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916)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916화
시몬과 카미바레즈는 무사히 지하에 고립된 동기들을 구출해서 밖으로 빠져나오는 데 성공했다.
이 근방에 키젠의 하수인들이 인스턴트 텔레포트 마법진을 구축하는 중이었다. 얼마 걷지 않아 도착할 것이다.
“살았다아.”
클라우디아가 기지개를 쭉 켜며 중얼거렸다. 구출된 직후라 그런지 그녀는 무척 기분이 좋아 보였다.
“이번 일은 어떻게 보고서를 써볼까? 결사가 만든 함정에 대신 걸려서, 선량한 시민들이 함정에 빠질 가능성을 결사로부터 빼앗아 왔다. 어때?”
앞서 걷고 있던 시몬이 장난스럽게 받아쳤다.
“안 쓰니만도 못한 것 같은데.”
“호호호! 그렇지? 어쨌거나 고마워. 학생회가 이런 일도 할 줄은 몰랐네.”
그렇게 말한 클라우디아가, 옆에 조용히 걷고 있던 메이린의 머리에 손을 얹었다.
“메이린도 인사해야지? 구해주셔서 고맙습니다. 하고.”
“고…….”
멍하니 중얼거리던 그녀가 화들짝 놀라며 얼굴을 붉히더니 클라우디아의 손을 치웠다.
“아까부터 니가 왜 난리야! 니가 우리 엄마야?”
“히히.”
클라우디아를 날카롭게 쏘아붙인 메이린이 다시 시몬을 바라보았다. 새침하게 입술을 달싹이던 그녀가 이내 콧방귀를 뀌며 고개를 휙 돌려버렸다.
“구, 구해주러 와서…… 고마워. 하, 하지만 우쭐하진 마! 결국 시간이 지나 칠흑이 회복되면 내 힘으로도 빠져나올 수 있었을 테니까!”
“거짓말, 아까 갇혀 있었을 때 시몬 얼굴만 떠올렸으면서.”
“야!!”
메이린이 시뻘게진 얼굴로 돌진하자 클라우디아가 얼른 칠흑을 밟고 도망쳤다. 시몬은 소리 내어 웃으며 두 사람의 추격전을 바라보았다.
“…….”
그리고 조금 떨어진 곳에서는 반장 제이미가 말없이 걷고 있었다.
처음부터 그녀가 신경 쓰였는지, 옆에서 같이 걸어주던 카미바레즈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괜찮아요? 반장.”
“응.”
제이미가 조용히 대답했다.
“난 괜찮아. 번거로운 일을 겪게 해서 미안해.”
“아, 아니에요!”
카미바레즈가 붕붕 고갯짓을 하며 부정하고는, 두 주먹을 꼭 쥔 채 눈을 빛냈다.
“키젠 동기끼리 돕는 건 당연하니까요! 언젠가 제가 위기에 빠지면, 그때는 반장이 저를 도와주러 와주세요!”
그렇게 말하곤 새끼손가락을 들었다.
“약속하는 거예요?”
제이미가 놀란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가, 이내 잔잔히 웃으며 새끼손가락을 걸어주었다.
“응, 약속할게. 카미.”
앞서 걷던 시몬은 조용히 카미바레즈 쪽으로 엄지손가락을 세워 보였다. 어쨌거나 학생들의 멘탈 케어도 학생회의 몫이었다.
그렇게 A반 동기들끼리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무사히 텔레포트 마법진에 도착했고, 잠시 후 로크섬에 돌아왔다.
* * *
“와-!”
구름 한 점 없는 뻥 뚫린 하늘.
나뭇잎 휘날리는 시원한 바람과 쏴아아 풀 흔들리는 소리.
그리고 언덕 아래로 펼쳐진 그림 같은 캠퍼스의 모습.
아름다운 로크섬의 경관이었다.
“집에 왔다아!”
메이린이 두 팔을 들고 그렇게 외쳤다. 그러다 안도감을 느꼈는지 풀밭에 털썩 드러누웠다.
클라우디아도 안도의 미소를 지었다.
“2주간의 임평, 엄청 빡셌네.”
“얘들아!”
로크섬에 도착하니, 저 멀리서 한 여학생이 힘차게 손을 흔들며 언덕을 뛰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사령마법으로 빠져나가 학생회에 도움을 요청한 장본인, 신디 비바체였다.
“신디! 해냈구나!”
“당연하지!”
신디가 달려와 메이린, 클라우디아와 차례대로 짝! 짝! 하이파이브했다. 신디가 고개를 돌렸다.
“반장!”
이내 제이미도 엉거주춤하게 손을 들어 올렸다. 신디의 눈썹이 꿈틀하더니, 후다닥 뛰어와 어느 때보다 강한 힘으로 짝! 소리가 나게 제이미의 손바닥을 강타했다.
“꺅!”
너무 강한 힘에 중심을 잃은 제이미가 풀밭에 엉덩방아를 찧으며 쓰러졌다. 신디가 주먹 쥔 손을 들며 씩 웃었다.
“한 번만 더 그 얼빠진 표정 하고 있으면, 확 뺨이라도 때릴 줄 알아! 정신 번쩍 들게!”
“으, 응. 미안해.”
제이미가 그제야 한결 더 홀가분한 미소를 보이며 웃었다.
“이쪽에 선배님들 오셨다!”
“선배님들!”
이번에는 한 무리의 학생들이 우르르 뛰어왔다. 텔레포트 마법진에서 학생회를 돕고 있는 1학년 근로장학생들이었다.
“어서 오십시오! 선배님들!”
“고생하셨습니다!”
“결사를 무찔러 주셔서 감사합니다!”
존경심 가득한 눈으로 고개부터 처박고 인사하는 1학년들이었다.
후배들을 본 그녀들이 슬쩍 웃었다.
“오, 1학년들?”
신디가 입가를 샐쭉이며 뒤를 돌아보았다.
“네! 그렇습니다!”
“지금까지 살아남았을 정도면, 어지간하면 2학년 진급하겠네. 빨리 이 배지 달고 싶지?”
“달고 싶습니다!”
1학년들이 군기가 바짝 들려 우렁차게 대답했다. 신디가 훗 하고 팔짱을 꼈다.
“조금만 더 힘내. 조금만 버티면 니들 밑에 후배들 들어오니까, 그치?”
“아……!”
이제 곧 들어올 후배들을 상상하는지, 1학년들의 입가에 헤벌쭉한 웃음이 걸렸다.
“네! 실감이 안 납니다!”
“좋냐? 좋아? 저 저 얼굴에 웃음꽃 핀 거 봐.”
으하하.
1학년들이 민망한 듯 머리를 긁적였다.
뒤에서 지켜보던 클라우디아가 한마디 툭 내뱉었다.
“야, 진짜 꼰대 같아. 그만해.”
“뭐? 꼰대라니! 나처럼 상냥한 선배가 어딨어!”
그렇게 말한 신디가 후배들 쪽을 돌아보았다.
“그렇지? 얘들아!”
“네! 선배님!”
“목소리가 작다! 니들 내년에 사령학과 들어오면 죽는다 진짜?”
“죄송합니다!!”
짝짝.
시몬이 웃는 얼굴로 손뼉을 치며 끼어들었다.
“좋아, 됐어. 명단은 내가 작성할 테니까 1학년들은 쉬러 가.”
“예!!”
신디 비바체에게 했던 목소리의 다섯 배쯤 큰 대답이 튀어나왔다. 이내 1학년들이 일사불란하게 흩어졌다.
클라우디아가 풋 웃었다.
“저게 카리스마지.”
“쳇.”
잠시 후, 직속 하수인들과 다른 장소에 갔던 딕이 동기 다섯 명을 데리고 돌아왔다.
시몬은 이름을 기록하고, 부상자들은 즉시 키젠 병동으로 보냈다. 메이린이 자신도 학생회 일을 돕겠다고 나섰지만, 방금 현장에서 복귀했으니 우리에게 맡기고 푹 쉬라고 일러두었다.
“좋아.”
시몬이 모든 명단을 체크했다.
“이제 거의 다 돌아온 거지?”
“어어.”
딕이 제 어깨를 주물거리며 말했다.
“진짜 위험한 곳은 제인 교수님이 직접 가셨어. 다른 두 곳도 키젠 본부에서 요원을 파견한다고 했고.”
“그래, 다행이네.”
“참.”
딕의 눈썹이 위아래로 들썩였다.
“아까 하수인들한테 들은 따끈따끈한 정보인데, 너 표창장 받겠던데?”
시몬이 눈을 깜빡이며 제 자신을 가리켰다.
“내가?”
* * *
딕의 말대로였다.
모든 전교생이 복귀하고 이틀 뒤, 제인은 대강당에서 2학년들을 불러 모았다.
결과적으로 본다면 이번 2주간의 장기 임무평가는 대성공이었다. 키젠 학생들에게 돈으로도 살 수 없는 실전 경험과 사기를 고취한 건 물론, 결사의 대혼란 사태에서 직접적인 조력으로 암흑연합 내 키젠의 이미지를 크게 상승시켰다.
하지만 성공자들이 있다면, 실패자들도 있었다.
“호명하는 학생들은 미달 판정을 내리겠습니다.”
제인이 직접 한 명 한 명 명단을 불러 내려갔다.
카일스 플럼, 미리 바레타.
하나둘 학생들의 이름이 호명되는 순간 곳곳에서 괴로운 탄성이 터져 나왔다.
“어, 어째서 제가 미달이죠?”
“말도 안 돼요!”
키젠 퇴학에 직결된 문제였기에 학생들이 발끈하며 뛰쳐나와 항의했다.
“애초에 결사를 찾아내는 것부터가 복불복이고 랜덤이었잖아!”
“갔더니 없는 걸 어떻게 해요!”
임무평가를 완수한 몇몇 학생들은 그런 모습을 보며 헛웃음을 쳤다.
“미친 새끼들, 키젠 하루 이틀 다니나.”
“마지막에 구차하게 구네.”
그때 제인이 손을 펼쳤다.
“조용히.”
순식간에 대강당이 적막에 빠졌다.
가벼운 손짓으로 학생들의 소란을 잠재운 그녀는 앞에 한 명을 가리켰다.
“카일스 플럼.”
“아, 네.”
“도심지에 설치된 마력 동력기를 부순 걸, 결사의 통신망을 차단했다고 보고한 건 본인의 오만일 뿐이겠죠. 도시 주민들에게 불편함만 초래했을 뿐, 결사에게 그 무엇도 빼앗아 오지 못했습니다.”
큭.
카일스가 입을 달싹이다가 고개를 숙였다. 제인이 옆을 보았다.
“미리 바레타.”
“네, 교수님.”
조금 떨어진 곳에 있던 여학생이 바짝 얼은 얼굴로 대답했다.
“크라켄 토벌대에 조력했다고 보고했지만, 그들 중 아무도 학생의 얼굴을 본 자는 없더군요. 중간에 학생이 도망친 모습을 봤다고 진술한 용병은 한 명 있었습니다.”
그녀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제인이 고개를 들었다.
“미달 판정에 불만이라면 교내에 이의를 제기할 수는 있겠지만, 보고서는 내가 직접 확인했습니다. 지금 호명된 학생들은 합격 조건에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해주고 싶군요.”
그들이 입술을 꾹 깨물었다.
“미달 판정은 53명은 내일부로 정학 조치 이후, 적절한 절차를 걸쳐 퇴학당하게 될 겁니다.”
그 자리에서 바로 53명 퇴학.
키젠은 키젠이었다.
이번 임무평가에서 걸러진 학생들이 고개를 푹 숙인 채 하수인들의 안내에 따라 대강당 밖으로 나갔다.
다들 안타깝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그 이상의 동정은 없었다.
키젠 2학년 정도 되면 이제 변명은 필요 없었다. 성장을 떠나 자신의 실력을 끊임없이 증명해야 하는 자리였다.
“나머지 학생들은 잘해줬습니다. 차등 평가라 점수는 다르게 받겠지만, 모두 교내의 명예와 대륙의 평화를 위해 자신의 역할을 수행해 줬습니다.”
제인이 고개를 들었다.
“그중에서 가장 활약이 뛰어난 세 사람을 강단을 부르도록 하죠.”
곳곳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불려온 학생은 샤텔, 메리다, 그리고 시몬이었다.
첫 번째로 상을 받은 건 중립지대의 분쟁지역에 들어간 거인 혼혈, 전체 2위의 샤텔 마에르였다.
해당 지역은 결사의 이권과 직결된 지역이었고, 결사의 병력과 대치하는 전선이 펼쳐진 곳이기도 했다. 샤텔은 전쟁의 프로들과 함께 활동하며 결사의 일원 수십 명을 생매장했을 정도로 압도적인 공적을 세웠다.
특히 그가 전력을 발휘해서 일으킨 ‘지각변동’ 흑마법은 네크로맨서 사회를 발칵 뒤집어 놨고, 즉각 키젠을 그만두고 현역에서 뛰라는 스카웃 제의가 빗발치기도 했다.
두 번째는 전체 4위의 메리다 휴 이켈이었는데, 그녀는 오빠인 판타서스가 마지막에 머물렀다는 심머호프 지역에 갔다가 그곳에서 결사의 고위 관계자를 체포하는 데 성공했다.
그 고위 관계자가 해당 지역을 전부 손에 넣으려는 흉계를 꾸미려다가 메리다에게 제대로 덜미를 잡힌 것이다. 그녀 단신으로 본거지의 모든 인간들을 잠재워 경비병들에게 넘겼다고 한다.
그리고 세 번째는.
“시몬 폴렌티아 학생회장입니다!”
오늘의 주인공이나 다름없는 인물이 올라왔다.
거대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전교생은 물론 현역 네크로맨서들도 기피하던 리버론에 들어가서 도시를 쑥대밭으로 만든 ‘미친용’을 쓰러트리는 데 조력하여, 드래곤과 인간의 종족전쟁을 막아냈다는 성과. 그리고 대륙을 어지럽히던 가장 큰 문제였던 결사의 약품 해독제를 만들어내는 데 1등 공헌을 한 성과까지.
“마지막 날에는 복귀하기 곤란한 학생들을 도와주기도 했죠. 수고했습니다.”
가장 큰 박수 세례가 터져 나왔다.
시몬은 두 손으로 공손히 제인이 건네주는 표창장을 받았다.
“…….”
그리고 가장 앞자리.
헥토르가 분노로 이글거리는 표정으로 턱을 괸 채 앉아 있었다. 뒷자리에 앉은 피에르 버클러는 헥토르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었다.
‘터지기 직전이네.’
헥토르 또한 높은 성과를 따냈지만 ‘리버론의 영웅’이라고 불리는 시몬과 비할 바는 아니었다. 게다가 중립지대에 같이 있던 샤텔의 활약으로 다소 전공이 묻힌 것도 컸다.
‘그래도 뭐 별일 있겠어? 1학년처럼 덤벼들진 않겠지.’
이내 환호 갈채를 받으며 표창장을 받은 공로자들이 내려왔다.
“시몬.”
시몬이 계단을 내려가고 있는데, 바로 옆에서 사근사근한 목소리가 들렸다.
마찬가지로 표창을 받고 내려오는 메리다가 말을 건 것이다.
“리버론에서 우리 오빠 만났다며?”
“아, 응.”
“나중에-”
일순 그녀의 눈이 무섭게 일그러졌다.
시몬은 악몽을 꾸던 결사의 그 삼각형 동공보다 몇십 배는 더 소름 끼친다고 생각했다.
“꼭 자세히 설명해 줘.”
“그, 그래. 몇 시간이고 이야기해 줄게.”
그제야 메리다는 조금 만족스러워진 건지 이불을 뒤집어쓴 채 자리로 돌아갔다.
* * *
다음 날 아침.
기자들은 시몬과 샤텔, 메리다가 표창을 받는 모습을 신문기사에 실은 뒤, 이들을 미래에 활약할 ‘최고 유망주 네크로맨서 3인’으로 지정했다.
그리고 시몬이 가장 걱정한 부분은 리버론이라는 대도시에서 ‘배신의 군단장’ 모습을 노출시켰다는 점이었는데, 신문기사를 보니 이미 네프티스가 손을 써둔 것 같았다.
-배신의 군단장, 레필리 영지에서 활약.
-배신의 군단장이 결사의 구원자와 싸웠다!
-철저한 결사 킬러. 그의 정체는 무엇인가.
시몬은 움찔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저런 곳에 갔다고?’
시몬이 실제 활약했던 리버론을 포함하려, 무려 다섯 군데의 영지에서 배신의 군단장의 활약을 봤다는 기사가 나왔다.
시몬은 얼른 가장 가까이서 설명을 들을 수 있는 카쟌에게 달려갔고, 카쟌은 대수롭지 않게 대꾸했다.
-놀라운 점도 아니지. 네 생각대로 네프티스 님이 손을 써주신 거다.
사실은 이 모든 게 제7군단에 대한 여론전이었다는 점이었다.
시몬이 리버론에서 사태를 일으킨 김에, 결사와의 대립구도를 더더욱 확고히 하고 그를 쫓는 군단장이라는 식으로 방향을 잡은 것.
사실 배신의 군단장이 주민들에게 용납받지 못하는 점 중 하나가 신성연방의 전쟁에서 배신했다는 점인데, 이번 ‘결사’는 두 세력 모두가 적으로 간주하고 있으니 결사를 쫓는다는 명분만큼 효과적인 건 없었다.
덕분에 각종 신문의 기고문에서는 재미있는 이야기들도 많이 나왔다.
-제7 군단장은 활용 가치가 있습니다. 첫 등장부터 지금까지의 행적을 보면 결사에게 지독한 원한이 있는 것으로 보이죠. 우리는 그를 이용해야 합니다!
-배신의 군단이 암흑연합에 끼친 피해를 생각하고도 그런 말을 하는 거요? 그는 절대로 신뢰할 수 없소!
-신뢰성의 문제가 아니라, 전력이 될 수도 있다는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결사라는 공공의 적이 있는 한, 그는 이용가치가 있습니다!
이쪽도 네프티스의 입김이 들어간 것 같았다. 역시 그녀가 여론을 움직이는 힘은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대륙이 격변의 시기에 빠져 있었고, 학생들도 주 무대에서 활약했지만 이제는 다시 더 큰 무대를 위해 힘을 기를 때였다.
일반 학생들은 대부분 자신의 활약에 만족했다기보다는, 부족함을 더 느꼈다.
더 잘할 수 있었을 텐데.
더 많은 사람들을 구할 수 있었을 텐데.
다들 이번 임무평가로 느낀 바가 많은 것 같았다.
제인도 그런 마음을 아는지, 대강당 종례가 끝난 시점에 이런 말을 했었다.
-이 세상에 무의미한 경험은 없습니다. 학교에서 여러분이 배우고 쌓아왔던 모든 것들, 깃펜을 굴리고 머리를 쥐어짜 낸 지난 1분 1분이 결코 무의미하지 않았다는 점을 이번 외부 활동으로 깨달았을 겁니다. 앞으로는 아쉬움을 양분 삼아, 키젠에서 한층 더 열의를 갖고 배울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그렇게 임무평가 시즌은 완전히 끝나고 새로운 일상이 시작됐다.
학생들은 학과별로 흩어져 첫 번째 수업을 들으러 갔다.
시몬도 자리에 앉아 아론을 기다리고 있는데, 확실히 이번 임무평가 이후 동기들의 마음가짐이 하나같이 달라진 것 같았다.
“교수님 들어오십니다!”
학생들이 모두 자리에 앉아 인사할 준비를 했다.
그런데 이번에 담당교수 아론이 아닌, 장송학을 가르치는 북부대공 진 아르스칼트가 안으로 들어왔다.
“아론 교수는 과로로 일주일간 휴가를 냈느니라.”
그녀가 툴툴거리며 말했다.
자리에 앉은 학생들이 저마다 웅성거렸다.
“무슨 일이지?”
“임평 기간 교수님들은 다 휴가 간 줄 알았는데.”
모두가 웅성거리는 사이, 찔리는 부분이 있던 시몬은 그저 진땀을 줄줄 흘리며 시선을 피했다.
사실 지난 시간 동안 아론은 시몬과 함께 있었다. 아론이 앓아누운 이유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이번 중급 소환학 수업은 재료학과 장송학으로 나뉘어 분배했느니라. 오늘 저녁까지 내가 가르칠 예정인데.”
그녀가 저벅 저벅 걸어와 학생들을 쭉 돌아보았다.
“좋구나, 눈빛이 달라졌군.”
학생들의 사기는 최고조.
그 어떤 수업이라도 듣고 자신의 것으로 말겠다는 눈빛으로 진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내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마침 아론이 내게 너희들에게 가르치라고 부탁한 수업내용이 있어서 말이다.”
그녀가 분필을 들고 칠판으로 걸어갔다.
“각오하도록. 이번에 너희들이 배울 흑마법은, 그간 배운 적 없는 완전히 새로운 장르의 기술이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