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855)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855화
데스나이트는 구조가 복잡하지 않은 몇 가지 백마법을 ‘칠흑’으로 구사하는 게 가능했다.
물론 이것들을 칠흑으로 구사하면, 수식이 억지로 바뀌며 공격마법처럼 발사됐다.
신성결계는 영역 안에 적을 파괴시키는 범위 공격마법.
재생마법은 독처럼 적에게 지속처럼 피해를 입히는 지속형 파괴마법.
축복은 저주였다.
여담이지만 데스나이트는 이 기술을 사용한 뒤, 꽤 상심한 듯한 반응을 보였다. 더 이상 사람을 살리지 못한다는 사실에 시무룩해진 것 같았다. 그래도 시몬이 특유의 그 ‘이마 맞대기’를 두 번쯤 해주니 다시 기운을 되찾았다.
물론, 이런 백마법 사용에는 한계는 있었다. 아무래도 언데드인 만큼 고위 백마법의 구사는 몸의 기억이 흐려져서 사용이 불가능했다.
‘사실 복잡한 백마법은 쓸 필요도 없어. 데스나이트의 진가는 저 깃발에 있으니까.’
비아 돌로로사(Via Dolorosa).
데스나이트가 깃발의 힘을 완전히 개방하면 깃발 끝에서 칠흑이 역십자로 뿜어져 나오고, 가까운 범위 내의 언데드에게 ‘무적’에 가까운 초재생능력을 부여한다.
이는 데스나이트 본인과, 심지어 술사인 시몬에게도 적용된다는 걸 알게 됐다.
‘분명 강력한 능력이긴 한데, 사용이 어려워.’
화산성주 때처럼 깃발을 켜고 상대에게 ‘워드 바이 밴쉬’를 사용하는 게 최선이었지만, 철제 마스크를 쓰고 있는 발락에게 그 기술을 사용하는 건 극도로 어렵다. 발락이 마스크를 벗을 때는 그 문제의 ‘암서’를 사용할 때뿐이다.
촤아아아악!
시몬이 고민하는 와중에도 데스나이트가 오러블레이드를 휘둘러 덤벼드는 금지된 숲의 고블린들을 베어내는 모습이 보인다.
가만히 생각에 잠겨 있던 시몬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데스나이트는 깃발을 이용해 언데드를 자신의 부하로 만들 수 있었다. 이건 ‘비아 돌로로사’와는 차별되는 능력인 것 같은데, 자세한 건 조금 더 실험이 필요해 보였다.
‘생각난 김에 해보자.’
시몬은 데스나이트가 쓰러트린 고블린 앞으로 다가가 흑마법을 사용했다.
소환형 언데드에게 사용하는 ‘서먼’ 계열이 아니라, 그야말로 짧은 시간 급하게 사용할 때 쓰는 ‘라이징’ 마법으로 좀비를 깨웠다.
방금 칼에 베인 고블린의 눈이 번쩍 뜨이더니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역시.’
시몬이 고개를 끄덕였다.
라이징 계열은 소환마법진을 사용하는 게 아니었기에, 데스나이트를 유지하면서도 다른 소환수를 컨트롤 하는 게 가능했다.
뒤이어 데스나이트에게 명령해, 저 고블린 좀비의 제어권을 가져가도록 했다. 이내 좀비가 데스나이트의 오러처럼 로즈 계통의 빛깔로 변했다.
-크르르르르!
전방에 어슬렁거리는 세 마리의 웨어울프가 이쪽으로 오고 있었다.
시몬은 좀비에 마법진을 부착한 뒤, 그들에게 달려들게 했다. 움직이는 시체나 다름없는 고블린 좀비가 두 팔을 벌리며 뛰어갔다.
콰악!
콱!
고블린 좀비로는 당연히 상대가 될 리가 없다. 단번에 웨어울프들에게 목덜미와 옆구리를 물리고 말았다.
바로 그때 시몬이 주먹을 움켜쥐며, 아까 좀비에게 걸어두었던 흑마법을 사용했다.
퍼어어어어억!
마법진 폭발을 기반으로 한 게 아닌, 진짜 전통의 옛날 시체폭발이다.
좀비의 몸이 터져나가며 고압력의 혈류와 뼛조각들이 웨어울프들의 몸에 대못처럼 틀어박혔다. 그들이 괴로워하며 몸을 비틀었고, 한 놈은 바로 즉사했다.
그리고 가장 놀라운 건.
스스스스스-
마치 시간이 되돌아가듯, 폭발한 뼈들과 피들이 재차 모여들더니 형태를 구축하고 원래 좀비의 형상으로 재생한 것이다. 데스나이트가 가진 깃발의 효과다.
물론 진짜 시간 역전은 아니라 그런지 완전 재생은 아니었고, 듬성듬성 파츠가 빠진 구간이 있는가 하면 잘못 맞춰진 부분도 있었다.
시몬은 두 번째 시체폭발을 사용해서 웨어울프를 마무리한 뒤, 데스나이트에게 깃발을 끄도록 지시했다.
‘첫 번째 폭발보다 위력은 현저히 떨어지네.’
그래도 수확은 있었다.
데스나이트를 운용하면서도 쓸 수 있는 소환수가 있다는 점.
그리고 깃발의 영역 안에 있다면 데스나이트가 소유한 언데드에 한해 무한 부활이 가능하다는 점.
그리고 깃발로 일으킨 언데드는 깃발의 전원을 끄면 다시 시체로 돌아간다는 점까지 확인했다.
‘이건 발락이 모를 수밖에 없어. 잘만 사용한다면…….’
[군단장님!]시몬이 고개를 돌렸다. 나무 사이로 긴 거미줄이 드리워지더니, 에르제베트가 그물침대에 누운 것처럼 요염한 자세로 나타났다.
“왜 그래? 에르제.”
[침입자가 나타났사와요.]그녀가 교태로운 눈웃음을 흘리며 말을 이었다.
[부회장 소타 프쉬케가 이리로 오고 있답니다.]시몬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 사람이 갑자기 여긴 왜?”
[군단장님을 염탐하려는 게 아닐까 싶은데요. 어떻게 할까요?]시몬은 잠깐 고민하다가 말했다.
“괜찮아. 그냥 내버려 둬.”
[알겠사와요. 5분 후에 이곳에 도착할 거예요.]에르제베트가 사라지고, 시몬은 아무것도 모르는 척 데스나이트 훈련에 집중했다.
그렇게 조금 있다가 허공에 대고 말했다.
“나오시죠. 소타 선배님.”
시몬의 말에 주위의 나무가 잠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이내 소타 프쉬케가 하늘에서 훌쩍 떨어져 나타났다.
“내가 여기 있다는 걸 어떻게 알았지?”
시몬은 대답하지 않고 그저 웃을 뿐이었다. 쯧 하고 혀를 찬 소타가 길게 숨을 내뱉었다.
“잠깐 지켜보니 대단하던데, 네 데스나이트.”
“볼일이 없으시다면 먼저 가보겠습니다. 훈련 중이라서요.”
시몬이 등을 돌려 걸어가려는데, 소타가 입을 열었다.
“교류전에 관해서 할 말이 있다.”
“이미 키젠 상부에서 결정한 일이니 되돌릴 수는 없어요.”
“아니, 난 교류전 자체를 부정하려는 게 아니야.”
그가 품에서 뭔가를 꺼내 바닥에 툭 떨어뜨렸다.
“우리끼리 작은 게임을 하자는 거지.”
시몬이 고개를 돌려 그것을 바라보았다.
작동 중인 메모리얼 수정구 두 개였다.
‘…상대할 필요가 없다.’
에이젤 사건으로 소타 프쉬케라는 인간에 대해서는 진절머리가 날 만큼 잘 알고 있었다. 시몬이 무시하고 걸어가려는데 그의 말이 발목을 잡았다.
“이런 건 어때? 교류전 4경기 중에 ‘단 1경기’라도 너희 2학년이 이긴다면-”
소타가 음침하게 미소 지었다.
“네가 내기에서 이기는 걸로. 그럼 네 부탁을 뭐든 한 가지 들어주마.”
시몬의 걸음이 멈췄다.
‘하아아.’
뭐라고 해야 하나.
맥이 탁 풀리는 느낌이다.
신경을 쓰지 않으려고 했고, 끼어들지 않으려고 했는데, 지금 드는 생각은 그냥 저 인간에 대한 구차함과 구질구질함이 구역질 나게 짜증 날 뿐이었다.
“표정이 좋네.”
소타가 실실 웃음 지었다.
“반대로 우리 3학년이 교류전에서 전승하면 내 승리야. 내가 이겼을 때 할 부탁은 이미 정해놨어. 마지막 발락과의 경기에서 내가 지목하는 ‘한 종류’의 언데드를 봉인하는 걸로. 어때?”
시몬은 천천히 눈을 한 차례 감았다가 떴다.
“계약은요?”
“계약적 구속력은 아무것도 없어. 그냥 우리들만의 작은 게임이야.”
그가 바닥에 떨어뜨린 메모리얼 수정구를 가리켰다.
“물론 계약을 어긴다면, 증거품인 이걸 들고 다른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면서 화풀이할 수는 있겠지? 그 녀석이 약속을 어겼다고 소문을 퍼뜨리는 정도. 이 정도는 괜찮잖아. 안 그래?”
“…….”
리스크는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인다. 아니, 그렇게 생각하게 만드는 것도 소타의 계획일 수 있다.
‘그냥 상대하지 않는 게 최선이야.’
알고 있다.
상대하지 말고 그냥 가면 된다고.
하지만 자꾸만 저 느물거리는 표정을 보니 가슴 언저리에서 뭔가 폭발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시몬이 천천히 손가락 두 개를 들어 올렸다.
“4전 중에 2승.”
“응?”
“2학년이 두 번 이상 이겨야 제가 이기는 걸로 하죠.”
소타의 눈이 커졌다.
“그래 주면 나야 땡큐지! 근데 자신 있어? 너무 동기들을 믿는 거 아닌…….”
“대신 조건을 추가하고 싶습니다.”
시몬이 그의 말허리를 자르며 다가와 제 얼굴을 들이밀었다.
“네 경기중에 한 경기는 당신이 나와.”
“…….”
늘 뒤에서 수작을 부리고 도망만 치는 인간.
전에는 에이젤을 앞세우고, 이번에는 발락을 앞세우고 있다.
최근에 벌어진 결투 무차별 신청 사태에서도, 소타 프쉬케는 단 한 경기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뒤에서 사람들을 가지고 놀고, 그 과정에서 누가 상처를 받고 누가 학교를 떠나든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다. 죄책감도 느끼지 않는다.
그저 뒷짐 지고 관망할 뿐.
그의 방식은 진절머리가 난다.
만약 이번에 시몬이 발락을 이긴다고 해도, 소타 프쉬케는 부회장 자리에서 쫓겨날 뿐 멀쩡히 졸업해서 잘 먹고 잘살 것이다.
그 모든 사실이 견디기 힘들다. 적어도 그가 학교를 졸업하기 전에, 그에게 당했던 사람들과 같은 좌절감을 맛보여 주고 싶었다.
“그게 제가 내는 조건입니다.”
“…….”
“하시겠습니까?”
소타 프쉬케는 잠시 말없이 고민하다가 고개를 들었다.
“그렇게 하지.”
“감사합니다.”
“그럼 이겼을 때의 네 조건도 지금 들을 수 있을까? 그래야 공평하지.”
시몬은 옷 안에 손을 넣어 저번에 딕이 줬던 메모리얼 수정구가 잘 켜져 있는지 확인했다.
남이 준 저 메모리얼 수정구를 믿을 만큼 바보는 아니다.
“내기에서 제가 이기면 발락에게 사과하시죠.”
아직도 머릿속에서 아른거린다.
“에이젤 선배를 배후에서 조종한 건 전부 당신이었고-”
에이젤과 바닷속에서 훈련하던 그때가.
“발락의 라이벌 의식을 부추기도록 에이젤 선배에게 지시한 것도 당신이었으며-”
에이젤이 발락의 독에 파묻혀 죽어가던 그 모습이.
“결국 당신은 두 사람을 가지고 놀았을 뿐이었다는 걸 발락에게 사과하시는 겁니다.”
“……….”
함정은 저쪽만 팔 줄 아는 게 아니다.
여기서 대답 한마디 잘못하면, 그는 함정의 구렁텅이에 빠지게 된다.
이번 내기에는 이 대답만 들어도 본전이다.
“이야-”
소타 프쉬케의 입꼬리가 살짝 떨렸다.
“너 발락이 어떤 인간인지 알지? 발락을 이용해서 날 제거할 생각이야?”
“대답이나 하시죠.”
소타는 웃으며 대답했다.
“……그렇게 하지.”
시몬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게임. 합시다.”
* * *
정신없는 시험기간이 지나가고, 드디어 중간고사가 시작됐다.
이번 소환학과의 중간고사 실기평가는 아론이 예고한 대로 기사형 언데드 활용 및 교전 평가였다.
시몬은 피에르 버클러가 조종하는 데몬나이트들과 싸웠고, 결과는 크게 볼 것도 없었다.
-시몬 폴렌티아 A+다.
데스나이트를 완성한 여섯 명의 학생들은 거의 압도적인 전력으로 데몬나이트를 쓰러트렸다. 토토도 이번 시험은 최고점을 따냈다.
기뻐할 기색도 없이 이어지는 일반과목들의 필기시험도 정신없이 임했다. 시몬은 코피가 뻥뻥 터지는 경험을 했지만 이 악물고 문제 하나하나에 집중했다.
그렇게 뭐가 어떻게 끝났는지, 세상에서 가장 정신없는 중간고사가 지나가고 이틀 뒤.
교류전 당일이 찾아왔다.
* * *
‘반갑다 키젠! 반갑다 로크섬!’
사회자나 해설자 역할로 키젠에 자주 불려오는 ‘콘라드’는 오늘 기분이 좋았다.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뻔한 인생에서 벗어나고자 노래든 연극이든 장사든 안 해본 게 없었다.
입담이 좋다는 소문이 퍼지며 귀족들의 파티에 불려가 서서히 인지도를 쌓아나갔고, 이제는 로크섬을 제집처럼 드나드는 유명인이 되었다.
‘여기까지 왔다.’
자신의 길은 늘 성공가도. 오늘도 넥타이를 고치고 각오를 다지며 로크섬에 들어왔다.
“오셨습니까.”
마침 키젠의 선임 하수인이 다가와 말했다. 자신을 불러주는 고객님의 등장에 콘라드는 허리를 90도로 굽히며 인사했다.
“안녕하십니까! 오늘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예. 든든하네요.”
그는 정신없이 다른 하수인들에게 지시를 내리느라 바빠 보였다. 콘라드가 말했다.
“오늘 불러주신 이유는 뭔가요? 학생들 시험기간이라 올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별거 아니에요. 하루짜리 짧은 행사 사회 건입니다.”
그가 서류파일을 넘기며 말을 이었다.
“교류전이라고 하는 건데, 2학년과 3학년의 친목회 같은 거죠.”
“오오! 그렇군요.”
콘라드는 바로 프로필을 읽어 보았다. 작년과 재작년에 교류전이 어떻게 진행됐는지 간략하게 나와 있었다.
교류전은 무려 200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교내 행사였고, 졸업을 앞둔 3학년들을 2학년이 배웅하는 느낌이었다. 마지막에는 선배를 떠나보내며 눈물바다가 된다는 이야기도 맘에 들었다. 자신의 입담이 활약할 포인트가 많아 보인다.
‘근데 이제 중간고사가 끝난 거 아닌가? 다른 연도에 했던 것보다 빠르네.’
하수인에게 물어보고 싶었지만 그는 워낙 바빴다.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사람들에게 지시하고 있었다.
그러다 고개를 돌려 콘라드를 바라보았다.
“오늘은 학생들의 행사고, 촬영도 없으니 편안하게 해주시면 됩니다.”
“네, 네!”
어찌 편안하게 할 수 있겠는가.
나는 프로다. 기왕 돈 받고 하는 거라면 제대로 한다.
학생들에게 최고의 시간을 제공해 주겠다.
그렇게 마음을 가다듬고 있는데, 저 멀리서 방송 하수인이 손짓하는 게 보인다. 이제 행사가 시작하려는 것 같았다.
“갑니다!”
콘라드는 빠르게 달려가서 확성 수정구를 받고 앞으로 나섰다.
‘오오.’
여기는 키젠에서 잔뼈 굵은 그도 처음 와보는 경기장이었다.
좌우로 성처럼 크고 높은 형태의 관중석이 인상적이었는데, 학생들은 2학년과 3학년 반반씩 나뉘어 관중석에 앉아 있었다.
-이기자!
-죽여버려!
-봐주지 마!
그런데 어쩐지 ‘교류전’치고는 분위기가 좀 살벌했다.
뭐, 혈기 넘치는 10대 학생들이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며 콘라드 확성수정구를 들고 무대 앞으로 나왔다.
“안녕하십니까 키젠 2학년 3학년 학생 여러분! 이번 교류전의 사회를 맡은 콘라드입니다!”
곳곳에서 자잘한 박수 소리가 들렸다. 콘라드는 입을 크게 벌리며 미소 지었다.
“이번에는 키젠 교류전 행사로 찾아뵈었습니다! 저는 선후배 간의 이런 따뜻한 행사가 있다는 사실이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키젠처럼 선배가 끌어주고 후배가 밀어주는 이상적인 선후배 관계가 어디 있을까요! 학연과 동문! 나중에 네크로맨서 사회에 나가도…….”
연신 떠벌떠벌 떠들던 콘라드가 슬쩍 관중석 쪽을 살폈다.
‘근데 평소와는 분위기가 너무 다른데?’
아무래도 중간고사 직후라 그런 것 같았다.
이럴 때는 활동적인 행동으로 행사에 집중하도록 유도하는 게 좋다. 그가 큰소리로 외쳤다.
“자, 자, 먼저 우리 인사부터 할까요? 마침 2학년 3학년 서로 흩어져서 앉았네요! 천천히 자리에 일어나서! 상호 간에 인사하겠습니다! 자아!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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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죽은 듯한 정적이 휩싸였다.
누구도 고개를 숙이거나 묵례조차 하지 않았다. 오른쪽과 왼쪽의 학생들이 살벌한 눈으로 서로를 노려보고 있었다.
‘대체 이 분위기 뭐냐고! 교류전이라며!’
이상해도 뭔가 단단히 이상했다.
콘라드는 자신의 20년 경력 중 지금이 최대 위기라는 것을 자각했다.
“아.”
그제야 무대 뒤에서 지켜보고 있던 선임 하수인이 짝 하고 손뼉을 쳤다.
“말하는 거 깜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