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886)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886화
“하아, 내가 왜 여기서 이런 짓을…….”
엘리사는 비공정 내부에 있는 먼지 쌓인 창고에서 마법진을 그리고 있었다.
주위에는 크기가 제각각인 촛대를 내려놓았는데, 사령의식을 시전하기 위한 준비 재료들이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시몬이 말을 받았다.
“너도 들었잖아? 부함장님이 말씀하신 범인이 ‘망령’일 가능성도 있어. 비공정을 노리는 자가 네크로맨서라면 충분히 망령 소환수를 붙여둘 수 있지.”
“알지, 아는데.”
엘리사가 푹 한숨을 쉬었다.
다만 오래간만에 한껏 꾸민 드레스 차림으로 이딴 짓을 하는 게 자괴감이 밀려올 뿐이다.
“비공정 전체를 탐지하는 거, 가능할까?”
그러거나 말거나 시몬은 이번 일을 해결할 생각만 머릿속에 가득한 것 같았다. 그녀가 불퉁한 표정을 지었다.
“나 이래 봬도 사령학과 대표거든.”
“알지.”
“유령선 운용이 전문이지만, 일반 사령마법도 남들만큼은 해.”
그녀가 손끝으로 시몬의 이마를 가리켰다.
“대신 기억해? 이번 일이 진짜 결사의 짓이라는 게 밝혀지고 해결되면, 어떻게 하겠다고?”
“너와 나 비율 반반으로 학교에 보고하기.”
어쨌거나 이번 장기 임무평가는 ‘결사와의 싸움’이 핵심이다. 결사가 노리고 있는 비공정과 사람들, 그리고 각계각층의 귀족들을 무사히 지켜낼 수 있다면 이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성과였다.
그런데 엘리사는 대답이 만족스럽지 않은 듯 표정을 찌푸렸다.
“아, 그거 말고! 그건 당연한 거고! 내가 네 말을 따르는 조건!”
“아.”
“설마 까먹었냐?”
시몬이 슬쩍 웃으며 답했다.
“당연히 기억하고 있어. 네가 뭔가를 물어볼 건데, 무조건 Yes Or No로 대답하기. 맞지?”
순간 그녀의 두 뺨이 살짝 발갛게 변했다. 누가 봐도 부끄러워하는 표정이 된 그녀가 ‘응’하고 살짝 기세가 줄어든 목소리로 답했다.
“뭘 물어보려고 그러는 거야?”
“다, 닥쳐! 그걸 미리 말해주겠냐?”
이내 촛불을 세팅하고 의식의 준비를 마친 그녀가, 스피릿으로 그린 마법진의 중앙에 사령의 돌 하나를 내려놓았다.
“그럼 간다.”
엘리사가 뒤로 물러나며 말했다.
“벽에 바짝 붙어 있어. 귀신 들리기 싫으면.”
그 말대로 벽에 등을 착 붙인 시몬이었다.
그녀가 눈을 감고 전신에서 스피릿을 일으키며 주문을 외웠다.
“ⳖϠϓⴇ-”
그녀가 주문을 외울 때마다 마법진이 빠르게 작동했다. 바닥에 놓인 사령의 돌이 파르르 떨렸다. 이내 그녀가 두 팔을 풍차처럼 휘두르며 흑마법을 발동시켰다.
“내 앞에 헌신하라, 사화의 들꽃이여. 팔난의 첨병이여.”
후와아아아아아악!
사령의 돌에서 유령들이 쏟아져 나와 허공을 빙빙 돌기 시작했다. 눈 깜짝할 사이에 방 전체가 꽉 차는 느낌이었다.
이내 그녀가 유령들에게 지시했다.
“너희와 동질인 것들을 찾아내.”
샤아아아아아아아-
유령들이 사방으로 흩어지고, 방에 가득한 촛불들이 단번에 꺼지며 암전됐다. 엘리사가 말했다.
“곧 결과가 나올 거야.”
“응. 이쪽은 잘 부탁해.”
엘리사에게 뒷일을 맡긴 뒤, 시몬은 홀로 비공정의 파티홀로 돌아왔다.
정보가 더 필요했다. 시몬은 키젠의 학생증을 제시해 공식 수사권을 발동한 뒤, 비공정에 근무하는 승무원들, 요리사와 청소부들, 장기 탑승객들을 모두 불러모았다.
그리고 이들에게 그 정체불명의 목소리에 대해 들은 적 있는지 물었는데, 다들 어리둥절한 반응을 보였다.
-그거 그냥 부함장이 지어낸 소문 아니에요?
-키젠의 학생회장이나 되시는 분께서, 우리 부함장님의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진지하게 믿으실 줄은 몰랐습니다.
오랫동안 비공정에서 생활해 온 사람들일수록, 그 소문은 말도 안 된다며 부정했다. 다만 아직 연차가 짧은 직원들은 표정이 단단히 굳어 있었다.
-우리가 가려던 선착장이 습격당한 건 사실이잖아요. 우연의 일치라고 해도 두렵죠.
하지만 그 정체불명의 목소리를 확실하게 들은 사람은 부함장 외에는 없었다.
가끔 ‘잠결에 들은 것 같다’. ‘여자 목소리였던 것 같다’하고 애매하게 이야기하는 사람은 있었지만, 부함장처럼 확신에 찬 사람은 없었다.
그렇게 별 소득 없이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돌려보낼 즈음, 에르제베트와 엘리사가 도착했다.
-함 내에 거미들을 풀어봤지만 수상한 흔적은 없사와요.
-망령이 깃든 건 아닌 것 같아. 스피릿 반응도 없네.
에르제베트와 엘리사가 찾지 못했다면 사실상 배에 문제는 없다는 뜻.
단서가 수상쩍을 만큼 적었다. 정말로 이 모든 게 부함장의 망상이 만들어낸 허구가 아닐까 하는 의심도 들었지만, 적어도 비공정에 타 있는 시간 동안에는 조사에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그리고 혹시나 하는 생각에 부함장의 방에 찾아가서 엘리사를 만나게 했는데.
“오.”
몇 가지 시험을 해보던 그녀가 놀란 반응을 보였다.
“이분, 스피릿 반응이 있어.”
부함장은 무슨 소린지 못 알아들었는지 눈을 끔뻑였다. 시몬이 그녀를 돌아보았다.
“그런 게 가능해?”
“칠흑은 코어를 개방해야 다룰 수 있지만, 스피릿은 타고난 사람이 있거든. 폐가 같은 곳에서 접신했다거나 유령 들린 사람의 소문 있잖아.”
그녀가 안타깝다는 듯 팔짱을 끼며 부함장을 보았다.
“부모님이 키젠에 입학시켰으면 이름을 날릴 사령술사가 됐었을 텐데, 일개 비공정의 부함장으로 살아가야 한다니.”
“……비공정의 부함장도 충분히 대단하지.”
아무튼 조사는 여기까지였다. 성과는 부함장이 스피릿에 재능이 있고, 유령의 소리를 들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정도.
하지만 엘리사가 사령마법으로 함 내를 뒤졌을 때는 아무것도 없었으니, 결국 그 정보도 별 의미가 없는 셈이었다.
“응?”
그런데 뒤따라온 에르제베트가 부함장의 방에 뭔가를 조사하고 있었다. 엘리사가 그 모습을 보며 조용히 물었다.
“네 애인 뭐 하시냐?”
“그런 거 아냐. 자, 다들 이만 돌아가자.”
시간이 늦었으니 오늘의 조사는 여기까지 하고, 이만 자러 가기로 했다.
낯선 장소에서 여러 일로 신경을 썼더니 무척 피곤했다. 시몬은 방으로 돌아와 침대에 눕자마자 눈이 감겨오는 걸 느꼈다.
그렇게 라미아를 껴안고 푹 잠들고 있는데.
“군단장님.”
평소보다 반쯤 잤다고 생각할 즈음, 에르제베트가 시몬을 깨웠다.
“으음, 무슨 일이야? 이 새벽에…….”
“아무래도.”
에르제베트가 굳은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함 내가 소란스러운 게 뭔가 문제가 생긴 것 같사와요.”
“!”
달리 물어보지도 않았다. 그 말을 들은 시몬은 즉시 겉옷만 챙겨입고 방을 뛰쳐나갔다.
비공정의 홀을 지나 승무원들이 숙박하는 방으로 달려가 보니, 승무원들이 웅성거리며 몰려들어 있었다.
시몬이 입술을 짓씹으며 말했다.
“무슨 일입니까!”
“하, 학생회장님!”
승무원들이 물러서며 대답했다.
“부함장님이…….”
시몬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방문이 열린 곳에서 부함장이 피를 쏟아낸 채 누워 있었다.
* * *
키젠으로부터 암흑연합 내 수사권을 가진 시몬이 사람들을 방 밖으로 내보내는 사이, 엘리사도 잠이 덜 깬 얼굴로 뛰어왔다.
그녀도 죽은 부함장을 보고 입을 틀어막았지만, 이내 정신을 차치고 수사에 협조했다. 두 네크로맨서가 발 빠르게 움직였다.
“사인은 대정맥 절단이네.”
“이 그은 자국을 보면 흉기는 단검이야. 주방용 식칼은 절대 아냐. 흉기가 따로 있다는 소린데.”
“찾기 힘들 거야. 창문 열고 그냥 버려버리면 그만일걸.”
“칠흑을 실어서 그은 상처 같은데.”
죽음의 전문가답게 두 사람은 빠르게 상황을 분석해 냈다. 방 밖에서 고개를 내밀고 지켜보던 승무원들은 다소 얼떨떨한 모습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괜히 애들이 수사권을 가진 게 아니네.”
“그러게.”
다들 감탄하면서 지켜보고 있는데, 뒤늦게 비공정의 함장이 뛰어들어왔다.
“무슨 일입니까!”
그러다 죽은 부함장을 보고는 기겁한 반응을 보였다. 시몬이 그를 돌아보았다.
“보다시피 문제가 터져서요. 지금 바로 가까운 곳에 착륙할 수 있을까요?”
“…비공정이 착륙하려면 반드시 착륙 설비가 있어야 합니다. 가장 가까운 비공정 선착장을 찾아보겠습니다.”
“네, 부탁합니다.”
그때 뒤쪽에 서 있던 에르제베트는 눈을 감은 채 허공에 손을 끄적거리고 있었다. 거미줄을 움직이는 것 같았다.
시몬은 부검은 엘리사에게 맡기고 슬쩍 에르제베트 쪽으로 붙었다.
“에르제, 뭔가 알아냈어?”
에르제베트가 조용히 시몬에게 귓속말을 했다. 그녀의 설명을 들은 시몬이 방 밖으로 나왔다.
“잠깐 주목해 주세요, 몇 가지 질문을 하겠습니다.”
시몬이 목소리를 높이자, 모두의 시선이 그쪽으로 향했다.
“피해자 살해 시간 동안의 알리바이에 대해서 몇 가지 묻고 싶은데요.”
시몬이 가장 오른쪽에 서 있는 여승무원을 가리키며 말했다.
“피해자가 살해당한 시점에 무엇을 하고 계셨나요?”
“저, 저요?”
그녀가 바짝 굳은 얼굴로 본인을 가리켰다.
“다, 당연히 일과를 끝내고 방에서 자고 있었어요! 그러다 비명을 듣고 뛰쳐나온 거예요! 그렇죠 언니?”
그녀가 다급히 같은 방을 쓰는 듯한 직원을 보았고, 그녀도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제가 증명할 수 있어요.”
“알겠습니다. 그럼 이분은 뒤로 물러나 주세요.”
시몬이 자신의 등 뒤를 가리키며 말했다. 여승무원이 안도의 한숨을 푹푹 쉬며 물러섰고, 다른 직원들이 부러운 듯 그녀를 보았다.
“그럼 다음 분.”
시몬이 그 왼쪽에 서 있는 남자를 보았다.
청소부로 보였는데 허리가 굽고 마른 중년의 남자였다.
“피해자가 살해당할 시간 동안 뭘 하고 계셨나요?”
“늦은 시간에 뭘 하겠수. 당연히 이불 덮고 디비잤쥬.”
그렇게 대답한 그가 머리를 벅벅 긁었다.
“근디 학생. 현장을 발견한 우리를 모아놓고 탐정놀이할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부터 수사해야 하는 거 아니유?”
“네.”
시몬이 빙긋 웃었다.
“일단 당신이 거짓말을 한 걸 밝혀낸 뒤예요.”
남자의 표정이 급격히 얼어붙었다. 다른 승무원들도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실은 제가 부함장님의 방에 흑마법을 걸어뒀었거든요.”
시몬은 이런 일이 있을까 봐 부함장의 방에 방어적인 대비는 해둔 상태였다. 시몬이 칠흑을 일으키자, 청소부의 바지에 묻은 거미줄이 검푸른색으로 번쩍였다.
에르제베트가 미리 쳐둔 거미줄이었다.
“왜 부함장님의 방에 걸어둔 흑마법이 당신의 옷에 묻어 있는지, 설명해 줄 수 있으실까요?”
“……그!”
청소부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사람들의 의심 어린 눈초리가 집중되었다.
“사, 사실은 자고 있었다는 건 그냥 의심받을까 봐 한 소리유!”
키리리리!
그때 천장에서 송장거미 한 마리가 뽈뽈거리며 나타났다. 이내 입에서 뭔가를 철썩하고 떨어뜨렸다.
“당신의 방에서 발견된 옷입니다.”
청소용 앞치마다. 시몬이 그것을 뒤집자 피로 흥건하게 젖어 있었다.
“왜 여기에 피가 묻어 있는지 설명하…….”
그 순간. 갑자기 표정이 바뀐 청소부가 뒤로 물러나며 뭔가를 꺼내 사람들이 있는 쪽으로 던졌다.
‘아예 변명도 하지 않을 셈인가!’
그건 마나 폭탄이었다.
시몬이 즉시 오른팔을 뻗어 널찍한 칠흑 방패를 펼쳤다. 즉각 마나 폭탄이 폭발하여 칠흑 방패에 부딪혔다.
-꺄아아아아악!
-허어억!
곳곳에서 놀란 함성이 쏟아졌다.
‘아직 끝이 아니야.’
청소부가 도망치며 비슷한 종류의 폭탄 다섯 개를 한 번에 던지고 있었다. 지금 뛰어들면 잡을 수야 있겠지만 사람들이 위험하다.
“다들 물러나요!”
시몬의 교복 주머니 곳곳에서 뼈들이 튀어나오더니 사람들의 몸을 착착 뒤덮었다. 이내 시몬이 빨래 털듯 팔을 휘두르자, 그들의 몸이 쏜살같이 뒤쪽으로 빠져나갔다.
퍼어어어엉!
퍼어어엉!
이내 미리 펼쳐둔 칠흑 방패 너머로 연달아 폭발이 일어났다.
“끄흡! 저놈이야?”
엘리사도 튀어나와 칠흑 방패를 펼치며 도와주었다. 시몬이 외쳤다.
“뒤는 맡길게! 엘리사!”
“뭐? 잠깐 시몬!”
칠흑 방패를 거둔 시몬이 즉각 바닥을 걷어차며 쏘아져 나갔다.
‘빨라!’
코어를 개방했거나 그게 아니라면 마나 사용자인 것 같았다. 주위의 의자를 넘어뜨리고 소파를 넘으며 뛰어다니는 모습이 보통이 아니었다.
터엉!
그렇게 정신없이 달리던 청소부가 갑자기 복도 천장에 들러붙더니, 천장의 뚜껑을 열고 그쪽으로 뛰어들어 갔다. 위험해 보였지만 시몬도 뒤따랐다.
이내 좁은 통로로 들어오는 즉시, 마나 폭탄들이 쏟아지고 있었다.
기다렸다는 듯 시몬이 팔을 휘둘렀다. 쏜살같이 날아간 뼈들이 폭탄을 꿰뚫어 중간에 폭발시켰다.
뒤이어 폭연을 뚫고 튀어나온 시몬이 벽을 타고 달리며 저주를 발사했다.
한 방만 맞춰도 상대의 기동력을 극도로 떨어뜨릴 수 있는 바힐의 저주. 그의 검지 끝에서 연달아 저주가 번쩍거리며 쏘아져 나갔지만 상대는 요리조리 피하며 밖으로 뛰어나갔다.
시몬도 빠르게 뒤따라 밖으로 나왔다.
난데없는 새벽의 추격전. 어느새 찬 바람이 쌩쌩 부는 갑판 위였다.
부아아아아앙!
갑자기 칠흑이 실린 발차기가 얼굴로 날아왔다.
숙련된 군인의 솜씨였지만 딱 그 정도. 시몬은 가볍게 손바닥을 펼쳐 발끝을 받아냈다.
“죽어라!”
청소부가 허리에서 단검을 꺼내 휘둘렀다.
스피릿이 일렁이고 있었지만, 가볍게 허리를 기울이는 것만으로 피해낸 시몬이 그의 발목을 세게 걷어찼다.
그가 휘청거리며 바닥에 쓰러졌다.
“크웁!”
“미안하지만 격이 달라요.”
시몬이 손바닥을 펼쳤다. 빛살처럼 날아간 본 아머들이 그의 몸에 부딪혀 밀더니 그를 근처의 난간에 꽂아 넣었다.
팔다리를 단번에 고정하고.
쿠웅!
시몬도 뒤따라 다가와 팔꿈치로 그의 목을 압박했다. 그가 ‘커헉!’하는 소리를 냈다.
시몬은 그가 혼령화로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혼란 저주까지 걸었다.
[빌어처먹을! 고작 학생 따위가 나를!]“목적을 말해요.”
시몬의 눈빛이 싸늘해졌다.
“왜 부함장님을 죽이고 비공정의 위치를 노출했죠?”
끅끅.
하하하하하!
그가 갑자기 광인처럼 웃어대기 시작했다. 시몬의 뒤를 이어, 힘겹게 갑판에 올라온 엘리사가 본 아머에 구속당한 청소부를 보고는 흠칫한 표정을 지었다.
“저 흑마법 싫어.”
그때 끅끅대며 웃던 남자가 아- 하고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들었다. 시몬은 순간 그의 동공이 변하는 것을 보았다.
그의 동공이 노랗게 일그러지며 정체불명의 삼각형 문양이 드러났다.
[이미 늦었다.]쿠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
시몬과 엘리사가 남자를 따라 고개를 들었다. 두 사람의 눈이 동시에 커졌다.
“저건……!”
고오오오오오오오!
그들이 타고 있는 비공정만 한 오래된 낡은 함선이 공중에 떠 있었다. 껙껙겍껙! 살벌한 웃음소리가 들리고 위에서는 해적기가 휘날리고 있었다.
“말도 안 돼!”
엘리사가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저거 에크레시 해적선이야!”
“뭐?”
“내가 바다에서 소탕해야 할 해적들 중 하나야! 네크로맨서가 포함된 악명 높은 수배자들이라고! 쟤들이 왜 하늘에 떠 있는 건데?”
끼긱!
끽!
그때 포문이 움직여 비공정으로 향했다.
콰아아아앙!
퍼어어어어어어엉!
곳곳에서 포격세례가 쏟아졌다.
시몬과 엘리사가 자세를 낮추며 팔로 얼굴을 가렸다. 포격으로 비공정 곳곳에 불이 붙기 시작했다.
꺄하하하학!
끼히히히!
해적선 위로 언데드들이 넘실거리며 웃고 있었다. 원래 그곳에 타고 있는 해적들이, 언데드가 되어 웃고 있었다.
“뭐냐고! 해적이 왜 언데드가 되어서 비공정을 습격하는데?”
“엘리사.”
그때 시몬의 차분한 목소리가 들렸다.
“뭐, 뭐!”
“나도 유령선 한 척 가지는 거-”
이런 와중에도 시몬의 눈빛은 일렁이고 있었다.
“어떻게 생각해?”
엘리사가 멍한 표정을 지었다.
“뭐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