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876)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876화
대륙의 상황이 앞뒤로 혼란스러운 가운데, 이러나저러나 학교는 굴러가야 했다.
외부 상황이 어수선한 때일수록 학생들의 수업과 교내과정은 더욱 빡빡해졌다.
다만 시몬은 병동에서 몸을 회복하는데 전념하는 중이었다.
“즐거운 소식과 나쁜 소식이 있어. 뭐부터 들을래?”
오늘도 병문안을 핑계로 시몬의 병실에 놀러 온 딕이 말했다.
포크에 과일을 찍어 먹던 시몬은 별 생각없이 대답했다.
“즐거운 거?”
“좋아.”
딕이 손바닥을 비비며 음침한 웃음을 흘렸다.
“소타 프쉬케, 드디어 중징계 확정이야.”
“진짜?”
최근 전교생에게 실시한 정신마법 검사.
‘통징 정신감정 시험’은 100년 전에 왕국 간의 정치적 이슈로 폐기된 제도였었는데, 최근 연이은 시끄러운 사태들로 부활했다.
교내에서는 학생들의 우울감, 무력감, 흑마법을 통한 정신 피폐증을 조사하기 위한 게 주 용도이고, 부정적인 사상이나 범죄의사에 대한 수색은 특정 학생들에게만 이루어진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결국은 내부에 결사가 있는지 없는지 찾아내는 게 주 목표.
시몬은 병실에 있어서 피해 갈 수 있었지만, 다른 학생들은 모두 한 번씩 겪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게 왜?”
“소타 프쉬케한테 수사 이슈 하나 엮여 있었던 거 기억나지? 아세라즈 퇴학 사태!”
딕이 손뼉을 짝 쳤다.
“범죄에 관련된 사항은 이때 조사할 수 있었는데, 소타 프쉬케가 거기서 딱 걸린 거야! 그때 본인의 범죄 사실이 낱낱이 밝혀지고, 중징계가 확정됐어. 내 생각엔 퇴학을 피하기 힘들 것 같아.”
시몬이 입을 벌렸다.
전혀 생각지 못했다. 결사에 엮인 이번 이슈가 이렇게 흘러갈 줄이야.
“캬하, 이래서 사람은 착하게 살아야 해! 메이린이 좋아서 날뛰더라. 결사가 도움이 될 때 있다고.”
신이 난 딕은 중징계받아서 끌려가는 소타 프쉬케의 표정을 정성껏, 아주 세부적으로 묘사했다.
시몬은 웃으며 이야기를 들었다.
“벌써 다음에 들을 나쁜 소식이 걱정되는데.”
“사실 나쁜 소식이랄 것도 없어.”
딕이 실실거리며 말했다.
시몬은 아까부터 딕이 말을 걸면서 창문 쪽을 힐긋거리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시몬은 짐짓 못 본 척하고 물었다.
“그게 뭔데?”
비로소 딕이 이를 드러내며 씩 웃었다.
“너 복귀가 너무 늦어져서 지금 병실에서 학생회장 임명식 한다던데?”
과일을 먹던 시몬이 그만 한쪽을 툭 떨어뜨렸다.
“여기서?”
달칵!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병실 문이 벌컥 하고 열렸다. 한 무리의 사람들이 우르르 쏟아져 들어왔다.
“복귀를 축하드립니다! 시몬 학생회장님.”
문이 열리고 가장 먼저 보이는 건 모조와 학생회 직속 하수인들이었다. 모조가 밝게 웃는 얼굴로 학생회장 코트를 들고 있었다.
“축하해, 시몬!”
“축하드려요!”
메이린과 카미바레즈도 들어왔다. 이내 딕이 기다렸다는 듯 종이 폭죽을 들고 팡팡 터뜨렸다. 다들 와아아- 하고 손뼉을 치며 환호했다.
“실례합니다.”
또각 또각.
마지막으로 뒤쪽에서 구둣발 소리와 함께 누군가 다가오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하수인과 학생들이 일제히 좌우로 질서정연하게 갈라졌다. 이내 부총장 제인이 다가와 시몬의 침대 앞에 섰다.
그녀는 손에 임명장을 들고 있었다.
“아, 교수님.”
시몬이 일어나려고 했지만 제인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앉아서 받아도 된다고 말했다.
시몬의 시선이 조심스레 움직였다. 그녀는 거의 전신을 붕대로 감싸고 있었고, 오른팔은 부목 같은 것으로 고정해 둔 모습이었다.
“몸은 좀 어떠세요?”
“이 정도 부상은 익숙하니 괜찮습니다.”
그렇게 말한 제인은 싱긋 미소 지어 보이고는 다시 흠. 하고 진지한 얼굴로 돌아왔다.
“시몬 폴렌티아 학생.”
“예!”
“금일부로 키젠의 정식 학생회장으로 임명하겠습니다. 교내의 명예를 위해, 학생들의 권리와 안전을 위해, 몸을 아끼지 않고 노력하며 분골쇄신할 것을 맹세합니까?”
시몬이 진중하게 대답했다.
“맹세합니다.”
제인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뒤, 임명장과 명패를 시몬에게 반대로 돌려서 건네주었다. 시몬이 그것을 받자마자 다시 학생들이 종이 폭죽을 터뜨렸다.
“학생회장님. 여기 있습니다.”
직속 하수인 리더 모조가 빳빳하게 잘 다려진 검은색 학생회장 코트를 시몬의 어깨에 둘러주었다.
오랜만에 입는 코트. 이 부드럽고 따뜻한 감촉이 그리웠다.
“모조 누님이 오늘 새벽부터 싱글벙글하면서 다림질하시던…… 억!”
그렇게 말하던 후배 하수인이 모조의 팔꿈치에 맞고 몸을 꺾었다. 곳곳에서 화기애애한 웃음소리가 쏟아졌다.
“그럼 먼저 가보겠습니다.”
임명장을 건넨 제인이 등을 돌렸다.
“교수님, 조금 쉬셨다가 가셔도…….”
“회포를 풀고 싶지만 일이 바쁘군요. 나중에 학생회장실에서 차 한잔할 시간을 따로 내도록 하겠습니다.”
그녀의 눈동자가 굴러갔다.
“정말 고생했습니다.”
“네!”
그리모와르의 도서관에서 있었던 이야기는 1급 기밀인 만큼 제인도 따로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고생했다고 말하는 목소리에서만큼은 진심이 느껴졌다. 시몬은 가슴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렇게 제일 먼저 제인이 떠났다. 다른 학생들이 전해준 꽃다발을 건네주며 이런저런 덕담을 하던 하수인들도 자리를 비켜주겠다며 곧 물러났다.
이제 시몬의 병실에 남은 건 메이린과 딕, 카미바레즈였다.
“웃차.”
환자복 위에 학생회장 코트를 두른 시몬이 홀가분한 얼굴로 쭈욱 기지개를 켰다. 창가를 보니 노을이 지고 있었다.
오늘 하루도 이렇게 흘러가는 것 같았다.
스륵.
그런데 뭔가 옆에서 꼼지락거리는 소리가 들려서 고개를 돌려보니, 메이린이 옆에 서 있었다.
얼굴은 빨갛게 물든 채, 고개는 딴청을 피우듯 옆으로 돌아가 있었고, 두 손은 가지런히 모아서 교복 스커트 위에 올린 채였다.
시몬이 웃는 얼굴로 말했다.
“왜 그래? 메이린.”
“아니, 그.”
메이린이 쭈뼛거렸다. 가운데로 모은 두 손은 연신 불안하게 꼼지락거리고 있었고, 다리는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마치 메이린이 성적 발표를 앞두고 교수님 앞에 서 있을 때의 모습 같다.
“따, 딱히 할 말이 있는 건 아닌데…… 그게…….”
“?”
“하, 학생회장 진급 축하한다고!”
얼굴이 벌게진 그녀가 갑자기 빼액 목소리를 높였다.
“회, 회장 코트 잘 어울리네? 아하하!”
시몬이 눈을 깜빡였다.
“새삼스럽네. 1학기 때 늘 봤던 거잖아.”
“그, 그치. 응.”
메이린은 예쁘게 웃는 얼굴로 대답했지만, 속으로는 눈물을 줄줄 흘리고 있었다.
‘이 바보 눈치 꽝꽝아!’
학생회장 임명식 끝나고 옆에 남아 있는 걸 보면 눈치를 채줘야 하는 거 아닌가. 너 뭔가 나한테 줄 거 있지 않니?
이쪽 입장은 생각도 못 해주고!
메이린이 눈을 질끈 감았다.
‘으으, 이럴 때 용기도 못 내는 나 자신이 너무 싫다.’
그래도 학생회장이 결정하는 건데 시몬에게 괜히 막 부담 주기는 싫었다.
그녀가 속으로 전전긍긍하고 있는 그때.
“……어, 음. 이건 대충 그런 거야.”
딕이 입을 열었다. 그 또한 메이린처럼 진땀을 줄줄 흘리고 있었다.
“우리 같은 소심이들은 대충 그 뭐랄까… 확정해 주지 않으면 불안해한다고나 할까. 괜히 가슴 졸이게 된다고나 할까.”
“?”
시몬은 여전히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 한 채 눈을 깜빡이고 있었다. 옆자리에는 카미바레즈가 사각사각 과일을 깎고 있었지만, 이미 다 깎은 과일을 깎고 또 깎고 있었다. 이제는 속 내용보다 껍질로 벗겨지는 쪽이 더 많았다.
“아까 그 뭐냐. 사실 병문안에 말콤도 왔었거든.”
딕이 애써 웃으며 말했다.
“꽃다발만 주고 가더라. 그러면서 뭐랬더라? 그, 내가 얼굴을 보이면 시몬에게 부담 줄 것 같다고…….”
“? 아.”
그제야 시몬이 눈을 크게 떴다. 이내 웃음을 터뜨렸다.
“다들 정말 미안해. 난 당연히 앞으로도 같이 학생회 활동하는 줄 알았는데.”
“!”
다른 세 사람의 고개가 홱 돌아갔다.
“그래도 다시 정식으로 제안해야 한다면, 기꺼이 그렇게 할게.”
시몬이 메이린을 바라보았다. 애써 딴청을 피우던 메이린이, 시몬의 시선이 닿자 히끅 소리를 내며 자세를 다잡았다.
“부회장이 되어줄래? 메이린.”
그 말을 들은 그녀의 얼굴이 새빨갛게 물들었다.
그녀의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대답을 기다리는 푸른 머리카락의 소년을 중심으로 세상이 온통 흔들린다. 서운하거나 아쉬웠던 감정은 단번에 봄눈 녹듯 녹아내렸다.
“응!”
그녀가 꽃이 만개한 것 같은 화사한 미소를 지었다.
“나 열심히 할게!”
이번에는 시몬의 뺨이 살짝 상기되었다. 어쩐지 부끄러워진 두 사람은 동시에 시선을 피하듯 고개를 돌렸다. 메이린이 눈을 질끈 감으며 말했다.
“그, 그럼 앞으로도 자, 잘 부탁해! 그럼 나 갑자기 기숙사에 빨래 두고 온 게 생각나서 먼저 가볼게!”
그녀가 도망치듯 쌩 달려서 시몬의 병실을 빠져나갔다. 잠시 후 아주 멀리서 ‘꺄아아악’ 하고 부끄러운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시몬이 숨죽여 웃고는 다른 두 사람 쪽을 바라보았다.
“앞으로도 총무 일 잘 부탁해, 딕. 서기 일 계속 맡겨도 괜찮지? 카미.”
그제야 딕이 와하하! 큰 소리로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 이것 참. 일반 학생으로 돌아갔을 때 로크섬 사업 벌여놓은 거 많은데. 공무 진행하려면 다 관둬야 하잖아? 그래도 베프의 부탁이라면 어쩔 수 없지!”
카미바레즈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날개를 파닥거렸다.
“고마워요 시몬! 여러분과 계속 같이 일할 수 있어서 행복해요!”
“나도 그래.”
가볍게 멤버들과 미소를 주고받은 시몬이, 조금은 표정을 굳히고 말했다.
“물론, 키젠의 학생회로서 앞으로는 난관이 가득할 거야. 상황이 바뀌고 있으니 1학기 때보다는 조금 더 진지해져야겠지. 키젠은 결사의 가장 먹음직스러운 타깃이고, 그들은 언제든지 학생들을 노릴 거야. 우리가 지켜야 해.”
“맞는 말씀.”
딕이 팔짱을 꼈다.
“내가 막 흑마법이 엄청 뛰어나서 결사를 때려잡진 못하겠지만, 기술적으로나 제도적으로나 효과적인 방법들을 마련해 볼게.”
“저도 힘껏 도울게요 시몬!”
“다들 고마워.”
딕이 다가왔다.
“자아, 그럼! 부끄러움에 도망친 부회장은 빼놓고, 간만에 파이팅 한번 다지고 갈까!”
“네!”
딕이 손을 내밀었고, 뒤이어 시몬과 카미바레즈가 손을 올렸다. 그때 다시 병실 문이 벌컥 하고 열렸다.
“누가 도망쳤다는 거야!”
얼굴에 빨간 물이 뚝뚝 떨어질 만큼 빨개진 메이린이 후다닥 뛰어와 마지막으로 손을 올렸다. 딕이 실실 웃으며 말했다.
“그럼 330기 시몬 학생회 다시 한번-”
네 사람이 동시에 손을 올리며 외쳤다.
“파이팅!”
모두가 이내 각오를 다지며 손뼉을 쳤다.
그리고 잠시 뒤 병동 하수인이 들어와 병동에서는 조용히 해달라고 하는 바람에 혼났다.
* * *
시몬에게 임명장을 주고 병실에서 빠져나온 제인은 금방 연구실로 돌아왔다.
그녀는 정장 재킷을 벗어서 옷걸이에 걸어둔 뒤, 거울을 보며 흐트러진 머리를 정리했다.
“시몬의 상태는 좀 어때?”
제인의 의자 쪽에서 앳된 목소리가 들렸다. 의자에 한참을 못 미치는 작은 몸집의 은발 소녀가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죽음의 마녀, 키젠 총장인 네프티스였다.
“중독 증세는 모두 가라앉았다더군요. 곧 퇴원할 것 같습니다.”
“와! 다행이야!”
“보러 가지 않으실 겁니까.”
“나 당장 20분 뒤에 또 현장에 가야 해. 요즘 결사가 미쳐 날뛰고 있어서.”
네프티스가 ‘흑흑 죽을 것 같아’를 중얼거리며 제 어깨를 콩콩 두들겼다. 그러다 손에 든 보고서를 다음 장으로 넘겼다.
“…….”
제인은 옆에 공손히 선 채 물끄러미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네프티스가 눈을 깜빡였다.
“왜 그래? 내 얼굴에 뭐라도 묻었어?”
“왜 말씀해 주시지 않으셨습니까. 시몬 폴렌티아 학생회장이 배신의 군단장이란 걸.”
네프티스가 헤헤 웃었다.
“당연히 아는 줄 알았지!”
‘이 능구렁이 같은 노인네.’
제인이 한숨을 푹 쉬었다. 그러고는 부상당한 한쪽 팔을 붙잡았다.
“그보다 결사 쪽에서 화이트가 아닌 발락에 접근했습니다. 이건 한 방 먹은 기분이네요.”
애초에 결사의 본거지를 알아내기 위한 ‘메인 플랜’이자 덫은 화이트 쪽이었다.
키젠에서는 계속 화이트를 주시하고 있었다. 교내에서 결사가 화이트에 접촉하는 움직임을 보였다면 먼저 알아채고 후속대처도 완벽했을 터.
이를 위해 출신이 불분명한 학생이라는 리스크를 안고도 화이트를 키젠에 들인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발락과 그리모와르 쪽에서 터졌다. 거기서 발락에게 집착한 그리모와르가 돌발사태를 일으키는 바람에 사태가 꼬이게 된 셈이다.
“뭐어- 원래 계획대로 되는 건 아무것도 없잖아? 그런 인생은 재미없고.”
폴짝.
네프티스가 자리에서 내려왔다.
“그나마 시몬이 가시적인 성과를 가져왔으니 다행이야. 역시 우리 학생회장! 결사에 큰 거 한 방 먹여줄 수 있겠네!”
“하지만 키젠에서 개발하는 포탈 기술이 생각보다 진전이 늦습니다.”
제인이 눈을 감으며 고개를 내저었다.
“이 대륙에 존재하는 기술이 아니라더군요. 처음부터 따라잡느라 연구자들의 머리가 빠지고 있는 모양입니다. 또한 본거지의 좌표를 알고 있다고 해도, 지금의 포탈 완성도로는 기껏해야 한 번에 한 명 보내는 게 전부입니다.”
그래서 제인도 한동안 혼자 들어와 킬로바니안을 붙들어놓을 수밖에 없었다. 다음 지원군이 한 명이 도착할 때까지 너무 시간이 오래 걸렸다.
“한 명?”
네프티스가 짜리몽땅한 손으로 자신을 가리켰다.
“그럼 내가 가는 건?”
“절대 안 됩니다.”
제인이 딱 잘라 말했다.
“이 대륙의 그 누구든 혼자 결사의 본거지에 가는 건 무모합니다. 저들은 미지의 힘을 가지고 있어요. 네프티스 님이 혼자 넘어가는 게 결사가 가장 바라는 바일 겁니다.”
미지의 힘. 이번에 만난 킬로바니안도 그랬다. 부총장인 제인마저도 무승부로 끝내는 데 그쳤으니까.
“좌표지역에 결사의 병력들이 대기하고 있을 겁니다. 포탈에서 빠져나오는 즉시 포격당하면 손도 못 쓰고 당하겠죠.”
“으음- 으으음.”
자리에 내려온 네프티스가 고심하듯 주위를 휘휘 원을 그렸다.
“그럼 다수의 네크로맨서가 동시에 대군 방어기를 펼치고 진입해야겠네. 포탈로 한 번에 이동할 수 있는 인원을 20명 정도로 늘리려면 얼마나 시간이 걸릴까?”
“이 진척도로는 최소 5년 봅니다.”
느려 느려 느려!
네프티스가 아이 떼쓰듯 고개를 도리도리 돌리며 외쳤다.
“10명으로 할게! 대신 4, 5개월 안에 완성해!”
“시장통 흥정하듯 할 문제가 아닙니다만.”
“원래 엔지니어란 족속들은 시키면 하게 되어 있어! 그리고 우린 결사의 본거지로 넘어갈 10명의 리스트를 작성하면 되는 거지.”
그녀가 다시 제인의 자리에 폴짝 뛰어올랐다.
그러고는 빈 종이에 이름을 썼다.
-네프티스 아크볼드.
-제인 올리비아.
“우리 둘은 고정! 나머지 8명은 신분 종족 나이 모든 걸 떠나 포지션 역할의 최고 실력자로 하는 걸로?”
“알겠습니다. 찾아보겠습니다.”
“아! 고정 한 명 더 있어! 열 번째 멤버.”
그녀가 가장 밑에 이름을 하나 썼다.
-시몬 폴렌티아.
제인의 표정에 노기가 올랐다.
“네프티스 님! 그 아이는 아직……!”
“학생이기 전에 군단장이라구?”
네프티스가 헤헤 웃었다.
“그리구 학생회장은 죽도록 굴리는 게 우리 학교의 전통이잖아? 최근에만 해도 매그너스 군단 잠입에, 아크 팔라딘 공략까지.”
“결사의 본거지 공략은 그런 미션들보다 훨씬 위험합니다만.”
“결사 본거지 파괴 정도의 업적은 되어야 배신의 군단장을 전 세계에 알릴 수 있지 않겠어? 시몬이 세상을 구한 건데.”
네프티스는 웃으며 종이를 휙 제인에게 내밀었다.
“나도 생각이 있어. 시몬이 공략대에 참가하기 위한 한 가지 조건.”
“?”
“시몬이 본 드래곤을 만들어야 해.”
그녀가 깍지를 꼈다.
“그 본 드래곤이 없으면 이야기가 되지 않아.”
“갑자기 본 드래곤을 이야기하셔도…… 애시당초 시몬 학생회장이 어디서 본 드래곤을 구하겠습니까.”
네프티스가 순진한 얼굴로 눈을 깜빡였다.
“몰라! 어떻게든 구하겠지!”
“……하아.”
“헤헤, 혹시 알아?”
그녀가 환하게 웃었다.
“진짜진짜 강력한 본 드래곤을 가지고 올지도.”
“네,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