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936)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936화
키젠을 졸업한 학생들은, 어른이 된 뒤로도 키젠에서의 꿈만 같던 3년을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한다.
그리고 언젠가 다시 그 섬으로 돌아가길 꿈꾼다.
아론도 마찬가지였다.
졸업 이후 정처 없이 대륙을 떠돌아다니며 방황하던 그는, 정신을 차린 뒤 교직을 이수하여 키젠에 돌아왔다.
아직 명패에 써진 ‘초임 교수 아론’이라는 잉크가 채 마르지도 않은 때에, 그는 피 터지게 경쟁하여 뒷반의 베테랑 교수를 고과에서 이기고 2학년 학과 담당 교수가 되는 기염을 토했다.
학생들도 아론을 잘 따랐고, 수업에 대한 평가도 괜찮았다.
이제는 신인 교수 아론이 아닌 담당교수 아론.
그런데.
-어서 오게. 아론 교수. 자네 밑으로 새로운 학생이 들어왔네.
3대 네크로맨서 학교 모이란에서 편입생 신분으로 어마어마한 거물이 들어왔다.
그 이름은 매그너스 알반.
어린 나이에 제5군단 관리자의 선택을 받은 ‘군단장’이었다.
아론은 그와의 첫 대면을 잊을 수가 없었다.
새하얀 머리카락에, 다소 초점이 흐린 눈동자.
그리고 그의 뒤에 후견인처럼 서 있던 무수한 키젠의 원로들과 본부의 거물들까지.
-역대 최고의 군단장이 될 재목이오! 남은 2년 안에 우수한 전력으로 키워내야 하오.
-국경의 상황이 심상치 않습니다. 언제 신성연방이 공격해 올지 모르니 새로운 군단장 전력이 절실합니다!
당시는 암흑연합과 신성연방의 군비 경쟁이 치열하던 시대.
심지어 신성연방에서는 ‘다나’라는 젊고 강력한 성녀를 배출해 냈고, 국경에서 베테랑인 당시의 6군단장을 패퇴시키기도 했다. 이 때문에 암흑연합에서는 지독한 열등감과 피해의식을 앓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 혜성처럼 등장한 소년 군단장.
전 암흑연합의 기대가 모이는 건 당연했다.
-담당인 아론 교수가 이제 1년 차라고 했나? 그런 초짜에게 이 아이를 맡겨서 되겠소?
-재능을 망치는 길입니다. 제가 더 좋은 적임자를 알고 있습니다.
-코아그론 경에게 교수 자리를 맡기는 게 어떻소?
-차라리 현역 군단장에게 교수 자리를 맡기고 매그너스를 가르치게 하는 건…….
원로들 모두 누가 매그너스를 가르치게 할지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을 때.
-제가.
아론이 입을 열었다.
-제가 목숨을 걸고 뛰어난 네크로맨서로 키워내겠습니다. 담당교수는 접니다. 분기별로 원하는 성과를 말씀해 주십시오. 그 성과에 미달한다면 언제든 교수직을 그만두겠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욱해서 내뱉은 치기 어린 한마디.
하지만 현 담당교수가 그렇게 말하는데 원로들도 다른 도리가 없었다.
-자네가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한번 해보시게.
그렇게 아론이 매그너스를 가르치기로 했고, 2학년 수업에 들어왔다.
하지만 심판의 성녀 다나를 뛰어넘을 인재라는 사람들의 기대와는 달리.
-너 군단장이라며? 이것도 못 해?
-심하다 진짜.
매그너스는 평범했다.
그냥 군단장의 자격을 가졌을 뿐이지 지극히 평범한 아이였다. 1학년 교육을 받지 않고 편입 제도로 들어온 2학년이었고, 흑마법 실력은 딱 1학년 신입생 수준이었다.
필기 성적은 최악.
결투평가는 연전연패.
키젠 전체에 팽배하게 깔려 있는 실력 만능주의의 교풍 때문에, 학생들은 매그너스를 얕보거나 무시했다.
수업에서도 매그너스 한 명 때문에 2학년들이 1학년 과정을 듣는 등 피해를 봐야 했고, 심지어 수행평가에서도 일반 학생이라면 퇴학당해야 할 상황을 군단장이라는 이유만으로 몇 번이고 구제되었다.
일반 학생들의 피해의식은 커질 수밖에 없었고, 결국 매그너스는 따돌림을 당하게 됐다.
-실력도 없는 새끼가 무슨, 앞으로 눈에 띄지 마라.
-약하면 당해도 싸지.
-군단장이면 다인 줄 아네? 여긴 키젠이야, 새끼야.
그의 몸에 군데군데 폭행 등으로 생긴 상처가 늘어갔다.
아론도 직속제자인 매그너스의 그런 유약한 모습에 고민이 깊어졌다.
첫 분기에 달성하기로 한 목표도 불가능해 보인다. 이대로는 자신도 키젠에서 나가야 할 판이었다.
-교수님.
아론이 매그너스의 붕대를 갈아주고 있는데, 매그너스가 울먹이며 말했다.
-다들 저한테 왜 이러는지 잘 모르겠어요. 저는 그저 모두와 두루두루 친하게 지내고 싶을 뿐인데.
1,000명 중에 300여 명만 살아남는 치열한 키젠 1학년 시절을 거치면서 잔뜩 독기가 서린 2학년들과, 막 편입으로 들어온 매그너스의 마음가짐은 다를 수밖에 없었다.
이해는 했다. 동정심도 들었다.
하지만 이대로는 매그너스나 자신이나 모두 끝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원로들이 매그너스의 현실을 알게 되는 순간, 쥐도 새도 모르게 매그너스는 제거될 테고 군단장 자리는 다른 네크로맨서가 차지하게 되리라.
그래서 아론은 마음을 굳게 먹었다.
-전부 네가 약하기 때문에 벌어진 일들이다, 매그너스.
-……교수님?
-잘 들어라. 여기는 키젠이고, 약한 건 그 자체로 죄다. 아니, 키젠 뿐만이 아니라 네크로맨서 세계, 더 나아가 이 세상 전체가 약육강식이다.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나?
아론이 눈을 번들거리며 말을 내뱉었다.
-약한 자는 살아갈 가치가 없다.
충격요법이 조금 셌던 걸까.
매그너스의 동공이 정신없이 흔들렸다.
하지만 그는 더 이상 울지 않았다. 다만 그의 눈 밑이 새까맣게 말라붙었을 뿐이다.
그리고 그 날 이후.
매그너스는 변했다.
더 이상 동기들에게 휘둘리지 않았고, 자신의 성장에 집중했다.
모르는 건 먼저 물어보고, 부족한 걸 인정하고 끌어올리는 것에 집중했으며, 잠도 자지 않고 밥도 먹지 않으며 노력하고 또 노력했다.
멘탈의 문제였던 걸까.
시든 싹인 줄 알았던 매그너스의 재능이 폭발하기 시작했다. 매그너스는 순식간에 2학년 과정을 따라오더니 처음으로 학과 동기 사이에서 만년 꼴등을 벗어났다.
-한다면 하는 새끼네 이거.
-군단장빨로 들어온 줄 알았는데, 다시 봤어.
친구들의 인식도 바뀌었다. 실력 만능주의라는 것은 즉, 실력만 있다면 다시 무리의 인정을 받는 것도 어렵지 않다는 뜻.
하이파이브를 해주는 친구들의 모습에 매그너스는 감격한 표정을 지었다. 아론도 그 모습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모든 게 좋아 보였다.
하지만.
-더 가르쳐 주세요! 교수님! 설마 가르칠 게 떨어진 건 아니죠?
그는 삐딱선을 타기 시작했다.
분기별 성과도 달성해 냈고, 매그너스의 성장에 원로들과 언론은 환호했다. 새로운 천재의 등장에 여론이 들끓는 와중에도 아론은 기분이 좋지 않았다. 찜찜했다.
-아론 교수! 아주 훌륭해!
-내 매그너스를 가르칠 능력이 없다고 말했던 거 사과함세! 한잔 들게!
하지만 이미 시작됐고 멈출 수는 없었다.
원로회는 아론과 매그너스에게 더 많은 요구를 했고, 두 사람은 요구치를 충족하기 위해 온몸과 마음을 불살랐다.
절대 키젠에 적응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던 매그너스는, 물 만난 고기처럼 키젠의 모든 교육 시스템과 지식을 스펀지처럼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매그너스는 갈수록 강해졌고, 이제 결투평가에서 기존의 Top10 멤버까지 갈아치우는 수준까지 성장했다.
동시에 매그너스는 점점 미쳐갔다.
힘에 취해갔다.
그가 결투평가에서 패배한 상대를 짓밟고 괴롭힌다는 소문이 돌았다. 이유는 ‘약하니까’, ‘약한 건 죄니까’.
-네크로맨서가 미쳐 있는 게 뭐가 문제란 말이오?
-암, 실력만 있으면 그만이지.
키젠 출신이 대부분인 교내 교직원이나 원로들은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적당한 징계를 주면서 타이르는 정도였고, 매그너스 본인도 어른들의 지시에는 끔뻑 죽을 듯이 고개를 숙이며 따랐다.
그리고 3학년이 된 시점.
선배들도 졸업하고 이제 교내에서 매그너스를 막을 학생은 없다. 그는 폭군처럼 교내를 휘젓고 다녔다. 심지어 강함에 집착한 나머지 금지된 마법에도 손을 댔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학과 수업은 이제 매그너스의 수준에 맞춰졌다. 1학년 때부터 아론과 동고동락하며 수업을 따라왔던 학과생들은 너무 어려운 수업을 따라오지 못하고 하나둘 전과를 신청했다.
-이봐, 니가 2학년 때 뭐라고 했더라. 약하면 당해도 싸다고?
-아직도 안 나가고 뭐 해.
매그너스의 악행이 점점 더 심각해지자, 아론은 그를 불러 크게 질책했다.
매그너스도 반성하고 있는지 고개를 숙이고 조용히 듣다가 슬그머니 고개를 들었다.
-명심하겠습니다. 그런데 교수님.
그때의 눈빛을, 아론은 평생 잊지 못했다.
-나중에 한번 붙어보실래요? 이제는 교수님이 나보다 더 강한지 잘 모르겠어서.
그는 그동안 학생으로서 교수의 지시에 복종한 게 아니었다.
그저 자신보다 강한 자에게 복종한 것뿐이다.
정서적으로 완전히 뒤틀려 버린 매그너스는 결국 몇 달 뒤, 3학년 단체 시험에서 사달을 냈다. 그가 시험 도중 학생 몇 명을 잔인하게 공격한 것이다.
무려 12명이 중상.
목숨을 노렸다고 생각할 만큼 치명적인 공격이었기에 시험 전체가 중단되었다. 그리고 자신이 아들딸처럼 아끼던 학생들이 병동에서 죽을 고비를 넘기고 있자, 당시 맹독학을 가르치던 프라우몬 교수가 매그너스를 찾아갔다.
-부르셨습니까. 교수…….
짜악!
교수는 충혈된 눈으로 매그너스의 뺨을 후려쳤다.
-처음부터 목이나 심장을 노리다니. 네 동기들을 죽일 셈이냐!
-그게 뭐가 나빠요?
매그너스가 삐딱하게 웃었다.
-약자들이잖아요. 그걸 못 피하면 더더욱 뒈져도 싼 약자고.
-매그너스 알반!!
격분한 그가 다시 한번 매그너스의 뺨을 후려치려는 순간.
그보다 먼저 매그너스가 바닥에서 일으킨 그림자 칼날이 교수의 복부를 뚫고 등 뒤로 빠져나왔다.
-뭐야.
매그너스가 눈빛을 번뜩이며 미소 지었다.
-당신도 약하잖아.
키젠 역사상 전무한 사태.
그것이 키젠 교수 살인 사건의 전말이었다.
매그너스는 그 뒤 키젠을 빠져나갔고, 그 과정에 벌어진 전투에서 하수인 수십 명을 살해하며 키젠과의 완전한 적대 관계로 돌아섰다.
충격을 받은 아론은 이후 모든 잘못을 인정하고 교직을 그만두었다. 네프티스의 부름을 받아 다시 키젠에 오기 전까지 그는 계속해서 폐인 같은 삶을 살았다.
그리고 현재.
“반가워, 아론 교수.”
아론의 앞에, 자신의 제자이자 가장 큰 착오였던 매그너스가 나타나 있었다.
바힐은 골치 아픈 표정으로 혀를 차며 눈을 감았고, 아론은 조용히 입을 열었다.
“……매그너스 알반.”
“지금의 나를 만들어준 게 당신이지. 늘 감사히 생각하고 있어.”
매그너스가 빙빙 손을 휘저으며 미소 지었다.
“당신이 아니었다면 진작 다른 네크로맨서들의 손에 제거당했을 거야. 한번 만나서 느긋이 이야기라도 나누고 싶은데, 시간이 없…….”
퍼석!
그의 가슴, 심장이 있는 부위에서 거대한 장창이 삐져나왔다.
아론의 빨간 스켈레톤이 매그너스의 등 뒤로 돌아와 그를 찌른 것이다.
“오.”
매그너스가 가슴에서 솟구친 창끝을 보며 미소 지었다.
“못 본 사이 가차 없어졌는데.”
“어차피 본체도 아니겠지. 어디 있는지 모르겠지만 기다려라.”
아론의 눈이 번뜩였다.
“내 손으로 오점을 바로잡으러 갈 테니.”
매그너스의 교수 살해 사태 이후 몇 년간 폐인처럼 생활하던 아론에게, 어느날 네프티스가 나타나 말했다.
-오점이 있다면, 바로잡을 노력은 해봐야 하지 않겠어?
아론은 자신의 죄를 부정하지 않았다.
지금의 저 끔찍한 괴물의 등장에 자신의 지분이 가장 크다는 것도 안다.
과오를 외면하진 않는다. 죄는 인정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자포자기한 채 가만히 앉아 있을 수는 없었다.
더 노력했다.
천재인 시몬 폴렌티아를 가르치면서도 다른 일반 학생들도 따라올 수 있도록 했다.
국경을 넘는 한이 있더라도 모두에게 공평히 재료를 손에 넣을 기회를 주었다.
데스나이트를 완성하지 못하더라도, 데몬나이트 같은 일반적인 수단을 준비해 두었다.
천재도, 범재도, 모두가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그거 알아? 아론 교수.”
매그너스가 피를 흘리며 웃었다.
“내 대타로 삼은 네 새로운 제자, 시몬 폴렌티아가 날 죽이러 오고 있어.”
“!”
“그가 내 손에 죽는다고 해도 너무 원망하진 마.”
그가 삐딱하게 웃었다.
“나보다 약해서 죽는 거니까.”
퍼석!
두 번째 창끝이 매그너스의 얼굴까지 꿰뚫었다. 더 들을 것도 없다는 듯, 아론이 벌겋게 충혈된 눈으로 걸어갔다.
“계속 가지.”
“…….”
바힐은 복잡한 표정으로 눈을 감고 그의 뒤를 따랐다.
***
“나 참.”
그늘성 위의 커다란 공터에 앉아 있던 매그너스가 삐딱하게 웃었다.
“영 재미없어졌다니까.”
그렇게 중얼거린 그가 고개를 돌렸다.
저벅저벅.
저 멀리서.
새하얀 대검을 들고, 에이션트 언데드의 본 아머로 무장한 소년이 걸어오고 있었다. 매그너스가 손을 흔들었다.
“왔어? 후배.”
팟!
그 한마디가 끝나기 무섭게.
시몬의 몸이 바람처럼 사라지더니 순식간에 매그너스의 코앞에서 튀어나왔다.
매그너스도 함박웃음을 지으며 자신의 롱소드를 휘둘렀다.
까아아아아아아아앙!
두 검이 교차하며 하늘이 흔들린다.
“나는-”
군단장의 두 검이 치열하게 힘겨루기를 하는 사이, 교차한 검 너머로 시몬과 매그너스의 시선이 부딪혔다.
“당신 같은 선배를 둔 적이 없어. 매그너스.”
“그거 유감이군. 그보다 정말로 궁금한걸.”
매그너스가 히죽 웃었다.
“네 목을 가져다 놨을 때, 아론이 어떤 표정을 지을지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