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904)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904화
완전히 폭주한 커록커즈를 상대로, 시몬과 하르히스의 합동 전투는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었다.
“후읍!”
거대한 커록커즈의 등으로 올라탄 시몬이 비늘을 박차며 달리고 있었다.
손에 쥔 파멸의 대검에 칠흑을 끌어모았다.
-대검은 크고 투박하지만, 다루는 법까지 투박해저는 안 돼요.
수업시간에 배운 홍펭의 조언을 머릿속에 세기며, 대검의 손잡이를 힘껏 움켜쥐었다.
목표는 눈앞에 보이는 커록커즈의 날개.
‘결대로, 그어낸다!’
시몬의 대검이 날개를 가볍게 스치고 지나갔다. 뒤이어 ‘싹둑!’하는 특이한 절단음과 함께, 그 거대한 한쪽 날개가 잘려 나갔다.
검은 용이 고통스럽게 울부짖는다.
재생과 회복을 막는 파멸의 대검으로 베어냈으니 다시 날개가 돋아나지 못하겠지만, 이번에는 커록커즈가 시몬을 노리고 집채만 한 오른팔을 내질렀다.
[조심하십시오!]즉각 실버드래곤 하르히스도 팔을 뻗어 그 공격을 대신 막아주었다. 두 드래곤의 시선이 교차하며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고개를 치켜세우고 입 안에서 마나를 끌어모은다.
화르르르르르르륵!
싸아아아아아아아아!
검은 불과 푸른 냉기가 허공에서 부딪힌다.
그 틈에 시몬은 뒤로 물러나 근처의 건물 지붕에 착지한 뒤 다음 공격을 준비했다.
피어의 목소리가 들렸다.
[신체 부위를 뜯어내 봐야 의미가 없다, 소년! 저건 이미 드래곤이 아니다! 오염된 드래곤 하트를 감싸는 살덩어리일 뿐이다!]“확실히 그러네요.”
할 수 있는 만큼 노력했지만, 이제는 인정할 때가 왔다.
커록커즈를 잠재우는 건 불가능하다.
그렇기에 시몬은 오염된 드래곤 하트를 커록커즈의 몸에서 분리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 결과 커록커즈가 죽는다 해도 어쩔 수 없다. 더 이상의 피해가 발전하는 것만큼은 막아야 했으니까.
왜 네프티스가 미르미즈의 유해를 오랫동안 숨겼는지, 이제는 그녀의 판단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소년! 정면이다!]커록커즈의 거대한 꼬리가 시몬을 향해 내려왔다. 시몬은 무릎을 펴고 몸을 날려 피했으나.
쿠쿵-!
그 꼬리가 텅 빈 도시의 지면을 강타했다.
단순한 꼬리 치기도 도시 한복판에서 일어나면 끔찍한 재앙이 된다. 바닥에 지진이 일어나고 주위의 건물들이 폭삭 주저앉는다. 곳곳에서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들린다.
‘피난 작업은 아직이야?’
시몬이 초조한 듯 입술을 깨물었다.
-께에에에에에에에!
이번에는 입에서 불을 뿜던 커록커즈가 격렬히 고갯짓했다. 브레스가 사방으로 튀면서 공중으로 솟구치더니, 여러 갈래로 흩어져 도시에 떨어지려 하고 있었다.
그것을 지켜보던 시몬의 눈에 불똥이 튀었다.
‘더 이상의 비극은 안 돼!’
저것 하나하나가 도시에 떨어지는 순간 제2의 젊은 영주가 탄생하고, 제2의 여성대원 엘포로가 탄생한다. 더 이상 리버론을 비극과 갈등에 빠지게 둘 수 없었다.
시몬이 직접 화염을 막으러 뛰려는 순간.
후우우우우웅!
저 멀리서부터 광풍이 불어닥치며 떨어지는 화염의 진행 방향을 비틀었다. 화염은 사람들이 없는 안전한 평지지대나 저수지에 떨어졌다.
시몬이 속으로 환호하며 주먹을 움켜쥐었다.
‘다행이야! 거주지 쪽은 에이젤 선배님이 있어!’
그리고 반대편의 상업지구 쪽에도 불꽃이 떨어지고 있었다. 시몬이 사념으로 지시했다.
‘다들 그쪽에 있지? 어떻게든 막아줘!’
시몬의 지시에 바로 응답이 돌아왔다.
[우후훗! 군단장님의 지시라면 뭐든지!] [이쪽은 걱정 마! 꼬맹아!]에르제베트의 거미줄이 공중에 촘촘하게 펼쳐지고, 헤르세바의 미라들이 뛰어다니는 모습이 보였다.
에이션트 언데드들이 피해가 확산하지 않도록 주민들을 잘 보호하고 있었다. 저 거대한 커록커즈가 도시 한복판에서 날뛰고 있는 걸 생각하면 피해가 기적적으로 적은 수준.
이제 커록커즈와의 전투에만 집중하면 될 것 같았다.
‘프린스!’
[간다아!]커록커즈가 내뿜는 독기는 같은 언데드마저 오염시켜 버리지만, 다른 좀비의 몸을 빌리는 프린스는 문제없었다.
프린스가 커록커즈의 꼬리 끝을 붙잡더니 힘주어 당겼다. 하르히스를 쫓던 커록커즈가, 갑자기 중심을 잃고 기울어져 바닥에 머리를 처박았고, 그사이 시몬이 가슴 쪽으로 뛰어들었다.
‘이쯤!’
촤아아아아악!
시몬이 파멸의 대검으로 검은 용의 가슴을 깊게 베어냈다. 그러나 커록커즈는 멈추긴커녕 더더욱 분노하며 맹렬하게 날뛰었다.
퍽-!
몸부림치는 커록커즈의 몸뚱이에 부딪힌 시몬이 바닥에 힘겹게 착지했다. 그가 숨을 헐떡이며 고개를 들었다.
‘제길, 드래곤 하트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어!’
지금 완전 폭주한 커록커즈는 뱀처럼 몸뚱이가 길어진 형태였다. 일반적인 드래곤이라면 몰라도, 저 길어진 커록커즈는 어디에 심장이 있는지 파악하기 어려웠다.
커록커즈 또한 드래곤 하트를 위기를 감지했는지, 고개를 치켜들며 아가리를 크게 벌렸다.
[이들을 죽여라!]쩌렁 쩌렁!
거대한 음성이 도시 전역으로 퍼져 나간다. 그러자 건물이나 무너진 잔해 곳곳에 숨어 있던 인간들이 하나둘 거리로 걸어 나오기 시작했다.
하나같이 용언의 절대명령으로 눈이 돌아간 모습.
부상자들도, 중상자들도 허우적거리는 걸음으로 나타났다. 손에 날붙이나 돌멩이, 주방칼 따위를 들고 있었다.
프린스가 당황한 얼굴로 뒷걸음질 치다가 시몬을 올려다보았다.
[이봐! 저것들 어떻게 해?]시몬도 당황스럽기는 매한가지였다.
배신의 군단장으로 싸우고 있는 이상, 어떤 일이 있어도 민간인들을 공격할 수는 없다. 네프티스가 세워둔 모든 계획이 일그러질 것이다.
바로 그 순간.
[내게 맡기십시오!]하르히스가 권능을 발현했다. 그의 머리 위로 눈 부신 빛이 일렁였다.
[진실을 고하라.]그의 힘이 도시 전역으로 퍼져 나갔다. 그러자 몽롱한 눈의 사람들의 입에서 하나둘 말이 튀어나왔다.
-죽고 싶지 않아.
-배신의 군단장은 우릴 위해 싸워주고 있잖아. 왜 그를 죽여야 하지?
진실의 하르히스의 힘.
그가 이어서 용언을 사용했다.
[물러나라!]두 용언이 한 생물에 충돌하면, 생물의 마음이 조금이라도 더 향한 쪽의 명령이 발휘된다.
이번에 이긴 건 하르히스의 용언.
밀려들던 사람들이 등을 돌려 썰물 빠져나가듯 물러나기 시작했다. 시몬은 크게 안도하며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당신에게도 복잡한 사정이 있는 듯하군요.]하르히스가 커록커즈의 머리통을 붙잡아 바닥에 찍어누르며 말했다.
[다른 이들의 눈과 귀에 흔들리지 마십시오. 당신은 옳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하르히스! 조심……!”
촤르르르르륵!
머리를 붙잡힌 커록커즈가 꼬리를 움직여 하르히스의 몸뚱이를 뱀처럼 휘감았다. 이내 압력으로 강하게 조이자 하르히스가 ‘큭!’ 하고 괴로운 소리를 냈다.
그리고 조이는 것보다 더 큰 문제는, 커록커즈의 몸에 닿자마자 하르히스의 몸이 검게 오염되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당장-”
다급히 공중으로 뛰어오른 시몬이 커록커즈의 몸을 대검을 맹렬히 휘둘렀다.
“놔!”
촤아아아아악!
촤아아악!
핏줄기가 솟구치며 몸에 연달아 흠집이 생기자 커록커즈의 압력도 헐거워졌다. 즉각 공중으로 빠져나온 하르히스가 입에서 뿌연 드래곤 브레스를 쏟아 보냈다.
콰아아아아아아!
이번에는 조금 다른 효과의 브레스였던 걸까, 커록커즈의 몸이 꽁꽁 얼어붙었다. 리버론 대광장에 용 모양을 한 커다란 빙산이 생겼다.
시몬이 힘겹게 숨을 헐떡이며 그것을 응시했다.
‘봉인에 성공한 건가?’
하지만 그렇게 쉬울 리가 없었다. 얼음 속에서 멈춰 있던 커록커즈의 세로 동공이 움직여 시몬과 하르히스를 응시했다.
쩌적. 쩍.
순식간에 빙산에 커다란 금이 생기더니.
콰장창!
빙산이 단번에 깨져 나가며 커록커즈가 빠져나왔다.
[쉽지 않군요. 여기서 우리가 계속 싸우면 피해가 눈덩이처럼 벌어질 겁니다.]하르히스가 브레스를 쏘면서 더 높은 상공으로 올라갔다. 커록커즈도 방금 자신을 잠깐 봉인했던 하르히스에게 크게 위협을 느낀 건지, 즉각 쫓으러 날아올랐다.
[아무도 없는 곳으로 그를 유인하겠습니다!]두 드래곤이 하늘에서 서로 얽히고설키며 싸우기 시작했다.
시몬도 얼른 바닥을 박차고 날아올라 간신히 하르히스의 꼬리 끝부분을 붙잡았다.
그들의 몸이 단숨에 제대로 보이지도 않을 만큼 높은 상공으로 치달았다.
* * *
리버론 일대의 고공에서 두 드래곤이 브레스를 정신없이 주고받았다.
하늘이 붉어지고, 푸르게 변하기를 반복한다.
승부가 나질 않았다.
하르히스의 꼬리를 붙잡고 있던 시몬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이대로 시간이 끌리면 좋을 게 없어.’
아무리 천하의 판타서스라고 해도, 그렇게 많은 수의 드래곤들을 상대로 얼마나 더 버텨줄 수 있을지는 모른다.
그 안에 어떻게든 손을 써야 했다.
화르르르륵!
그때 커록커즈의 브레스가 하르히스의 한쪽 날개에 적중했다. 날개가 단번에 썩어버리듯 바싹 말라붙었고, 비행동력이 상실된 하르히스가 아래로 떨어져 내렸다.
“하르히스!”
쏴아아아아아아아!
하르히스가 모래바닥에 떨어지고, 뒤이어 커록커즈도 그쪽으로 착지하며 먼지구름이 솟구쳤다.
시몬은 중간에 뛰어내려 피했지만, 지면에서도 두 드래곤의 전투는 계속되었다.
콰아앙!
쩍!
화르르르르르르륵!
대기가 뿌연 흙구덩이 안에서 두 드래곤이 서로 바닥에서 뒹굴고 싸웠다. 하르히스의 고통스러운 음성이 울려 퍼졌다. 그의 몸은 이제는 돌이킬 수 없을 만큼 심각한 수준으로 오염되어 가고 있었다.
‘이대론 하르히스도 위험해!’
두 드래곤이 전투에 정신이 팔린 사이, 시몬은 커록커즈의 꼬리 쪽에 도달했다.
커록커즈의 오염에 어느 정도 면역력을 가진 시몬은 과감하게 그 위로 올라탔다. 이내 파멸의 대검을 비늘 한복판에 깊게 박고, 그대로 전진하면서 몸을 가르려 했다.
하지만.
‘무거워!’
커록커즈의 몸은 오염되어 전신이 점성 강한 액체처럼 되어 있다.
살갗이 아니다. 파멸의 대검으로 힘주어 썰어지기는 했지만, 앞으로 가면서 베는 건 무리였다.
시몬이 낑낑거리고 있는 그때.
[이럴 때일수록 침착해라 소년!]피어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네가 가진 무기들을 떠올려 봐라. 뭘 할 수 있나?]‘내가 가진 무기들!’
시몬이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겼다.
그의 머릿속에 순간적으로 여러 기술들이 떠올랐지만, 지금 써야 할 건 하나였다. 이미 한번 커록커즈에게 통한 적이 있는 기술.
“나와! 벨제불!”
파멸의 대검이 옅은 붉은색으로 물들었다. 동시에 시몬의 머릿속에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고작 이 정도의 난관에 힘들어하는가.]시몬이 길게 숨을 내뱉으며 검을 고쳐 쥐었다.
[이런 저급한 오염 따위, 내 ‘타락’의 하위호환에 불과하다. 내 힘을 다스리겠다면 자격을 증명해 보여라!]‘그럴 생각이야.’
시몬이 앞으로 나아간다.
타락의 힘을 불어넣어 근처의 오염의 성질 자체를 흩트린다. 오염의 기능을 ‘타락’시켜 다른 것으로 변질시킨다.
그 상태로.
‘벤다!’
촤아아아아아아아아-!
마치 두껍고 딱딱해진 젤리가 녹은 설탕물로 변하듯, 대검에 저항감이 사라졌다. 시몬이 계속해서 달려갔다.
“흐읍!”
커록커즈의 몸이 두부처럼 갈라져 나간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를 만큼 지쳤지만 이를 악물고 뛰었다.
‘이대로 등까지!’
그때 덜컥하고 뭔가 막히는 느낌이 들었다.
강한 저항감.
초 단위로 몰려든 당혹감이, 쾌재로 바뀌었다.
“찾았다!”
어떤 신체의 장기보다 단단한 부위. 드래곤 하트가 여기에 있었다.
시몬이 즉각 파멸의 대검을 뽑아낸 뒤로 머리 위로 치켜들었다.
[소년! 드래곤 하트가 움직인다!]‘?!’
피어의 외침에 시몬의 동공이 돌아간다. 검을 내려치기 직전, 뱀 같은 몸뚱이의 내부가 꿈틀거리며 움직였다. 드래곤 하트가 스스로 위치를 옮기고 있었다.
‘이거였나!’
그렇게 베어도 왜 드래곤 하트에 안 맞나 했더니, 커록커즈는 드래곤 하트의 위치를 바꿀 수 있던 거였다. 시몬은 즉각 파멸의 대검을 고쳐잡은 뒤, 젖 먹던 힘까지 다해 던졌다.
퍼억!
등 쪽으로 향하려던 드래곤 하트가 꽂힌 파멸의 대검에 막혀 멈춰 섰다.
‘퇴로를 차단하고!’
시몬이 뛰어가 양손에 칠흑을 일으켰다.
‘칠흑으로 검을 조형해서……!’
[키에에에에에에에에!]당연히 가만 내버려 둘 수 없었던 커록커즈가 창격처럼 쇄도하여 머리로 시몬을 강타했다.
눈앞에 있던 드래곤 하트가 멀어져 간다. 시몬은 마차에 부딪힌 듯한 충격을 받으며 바닥으로 나가떨어졌다. 전신이 마비될 것 같았지만 바닥에 쓰러지기 무섭게 숨을 헐떡이며 다시 달려갔다.
[잘했습니다, 시몬!]그 순간 하르히스가 하나 남은 날개를 크게 펄럭여 뛰어올랐다.
이내 드래곤 하트가 도망칠 꼬리 부분 퇴로를 강하게 발로 짓밟아 막고는, 왼쪽 다리로 반대편 퇴로까지 막았다.
오갈 데 없어진 드래곤 하트가 왔다 갔다 하는 사이, 하르히스가 두 팔을 세워 들어 그 살갗 부분을 찢었다.
푸화아악!
껍데기 비늘 부분이 단번에 찢겨 나가며, 마침내 속살에서 드래곤 하트가 온전히 모습을 드러냈다. 뜨거운 연기가 살짝 피어오르며, 오염된 심장이 박동하듯 뛰고 있었다.
하르히스가 그것을 꺼내려고 했지만.
게에에에에에에에에!
최후의 발버둥을 치는 커록커즈가 울부짖으며 하르히스의 몸을 휘감아 버텼다. 하르히스의 발톱이 간발의 차이로 드래곤 하트에 닿지 않았다.
“하아아아아아아아아!”
하지만 시몬이 달려오고 있었다. 그의 손에 뒨 파멸의 대검이 칠흑으로 번쩍였다.
[멈춰라!]그때 ‘용언’이 울려 퍼진다. 시몬의 팔이 우뚝 멈췄다.
‘이 목소리는!’
커록커즈가 아니었다. 결계에 갇혀 있던 여섯 마리의 드래곤들이 하늘에서 나타난 것이다.
[크흐흐! 타이밍이 더럽게 안 맞군!]피어가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멈춰라!] [멈추시오!]드래곤은 동족의 죽음을 결코 방관할 수 없다. 여섯 마리의 드래곤이 입을 벌리며 용언으로 ‘생물’인 시몬의 몸에 절대명령을 건다.
‘크으으으!’
시몬의 두 눈에 실핏줄이 강하게 솟아오르다 터져 나갔다.
눈앞에 드래곤 하트가 있는데.
벨 수가 없다.
‘절대로.’
촤아아아악-!
그의 앞발이 흙먼지를 일으키며 나아갔다.
한 걸음.
‘포기할 수-!’
두 걸음.
‘없어!’
세 걸음.
하늘에서 드래곤들이 울부짖으며 시몬을 막기 위해 날아오는 사이, 이제는 생물의 한계마저 초월한 시몬이 이를 악물고 걸어와 대검을 들어올렸다.
[멈추세요.]그런데 마지막 용언이 시몬을 멈춰 세웠다.
칼끝이 커록커즈의 드래곤 하트 앞에서 우뚝 멈춰 선다.
무려 일곱 드래곤의 용언.
고작 단 한 명의 인간 따위에 드래곤 일곱이 용언을 건 전례 없는 사태가 벌어졌다.
“어째서……!”
시몬의 동공이 황망하게 흔들렸다.
마지막 용언은 다름 아닌 하르히스의 것이었다. 커록커즈의 머리를 강하게 들이받아 속박에서 벗어난 그가 시몬의 옆으로 다가왔다.
“인간이 드래곤을 죽이면 비극의 굴레는 끝나지 않습니다.”
그가 폴리모프를 사용했다.
처음 용병 사무소에서 원정대원을 모집할 때의 그 노인의 모습으로.
“그러니-”
그가 시몬의 손에서 파멸의 대검을 대신 쥐었다.
군단장이 아닌 그가 대검을 쥐기 무섭게 손이 터져나가며 피가 폭포처럼 흐르기 시작했으나 개의치 않았다.
이내 주름살 가득한 팔을 힘껏 들어 올리고는.
푸우우우우욱!
파멸의 대검이, 커록커즈의 드래곤 하트를 뚫고 깊게 들어갔다.
“내가 대신 모든 죄를 뒤집어쓰겠습니다.”
마침내.
무수한 재앙을 일으켰던 검은 용의 눈에서 빛이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