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953)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953화
메릴은 먼저 돌아가고, 시몬은 숲에 남아서 개인 훈련을 조금 더 하고 가기로 했다.
칠흑과 신성을 합치는 기술, 보이드(Void).
리리넷의 수업을 통해 살짝 힌트를 얻은 느낌이었다. 이 감각이 사라지기 전에 한시라도 빨리 훈련을 속행하고 싶었다.
주위에 꼼꼼히 마나 결계를 펼쳐둔 시몬은 자리에 걸터앉아 눈을 감고 집중력을 끌어올렸다.
‘한 손엔 칠흑.’
꾸르륵!
검푸른 극소량의 칠흑이 손바닥에 몽실거리며 모여들었다.
‘다른 한 손엔 신성.’
우우웅—
반대쪽 손 위로 하얀 신성이 포근하게 일어났다.
‘합치면-!’
핵심은 의지와 믿음.
두 가지 모두를 유지한다.
합쳐야 한다는 의지를 싣고, 반드시 합쳐서 보이드를 완성한다는 믿음을 가진다.
-혼돈에 질서를 가르치는 거야. 칠흑과 신성이 다른 요소 없이 순수하게 서로를 아우르고 받아들여 융합했을 때, 기적이 탄생하지.
보이드를 자유자재로 구사했다는 ‘미래의 시몬’은 분명 그런 이야기를 했다.
시몬은 과감하게 두 손을 중앙에 맞부딪혔고.
――――――――――!!!
대폭발이 일어났다.
결과는 실패.
최대한 힘 조절을 해서 부딪혔음에도 불구하고 어마어마한 폭발력이었다. 실패한 시몬이 벌러덩 드러누웠다.
‘역시 안 되나.’
그러다 화들짝 놀라더니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니야, 핵심은 믿음! 세뇌에 가까운 믿음.’
난 그동안 믿음이 없었다.
믿음만 가지면 되는 거잖아?
그동안 이 쉬운 걸 왜 못 했지?
미래의 내가 해냈는데, 지금의 나도 당연히 할 수 있는 거 아닌가?
시몬은 철저히 정신무장을 한 뒤 다시 시도했고.
쿠쿠쿠쿠쿠쿵!
또 실패했다.
여러 차례 시도해 보았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아직은 결정적인 깨달음이 부족했다.
‘의지와 믿음을 적절하게 배합하면 될 줄 알았는데, 뭔가 애매하네.’
간질간질한 느낌.
알 것 같은데 딱 몇 발자국이 부족한 느낌이다.
숙소에 가서 조금 더 이론을 다듬고 싶었다. 오늘 훈련은 여기까지만 하기로 했다.‘역시 안 되나.’
그러다 화들짝 놀라더니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니야, 핵심은 믿음! 세뇌에 가까운 믿음.’
난 그동안 믿음이 없었다.
믿음만 가지면 되는 거잖아?
그동안 이 쉬운 걸 왜 못 했지?
미래의 내가 해냈는데, 지금의 나도 당연히 할 수 있는 거 아닌가?
시몬은 철저히 정신무장을 한 뒤 다시 시도했고.
쿠쿠쿠쿠쿠쿵!
또 실패했다.
여러 차례 시도해 보았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아직은 결정적인 깨달음이 부족했다.
‘의지와 믿음을 적절하게 배합하면 될 줄 알았는데, 뭔가 애매하네.’
간질간질한 느낌.
알 것 같은데 딱 몇 발자국이 부족한 느낌이다.
숙소에 가서 조금 더 이론을 다듬고 싶었다. 오늘 훈련은 여기까지만 하기로 했다.
그렇게 시몬은 숲을 지나 선발생들이 머무는 숙소에 돌아왔다.
***
-정말요?
-너무 좋다!
몇몇 동기들이 테이블에 앉아 수다를 떨고 있었다.
혹시나 성녀나 살인자의 정체에 대한 힌트가 될 정보가 있을지도 모르기에, 시몬은 수건을 챙기는 척하며 이야기를 훔쳐 들었다.
-도서관에서 가서 미리 다음 학기 공부 좀 해둘래요? 신기하고 비밀스러운 책들도 많대요!
-안 돼요. 이 시간이면 문이 닫혔을 거예요.
시몬의 귀가 쫑긋했다.
‘도서관. 그래, 도서관이 있었구나!’
그렇지 않아도 언젠가 하늘섬에 올라가면 ‘에프넬의 도서관’은 꼭 한번 가보고 싶었다.
시몬에게는 아직도 해결하지 못한 의문이 많았다. 키젠에서 알아낼 수 없었던 정보들을, 이곳 에프넬이라면 손에 넣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혼돈과 보이드에 대한 힌트도 있을 것이다.
‘앞으로 살면서 에프넬의 도서관에 들어갈 기회가 또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자 더더욱 결심이 섰다.
***
저녁 점호를 마치고 밤이 더 깊어지기를 기다린 시몬은 슬쩍 창문을 통해 빠져나왔다.
숙소 전역에 강력한 신성 결계가 펼쳐져 있었지만, 신성이 등록된 선발생들과 숙소 관계자들은 출입이 자유롭게 가능했다. 거기에 미리 숙소 관리원들에게 도서관의 위치를 물어봐 두었기에, 길을 잃지 않고 이동할 수 있었다.
신성연방은 야간에도 경비가 삼엄했지만, 키젠에서 담을 넘어 로체스트에 넘어가던 시몬의 노하우는 어디 가는 게 아니었다. 로브를 꾹 눌러쓴 채 건물 벽에 철썩 붙어서 이동했다.
그렇게 두 시간 빙빙 둘러 가는 긴 모험 끝에.
‘여기구나.’
에프넬의 ‘신성 대도서관’에 도착했다.
정문은 닫혀 있었으나, 벽을 타고 쭉 올라가서 고층 화장실 창문을 강제로 열어젖히고 안으로 들어왔다.
‘해냈어!’
시몬은 살금살금 계단을 내려가 책들이 가장 많은 1층으로 들어왔다.
모든 불이 꺼져 있는 완전한 정적 속.
시몬은 주위에 누가 없는지 두리번거리면서 주위를 비추는 ‘라이트’ 마법을 일으켰다.
빛을 최대한 억제하여 앞에 놓인 책의 이름만 간신히 볼 수 있을 정도의 밝기로 만든 뒤 책장을 훑어보았다.
‘자, 뭐부터 찾아볼까.’
시몬은 에프넬에서 몇 가지 찾고 싶은 내용들을 떠올렸다.
칠흑과 신성의 기원.
혼돈과 보이드의 힌트.
신성 언데드.
결사의 정체.
쉐일리 박물관에서 손에 넣은 데스나이트가 된 유해의 정체.
성녀의 정수의 잔해, 그리고 ‘하얀 왕좌’에 대한 정보.
세르네와 연결점이 있는 가휀 교수의 신원 등등.
당장 생각나는 것만 이 정도지, 사실 찾고 싶은 내용은 무수히 많았다.
‘마침 여기에 역사 쪽 책들이 보이네. 그렇다면 먼저…….’
시몬은 우선 쉐일리 고문 박물관에서 손에 넣은 자신의 데스나이트에 대해 찾아보기로 했다.
데스나이트의 유해를 손에 넣은 순간, 시몬은 새로운 성녀의 정수의 잔해까지 손에 넣었다. 그 정수가 어떤 정수인지 알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한 정보였다.
‘쉐일리, 쉐일리, 쉐일리 레리통……. 아! 여기 있다.’
책에는 쉐일리 가문과, 그들과 연결된 사람들의 명단이 쭉 적혀 있었다. 나름 유서 깊은 집안인지 실려 있는 사람의 이름이 정말 많았다. 그러다 시몬의 눈이 한쪽으로 향했다.
‘어?’
그 와중에 쉐일리 가문에 연결되어 있는 이름.
유스티아노 1세는 벨제불을 죽이고 신성연방을 세운 1대 교황이었다. 그와 쉐일리 가문이 연결되어 있었다.
‘유스티아노가 쉐일리 가문의 여식을 아내로 삼았구나!’
이렇게 연결점이 있을 줄이야. 뭔가 숨겨진 비밀을 파헤친 것 같아 기뻤다.
시몬이 빠르게 유스티아노 항목을 찾아낸 뒤 해당 페이지를 펼쳤다.
‘응?’
그런데 정작 책에는 별 내용이 없었다.
1대 교황에게 딸을 시집보냈으면 쉐일리 가문은 어마어마한 권세를 누렸을 테고, 큰 가문의 영광으로 여겼을 텐데. 제대로 된 기록이 남아 있지 않았다.
알고 보니 교황 유스티아노가 아니라, 유스티아노라는 동명이인의 남자와 결혼한 것처럼 되어 있었다.
하지만 시몬은 의심을 거두지 않았다.
‘이 항목 페이지들만 깨끗해.’
오래되어 누렇게 뜬 책에서, 유스티아노에 대해 적힌 부분은 유난히 깨끗했다.
마치 원본 내용을 뜯어내고 새로운 페이지를 삽입한 것처럼.
시몬이 진지한 얼굴로 책장을 넘기고 있을 때.
“흥미롭구나.”
‘&@$^@!!’
화들짝 놀란 시몬이 속으로 비명을 내지르며 뒤를 돌아보았다.
아무런 기척도 없이 누군가 뒤에 서 있었다. 부스스한 길고 검은 머리카락에 안경을 쓴 여자. 창백한 인상 때문에 유령처럼 보였다.
‘누, 누구?’
분명히 처음 보는 얼굴이다.
하지만 시몬은 어쩐지 묘하게 낯이 익었다.
직접 본 적은 없지만 사진 등으로 어딘가에서 본 적이 있는 것 같기도 했다.
“교황의 핏줄에 대해 찾고 있었구나. 이름이 무엇이지?”
현장에서 바로 들켜 버린 이상, 무의미한 거짓말은 화만 부를 것 같았다. 시몬은 침착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이번 에프넬 신입 선발생, 유클리드입니다.”
“그래?”
그녀가 한 걸음 앞으로 더 다가왔다.
보면 볼수록 섬뜩한 느낌이 강하게 드는 여성이었다.
‘이대로 잡혀가는 건 아니겠지?’
시몬이 어떤 변명을 할지 열심히 머리를 굴리고 있는 그때.
“마음에 드는구나.”
그녀가 미소 지었다.
“나도 너와 같은 처지란다. 밤마다 몰래 도서관에 들어와 책을 읽고 있지. 가끔 이런 한가한 시간을 보내는 게 내 낙이다.”
“……아.”
관계자가 아닌 건가?
쿵쿵 뛰던 시몬의 가슴이 조금 진정되었다.
“역사 속 교황에 대해 찾고 있는 것 같은데, 네가 원하는 진실은 그 책엔 없을 거다. 연방에서 전부 숨겨뒀거든.”
그녀가 긴 머리를 쓸어내리며 눈을 감았다.
“에프넬과 신성연방은 믿음이라는 이름의 거짓된 탑이지. 사람들은 불편한 진실보다 황홀한 거짓을 더 믿고 신뢰하는 경향이 있단다. 믿음은 신성연방의 근원 그 자체. 많은 프리스트들이 더 강한 신성을 일으키기 위해서라도 자신의 믿음을 더 굳건히 할 거짓의 탑을 찾고 있단다. 진실이냐 거짓이냐는 중요하지 않아. 그저-”
그녀가 손끝을 시몬의 턱에 살짝 댔다.
“뭐든 ‘믿을 게’ 필요할 뿐이지.”
“……!”
그녀가 쓰윽 웃은 뒤 손을 내리며 걸어갔다.
“믿음의 탑에 구멍이 생기면 거짓으로 채워 넣고, 다시 그 거짓의 탑을 의문 없이 맹신하는 것으로 모두가 강해진다. 아름다운 사회라고 생각하지 않나? 사실 거짓을 덮는 윗사람들도 고충이 많다고 생각해. 그들의 수고 덕분에 프리스트들은 잘 닦인 도로를 달리듯 맹목적인 믿음을 추구해서 강한 신성을 손에 넣을 수 있거든.”
“…….”
“하지만 간혹 특이한 사람들이 있어.”
그녀가 시몬의 눈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바로 너와 나 같은.”
그녀의 눈.
그것은 마치 동족을 발견해 기쁜 듯한 눈이었다.
“믿음이라는 레일에서 벗어나 또 다른 길을 찾는 개척자들. 그 사람들의 최후는 세 가지야.”
시몬이 홀린 듯한 얼굴로 물었다.
“그 세 가지가 뭐죠?”
“첫째는 신성 슬럼프로 나가떨어지는 꼴사나운 패배자, 둘째는 더 위대한 프리스트, 셋째는-”
그녀가 입꼬리를 올렸다.
“이단.”
시몬이 마른침을 삼켰다.
자신은 아무리 생각해도 그 마지막인 것 같았다.
“선발생이라고 했나? 그 나이에 죽은 교황의 가십에 관심을 갖다니, 아주 특별해.”
스윽.
그녀가 손가락을 세웠다. 손가락 끝에는 고리가 달린 열쇠가 들려 있었다.
“통제된 ‘문서고’로 가는 열쇠. 그곳에 네가 원하는 진실들이 있어.”
시몬이 뭐라 답하기도 전에 그녀가 열쇠를 시몬의 손바닥에 내려놓았다.
“불필요한 진실을 엿보고도 흔들리지 않고 굳건히 백마법을 사용할지, 아니면 슬럼프에 빠져 허우적댈지. 아주 궁금하구나.”
그녀가 등을 돌려 걸어갔다.
“나는 1층 정문 서쪽의 책장에 앉아 있을 거야. 궁금한 게 있다면 언제든지 와서 말하렴.”
“자, 잠깐만요! 이 열쇠는……!”
“갔다 온 뒤에 네가 본 그 책에 껴놓으렴. 내가 회수하기 전까지 얼마든지 써도 좋단다.”
원하는 진실을 찾기를 바라마. 그렇게 한마디 남긴 그녀는 천천히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시몬은 손바닥에 덩그러니 놓인 문서고의 열쇠를 바라보았다.
‘……함정일까?’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 봐도 번거롭게 함정을 팔 이유가 없었다. 그냥 그대로 자신을 붙잡아서 이단심문관에게 넘기면 그만이니까.
-하지만 간혹 특이한 사람들이 있어. 너와 나 같은.
아무리 생각해도 그때 본 그녀의 눈은 동족을 찾아 즐거워하는 눈이었다.
시몬은 열쇠를 움켜쥔 다음, 그녀가 말한 1층 정문 서쪽의 책장으로 가보았다.
“……….”
정말이었다.
그녀는 책장에서 턱을 괸 채 책을 넘기며 보고 있었다.
시몬은 고심했다. 그녀가 자신에게 어떤 착각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차피 들킨 이상 언제 그녀가 신고하느냐 마느냐의 문제. 그렇다면 망설일 것도 없다.
‘간다!’
시몬이 열쇠를 움켜쥐었다.
***
시몬은 통제구역인 문서고에 당당히 입성했다.
말해준 곳에 도서관 열쇠를 꽂자 책장이 좌우로 갈라지며 비밀 공간이 나타났다.
먼지와 오래된 책 냄새가 가득한 곳. 에프넬의 ‘비밀 문서고’다.
시몬이 발을 들여놓는 순간 문서고의 문도 닫혔다.
‘……와.’
조금 멍해졌다.
이렇게 어지러운 곳일 줄이야. 온갖 책들과 책장이 공중에 둥둥 떠 있었다. 신성이 깃든 고서 때문에 이렇게 된 것 같은데, 제대로 관리가 안 되는 모습이다.
천장은 온통 하늘에 떠 있는 성서들로 가득했지만, 시몬은 일단 정상적으로 책장에 꽂혀 있는 책들부터 살폈다.
‘이게 다 뭐야?’
한쪽 책장에는 온갖 말살 기록.
파괴 기록.
섬멸 기록이 가득했다.
신성연방은 도시나 일족의 거주지 전체를 쥐도 새도 모르게 없앤 뒤, 거기에 새로운 도시를 짓고 이름을 바꾸기도 했다.
이단 제거.
연방에 비협조적 태도.
이유는 여러 가지였고, 온갖 지독한 파괴의 역사가 가득했다. 이 모든 게 믿음의 신성을 위한 것이라니.
‘무섭네.’
시몬은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원래 목적을 찾기 위해 움직였다.
유스티아노 1세의 기록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첫 장부터 그의 행적에 머리가 아파왔다. 그는 그림으로 그린 듯한 훌륭한 교황의 이미지였으나, 온갖 여성 편력에 끔찍한 취향을 갖고 있었다. 괜히 고문을 즐기던 쉐일리 가문과 연결된 게 아니었다.
그리고.
‘딸이 있었어.’
유스티아노 1세는 제대로 된 자식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러다 결국 자신의 제자에게 교황직을 물려준 뒤, 천국으로 떠나는 문을 열고 떠났다는 게 역사서의 내용.
이후 역사에 유스티아노 2세의 이름을 자칭한 자도 그의 핏줄이 아닌 인물이었다.
그러나 진실은, 노망이 든 유스티아노의 폭정에 지긋지긋해진 2대 교황이 그를 죽이고 교황직에 오른 피의 역사였다.
‘자, 그러면 그 딸은 어떻게 된…….’
책장을 빠르게 넘기던 시몬의 눈이 커졌다.
책장 한쪽에 그려진 흑백 삽화.
그것에는 깃발을 움켜쥔 여자의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이건 설마……!’
저벅 저벅 저벅.
그때 잔뜩 민감해져 있던 시몬의 귀가 쫑긋했다.
밖에서 소리가 들렸다. 시몬이 슬쩍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시계를 살펴보았다.
‘윽,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어?’
이대로는 이쪽으로 청소하는 사람이 들이닥칠 것이다.
아쉽지만 무리할 수 없었다. 지금 바로 떠나야 했다.
‘내일 다시 와서 확인해 보자.’
***
시몬은 무사히 기숙사에 복귀했다.
어제 도서관에서 본 내용이 충격적이라 조금 잠을 설쳤다. 애써 기지개를 쭉 켜며 숙소 계단을 내려오고 있는데 양쪽에서 찌릿찌릿한 시선이 느껴졌다.
한쪽은 1번 메릴, 다른 한쪽은 3번 마리첼로였다.
시몬이 시선을 움직이자 마리첼로는 짜증스럽게 고개를 돌려 버렸고, 메릴은 계속 도발하듯 노려보았다.
“오, 10번.”
시몬에 이어 유일한 남학생인 스웨이가 다가와 팔짱을 꼈다.
“자매들한테 인기 많은데. 오늘 밤에 재밌는 곳 갈래?”
왜 자꾸 이런 녀석들만 엮이는 걸까.
시몬은 속으로 한숨을 푹푹 쉬었다.
그렇게 밖으로 나가 오늘의 수업이 시작됐고.
“라우스! 반가워요 여러분!”
리리넷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동기들도 ‘라우스!’ 하고 외치며 인사했다.
“오늘은 신수학 수업을 해볼 거예요! 특별한 선생님을 모셨습니다!”
리리넷이 비켜섰고 이내 학생들의 입이 크게 벌어졌다.
‘안녕.’
그 특별한 선생이 손을 흔들다가, 놀란 시몬을 향해 몰래 입 모양으로 인사했다. 그러고는 뒷짐을 쥐며 헛기침을 했다.
“흠흠. 지금부터 제가 여러분의 임시 신수학 교수임다.”
별의 성녀, 레테.
그녀가 레테가 시몬 쪽을 지긋이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물론 임시라고 간단히 넘어갈 생각은 없슴다. 과연 여러분이 어떤 신수를 가졌고, 어떤 기술을 쓸 수 있는지-”
짜악!
힘차게 손뼉을 친 그녀가 입꼬리를 올렸다.
“한번 보도록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