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937)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937화
까아아아아앙!
채애애앵!
두 군단장의 새하얀 대검과, 어두운 장검이 연달아 부딪히며 불똥을 튀긴다.
백색과 흑색이 부딪힐 때마다 강렬한 스파크와 불똥이 터져 나오며 대기가 수십 갈래로 파문처럼 번져 나간다. 지면의 흙먼지가 치솟고, 자갈들이 대굴대굴 굴러다닌다.
촤아아아악!
이를 악문 시몬이 지면에 긴 마차 바퀴 자국을 그리며 뒤로 물러났다. 바로 그 뒤로, 매그너스가 아무런 기척도 없이 나타나 무표정한 얼굴로 장검을 휘둘렀다.
다시 한번 터져 나오는 굉음.
시몬의 팔이 위태롭게 흔들렸다.
“나를 잡으러 여기까지 들어온 기개만큼은 인정하지. 하지만 이제는 느낄 텐데.”
까가가가각!
매그너스의 장검이, 시몬의 대검 면을 타고 움직였다.
“격의 차이를!”
까아앙!
시몬이 억지로 장검을 쳐낸 뒤 무게중심을 옮기며 오른 다리를 들어 턱을 노렸다. 그러나 매그너스도 가뿐히 다리를 들어 그것을 받아냈다.
쿵!
서로에게 발차기를 가한 두 다리가 지면에 닿는 동시에 두 사람의 허리가 돌아간다.
꽈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검광이 부딪히며 대기가 뒤흔들린다. 후폭풍에 휘말린 시몬이 크윽! 소리를 내며 뒤로 물러난다.
“한번 생각을 해봐, 후배. 우리가 같은 군단장이지만 경험과 지식의 차이가 얼마나 벌어져 있겠냐? 어?”
카작! 카작! 카작! 카작! 카작!
매그너스의 발밑에서 그림자가 괴물의 형상처럼 올라왔다.
그림자에는 온통 눈동자들이 붙어 있고, 하얀 이빨을 드러낸 채 카작카작 소리를 내며 탐욕스럽게 이빨을 부딪치고 있었다. 마치 어린아이가 검은 배경에 낙서를 한 것 같은 형상.
“네가 어떻게 7군단을 고스란히 모았는지는 모르겠다만, 지금 내 에이션트 언데드들은 네 에이션트 언데드들보다 수배는 강하다.”
촤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무수한 눈과 입이 달린 검은 그림자들이 하늘로 솟구치더니 여러 줄기로 시몬을 향해 쇄도했다.
“너는 날 이길 수 없다.”
‘큭!’
시몬은 뒤로 크게 물러나며 첫 번째 그림자 줄기를 파멸의 대검으로 후려쳤다.
카아아아아앙!
베려고 했지만 마치 금속 같은 단단함.
쉽게 베이지 않았다.
“후읍!”
카앙! 카아앙!
하지만 연달아 두들기니, 그림자가 마치 생명체처럼 본능적으로 웅크리며 물러나는 모습이 보인다.
더 몰아붙이려 했지만 그 옆으로 또 한 줄기의 그림자가 쇄도해 왔다. 깔끔하게 미련을 접은 시몬이 자세를 바짝 낮춰 피하고는 매그너스가 있는 방향으로 내달렸다.
‘매그너스의 흑마법? 혹은 5군단 관리자의 기술? 어느 쪽이든!’
시몬이 눈을 감고, 한 손으로 제 이마를 ‘툭’ 하고 짚었다.
‘벤다!’
후와아아아아아아악!
판타서스 오리지널, 스스로에게 슬립을 거는 ‘장주지몽(莊周之夢)’을 시전한 시몬이 그림자의 비좁은 틈을 그대로 돌파했다.
저 멀리 떨어져 있던 매그너스의 코앞까지 순식간에 도달했다.
“오호?”
매그너스 또한 방금의 돌진은 놀라웠는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장검을 앞세웠다.
까강! 채앵! 까아앙! 까아아아앙! 챙! 터엉!
두 군단장 간의 미친 듯한 연타가 이어졌다. 매그너스가 입꼬리를 올리며 공세를 막아내고 있는 사이, 시몬의 몸이 피어의 본 아머에서 벗어나 공중으로 치솟았다.
콰르르르르르르르르르릉!
콰르르르르르르릉!
시몬의 두 손이 잔상을 일으키듯 움직이며 수백 갈래의 혼돈 줄기를 퍼부어댔다. 매그너스는 자신의 발밑에 그림자를 세워 마찬가지로 수백 갈래의 줄기를 일으켜 받아냈다.
“허억. 헉!”
자가 슬립 상태가 끝나며, 눈을 번쩍 뜬 시몬이 거친 숨을 토해냈다.
뒤이어 하늘로 올라온 매그너스의 그림자가 그를 덮치기 전에, 피어가 시몬을 받아내 옆으로 도망쳤다.
“첫 번째 철칙, 군단장은 군단의 힘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 기본은 됐구나, 후배.”
척!
그가 약지와 검지를 세워 맞닿게 한 뒤 팔을 크게 휘둘렀다.
카작! 카작! 카작! 카작! 카작!
눈과 이빨 달린 검은 그림자들이 해일처럼 시몬의 포위망을 좁혀왔다.
시몬은 피어의 힘으로 가속한 채 달려서 포위되기 직전에 벗어난 뒤, 지면에 발을 딛고 허리를 회전시켰다.
‘공간을 한정하고!’
머릿속으로 그림자의 중심에 긴 선을 그은 뒤.
‘가른다!’
그 선을 향해 팔을 움직였다.
촤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하얀 검광이 그어지며 그림자의 해일이 통으로 베어진다. 그림자들이 괴로운 듯 카작카작 소리를 내고 있는 가운데, 갑자기 그 그림자들이 흩어지며 스스로 구멍을 숭숭 만들어냈다.
바로 그 구멍 사이로 검은색 섬광이 폭격처럼 쏟아져 내렸다.
‘저주!’
“하하하하하하하!”
그림자의 뒤에 있던 매그너스가 저주를 연사하고 있는 것이다.
시몬은 파멸의 대검으로 저주를 후려치다가 몸을 구르며 피해냈다.
저주가 지면에 떨어지며 핏덩이가 되거나 잿더미가 되어 폭발하는 등 온갖 끔찍한 효과가 일어났다.
파바밧!
몸을 굴러서 저주의 반경에서 빠져나오는데, 이번에는 후방에서 매그너스의 그림자가 해일처럼 쏟아졌다.
‘숨 쉴 틈도 없이 몰아치고 있어!’
이쯤 되면 매그너스의 칠흑은 한계가 없는 건지 궁금할 지경이었다.
시몬이 걸음을 멈추고 후방에서의 공격에 대처하려는데, 갑자기 그림자가 열리며 동굴 같은 공간을 만들어냈다. 그 안에서 언데드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
‘저기서 소환수들까지 꺼낼 수 있는 건가!’
시몬도 즉각 아공간을 열고 소환형 언데드를 꺼내 대응했다. 첫 타격은 매그너스의 언데드들이 압도했지만, 시몬이 몇몇 개체에 ‘친위대’ 효과를 입히자 역으로 매그너스의 소환수들을 썰어나가고 있었다.
전투는 소환수들에게 맡긴 시몬이, 다시금 매그너스를 노리고 달리는데.
[소년! 조심해라!]피어의 경고에 시몬이 옆으로 바짝 물러섰다. 바로 그 옆으로 그림자가 장막처럼 촤아아아악! 펼쳐지며 시몬의 앞으로 지나갔다.
순식간에 눈앞에 장벽이 세워졌다. 그리고.
‘!’
머리 위에서 장벽을 가르며 뭔가가 내려오고 있었다.
검이었다.
“하하하하하하!”
까아아아아아아앙!
시몬이 즉각 파멸의 대검을 머리 위로 세워 내려오는 검을 막아냈다. 장막을 가위로 가르는 것처럼 등장한 매그너스가 함박웃음을 짓고 있었다.
“이 정도로 되겠나! 시몬 폴렌티아!”
완전히 저쪽의 페이스에 휘말리고 있다.
장검에 힘을 가하며 매그너스가 고개를 쭉 들이밀었다.
“이렇게 시간이 끌리면 네 에이션트 언데드들은 전부 무너질 거다! 너무 걱정하진 마라! 소멸시키진 않고 포획할 테니! 네 군단이 자랑하는 에르제베트도! 프린스도! 전에 한번 가져왔던 아케뮤스도! 네 걸작이라는 리치 헤르세바까지!”
그의 입꼬리가 히죽 올라갔다.
“전부 내 차지다!”
‘제길!’
시몬이 검을 맞대는 동시에 바닥에서 ‘오버로드’를 일으켰다.
촉수 칼날들이 무서운 속도로 솟구쳤지만, 가볍게 뒤로 물러나는 것으로 피한 매그너스가 다시 펼쳐지는 그림자 속으로 숨어버렸다.
“그 힘으로 남부의 3군단과 북부의 2군단도 차지하고! 뒤이어 최강의 1군단까지 쓰러뜨리겠다! 군단장을 넘어서, 유일무이한 ‘언데드 왕’으로 등극하는 건 나다!”
“당신.”
시몬이 숨을 헐떡이며 팔뚝으로 입가를 훔쳤다.
“왜 그렇게 힘에 집착하지?”
“힘을 추구하는 데 이유 따위는 없다.”
순간 주위를 뒤덮고 있던 그림자들이 한쪽으로 빨려들었다. 저 멀리 매그너스가 장검을 앞세운 채 찌르기 자세를 취하는 모습이 보였고, 검 끝으로 모든 그림자들이 휘감기고 있었다.
“힘이야말로 모든 것이기 때문이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소용돌이치는 그림자가 전방의 모든 것을 휩쓸며 쏘아져 나갔다. 시몬은 아슬아슬하게 칠흑을 밟고 뛰어서 그 반경에서 벗어났다.
“동의하긴 힘들지만!”
“?”
퍼석!
한바탕 힘을 방출한 매그너스가 뒤를 돌아보았다. 땅에서 튀어나온 좀비의 팔이 그의 발목을 붙잡았다.
‘미리 심어둔 건가. 어느 틈에……!’
“한 가지만큼은 나도 동의해.”
바닥에 내려온 시몬이 팔을 휘둘렀다. 지면에서 거대한 비석이 우뚝 솟았고 그 앞으로 연기가 휘몰아쳤다.
연기 속에서 소름 끼치는 한 쌍의 눈동자가 번뜩였다.
그그그그그그그그그-
“이 전쟁에서 이긴 사람이 5군단과 7군단을 통합한다.”
그 안에서 모습을 드러낸 건 거대한 본 드래곤.
드래곤 세계의 전(前) 조언자, 미르미즈였다.
커다란 아가리가 벌어지며 목구멍에서 브레스가 일렁이기 시작했다.
“뭔가 했더니 본 드래곤인가?”
매그너스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발을 빼려고 했다.
그런데.
‘이건……!’
보통 좀비가 아니었다. 눈을 돌리니 어느새 그 보통 좀비가 에이션트 언데드인 프린스로 바뀌어 있었다.
[이쪽도 바빠 죽겠다고! 도와주는 건 이번뿐이야!]“나이스, 프린스!”
본 드래곤의 입이 한계까지 벌어지며 거대한 브레스가 입 밖으로 일렁였다.
매그너스가 급히 그림자로 프린스의 몸통을 연달아 찔렀지만, 프린스는 발목을 놓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그림자들을 방패처럼 자신의 앞으로 집결시켰고.
“쏴버려, 미르미즈.”
시몬의 외침에 미르미즈가 브레스를 토해냈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세상이 뒤흔들리는 일격.
흑청의 파도가 매그너스를 직격했다.
“크읍!”
매그너스의 몸이 빛살처럼 뒤로 밀려났다. 순식간에 섬의 끝에서 끝으로 밀려 나고 있었다. 이대로는 섬에서 떨어질 것이다. 그가 눈을 번뜩이며 맹렬한 고함을 질러댔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이내 브레스가 거대한 폭발을 일으키며 세상을 다시 한 차례 폭연 속으로 집어삼켰다.
쿠구구구구구구-!
소름이 끼칠 정도의 어마어마한 위력.
시몬은 숨을 헐떡이며 폭연 속을 응시했다.
후두둑.
후둑.
하늘에 떠올랐다 떨어지는 잔해 속에서 매그너스가 섬의 끝부분에 발을 걸친 채 비틀거리며 서 있었다.
입고 있던 옷은 넝마가 되어 있었고, 온몸에서 피를 철철 흘리며 피부는 새까맣게 변질되어 있었다.
“한 방 먹었다. 재미있구나.”
하지만 매그너스의 미소에는 태연한 여유가 서려 있었다.
그가 삐그덕거리던 팔을 붙잡고 고쳤다.
“이 힘을 내가 제대로 쓸 수 있었다면 쉬웠겠다만-”
우웅!
그가 화이트의 이능을 사용한 건지, 손바닥에 하얀 힘이 일렁였다가 금방 사라져 버렸다.
“하는 수 없지. 나중에라도 익숙해지는 수밖에.”
“…….”
미르미즈의 브레스에 직격하고도 멀쩡히 움직이는 터프함.
시몬은 자신보다 한 수 위의 군단장이라는 사실을 자각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한 수 위의 상대라고 무조건 패배하라는 법은 없다.
“미르미즈. 계약이야.”
시몬이 손짓하자 아공간에서 스켈레톤들이 거대한 마정석 기둥 하나를 떨어뜨렸다.
“너도 이대로 끝내긴 아쉽지?”
[아주 당돌하구나 얘야. 하지만-]미르미즈가 턱을 쓸며 히죽 웃더니 이내 그것을 집어삼켰다.
[이번만큼은 네 뜻대로 움직여 주마.]쿠쿠쿠쿠쿠궁!
드디어.
시몬이 가지고 있는 이 전쟁의 최대 변수.
방구석에 숨어 있는 본 드래곤, 미르미즈가 레어 안에서 완전히 모습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