라미아의 장난일 수도 있겠지만, 5군단장 매그너스가 엮인 문제인 이상 방치할 수 없었다.
시몬이 자리에서 일어나 겉옷을 챙기려는데.
[크흐흐! 내게 맡기고 소년은 데스나이트에 집중해라!]‘피어!’
시몬이 아공간을 열자, 피어가 망토를 휘날리며 등장했다.
[중요한 순간이다. 지금 이쪽에 신경을 쓸 여유가 없지 않나.]시몬이 감격에 찬 얼굴로 피어를 보았다.
“고마워요 피어! 피어가 가준다면 저도 안심이네요.”
[크흐흐!]피어가 송장거미와 함께 떠났다.
시몬은 비로소 안심하며 창문을 닫고는, 다시 책상에 앉았다.
“다시 처음부터 해보자!”
라미아 일로 흔들린 멘탈을 다잡고 깃펜을 붙잡았다.
이어지는 검산 세 차례.
그리고 시몬은.
‘……진짜 잘못된 것 같은데.’
패닉에 빠지고 말았다.
* * *
타닥. 탁.
정신을 차리니 밖이었다.
어느새 시몬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창가를 뛰어넘어, 그랜드포지로 가는 텔레포트 마법진을 향해 전속력으로 달리고 있었다.
‘미치겠네!’
식은땀이 철철 흐른다.
어쩐지 지금까지 작업들이 너무 수월하다고 했다. 자신감이 넘쳐서 데스나이트 제작에 실패할 거라는 생각을 못 했는데, 막상 실패가 목전까지 와 있다고 생각하니 도저히 가만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토토나 로레인, 혹은 다른 학과생들에게 같이 가자고 하는 것도 민폐다. 다들 결전인 딥다이브를 앞두고 휴식과 수면을 취하고 있을 터.
시몬은 산비탈을 가로질러 텔레포트 마법진이 있는 산언덕 위로 올라왔다.
‘찾았다!’
주위를 훑어보던 시몬은 그랜드포지로 향하는 텔레포트 마법진을 단번에 찾아냈다.
다른 텔레포트 마법진은 모두 전원이 꺼져 있는데, 그랜드포지로 향하는 지정형 텔레포트 마법진만 7박 8일 동안 마나가 늘 공급되도록 설정되어 있었다.
시몬은 이제는 익숙하게 텔레포트 마법진을 작동시키고 손등에 나 있는 문양으로 보안을 해제했다.
‘……잠깐만.’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마지막 날까지 환하게 불이 들어와 있어야 할 텔레포트 마법진의 전원 한쪽이 흐릿했다. 심지어는 회로 몇 개는 금방이라도 작동을 멈출 듯 위태로웠다.
‘평소엔 잘만 되던 게 왜 이러지?’
이 중요한 순간에 갑자기 무슨 일이란 말인가. 시몬은 눈으로 회로를 읽으며 사고상황을 분석하려 애썼다.
이쪽의 텔레포트 마법진은 잘못된 게 없어 보인다. 문제는-
‘반대쪽. 그랜드포지의 텔레포트 마법진이야.’
그때 회로 한쪽에 불이 더 꺼졌다. 이대로는 텔레포트 자체가 불가능해질 것이다.
마음이 급해진 시몬은 ‘문’이 완전히 닫히기 전에 마법진 전원을 작동시키고 발을 디뎠다.
우우우웅-!
텔레포트 마법진이 작동하고, 시몬은 눈을 질끈 감았다.
두 발이 두둥실 떠오르는 감각이 느껴졌다.
그리고.
‘우와아아아악!’
세상이 빙글빙글 돌았다.
평소의 텔레포트 마법진을 탈 때와는 완전히 다른 감각이었다. 주위는 어지럽고 일그러진 추상화 색상이었고, 무수한 터널들이 가득했다. 시몬은 그 터널 중 하나로 빨려 들어가는 중이었다.
몸이 끊임없이 회전한다. 금방이라도 구토가 밀려들 것처럼 속이 매스껍다.
“크윽!”
시몬은 정신줄을 붙잡고 몸을 움직였다.
원래 가던 터널에서 벗어나는 순간 끝장이다. 터널에 튕겨 나가지 않도록 허공에서 헤엄치듯 끊임없이 몸을 움직였다.
그리고 이내.
파직! 파직!
마나로 이루어진 푸른 전류들이 시몬의 몸을 뒤덮었다.
터어어어어엉!
뭔가에 부딪혀 튕겨 나가는 듯한 감각과 함께, 시몬은 마침내 밖으로 빠져나왔다.
“윽!”
파아악!
시몬은 바닥을 나뒹굴며 바닥에 쓰러졌다. 흙먼지가 뿌옇게 피어났다.
하아.
허억.
거칠게 숨을 내쉬던 그가 고개를 들었다.
맙소사란 말이 절로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여기가 어디야?’
어딘지 모를 장소였다. 텔레포트 마법진 사고로 바다나 땅 한복판에 갇혀 버릴 수 있다는 딕의 이야기를 떠올리자 몸에 소름이 쭈욱 돋았다.
그러나 금방 냉정을 되찾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른 곳으로 떠밀리지 않고 원래 터널을 끝까지 따라온 건 사실이다. 땅 한복판에 깔린 것도 아니었고, 무엇보다 숨을 쉴 수 있었다.
‘그리고 이건 뭐지?’
파이프였다.
어디로 이어졌는지는 모르겠지만, 귀를 대보니 물소리가 났다.
식수를 운반하는 관으로 보인다. 시몬은 관을 따라, 그리고 물이 위에서 아래로 내려가는 방향으로 부지런히 걸었다.
그렇게 30분 정도 쭉 걷다 보니.
‘아!’
지하 동굴에 펼쳐져 있는 도시의 모습.
그랜드포지가 보였다.
시몬은 길게 안도의 한숨을 내쉰 다음, 빠른 속도로 달려나갔다.
‘조금만 더 가면 연구소로 갈 수 있어!’
마침 눈에 익은 커다란 건물이 보였다. 저번에 로레인과 같이 갔던 그 쇠구슬 경기장이었다. 그 건물을 이정표 삼아 연구실로 가는 길을 계산했다.
그런데.
‘……?’
도시가 심각할 정도로 조용했다. 휘황찬란했던 조명은 대부분 꺼져 있었고, 주택가의 창문은 닫혀 있거나 커튼으로 가린 상태였다.
그 흔한 드워프들의 껄껄거리는 웃음소리도 없고, 아무도 거리에 돌아다니지 않는다.
완전한 정적.
전에 왔던 때와는 분위기가 너무나 달랐다. 을씨년스럽기까지 했다.
‘도시에 무슨 일이라도 생겼나?’
터벅. 터벅. 터벅.
마침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많은 발소리가 들렸다.
시몬은 즉각 걸음을 멈추고 발소리가 난 곳을 향해 걸어간 뒤, 건물 뒤에 몸을 숨기고 고개를 내밀어 보았다.
“……!”
무기로 무장한 드워프 병사들이 한 사람을 포로로 데려가고 있었다.
그것도 시몬이 아는 인물이었다.
‘라울!’
시장 아들인 라울이었다. 도망치다가 붙잡혔는지 얼굴에 크고 작은 생채기가 나 있었다. 손에는 쇠고랑도 착용하고 있었다.
시장 후계자인 라울을 이렇게 대하다니, 절대로 상식적인 상황이 아니었다.
‘서, 설마 내란이라도 일어났나?’
“똑바로 걸어!”
경기병이 뒤에서 라울의 등을 걷어찼다. 라울이 ‘윽!’ 소리를 내며 바닥에 힘없이 쓰러졌다.
그 모습을 본 시몬의 머리가 뜨거워지고 있는데, 드워프 경비병 하나가 갑작스럽게 휙 고개를 돌려 시몬 쪽을 응시했다.
“저기 누가 있다!”
“잡아!”
우르르르르!
드워프 병사 한 명이 라울을 붙잡고, 나머지 인원은 시몬을 향해 뛰어들어왔다.
‘그래, 이렇게 된 이상.’
싸워야 한다. 결심을 마친 시몬이 모습을 드러냈다.
라울도 시몬을 발견하고는 읍읍거리며 소리를 냈다. 동작을 보니 도망치라는 뜻 같았다.
‘생각해 보니 텔레포트 마법진을 끈 것도, 쿠데타를 위해 외부의 진입을 차단하기 위해서였어.’
시몬이 눈을 감았다 떴다.
아공간이 열리고 수많은 뼈들이 공중으로 치솟았다.
“쁘르! 피흐르그으!”
천 쪼가리로 입이 막힌 라울이 도망치라며 몸부림쳤다. 하지만 시몬은 떠날 생각이 없어 보였다.
이제 곧 시몬까지 붙잡혀 버릴 거라고 생각했으나.
퍼벅!
퍽!
으저저저적!
역으로 드워프 경비병들이 속수무책으로 나가떨어지고 있었다.
벌떼처럼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뼈들이 병사들의 투구나 명치를 강타해 기절시키거나 벽에 붙잡아 고정시켰고, 시몬은 날렵한 동작으로 움직이며 도끼나 창을 피한 뒤, 마투로 하나하나 쓰러트리고 있었다.
‘어? 어?’
라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저런 움직임은 근위 기사단에게서도 본 적이 없었다.
시몬이 화려하게 몸을 회전시키며 발차기를 날리자 드워프 두 명이 연달아 쓰러지고, 시몬의 손바닥이 가볍게 툭 닿으니 그대로 쓰러져 곯아떨어지는 병사도 있었다.
정리가 되는 건 고작 10분.
투둑. 툭.
제자리에 멀쩡히 서 있는 드워프는 없었다.
그나마 라울을 붙잡은 드워프 경비병이 덜덜 떨며 도끼를 라울의 목에 가져다 댔다.
“이, 이 녀석의 목숨이 아깝다면……!”
시몬은 무심한 얼굴로 손가락을 까닥했다.
무슨 짓인지 몰라 눈을 끔뻑이고 있던 드워프의 투구 뒤로 퍽! 하고 강한 통증이 치밀었고, 이내 그가 눈을 뒤집으며 쓰러졌다.
“괜찮아?”
시몬이 그렇게 말하며 다가왔다.
우선 라울의 입에 물린 재갈부터 풀어주었다. 그가 푸하! 하고 크게 숨을 내뱉었다.
“시몬! 이 시간에 네가 여긴 왜 있어?”
시몬이 민망한 듯 웃으며 옆머리를 긁적였다.
“늘 오던 이유로.”
“이 멍청아!”
시몬은 손끝을 움직여 클라우드를 쏘아 보내 경비병의 허리에 매달린 열쇠를 가져와 라울의 수갑을 풀어주었다.
-저기다!
이내 다른 곳에서 경비병들의 발소리가 들리자, 두 사람은 잽싸게 좁은 골목으로 들어갔다.
“그나저나 이게 다 무슨 일이야?”
“시의원들이 반란을 일으켰어!”
라울이 이를 빠드득 갈았다.
“아버지도 붙잡혔고, 그 근위대장 게오르그도 한통속이야! 다짜고짜 등을 보인 아버지 목에 검을 들이밀면서 협박했다고! 같은 자리에 있던 장군까지 포획하고 군부를 장악했어! 정예 전사들이 출정을 떠난 사이 이런 일이……!”
“뭔가 사정이 복잡해 보이네.”
시몬은 생각에 잠겼다. 쿠데타라면 자력으로 키젠에 돌아가는 건 불가능해 보인다. 이제 텔레포트 마법진은 모두 꺼져 있을 테니까.
‘정권이 바뀌면 상황이 더 꼬일 거야.’
시몬이 학교로 돌아가려면 텔레포트 마법진이 필요한데, 그걸 바뀐 정권에서 순순히 내어줄 리는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군단의 힘을 쓰는 건 위험하다.
시몬이 그랜드포지에 넘어갔다는 사실을 키젠에서 알게 되는 건 시간문제였다. 즉, 시몬이 여기서 군단장으로 나서 버리면 ‘시몬 = 배신의 군단장’이라는 사실을 전 세계에 공표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네프티스의 계획도 일그러진다.
그렇다고 계속 숨어 지내는 것도 문제다. 결국 키젠에서 시몬을 구하기 위해 움직이겠지만, 그랜드포지의 위치를 정확히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구출을 기다리기엔 꽤 긴 시간이 걸릴 것이다.
지금은 한시가 급하다. 시장이 잡혔지만 아직 쿠데타가 완전히 성공했다고는 볼 수 없었다.
고민을 거듭하던 시몬의 눈이 이내 반짝였다.
‘그래.’
군단은 아니지만 아직 시몬에겐 비장의 무기가 있었다.
“라울.”
“왜?”
시몬이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연구실로 가자. 지금 당장 내 데스나이트를 완성해야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