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962)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962화
“라우스! 자네가 보여준 무용에 경의를 표하는 바일세.”
시몬이 폭주한 신수 세라피온을 진정시킨 뒤, 현장 책임자인 중년 팔라딘이 다가왔다.
이제는 적지 않은 신성연방 생활로 내공이 붙은 시몬은 두 손을 공손히 모으며 인사했다.
“무슨 말씀을, 전부 여신께서 보우하시고 도우신 덕분입니다.”
어른들이 좋아하는 종류의 대답이었을까. 팔라딘의 입가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걸렸다.
“그래, 뒷수습은 우리에게 맡기게나. 학생은 어서 모항제에 돌아가 봐야 하지 않겠나.”
“그러네요.”
시간을 너무 지체했다.
그렇지 않아도 이 성지는 선착장에서 무척 멀리 떨어진 곳인데, 전투 때문에 또 시간이 끌렸다.
이대로는 폐막식 시간에 맞춰 돌아가기 힘들 것 같았다.
-크릉!
그때 세라피온이 다가오더니 몸을 낮췄다. 배를 바닥에 붙이고 머리만 든 채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었다.
시몬의 눈이 커졌다.
“설마 태워주겠다는 거야?”
-크르릉!
“고마워!”
시몬은 사양하지 않았다. 곧바로 등에 훌쩍 올라탔고, 세라피온이 몸을 일으켰다.
이것도 예상치 못한 상황이었을까, 지켜보던 팔라딘들이 오! 하는 자그마한 탄성을 흘렸다.
연이어 놀라는 팔라딘들을 향해 시몬은 태연히 손을 흔들며 말했다.
“뒤처리 잘 부탁합니다! 레테 성녀님이 사건을 담당하러 오실 테니 그때 협조 부탁드리구요!”
“아, 알겠네.”
다소 얼빠진 듯한 중년 팔라딘의 대답을 뒤로한 채 시몬은 갈기를 붙잡고 몸을 낮췄다. 곧바로 세라피온이 지면을 밟고 뛰어나갔다.
양어깨에 올라타 있는 두 신수들이 신이 나는 듯 ‘냥! 냥!’ 소리를 내며 시몬의 뺨에 얼굴을 비볐다.
“너희들도 떨어지지 않게 꽉 잡아!”
-야옹!
덩치가 워낙 커서 그런지 세라피온은 믿을 수 없을 만큼 빨랐다. 주위의 경관이 뒤로 쌩쌩 밀려나는 듯하더니 어느새 저 앞에 선착장이 보인다.
성지로 떠난 선발생이 돌아오지 않아서 초조해하던 주민들이 모두 고개를 들었다.
“세, 세라피온이다! 피해!”
“아니! 위를 봐!”
대형 신수의 등 뒤에 당당하게 올라타 있는 시몬의 모습이 보였다. 대피하려던 주민들이 웅성거리며 멈춰 섰다.
“웃차.”
시몬이 세라피온의 등에서 내려왔다. 그러곤 태연히 걸어가 당황한 얼굴로 신수와 시몬을 번갈아 보던 촌장에게 작년 양털을 내밀었다.
“무사히 끝냈습니다.”
“오오……!”
촌장이 감격하며 양털을 받아 들더니, 화로에 불태웠다.
“다들 들으시오! 선교사께서 진정으로 우리 마을을 구해주셨소! 올해도 우리 마을은 안전하오!”
마을 사람들의 함성이 귀가 먹먹하게 울려 퍼졌다.
그중에서는 믿기지 않는다는 눈으로 세라피온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었다.
“세, 세라피온이 다른 사람의 말을 듣는 건 처음 보는군.”
“원래 신수는 자신이 선택한 주인만 따르질 않나. 100년 전에 자신의 주인이 죽은 뒤로는 아무도 따르지 않는다고 들었는데.”
시몬은 주민들에게 마지막으로 인사한 뒤, 다시 수로 위에 떠 있는 나룻배에 올라탔다.
‘그럼, 범인의 표정을 보러 가볼까.’
***
수로의 마지막 종착지.
올해 모항제 행사의 마지막을 보기 위해, 수로의 종착지에는 발 디딜 틈 없을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몰려와 있었다.
하지만 이곳의 분위기는 다소 가라앉아 있었다.
폐막식의 진행을 맡은 주교는 초조한 얼굴로 시계탑의 시계만 보고 있었고, 먼저 도착한 선발생들도 각자 벽에 몸을 기대어 있거나 바닥에 퍼질러 앉아 있었다.
“아, 진짜. 왜 이렇게 늦는 거야?”
한시라도 빨리 오늘의 주인공이 되고 싶은 1번 메릴이 팔짱을 끼며 투덜댔다.
“10번 그 자식, 번호도 꼴등이고 들어오는 속도도 꼴등. 가만 보면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어.”
그렇게 말한 그녀가 슬쩍 옆을 돌아보았다.
“아, 참참. 이렇게 말하면 리사라 자매님이 화내려나? ‘내 앞에서 유클리드 님을 나쁘게 말하지 마요!’ 하고.”
메릴이 면박을 주자, 9번 리사라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내가 몇 번이나 말했잖아.”
3번 마리첼로도 리사라에게 다가왔다.
“그 자식은 쓰레기야. 우리 사이가 그런 녀석 때문에 틀어질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놀고 있네.”
갑자기 끼어든 목소리에, 마리첼로가 눈에 불을 켜고 고개를 홱 돌렸다.
그리고 누가 말했는지 확인한 순간, 입술을 꾹 깨물었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바닥에 걸터앉아 실실대는 2번 스웨이였다.
“나는 말이야. 너무 속이 뻔한 수작질을 보면 심사가 뒤틀려.”
그가 허공을 휙휙 짚었다.
“저 새끼 나쁜 놈이야. 쓰레기야. 그러니까 친해지지 마. 염병하는 것도 정도가 있지. 타인을 판단하는 건 9번의 몫인데, 니가 뭔데 남의 판단을 강요하냔 말이다.”
갑자기 끼어든 스웨이의 말에 모두가 굳은 얼굴로 입을 다물거나, 관심 없는 척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마리첼로는 물러설 수 없었다.
“너 지금 10번을 옹호하는…….”
“또 시작이다.”
스웨이가 스윽 몸을 일으켰다.
“옹호? 그 새끼랑 안 친하면 내 편, 친하면 남의 편. X발 애새끼냐? 중등부 때 버릇 못 버렸어?”
스웨이가 일어서자 순식간에 마리첼로의 주위에 그늘이 졌다.
“아, 마침 판도 깔렸으니 잘됐네. 여기 모두 앞에서 지껄여 봐. 10번이 왜 쓰레기 새끼고 뭔 지랄을 했는지. 우리가 듣고 정확히 판단하면 되겠네.”
마리첼로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그건…….”
말하면 된다.
내뱉으면 된다.
동기들이 유클리드에게 완전히 등을 돌리게 할 기회. 하지만 그녀는 차마 입을 떼지 못하며 입술만 달싹일 뿐이었다.
“염병.”
더 볼 것도 없다는 듯 스웨이가 등을 돌렸다.
“제대로 이유도 못 말하면서 예배회 내내 그 지랄을 한 거냐? 정치질을 하려면 제대로 명분을 쌓고 해라. 분위기 조지지 말고.”
“그만, 스웨이.”
보다 못한 메릴이 끼어들어 입술 위에 손을 올린 뒤, 턱짓으로 뒤를 가리켰다.
주교와 축제 관계자들이 이쪽을 지켜보고 있었다.
쯧 하고 혀를 찬 스웨이가 다시 풀썩 자리에 앉았다.
“마침 온 것 같네.”
“!”
저 멀리서부터 떠들썩한 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선발생들의 고개가 돌아갔다. 수로를 타고 다가오는 마지막 나룻배 한 척이 보였다.
주교도 그를 발견하고는 목소리를 높였다.
“자, 마지막 선발생도 무사히 도착했소! 모두 큰 박수로 환영해 주시길 바라오!”
커다란 환호성이 터져 나왔고, 시몬이 활짝 웃으며 관중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메릴은 인상을 팍 썼다.
“왜 제일 먼저 들어온 나보다 쟤가 더 관심을 많이 받냐고!”
그녀가 마음에 안 든다는 듯 투덜대고 있는 반면, 리사라는 콩콩 뛰며 두 손을 모았다.
“어서 오세요! 유클리드 님!”
시몬은 수많은 인파의 환호를 받으며 노를 저었다. 저 멀리 선발생 동기들의 표정이 하나하나 눈에 들어왔다.
‘내가 왔어.’
기뻐하는 사람, 반가워하는 사람, 불만인 사람, 안도하는 사람, 분노하는 사람.
여러 표정을 살피며 시몬도 활짝 웃는 얼굴로 그들에게 손을 흔들어주었다.
‘당신의 의도대로 되지 않아서 유감이겠네.’
시몬은 동기들의 표정을 빠짐없이 눈에 담았다. 모두의 성격과 개성을 파악하고 있었기에, 모두가 지은 표정을 납득할 수 있었다.
단 한 사람만 빼고.
‘8번 에이툴라.’
선발생 중에 딱히 존재감이 없던 한 명.
그녀는 안절부절못하는 표정으로 시몬을 바라보고 있었다. 지금까지 시몬과 아무런 접점이 없던 인물이 저러는 건 부자연스럽다.
그리고 수상한 건 또 한 명.
‘네가 왜 그런 표정을 짓고 있어?’
시몬에게 손을 흔들고 있는 선발생.
‘리사라.’
아주 찰나에 지나간 장면이지만.
9번 리사라가 에이툴라의 뒤통수를 서늘한 눈으로 노려보고 있었다.
***
모항제가 무사히 끝났다.
수로에 있던 마을뿐만 아니라 하늘섬 전역이 축제의 분위기에 흠뻑 취했다.
어디를 가든 맛있는 음식이 가득했고, 어딜 봐도 사람들이 흥겹게 춤을 추거나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시몬도 풀밭에 앉아 휴식을 취했다.
찹찹찹!
오늘 하루 수고한 하양이와 까망이, 그리고 오늘은 곰돌이 신수 아칼리온도 밖에 나와 신수 사료를 먹고 있었다.
그릇에 머리를 박고 먹는 걸 보니 무척 배고팠던 모양이다.
“수고하셨슴다.”
그리고 막 이번 사건을 처리하고 온 레테가 시몬을 찾아왔다.
그녀는 직접 이번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다행히 세라피온의 새끼는 무사히 찾아냈다. 근방 마을의 한 노파의 집 앞에 있는 바구니에 새끼 세라피온이 잠들어 있었고, 노파도 그 모습을 보고는 바로 신고해서 찾을 수 있었다고 한다.
새끼를 숲에 내려놓고 기다리니, 얼마 기다리지 않아 세라피온이 나타나 무사히 새끼를 데리고 갔다고.
이번 사태는 일단 유클리드 사건이 끝나기 전까지는 은폐해 두기로 했다.
“아, 그 노파분은 누가 바구니를 놓고 갔는지 못 봤다고 진술했어요.”
레테가 하양이의 배를 간지럽혔다.
하양이의 귀여운 반응에 방긋 웃은 그녀가 시몬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다시 진지한 표정으로 돌아왔다.
“그건 그렇고 적나라하네요. 새끼의 냄새를 묻힌 담요를 성지에 숨겨놨다니, 의도가 다분함다.”
“응. 성지라면 다른 사람들도 함부로 진입할 수 없고, 정확히 나를 노린 거겠지.”
레테가 자세를 고쳐 앉았다.
“수업에 계속 나갈 수 있겠어요? 당분간은 숙소에 있으면서 조심하는 게…….”
“아냐.”
시몬이 속 시원한 미소를 흘리며 어깨를 으쓱했다.
“사실 그동안 내가 아무리 수사하고 주변을 쥐 잡듯이 뒤져도 살인자 쪽에서 움직임이 없었잖아. 내심 초조했거든.”
시몬이 입꼬리를 올렸다.
“그런데 이번에 딱 반응이 와서 기뻐. 제대로 날 주목하고 있구나. 날 경계하고 있구나 하고. 금방 찾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해.”
“…….”
가만히 듣고 있던 레테가 고개를 들었다.
“이유가 뭠까?”
“응?”
“엄밀히 말하면 남의 일인데 이렇게 해주는 이유가…….”
“빚은 갚아야지. 너도 로크섬에서 에버 키레를 잡는 데 도움을 줬잖아. 그리고.”
시몬이 이를 드러냈다.
“그냥 남의 일이 아니라 레테, 네 일이니까.”
“!”
불의의 일격을 받은 그녀의 얼굴에 살짝 붉은 기운이 돌았다.
그러다 퍽! 하고 시몬의 가슴을 때렸다.
“왜 때려!”
시몬이 제 몸을 감싼 채 몸을 웅크렸다.
“재수 없게 웃어서요.”
“……?”
이내 레테가 뽀로통한 표정으로 하얀 머리칼을 배배 꼬았다.
“그리고 당신, 임무도 조사도 좋지만 내 후배들을 건드리는 건 용서 못 함다.”
“건드리다니? 그런 적 없어.”
“아! 내 귀에 들리는 게 있는데 발뺌하지 마십쇼! 당신은 딱 성녀랑 살인자만 찾으면 돼! 알겠냐?”
무슨 말인지 다 이해한 건 아니지만, 시몬이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어쨌거나 하늘섬 사태는 레테의 일이었지만, 이제는 시몬 자신의 일이 되기도 했다. 분명 그건 시몬을 죽이기 위한 수작이었으니까.
‘이 빚은 찾아내서 시원하게 돌려줘야겠지.’
두 사람이 이런저런 잡담을 나누고 있는 그때.
샤락.
풀숲이 흔들리는 소리를 들은 시몬과 레테의 시선이 동시에 움직였다.
사실 저 멀리서부터 기척을 감지하고 있었다. 시몬이 고개를 끄덕였고, 레테가 말했다.
“숨어 있는 거 아니까 나오십쇼.”
척. 척.
이내 수풀 사이에서 에프넬 교복을 입은 한 소녀가 걸어왔다.
시몬은 누군지 바로 알아보았다.
‘8번, 에이툴라!’
이렇게 바로 만나게 될 줄이야.
그녀가 깍듯이 레테에게 인사를 올린 뒤, 눈치를 보다가 입을 열었다.
“저기…… 유클리드 사제님께 할 말이…….”
“!”
시몬과 레테의 눈이 동시에 반짝였다.
이내 레테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번 전공 상담은 여기까지 하겠슴다. 저는 다른 용무 때문에 이만.”
“네! 성녀님. 들어가세요!”
레테가 슬쩍 자리를 비워주었고, 이제 시몬과 에이툴라만 남았다.
“저기.”
갈등하던 에이툴라가 이내 고개를 들고 시몬에게 말했다.
“조용히 드리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사제님께 우수성사, 요청하려고요.”
시몬이 입꼬리를 올렸다.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