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968)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968화
에이툴라는 자신의 이야기를 레테에게 털어놓았다.
시몬은 방 뒤에서 숨죽인 채 그 이야기를 들었다.
사건의 발단은 모항제였다.
에이툴라의 말에 따르면, 그녀는 하늘섬 주민 출신이라고 한다. 가족 중에 아버지와 오빠가 팔라딘으로서 근무하는 덕분이다.
그래서 모항제 전에 마을 주민들과 인사를 하러 일찍 나왔는데, 그 과정에서 우연히 선발생 한 명이 출입이 금지된 ‘신수의 숲’에서 나오는 모습을 목격하게 된 것이다.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모항제가 끝나고 마을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도중 성지와 신수의 숲에서 뭔가 문제가 터졌다는 소문을 듣게 됐다.
그녀는 성지에서 근무하는 오빠를 찾아갔고, 이내 새끼를 잃고 폭주한 세라피온이 유클리드를 공격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유적에 ‘새끼의 냄새’가 묻어난 방석이 들어 있었다는 사실까지.
모든 이야기를 들은 그녀는 이 상황의 인과를 확신했고.
진실을 이야기할 결심을 세웠다.
-나, 유클리드 사제님을 해치려 한 사람이 누군지 봤어. 유클리드 사제님께 내가 본 것들을 말하려고 해.
에프넬 측에 제보하는 방법도 있었지만, 그 전에 당사자인 유클리드에게 먼저 이야기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당사자는 사건이 확대되지 않기를 바랄 수도 있었고, 둘이서 대화로 푸는 게 가장 평화적인 방법이기도 했으니까.
그렇게 그녀는 유클리드에게 우수성사를 요청했다.
하지만 유클리드와 우수성사 약속을 잡은 이후, 그녀는 이유 모를 오한에 빠져들었다. 소름이 끼치고 식은땀이 났다.
감기에 걸린 건가 생각한 그녀는 숙소로 돌아와 일찍 잠들려고 했지만, 문밖에서 누군가 손톱으로 벽을 벅벅 긁는 소리를 들었다.
의아함을 느낀 그녀는 조심스레 문을 열었다. 그리고 문틈으로 보고 말았다.
“악마를 봤어요.”
에이툴라가 어깨를 덜덜 떨었다.
“온통 벌겋고, 벌거벗은 여자였어요. 미친 여자인가 생각했는데, 몸집이 무척 컸어요. 팔다리가 길고, 피부가 가죽처럼 말라붙어 있는…… 그…….”
에이툴라가 극도의 불안 증세를 보이자 레테가 등을 토닥이며 안심시켰다.
이내 에이툴라가 파랗게 질린 입술로 말을 이었다.
“그 괴물과 눈이 마주쳤어요. 저는 황급히 문을 걸어 잠갔죠. 하지만 그 뒤로.”
그녀가 퀭한 눈으로 레테를 보았다.
“기억이 없어요.”
“……음.”
“하지만 그건 분명 착각이나 환각 같은 게 아니었어요. 정신을 차리니 남은 건-”
그녀가 입고 있던 환자복 상의를 벗었다.
“이 자국.”
어깨에서부터 팔, 옆구리, 허벅지까지.
시뻘건 손자국이 나 있었다.
마치 악마의 커다란 손이 그녀를 움켜쥔 것처럼.
“그 이후로 계속 악몽을 꿔요. 정말로 꿈인 건지, 제가 본 현실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녀가 제 머리를 쥐어뜯었다.
“악마가 저를 협박하고 있었어요!”
-말하지 마. 부탁이야. 말하지 마. 말하지 마. 절대로. 누구에게도. 말하지 마.
“저를 커다란 손으로 붙잡은 채 계속 협박했어요! 끔찍한 목소리로! 시뻘건 눈물을 줄줄 흘리고! 저를 집어삼킬 것처럼 입을 크게 벌리면서!”
콜록! 콜록! 콜록!
에이툴라가 사레가 들려서 재채기를 하자 레테가 등을 토닥거렸다.
“네, 수고했슴다. 용기를 내줘서 정말 고마워요.”
“성녀님……!”
“신인 예배회 기간 동안은 푹 쉬면서 안정을 취하세요. 에프넬에 돌아올지 안 돌아올지는 자매님이 선택할 문제예요. 물론, 자매님이 쉬는 동안에 제가 반드시 그 악마를 찾아내고 사건을 해결할 검다.”
그녀가 눈을 빛냈다.
“그러니 마지막으로 말해주세요. 누가 유클리드 사제님을 해치려고 했죠?”
에이툴라가 가슴에 손을 얹고 몇 번 심호흡하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저는 확실히 봤어요. 밤색 로브를 입고 있었지만 체형도 비슷하고, 특히 머리카락을 봤을 때 확실해요.”
그녀가 덜덜 떨며 말을 이었다.
“3번 마리첼로 자매님이, 신수의 숲에서 나오는 모습을요.”
***
시몬과 레테는 병동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는 인적 없는 공원 벤치에 나란히 앉아 잠시 한숨 돌렸다.
“결국 진실이 밝혀졌네요.”
레테가 손끝으로 쓱쓱 눈썹을 문지르며 말했다.
“유클리드를 죽인 살인자는 3번 마리첼로였슴다. 그걸로도 모자라 유클리드로 분장한 시몬, 당신까지 죽이려 했죠. 거기에 목격자인 에이툴라의 입을 막으려 하기까지, 악질 중의 악질임다.”
“…….”
두 손을 깍지 낀 채 곰곰이 생각에 잠겨 있던 시몬이 입을 열었다.
“그럼 8번 에이툴라가 본 그 악마의 정체는?”
“마리첼로가 보유한 몬스터나 미지의 소환수, 혹은 본인이 둔갑한 모습일 수도 있겠네요. 뭐, 마리첼로를 족쳐보면 알겠죠.”
시몬이 뭐라 말이 없자, 레테가 어깨를 으쓱였다.
“모든 게 다 맞아떨어지지 않슴까? 하늘섬에 올라오기 전, 신성열차에서 유클리드가 마리첼로의 약점을 발견했고 한바탕 싸웠다고 했잖아요.”
“응, 메릴의 진술이었지.”
레테는 유클리드가 발견한 게 바로 그 ‘괴물’일 거라고 추측했다.
괴물을 본 유클리드는 에프넬 측에 일러바치겠다며 마리첼로를 협박했고, 결국 불안감을 견디지 못한 그녀는 몰래 괴물을 보내 유클리드를 살해했다. 숙소 내부에서 그 괴물을 불러냈다면 결계가 반응하지 않은 것도 설명이 된다.
“그런데 신인 예배회가 시작되고 당신이 유클리드의 얼굴로 나타나니 당황했을 검다. 이번에는 치밀한 계획을 세워서 당신을 사고사로 위장해 죽이려 한 거겠죠.”
짝!
그녀가 손뼉을 힘차게 치며 입꼬리를 올렸다.
“완벽한 추리 아님까?”
“……맞아. 하지만 너무 퍼즐이 착착 맞아 들어가는 게 마음에 걸려.”
시몬이 팔짱을 끼고 고개를 뒤로 기울였다.
“그리고 유클리드가 마리첼로가 기르는 그 괴물의 정체에 대해서 알았다면, 왜 진작에 에프넬에 신고하지 않은 거지?”
“콩고물이 목적이었겠죠.”
레테가 한숨을 쉬었다.
“신고해 봐야 마리첼로가 하늘섬에서 쫓겨나는 걸로 상황 종료잖슴까. 그럴 바에는 그녀를 협박해서 이득을 보겠단 속셈이었겠죠. 그게 돈이든, 조력이든, 몸이든. 주도권은 유클리드에게 있으니까 마리첼로를 자기 마음대로 다루려 했던 거예요.”
레테가 경멸하는 눈으로 시몬을 노려보았다. 시몬이 헛웃음을 치며 두 손을 들었다.
“얼굴만 같은 얼굴이지 난 잘못 없어.”
“아무튼, 유클리드의 요구에 견디다 못한 마리첼로가 결국은 유클리드를 죽였다. 저는 그렇게 생각함다.”
시몬은 고개를 젖히며 생각에 잠겼다.
찜찜하다.
위화감.
뭔가 알 수 없는 위화감이 강하게 든다.
“레테.”
“네.”
“아까 방문했던 그 사냥꾼 있잖아. 그 사람이 바구니를 들고 가는 마리첼로를 발견했다는 시간이 언제였지?”
“대성당 종이 치고 한 시간 뒤라고 했슴다. 대성당 종은 정확히 정오에 치니까, 오후였겠죠.”
“그리고 에이툴라가, 신수의 숲에서 나오는 마리첼로를 목격했다고 말한 시간은?”
레테의 눈이 커졌다.
“정확히 모항제 한 시간 전.”
“뭔가 이상하지 않아?”
결국 거의 비슷한 시점에 사냥꾼과 에이툴라는 마리첼로를 목격했다.
마치 마리첼로가 두 사람인 것처럼.
“그럼 목격자 둘 중 한 명이 거짓말을 한 거네요.”
“혹은.”
시몬이 목에 힘을 주었다.
“누군가가 마리첼로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려고 의도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걸 수도 있지.”
시몬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던 레테가 한숨을 푹 쉬었다.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심다. 일단 저는 그 돈만 밝히는 사냥꾼을 신뢰하지 않아요. 돈에 눈이 멀어서 진술을 지어냈을 수도 있지 않슴까.”
“……음.”
“그리고 그냥 딱 놓고 봐봐요.”
레테가 두 팔을 펼쳤다.
“2번 스웨이도 마리첼로가 당신이 타고 갈 나룻배에 구멍을 뚫는 걸 봤다고 했잖아요. 마리첼로가 당신을 죽이려고 했던 것 자체는 사실임다. 당장 마리첼로를 조사해 봐야 해요!”
시몬이 끙 소리를 내며 눈을 감자 레테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정 찜찜하면 한번 시험해 보죠?”
“시험?”
레테가 입꼬리를 올렸다.
“마리첼로가 어떻게 나오는지 보는 검다.”
***
주말이 끝나고 다시 예배회 정규 일정으로 돌아왔다. 리리넷은 학생들을 새로운 장소로 데리고 왔다.
“2주 차 첫 수업이네요! 오늘은 하늘섬의 명소 중 명소!”
리리넷이 두 팔을 벌리며 활기찬 목소리로 외쳤다.
“여러분이 그토록 기다리셨던 ‘천년동굴’ 투어를 시작하겠습니다!”
와아아아!
선발생 아홉 명이 들뜬 얼굴로 손뼉을 치며 환호했다. 최근 수업 일정이 꽤 빡빡해서 지쳐 있었는데, 갑자기 야외 견학이라니 좋지 않을 수 없었다.
시몬도 박수를 치며 주위를 쭉 둘러보았다. 껌껌하고 깊은 동굴이었다. 중간중간 약한 조명이 주위를 비추고 있었지만 어둡고 으스스한 분위기가 강하게 들었다.
“자, 그럼! 천년동굴이 어떤 유적인지 말해줄 수 있는 후배님 있나요?”
기다렸다는 듯 바로 메릴이 손을 들었다.
“민중에게 데바교의 교리를 전파하던 선교사들이 왕국군의 박해를 피해 600일 동안 피해 있던 동굴입니다.”
“정답이에요! 정말 대단하지 않아요?”
리리넷이 손바닥으로 동굴 바닥을 쓸어내리며 엄숙한 표정으로 말했다.
“우리가 지금 밟고 있는 이 바닥이 위대한 선교사님들이 밟으며 지나가던 곳이라구요!”
“와!”
대단한 사실이라도 들은 듯, 선발생들이 눈을 크게 뜨며 동굴 바닥을 내려다보았다.
“이곳에 무려 600일을 갇혀 계셨던 거예요. 그분들의 얼이 느껴지시나요?”
“네!”
“힘드셨겠어요.”
“어쩜…….”
감격에 빠진 선발생들은 벽면을 훑어보거나, 이마를 댔다. 심지어 과하게 몰입했는지 두 손을 모으고 기도까지 했다.
‘……음.’
시몬은 멀찍이 떨어져 옆머리를 긁적였다.
‘결국 그냥 동굴 아닌가?’
“경전에서 보던 위대한 선교사분들이 있던 자리에 제가 있다니! 너무 꿈만 같아요!”
9번 리사라가 흥분한 듯 제자리에 콩콩 뛰며 말했다. 리리넷도 만족스러운 미소로 그녀를 가리켰다.
“그럼요, 그럼요. 그분들이 어떤 마음가짐으로 이곳에 머물렀는지 느껴보는 거예요. 지반이 약해서 뛰는 건 절대 금지! 2인 1조로 움직이겠습니다!”
언제나처럼 두 명을 임의로 묶으려던 그녀가 헷 하고 웃으며 말했다.
“아, 번거로운데 그냥 거리 탐방 때 멤버로 갈까요? 익숙하기도 하고!”
“네!”
그렇게.
“…….”
“…….”
시몬과 마리첼로는 다시 한번 같은 조가 됐다.
살벌한 정적이 내려앉았다. 마리첼로는 표정 관리를 못 하고 계속 안면 근육을 꿈틀거리고 있었다.
그렇게 한 마디도 오가지 않은 침묵 속에서 두 사람은 함께 걸음을 옮겼다.
‘마리첼로는 저번 거리 탐방 때 리리넷에게 찍혔어. 전처럼 다른 애들한테 바꿔달라고는 못 하겠지.’
시몬은 그런 생각을 하며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는 불쑥 물었다.
“마리첼로.”
“!”
“혹시 너 나한테 뭐 할 말 없어?”
마리첼로가 화들짝 놀란 얼굴로 시몬을 돌아보았다.
‘꽤 적나라한 반응이네.’
시몬은 악역 같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러고는 다시 고개를 되돌린 채 휘파람을 불며 앞서 걸어갔다.
“없으면 됐어.”
“…….”
마리첼로는 잠시 우두커니 있다가, 리리넷의 눈치를 보고는 도로 시몬의 옆으로 따라붙었다.
“자! 머리 조심! 머리 조심하구요!”
리리넷이 팔을 휙휙 흔들었다.
“여기서부터는 좁은 통로여서 광차를 타고 다음으로 이동해야 합니다!”
철컹! 철컹!
무척 낡아 보이는 광차 하나가 탈탈거리며 이쪽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두 명이서 한 광차에 타고 갈게요! 먼저 도착한 조는 떠들지 말고 근처에서 얌전히 기다리고 있기! 알겠죠?”
“네!”
그렇게 앞선 두 조가 먼저 광차를 타고 이동했고.
이제 시몬과 마리첼로의 차례였다.
시몬이 광차에 올라탔고, 맞은편의 마리첼로는 시몬과 붙어서 앉는 것도 질색이라는 듯 끝에 착 붙었다.
덜컹! 덜컹!
그렇게 녹슨 광차가 불안한 소리를 내며 철로를 출발했다.
두 사람은 마주 앉은 채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너는.”
그때 마리첼로의 입이 열렸다.
“언젠가 반드시 내가……!”
꺄아아아아아악-!
아아아아아악!
도망쳐! 빨리!
갑작스러운 비명에 대화가 끊겼다. 두 사람이 흠칫하며 광차에서 몸을 일으켰다.
“무슨 일이야?”
쿠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
동굴이 위태롭기 흔들리기 시작했다. 시몬과 마리첼로가 고개를 들자 천장이 쩍쩍 갈라지는 모습이 보였다.
두 사람이 다급히 광차에서 뛰어내렸고.
콰르르르르르르르!
동굴이 통째로 무너져 내렸다.
***
“…….”
마리첼로가 눈을 떴다.
세상이 온통 회색이다. 주위가 온통 뿌옇고 독한 흙먼지로 가득 차 있었다. 입고 있는 교복은 흙으로 엉망이 되어 있었고, 손을 움직이니 커다란 돌덩이와 바위가 만져졌다.
콜록! 콜록!
기침을 한 그녀가 눈에 힘을 주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흙먼지 속으로 철로가 보이고, 저 멀리 잔해에 찌그러진 광차의 모습이 보인다. 그녀가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들! 괜찮아?”
그녀가 외쳤다.
“누가 좀 대답하…….”
그 순간.
그녀가 뭔가를 깨달은 듯 멈칫했다.
이내 휘청거리는 걸음걸이로 뿌연 흙먼지를 가르며 나아갔다.
저 멀리 동굴의 잔해 속에서.
“……”
유클리드가 잔해에 파묻힌 채 쓰러진 모습을 발견했다.
미동도 없는 걸 보니 충격에 정신을 잃은 것 같았다.
‘숨은 붙어 있네.’
그녀는 진한 아쉬움을 느끼듯 눈을 감았다.
그러다.
“…….”
그녀의 눈이 순간 번뜩였다.
그녀는 홀린 것처럼 터벅터벅 걸어가더니, 두 팔에 신성을 일으킨 채 근처에 놓여 있는 가장 커다란 바위 잔해를 들어 올렸다.
터벅 터벅.
그러고는 바위를 어깨에 짊어지고 시몬의 앞으로 다가왔다.
“너만…….”
그녀의 팔이 파르르 떨렸다.
입꼬리가 쭈욱 가로로 찢어졌다.
“너만 없으면 돼……!”
그녀가 움직이려는 그 순간.
스으.
기절한 줄 알았던 시몬의 손끝이 조용히 움직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