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970)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970화
“…….”
마리첼로가 멍한 표정을 지었다. 유클리드의 얼굴 가죽이 벗겨지고 또 다른 얼굴이 튀어나온 것이다.
상황을 아직 머리가 받아들이지 못했는지 동공만 미친 듯이 흔들리고 있었다.
그러다.
주르르르륵.
눈가에 한 줄기 굵은 눈물이 주르륵 쏟아졌다.
“유클리드가, 죽었…… 구나.”
그 표정.
기뻐하는 건 아니었다.
쾌락이나 행복감도 아니었다.
그것은 커다란 ‘안도감’이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저러는 걸까, 시몬은 복잡한 심경이었다.
“아직 끝난 게 아니야. 마리첼로.”
시몬이 수첩을 품에 넣으며 말을 이었다.
“난 유클리드를 살해한 범인을 찾기 위해 유클리드로 분장한 채 수사하고 있었어. 하지만 지금까지 찾아낸 모든 범행의 흔적들이, 네가 가장 유력한 범인이라고 말해주고 있지.”
시몬이 손끝을 세웠다.
“이대로라면 우리는 널 교황청에 넘겨야 하고, 네가 십자가에 매달릴 거야.”
당황한 그녀가 고개를 힘주어 휙휙 저었다.
“나, 난! 아니에요! 물론 수사관님을 죽이려고 한 건 변명의 여지가 없고 반성도 하고 있지만……! 그때 유클리드를 죽인 건 내가 아니야!”
“알아.”
시몬이 의연하게 말을 이었다.
“그러니 진범을 찾으려고 이렇게 물어보는 거야. 하늘섬에 올라오기 전에 신성열차에서 유클리드와 무슨 일이 있었는지, 네가 왜 유클리드를 죽이려고 했는지, 전부 말해줘.”
그녀가 움찔한 반응을 보였다.
혀로 아랫입술을 지그시 깨문 채 고민하는 모습이 정말로 말하고 싶지 않은 표정이었다.
“그것부터 말하지 않으면 너를 도와줄 수가 없어. 마리첼로.”
“그게, 그, 그러니까…….”
그녀는 심각한 얼굴로 계속 망설였다.
그런데 왜 두 귀는 점점 붉어지고 있단 말인가.
시몬이 수상쩍은 표정으로 그녀를 응시했고, 결국 그녀가 입을 열었다.
“수, 수사관님껜 다소 불쾌한 이야기일지도…… 몰라요.”
“괜찮아.”
한참을 뜸들이고 망설인 끝에 그녀의 입이 열렸다.
“그게…… 신성열차에서…… 제 연인과 키스하는 모습을 유클리드에게…… 들켰거든요. 짐칸이라 안 들킬 거라고 생각했는데 유클리드가 소리를 듣는 바람에…….”
시몬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게 그렇게 심각한 문제야? 열차에 있었으면 아직 선발생 신분도 아니었잖아.”
“그…….”
창백해진 입술을 덜덜 떨던 그녀는 마침내 쥐 죽은 듯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게…… 저…… 여자를 좋아해서…….”
“??”
처음엔 멀뚱히 눈을 깜빡이고 있던 시몬이, 이내 곤란한 미소를 지으며 ‘음’ 하고 침음을 흘렸다.
‘연방에서는 이런 일들이 심심치 않게 일어나네.’
신성연방은 극도로 폐쇄된 신앙사회고 종교적이거나 전통적인 가치를 중시한다. 국교인 데바교와 여신의 이름하에 동성애는 절대로 용서받을 수 없다. 걸리면 처형, 그 어떤 예외도 없다.
어쨌거나 마리첼로는 첫마디를 털어놓는 건 어려워했지만, 한번 털어놓으니 그 뒤로는 술술 말했다.
하늘섬에 올라가던 신성열차 안. 마리첼로와 그녀를 마중하러 나온 고향 친구는 서로 동성 연인이었고, 아무도 들어오지 않는 창고에 숨어들어 입을 맞추고 있었다.
그러다 마침 이단심문관에게 야단을 맞고 돌아오던 유클리드가 이상한 소리를 듣고는 창고 문을 열게 되었고, 그렇게 그에게 입을 맞추는 광경을 들키고 만 것이다.
유클리드는 단번에 마리첼로가 선발생이라는 걸 알아차렸다.
-이걸 내가 교수님들한테 일러바치면 에프넬 생활은 끝장이겠네. 안 그래?
저 표정, 저 말투.
하필이면 지독한 악질에게 걸렸다는 사실을 직감한 마리첼로는 빠르게 판단했다.
-……알겠어. 내가 에프넬에 들어가는 걸 원치 않는 거지? 그럼 난 입학을 포기하겠어. 다음 역에서 열차에서 내릴게.
그녀는 연인을 위해 자신의 꿈까지 던져 버릴 각오도 했지만.
-그러면 재미없지. 넌 계획대로 에프넬에 입학해 줘야겠어. 그리고 3년 동안 내 지시에 복종해야 해. 꼭 해야 하는 일이 있어서 도구가 필요했는데, 마침 잘됐지 뭐야.
이상한 흐름으로 가고 있었다.
마리첼로는 그 요구를 단칼에 거절했지만, 유클리드는 그녀의 동성 연인을 가리켰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 너만 죽는 게 아니야. 네 연인도 십자가에 매달리겠지. 전부 네 부주의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고.
마리첼로는 자신의 꿈과 목숨까지 버릴 각오는 되어 있었지만, 연인의 인생을 걸고넘어지는 건 참을 수 없었다. 결국 유클리드의 말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녀가 한 가지 예상하지 못한 점은.
-앞으로 잘 부탁해, 마리첼로. 네 덕분에 지루한 에프넬 3년이 즐거울 것 같아. 기도를 하다가도, 예배를 드리다가도, 시험을 치르다가도 불안에 떨었으면 좋겠어.
유클리드는 그녀가 예상한 것 이상으로 악질이라는 사실이었다.
-자매들의 대화에서 네 이름이 들릴 때마다 깜짝깜짝 놀랐으면 좋겠어. 내가 언제쯤 입을 열어서 이 사실을 소문낼지 계속 공포에 떨고, 계속 내 눈치를 봐줬으면 좋겠어. 너 혼자만의 목숨이 아닌 걸 명심하고. 알았지?
창고에서 빠져나와 함께 객실에 돌아가는 순간에도 그의 협박은 계속되었다. 결국 객실에 도착했을 때, 그가 엎드려서 네 발로 기어가라고 지시하는 순간 마리첼로가 붙들고 있던 한 줄기 이성의 끈이 날아갔다.
그녀는 그를 바닥에 넘어뜨리고 미친 듯이 구타했다.
승객들이 몰려들어 와 마리첼로를 제지했고, 유클리드는 코에서 피를 흘리면서 실실 웃었다.
-날 욱하게 해봐야 소용없어! 넌 3년 내내 피 말리는 학교생활을 하게 될 거다! 누가 이기나 해보자고!
하늘섬에 도착한 뒤, 유클리드의 협박은 더더욱 심해졌다.
마리첼로는 눈물로 밤을 지새우며 불안감에 방에 틀어박혀 지냈다.
가장 싫었던 건 자신이 그가 말한 의도대로 되고 있다는 점이었다. 불안해서 미칠 것 같았고, 정신에 병이 생겼다.
그렇게 하늘섬에 올라온 3일째.
“갑자기 유클리드가 병에 걸려 하늘섬에서 내려갔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그때를 회상하는 듯 마리첼로의 목소리가 떨렸다.
“몸이 아파서 고향에 치료받으러 내려갔다는데, 저는 그 말을 믿지 않았어요. 그 나쁜 새끼가 나를 불안하게 만들려고 이러는 거구나. 혹시나 지상에 있는 제 연인을 찾아내서 나쁜 짓을 하려는 게 아닐지 불안했어요. 불안해서 미치는 줄 알았어요. 그렇게 신인 예배회가 시작됐고.”
그녀가 그늘진 눈으로 시몬을 응시했다.
“유클리드가 돌아왔죠.”
“…….”
“그는 바뀌었어요. 저에게 더 이상 어떤 협박도 하지 않았고, 부당한 지시나 금품을 요구하지도 않았어요. 심지어 눈을 마주치면 빙긋 웃어보기까지 했어요.”
그녀의 제 머리를 쥐어뜯었다.
“진짜 미쳐 버릴 것 같았어요.”
“……마리첼로.”
“그 악질이 갑자기 다른 사람인 것처럼 변해서 주위 사람들에게 친절히 대하고, 선배나 교수들의 칭찬도 받고, 마치 내 비밀을 사실을 잊은 것처럼 행동하는 거. 저는 그걸.”
그녀가 강박에 빠진 얼굴로 눈물을 줄줄 흘렸다.
“지독한 ‘기만’이라고 생각했어요!”
-내가 언제쯤 입을 열어서 이 사실을 소문낼지 계속 공포에 떨고, 계속 내 눈치를 봐줬으면 좋겠어.
“마치 그 비밀을 까맣게 잊은 것처럼 행동해서 제게 기대감을 주고! 제가 다시 자존감을 회복할 때까지 기다리다가! 가장 결정적인 순간에 터뜨려서 저를 지옥으로 보낼 거라고 확신했어요! 그가 제게 아무런 협박을 하지 않을수록 저는 더더욱 불안해져 갔어요! 그래서…… 그래서……!”
차마 내뱉지 못하고 파르르 떠는 그녀를 보며 시몬이 대신 대답했다.
“유클리드를 죽이려 한 거구나.”
“……수사관님인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그녀가 머리를 깊게 숙이며 사과했다.
이제 조금 더 머릿속이 명확해졌다. 그리고 새로운 여러 계획들이 머리에 떠오른다.
시몬이 생각에 잠겨 있는 그때.
“경멸하고 계시겠죠?”
마리첼로의 풀 죽은 목소리가 들렸다.
“여신의 말씀을 받들어야 할 프리스트가 동성애에 살인미수까지. 진범을 찾겠다는 수사관님의 말이 진실이라고 해도, 저는 역시 살아남을 수 없겠죠?”
“마리첼로.”
시몬이 손바닥을 펼쳤다. 그녀의 두 팔을 봉쇄하고 있던 차크람이 시몬의 손으로 돌아오며, 자유의 몸이 된 그녀가 풀썩 바닥에 주저앉았다.
“나는 수사관이고, 수사가 끝나면 하늘섬과는 아무런 관계 없는 사람이야.”
결국 시몬은 키젠의 학생회장이고 네크로맨서다.
레테에게 부탁받은 일을 수행할 뿐, 결국은 이곳과 관계없는 외지 사람이고 언젠가는 떠나야 했다.
“물론 성녀님께 말해서 하늘섬에서 저지른 네 죗값은 따로 치르도록 할 거야. 하지만 그 외의 문제를 추궁할 생각은 없고, 관심도 없어.”
“수사관님……!”
“내 관심은 하나뿐이야. 진범은 누구인가.”
시몬의 눈이 번뜩였다.
“거래하자, 마리첼로. 지금부터 넌 내 협력자가 되는 거야. 그리고 네가 알고 있는 모든 걸 이야기해 줘.”
***
애초에 동굴이 무너진 것 모두가 레테의 계획이었다.
사실 무너진 동굴은 진짜 유적인 ‘천년동굴’이 아니라, 그냥 과거에 탄광으로 가는 길로 쓰였던 평범한 동굴 중 하나였다.
동굴이 무너지는 것도 수호마법에 능한 프리스트들과 전문가들의 설계하에 안전하게 계획되어 있었다. 시몬과 마리첼로가 광차를 타는 시점에, 그들의 출구와 입구만 동굴이 무너져서 막아버렸고 나머지는 동굴이 흔들렸을 뿐 다 무너지지도 않았다.
모든 건 고립된 조건을 만들어놓고, 유력한 용의자인 마리첼로의 행동을 끌어내기 위한 레테의 계획. 리리넷에게는 미리 양해를 구해두었다.
성과는 충분했다. 마리첼로가 모든 것을 밝혔고, 그녀는 진범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어서 시몬은 마리첼로로부터 놀라운 이야기를 들었다.
-신수를 이용해 유적에서 날 죽이려고 한 게 네가 아니었다고?
-저, 저는 아니에요! 저는 나룻배에 구멍을 뚫었을 뿐이라구요!
우선, 시몬이 성지에서 공격받았던 ‘신수 사태’는 마리첼로가 저지른 일이 아니었다.
그녀가 해당 계획을 짠 건 사실이었지만, 신수의 숲에 들어갔을 때 신수들이 위협적으로 으르렁거리며 공격하려 하는 바람에 결국 포기했고, 한참을 헤매며 쫓기다 돌아와 나룻배에 구멍을 뚫었을 뿐이라고.
레테도 이 부분에 대해서만큼은 의심의 목소리를 냈었다.
-봐요, 시몬. 사냥꾼은 눌러쓰고 있던 후드에서 흘러나온 녹색 머리카락을 봤던 거였잖아요.
-응.
-옆머리가 흘러내려서 후드 밖으로 나왔다는 건데, 마리첼로의 머리를 생각하면 머리카락 길이가 모자라요. 부자연스럽단 거죠.
-그렇다는 건…….
-가짜 모발일 가능성이 크겠죠. 마리첼로를 범인으로 몰려고요.
그래서 시몬은 마리첼로에게 물었다.
네가 유클리드에게 원한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선발생이 또 있는지.
그녀는 답했다.
-하, 한 명 있어요.
그 한 명이 수사망에 올랐다.
마리첼로 본인은 의아해했지만 시몬은 그 이름을 듣는 순간 거의 확신에 가까운 인상을 받았다.
시몬은 바로 다음 날.
시몬은 그 새로운 용의자에게 ‘우수성사’를 요청했다.
***
저벅. 저벅.
에프넬 대광장에서 조금 떨어진 거리의 텅 빈 성당.
한때 거리 탐방에서 그녀와 이야기를 했던 장소 중 하나.
똑똑똑.
시몬은 그곳의 문을 노크한 뒤 홀로 안으로 들어갔다.
그 연단 위에 한 선발생 소녀가 꿇어앉아 두 손을 모으고 기도하고 있었다.
햇빛이 유리창을 통과해 눈부신 광명으로 내려오는 모습. 마치 여신이 그녀를 축복하는 것처럼 아름다운 광경이었지만, 심정이 복잡한 지금의 시몬에게는 다르게 보였다.
“아.”
그녀가 눈을 뜨고 살짝 붉어진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유클리드 님.”
“갑자기 여기서 보자고 해서 미안해.”
시몬이 천천히 걸어왔다.
“최근에 여러 일들이 있었잖아. 8번 에이툴라가 이탈한 사태부터, 어제 3번 마리첼로와 내가 동굴에 갇힌 사태까지. 그런데.”
시몬이 빙긋 웃었다.
“그 두 사람이 전부 이야기했어.”
“그게 무슨…….”
“9번 리사라.”
시몬의 눈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네가 유클리드를 죽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