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951)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951화
수업이 끝나고 쉬는 시간, 선발 1번 메릴은 시몬을 조용한 숲으로 데리고 와 나무 기둥에 밀어붙였다.
“너, 그만큼 대단한 신성을 갖고 있으면서 왜 지금까지 숨긴 거지?”
시몬이 눈을 끔뻑였다.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
“시치미 떼지 마!”
그녀가 버럭 소리 질렀다.
“틀림없이 신성열차에서의 넌 형편없었어! 이게 뭐 하자는 건데? 1번인 나를 능멸하는 거야?”
시몬의 머리가 잽싸게 돌아갔다.
신성열차라.
아무래도 하늘섬으로 들어올 때 탔던 신성열차를 말하는 것 같았다. 그렇다면 살해 사건이 일어나기 전보다 더 과거의 일.
아무래도 유클리드와 메릴은 같은 신성열차를 타고 있었던 것 같다.
“…….”
시몬이 아무런 말도 하고 있지 않자, 불같은 성격의 메릴은 답답해하며 가슴을 두들겼다.
“뭐라고 말이라도 해보지?”
“능멸이라니, 잘 모르겠네.”
시몬이 태연한 어조로 말했다.
“그때 일, 제대로 다시 되짚어보고 싶은데.”
뭔가 켕기는 게 있는 걸까. 혹은 시몬이 놀리고 있다고 생각한 걸까.
그녀가 등을 홱 돌려 걸어갔다.
“제기랄, 꺼져!”
“메릴.”
시몬이 그녀의 등에 대고 말했다.
“오늘 밤 네게 우수성사를 요청하겠어.”
“뭐?”
그녀가 어처구니가 없는 표정으로 뒤를 돌아보았다.
“너 따위가 감히 1번인 내게 우수성사를? 미쳤냐? 그리고 나 저녁에 다른 자매들이랑 약속 있는……!”
“거절하는 거야?”
시몬이 어깨를 으쓱했다.
“하늘섬의 그 누구도 우수성사를 거절할 수 없어. 그리고 바로 오늘 아침에 리리넷 선배님이 ‘1일 1우수성사’라면서 중요성을 그렇게 강조하셨는데.”
그녀가 찔끔한 표정을 지었다.
“하늘섬의 화제인 선발 1번이 시작부터 규율을 어겼다는 소문이 퍼지면 어떻게 될까? 특히 리리넷 선배님은 별의 성녀님과 친할 텐데, 이 사실이 성녀님의 귀에 들어가기라도 하면…….”
“알았어! 알았다고!”
메릴이 벌게진 얼굴로 외쳤다.
“오늘 저녁 언제!”
시몬이 다시 가지런하게 자세를 고치고 말했다.
“저녁 식사 마치고 숙소 앞에서.”
“망할 새끼!”
그녀가 홱 등을 돌려 멀어져 갔다. 시몬은 머리를 긁적이다가 이내 조금 진지한 얼굴로 사라지는 메릴을 바라보았다.
‘1번 메릴 시호. 자신이 1번이라는 사실에 프라이드가 대단하고, 프라이드뿐만 아니라 1번 자리에 대한 집착에 가까운 감정도 느껴져.’
사실 메릴은 레테가 꼽은 가장 유력한 성녀 후보다.
이번 성녀의 정수가 자신의 주인을 고르는 가장 중요한 덕목이 ‘실력’이라면, 마땅히 선택받아야 할 인물.
하지만 정작 본인이 ‘난 성녀가 될 거야’라고 노래를 부르고 다니는 게 신경 쓰인다. 본인이 정말 성녀라면 그럴 이유가 없지 않을까? 아니, 이조차도 일종의 페이크일 수도 있다.
동시에, 확률은 적어 보이지만 시몬은 아직 메릴이 유클리드를 죽인 살인자라는 가능성도 놓지 않았다. 자신의 1번 순위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강경한 수단도 얼마든지 저지를 수 있는 인물. 지금 저런 반응이 전부 ‘거짓’일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일단 오늘 저녁에 정보를 더 캐보자.’
이 유클리드란 남자에게 그동안 어떤 일들이 일어났는지 시몬은 모른다.
그렇기에 더더욱 주위 사람들의 반응에 신경 쓰고, 그들의 증언을 모아야 했다.
이곳에 보고 느끼는 모든 단서들이 새로운 성녀, 그리고 유클리드를 죽인 살인자의 정체에 대한 힌트로 이어질 것이다.
***
호밀리 부인의 ‘개등’ 수업은 오리엔테이션 정도였다.
지금부터가 본격적인 수업이었는데, 커다란 성당의 실내에서 진행했다.
성당의 중앙에는 십자가가 붙어 있고, 우아하게 손을 흔드는 여신상도 설치되어 있다. 창가에 붙은 형형색색의 장식들을 통과한 햇빛이 찬란하게 부서져 형언하기 힘든 경건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확실히 암흑연합에서는 보기 힘든 분위기.
이곳에서 의자를 모두 뒤로 치워놓은 뒤 ‘신성역학’ 수업을 재개했다. 오늘 신성역학 수업을 맡아줄 사람은…….
“바로 저 리리넷입니다!”
에프넬 3학년이자 학생회 총무, 그리고 레테의 둘도 없는 룸메이트인 리리넷이었다. 그녀의 옆에는 에프넬 교복을 입은 다른 선배 여학생들이 웃는 얼굴로 서 있었다.
“이쪽은 도와주러 온 2학년 자매님들이에요! 모두 박수~”
짝짝짝짝짝!
리리넷의 수업답게 온통 활기와 에너지가 넘쳤다. 그녀가 앞으로 나와 설명했다.
“원래 예배회에서 가르칠 신성역학 커리큘럼은 기본기 정도예요. 근데 여러분, 사실 기본기 정도야 다 선행학습 해왔죠?”
선발생들이 머쓱한 미소를 짓고 있는 가운데, 시몬만이 당황해서 눈을 굴리고 있었다.
‘나는 그런 거 안 해왔는데?’
“선발생들에게 신성화살 같은 걸 시키면 뒤에서 욕먹을 게 뻔하겠죠! 그럼 가볍게 ‘디바인 오라’부터 시작해 볼까요?”
선발생 아홉 명이 전부 디바인 오라를 어렵지 않게 구사했다.
그리고 디바인 오라라는 이름 자체를 처음 들어보는 시몬만이 조금 기다렸다가, 옆의 학생의 마법진을 훔쳐본 뒤 급하게 따라 했다.
그러나 제대로 만들어질 리가 없다. 금방 마법진의 형태가 풀리며 대기 중으로 흩어졌다.
‘크윽.’
시몬이 고개를 떨구었다.
이쪽도 선행학습을 해와야 한다니, 키젠 1학년 1학기 시절이 생각이 나서 뭔가 씁쓸했다.
“아, 유클리드 형제님. 괜찮아요!”
리리넷이 후다닥 다가왔다. 그리고 아주 작은 목소리로 귓가에 대고 물었다.
“저어, 선행학습은 어느 정도로 해왔어요?”
“그…… 진짜 기본기 정도만 알고 있습니다.”
시몬이 쩔쩔매며 알고 있는 백마법들을 쭉 훑었다.
이야기를 듣던 리리넷의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어, 엄청 특이하시네요!”
시몬이 현재 자유자재로 쓸 수 있는 건 신성화살, 힐링, 라이트, 스트렝스 등 가장 기본적인 백마법들.
그런데 시몬은 엑소시즘(Exorcism)도 사용할 수 있었다.
엑소시즘은 신성화살을 한참 넘어서서, 중간 단계의 신성마법들을 전부 마스터해야 배울 수 있는 중상급 마법.
리리넷에게 밝히진 않았지만, 시몬은 심지어 레테의 오리지널인 ‘라 에스크림’도 사용할 수 있었다. 이는 고난이도 테크닉이 필요한 최상급 마법이다.
즉, 에프넬에서 정규 교육을 받은 리리넷이 보기에는 말이 안 되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현장에서 필요할 때마다 체득했으니 어쩔 수 없지.’
시몬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리리넷이 눈을 빛내며 조용히 말했다.
“형제님은 정말 에프넬에 잘 왔어요! 기초가 탄탄해야 높은 성과도 나오는 법! 차근차근 따라오면 어렵지 않을 거예요! 기초 없이 엑소시즘을 단박에 배웠다니 오히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데요?”
리리넷은 그렇게 말한 뒤 손짓으로 한 2학년을 불러왔다.
리리넷의 지시를 들은 2학년 학생이 고개를 끄덕인 뒤 연단으로 올라갔다.
“10번 형제님은 뒤로 열외하도록 할게요. 나머지는 전부 다음 마법으로 넘어가겠습니다. 다음엔 수호마법을 준비해 볼까요?”
2학년이 나머지 학생들에게 지시하고, 시몬과 리리넷은 뒤로 열외했다. 몇몇 선발생들이 그 모습을 보고는 수군거렸다.
“유클리드 사제님은 신성의 질은 대단하지만, 백마법 지식은 아직 부족한가 보네요.”
“그러네요. 그래서 10번인 걸까요?”
선발생들이 그런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는 가운데, 시몬의 시선이 돌아갔다.
유일하게 한 사람, 이쪽을 살벌하게 노려보고 있는 여학생이 있었다.
-나는 안 속아. 나는 안 속아. 나는 안 속아. 나는 안 속아. 나는 안 속아.
그런 눈으로 노려보고 있는 건 1번 메릴이었다.
시몬이 쓰게 웃었다.
‘이상한 오해를 심어준 것 같네.’
***
에취!
학생회실에서 깃펜을 끄적거리던 레테가 끙 소리를 내며 눈을 감았다. 지켜보던 동기가 말했다.
“성녀님, 괜찮으세요?”
“네, 네. 별거 아님다.”
그녀가 그렇게 대꾸하며 책상 쪽을 바라보았다.
오늘 써야 할 보고서. 평소라면 진작에 다 작성했어야 할 시점인데 아직 절반도 쓰지 못했다. 좀처럼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이건 마치.
“마치 마음은 다른 곳에 가 있는 것 같네요. 무슨 일 있으신가요? 성녀님.”
“아무 일도 아님다.”
그렇게 대꾸한 레테가 ‘아!’ 하고 고개를 들었다.
“지금 하고 있는 신인 예배회 있잖아요.”
“네.”
레테가 생글생글 웃으며 자신을 가리켰다.
“거기서 ‘신수학’ 수업에는 제가 들어가는 건 어떻슴까?”
“성녀님이 직접이요? 하지만 지금 바쁘시잖아요. 그 정도 일은 다른 3학년들한테 맡기셔도 될텐데…….”
레테가 엣엠 소리를 내며 팔짱을 꼈다.
“새로운 신도들에게 여신의 가르침을 심어주는 것도 성녀의 의무니까요.”
“역시 성녀님!”
동기가 감격한 듯 두 손을 모았다.
“바로 이야기해 두겠습니다!”
“부탁드림다.”
동기가 밖으로 나가고, 레테는 턱을 괸 채 창밖을 바라보았다.
‘그 인간, 잘하고 있으려나.’
***
리리넷의 신성역학 수업은 계속되고 있었다.
“이제야 유클리드 형제님의 문제점을 알겠어요!”
리리넷이 외쳤다.
시몬은 의아한 표정으로 반문했다.
“문제점이요?”
“너무 효율에 치중한다는 거예요! 이것 보세요!”
리리넷이 시몬이 펼친 마법진을 가리켰다.
하지만 시몬이 보기에는 이상한 점이 하나도 없었다.
중앙에 룬어, 그 주변에는 룬어를 보조할 수식, 힘을 전달해 줄 메인 회로, 발사대의 역할을 할 전면 회로까지. 시몬이 당당하게 말했다.
“아까 교과서에서 보여주신 것보다 훨씬 효율적인 마법진 구성이지 않나요?”
“형제니이임!”
리리넷이 제자리에서 콩콩 뛰며 답답함을 표출했다.
“형제님은 백마법진을 뭐라고 생각하시는 거예요?”
“신성으로 마법을 발사하는 매개체.”
“틀렸어요!”
리리넷이 단호하게 말한 뒤, 두 손을 모아쥐고 아련하게 말했다.
“백마법진은 여신에게 바치는 ‘기도’랍니다.”
아.
내면에서 네크로맨서로서의 반발심이 꿈틀거린다.
시몬은 필사적으로 참으며 다음 설명을 기다렸다.
“신성을 자신의 힘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심각한 종교 모독이에요! 신성은 여신의 힘! 즉 인간이 여신께 허락을 받고 빌려와 현실에 펼치는 작은 기적이랍니다! 그러니 기적을 부르기 위한 의식인 ‘마법진’은 어떻게 해야 한다?”
시몬이 하는 수 없이 대답했다.
“여신에 대한 경배와 존중이 들어가야 한다.”
“바로 그래요! 그거라고요! 그래야 여신께서 더 대단한 기적을 내려주시죠!”
리리넷은 꼴등 학생을 이해시킬 사명을 가진 과외선생이 된 것처럼 열변을 토했다.
“자, 형제님 표정이 별로 좋지 않으니 딱 비교해서 이해시켜 드릴게요!”
그녀가 양손을 펼치고 ‘홀리볼트’마법진을 사용했다.
한쪽은 ‘찬트’라고 불리는 온갖 미사여구 같은 회로와 수식이 들어간 마법진이고.
다른 한쪽은 시몬이 만들었던 ‘신성 발사대’처럼 효율만 추구한 마법진이다.
“여기서 두 마법을 동시에 써볼게요! 다른 거 안 하고 그냥 작동만 시킬 거예요!”
시몬이 턱을 짚으며 분석했다.
‘찬트는 일종의 백마법 버전 증폭수식이야. 비효율적이고 시간이 걸리지만, 없는 것보다는 조금 나은 정도. 내 계산에 따르면 일반 홀리볼트에 비해 1.2배 정도 강한 위력이 나오겠네. 그럴 거면 그냥 빠르게 쓸 수 있는 일반 홀리볼트가…….’
화아아아아아아악!
그러나 위력은 천차만별이었다.
일반 홀리볼트는 작은 빛무리가 올라온 반면, 옆의 홀리볼트는 주위가 대낮처럼 환해질 정도로 찬란하게 빛났다.
시몬이 움찔했다.
‘어떻게 찬트가 조금 더해진 걸로 이런 결과가 나온 거지?’
“자! 아시겠죠?”
리리넷이 엣헴 하고 콧대를 세웠다. 시몬은 이마를 붙잡으며 생각에 잠겼다.
‘정말로 여신이 오른쪽 마법을 더 좋게 봐서 더 위대한 기적을 내린…… 건 아닐 테고. 분명히 다른 이유가 있을 텐데.’
그러다 시몬의 눈이 번쩍 뜨였다.
‘믿음.’
신성은 믿음.
칠흑은 의지.
키젠에 들어온 뒤 아무것도 모르던 1학년 시절, 교수들이나 피어에게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은 말이 있었다.
-언데드들을 움직이는 건 강한 사념(死念)이다! 인간이 할 수 있는 일들 중 그나마 이에 가까운 건 확고한 ‘의지’겠군.
-당신의 저주엔 감정이 좀 더 들어가야 합니다. 상대를 무너뜨리겠다는 의지의 발현이죠.
네크로맨서든 프리스트든 마법을 사용하는 술사의 정신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말할 것도 없다.
그리고 프리스트의 경우는 ‘믿음’.
찬트는 효과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 저건 일종의 믿음을 부여하기 위한 프리스트들의 매개체. 프리스트들은 저 찬트를 실으면서 여신에 대한 자신의 믿음을 싣는다고 여기는 것이다.
그렇게 단순 계산값보다 훨씬 더 강력한 위력을 뿜어낼 수 있다.
그런 이유로 프리스트들은 백마법을 ‘기적’이라고 하는 것일 테고, 더더욱 신앙심이 쌓여 더 강력한 백마법을 구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제 조금 이해가 되는 것 같기도 하고.’
사실 시몬도 백마법을 사용할 때 늘 혼자 머릿속으로 외치곤 했다.
‘나든 뭐든지 할 수 있다’라고.
여신에 대한 믿음이 아니라 나 자신에 대한 믿음이었지만, 이 또한 결국 근본은 ‘믿음’이었다.
‘머릿속이 말랑말랑해지는 기분이야. 쓰지 않던 머리 근육을 썼을 때의 기분.’
시몬이 주먹을 꾹 쥐었다.
‘신성을 조금 더 깊게 익힌다면 뭔가 큰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아.’
칠흑과 신성.
의지와 믿음.
깊은 생각으로 굴러가던 시몬의 눈이 일순 총명하게 반짝였다.
‘새로운 혼돈기, 그리고 칠흑과 신성을 합쳐서 사용하는 ‘보이드(Void)’까지.’
드디어 뭔가 눈이 뜨이는 기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