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982)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982화
“교황 성하! 교황 성하!”
레테의 전령이 교황청 부지의 ‘좌동성당’에 당도했다.
그가 문을 열고 황급히 안으로 들어왔다.
“급히 보고드릴 사항이……! 아.”
그의 입이 자신도 모르게 닫혔다.
전방에서 느껴지는 거대한 다섯 개의 중압감.
아니, 중압감이라곤 할 수 없었다. 범접하기 힘든 무언가를 인간의 사고로는 느낄 수 없기에 드는 이질감에 가까웠다.
그가 지끈거리는 두통을 견디며 무릎을 꿇었다.
“별의 성녀님께서 서신을 보내왔습니다.”
그 말에.
좌동성당의 앞에 앉아 있던 다섯 명의 사람 중, 한 사람이 고개를 돌려 전령을 바라보았다.
“그렇군요.”
인자한 노년의 여성이 미소 지었다. 웃을 때의 입 근육과 미간이 곱게 일그러졌다.
“앞으로 모실까요?”
“!”
전령은 튀어나오려는 비명을 간신히 목구멍으로 밀어 넣었다. 갑자기 발밑에서 빛 같은 것이 솟아오르더니, 자신을 들고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내 전령은 다섯 대주교가 앉아 있는 강단 앞으로 끌려 나온 듯한 모습이 되었다.
‘크, 크윽!’
두통이 더더욱 심해졌다. 감히 그들을 우러러볼 수조차 없었다. 각자의 자리에 앉은 대주교들의 몸은 그늘에 덮여 실루엣만 보였고, 머리가 있는 곳에 안광만이 번뜩이고 있었다.
전령은 덜덜 떨리는 팔을 움직여 두루마리를 펼쳤다.
“이, 읽겠습니다! 총무주교가 발효한 악마 토벌전의 척살 목표였던 선발생 9번, 리사라의 정체는 악마가 아니라……!”
“별의 성녀가 이겼군.”
한 노인의 목소리에 전령의 말이 끊겼다. 뒤이어 다른 목소리가 말을 받았다.
“바훔 복음의 해석이 코앞인데 정쟁이라니, 성녀들도 참 생각이 짧소.”
“너무 그러지 마시지요. 갈등의 골이 깊다면 해소할 무대도 필요한 법이지요.”
“그런 이야기는 됐고, 신의 태궁은 어디까지 재조립됐소?”
전령은 땀을 뻘뻘 흘렸다. 하늘섬 내전이 마치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바로 다른 세상 일을 논하는 그들의 모습에 점점 더 머리가 아파왔다.
[그래.]그 순간.
“!!”
전령의 몸이 높이 올라갔다.
전령은 경악하며 발밑을 바라보았다. 바닥이 일어난 게 아니라 처음부터 그는 누군가의 손가락 위에 있던 것이었다. 빛으로 이루어진 손가락이 전령을 들어 올린 채 성당의 천장까지 향했다.
이내.
샤아아아아아아아-!
천장에서 빛무리가 출렁거리더니 얼굴의 형태를 이루었다.
[새로운 성녀 리사라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볼까요?]신성연방의 지배자.
교황, 헤르실리아 에프넬이 턱을 괸 채 초월적인 자태로 미소 짓고 있었다.
***
리사라의 각성 이후, 하늘섬에서는 일주일 가까이 시간이 흘렀다.
총무주교는 긴급 체포되어 교황청에서 재판이 진행 중이다. 여신의 위대한 뜻을 부정하고, 본인의 의도와 이익에 따라 성녀를 죽이고 다음 성녀를 세우려고 했던 죄는 컸다.
차기 대주교 후보였지만, 극형을 면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돌았다.
그 외에도 총무주교와 연결된 여러 사람들이 굴비처럼 줄줄이 끌려 나와 조사를 받고 직위해제됐다. 조사 도중에 총무주교의 부정한 행적들이 추가로 드러나는 것으로 하늘섬은 한바탕 피바람이 불어닥쳤다.
“다만 그거 하난 좀 아쉽슴다.”
울타리 앞에서 양 떼가 평화롭게 풀을 뜯는 모습을 지켜보며, 레테와 시몬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다나를 엮어서 같이 보내 버리지 못한 거요.”
“……하하.”
그게 쉬울 리가 없지.
시몬은 고개를 내저었고, 레테는 여전히 분이 풀리지 않은 듯 주먹을 꽉 쥐었다.
“하여간 그 영악한 여우 자식! 처음부터 본인은 출병 기록 하나 남기지 않고, 휘하의 병사 한 명 동원하지 않았슴다. 휴가 중에 총무주교의 토벌전에 개인적으로 참가한 거고 본인도 거짓에 속은 피해자라고 주장하고 있죠. 하, 진짜.”
마구 분노를 뿜어내는 레테를, 시몬이 진정시켰다.
“그래도 사건은 해결했고, 강경파의 큰 축이었던 총무주교를 잡아넣었으니 됐잖아.”
“네, 뭐.”
레테가 고개를 기울였다.
“확실히 이번 일로 에프넬의 분위기가 바뀌었슴다.”
이스라필이 시몬에게 직접 우려를 표했을 만큼, 전쟁은 턱밑까지 닥친 상황이었다.
연방 내 전쟁 강경파와 온건파의 대립이야 하루 이틀 일이 아니었지만, 결사가 저지른 무수한 사건과 이상현상들이 변수였다.
결사가 저지른 일들은 끔찍한 피해를 낳았고, 먹고살기가 팍팍해진 주민들은 지배 계층인 에프넬에 대한 불만, 더 나아가 신앙에 대한 의문을 품었다.
-나는 결사에게 차마 입에 담을 수도 없는 끔찍한 꼴을 당했소! 그런데 아무리 살려달라고 간청해도 여신께서는 끝내 나를 외면하시더군!
-매일 기도를 드리고 매달 헌금과 제물을 바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신성연방의 근간인 종교가 뿌리부터 휘청거리고 있으니, 궁지에 몰린 에프넬이 전쟁이라는 수단을 택할 것은 시간문제처럼 보였다. 민심을 결집하고, 흔들리는 믿음을 중앙으로 모으는 데는 전쟁만 한 수단이 없었으니까.
특히 다나의 강경파는 결사가 암흑연합의 네크로맨서들이라는 논리를 펼치며 전쟁 준비를 착착 진행하고 있었다.
다행히 이번 일로 강경파의 기세가 크게 한풀 꺾였고, 다나도 당분간은 몸을 사려야 하는 지경이 됐다. 무엇보다 새로운 일곱 성녀 중 한 명인 리사라.
그녀는 레테를 멘토로 생각하고 있으며, 자신을 죽이려고 한 총무주교와 강경파를 혐오한다. 자연스레 레테를 따라 이쪽으로 넘어올 가능성이 컸다.
전체 전력은 별개로 두고, 성녀의 숫자로만 친다면 4:3. 처음으로 온건파가 강경파를 넘어선 것이다. 이제 일이 잘 풀리면, 결사라는 공동의 적을 상대하기 위한 암흑연합과 신성연방의 협동작전이 펼쳐지는 것도 꿈이 아니었다.
이야기를 듣던 시몬이 입을 열었다.
“이스라필 님의 영향력이 커지면 당장 전쟁 자체는 막을 수 있겠지만, 결사 때문에 신성연방이 흔들리고 있는 건 여전하잖아?”
“네, 맞슴다.”
레테가 울타리에 팔꿈치를 댔다.
“그러니까 지금부터 시작인 거예요. 연방민들의 원망이 이 이상 심화되지 않도록, 전쟁을 반대하는 우리가 더더욱 발에 땀띠가 나도록 돌아다니며 사태를 수습해야겠죠.”
“둘러 가는 길을 선택했네.”
콕.
레테가 장난스럽게 웃으며 시몬의 뺨을 콕 찔렀다.
“그렇다고 니놈들이랑 전쟁을 할까요? 결국 그건 다 같이 죽자는 거잖슴까.”
“맞아.”
시몬이 레테의 손가락을 살짝 붙잡더니, 그대로 돌려서 그녀의 뺨에 도로 콕 찍게 했다.
“그 길이 아무리 괴롭고 힘들다고 해도 눈 돌리거나 이성을 잃어서는 안 돼. 결사의 뜻대로 흘러가는 건 더더욱 안 되고.”
“뭐야. 무엄하게 성녀한테 못 하는 짓이 없지?”
레테가 장난스럽게 발차기를 휙휙 날렸고 시몬은 소리 내어 웃으며 피했다.
“암튼.”
치켜든 발을 내린 그녀가 교복 스커트를 살짝 끌어내리며 말을 이었다.
“이제 하늘섬 생활도 마무리 단계인데, 어땠어요?”
“말해 뭐 해?”
시몬이 시원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즐거웠어. 배울 점도 많았고. 몇 번 신성연방에 오긴 했지만 이전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유익했어. 이쪽에 대해 훨씬 더 많이 알아 가는 기분이야.”
레테가 음음 하며 팔짱을 낀 채 고개를 끄덕였다. 어쩐지 본인이 더 기분 좋아하는 것 같았다.
“즐거웠다니 다행임다. 아쉬운 점은?”
“레테, 네가 말리는 바람에 신인 예배회를 끝까지 마무리 못 한 거.”
“그, 그건 어쩔 수 없었슴다!”
그녀도 찔렸는지 목소리가 높아졌다.
“애초에 스파이는 은밀하게 행동해야 하는데, 당신이 너무 독보적으로 눈에 띄었잖슴까!”
“내가?”
“그래, 너! 지금 널 애타게 찾고 있는 사람이 대체 몇 명인 줄 알아?”
그녀가 골치 아프다는 얼굴로 이마를 짚었다.
“벌써 소문이 쫙 퍼졌는지 별의 성녀를 도와 사건을 해결한 우수한 수사관의 정체가 누구냐고 물어보고 난리도 아님다. 거기에 스웨이는 방학 때 선발생 다 데리고 놀러 가겠다며 당신 주소를 요구하질 않나! 수호학 교수란 인간은 당신을 사위로 만들 궁리밖에 없질 않나! 심지어 이번에 성녀가 된 그 아이는 당신한테 푹 빠졌고!”
“뭐? 리사라가?”
꾸욱!
레테가 시몬의 발등을 밟자 시몬이 숨죽인 비명을 질러대며 발을 뺐다.
“내가 후배들 건들지 말고 수사에만 집중하라고 했죠? 누가 ‘그 인간’ 아들 아니랄까 봐.”
시몬은 억울하단 눈으로 밟힌 발을 어루만졌고, 레테가 말을 이어나갔다.
“뭐, 다 좋다고 치자 이검다. 사건 수사 중이었으니 눈에 좀 띌 수도 있죠! 근데 하필이면! 대체 왜!”
그녀가 허리를 확 기울여 시몬을 노려보았다. 이번만큼은 진심 어린 분노가 느껴졌다.
“다나! 그 인간이 당신을 찾고 있는 건데?”
목소리에 깔린 분노가 으스스했기에 시몬은 침을 꿀꺽 삼키며 입을 다물었다. 무슨 말을 해도 그녀의 화를 부추길 것 같았다.
시몬이 침묵을 지키자 이내 레테가 ‘하아’ 하고 한숨을 쉬며 팔짱을 꼈다.
“지금까지는 그냥 내 사적인 루트로 고용한 수사관이라고 퉁쳐왔지만, 그런 거물들이 움직여서 정체를 캐내고 상황을 꼬아버리면 당신도 무사하기 힘들어요. 내일 기차 편을 마련했으니 암흑연합으로 돌아가세요.”
“그, 그래.”
시몬은 바로 납득했다.
상황이 그렇게까지 흘러가고 있을 줄이야. 레테가 자신을 꽁꽁 숨겨둔 이유가 있었다. 신인 예배회 마무리 못 했다고 툴툴거릴 때가 아니었다.
레테는 어깨를 으쓱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대체 3주 동안 뭘 하고 다녔길래 이런 바보 하나에 하늘섬이 발칵 뒤집힌 건지.”
“……하하하.”
“암튼 신인 예배회에 나가지 못하게 막은 건 이유가 있어서 한 검다. 오해는 바로잡아야 할 것 같아서요.”
시몬이 고개를 들어 푸른 하늘을 바라보았다.
시원한 바람이 불며 조각구름이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그 녀석들을 못 보고 헤어진 것도 그렇지만, 1등 해서 너한테 소원 빌지 못한 것도 아쉽네.”
레테가 흠칫하며 어깨를 떨었다.
시몬이 고개를 돌렸다.
“왜 그래?”
“아, 아무것도 아님다.”
레테가 횡설수설하며 말을 이었다.
“그, 그러고 보니! 1등 못 한 건 사실이니까 내가 당신한테 소원 빌 수 있는 거 아님까?”
“에이, 그건 좀 억지다.”
예배회 일정 자체를 소화 못 했으니 등수가 나온 것도 아니다.
레테 본인도 억지는 억지라고 생각했는지 쳇 하고 혀를 차며 더 말하진 않았다. 시몬이 한 걸음 다가왔다.
“그렇게 억지를 부려서, 나한테 무슨 소원을 빌려고 했어?”
흠칫!
깜짝 놀란 레테가 토끼눈이 되었다.
“다, 당신은 알 거 없슴다.”
“궁금한데.”
“아! 알 거 없다니까!”
빼액 소리 지른 레테가 뒷걸음치다가 고개를 돌렸다.
시몬은 그녀의 얼굴에 드러난 홍조를 보며 놀라고 있었다.
‘레테가…… 부끄러워하고 있어?’
“아우 씨!”
팍!
굼뜬 동작으로 시몬의 가슴을 손바닥으로 밀어낸 레테가 팔짱을 끼며 콧방귀를 꼈다.
“소, 소원은 물 건너갔지만…… 부탁 정도라면 들어줄 수 있슴다. 이번 일은 당신이 힘써줬으니까요.”
“그래? 고마워! 그럼 사양 않고-”
시몬이 힘주어 말했다.
“앞으로 키젠 3학년 시즌부터는 외부 활동과 파견 임무가 많아질 거야. 신성연방에 갈 일도 많을 텐데, 그때 서로에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조력을 줬으면 해. 어때?”
“…….”
레테는 물끄러미 시몬의 눈을 바라보았다.
“왜 그래? 레테.”
“아, 뭐…….”
눈을 둥글게 뜬 그녀가 고개를 끄덕끄덕했다.
“이번엔 안나 선생님 아들답다 싶어서요.”
“?”
“아무것도 아님다.”
레테가 뒷짐을 쥔 채 몸을 휙 돌렸다.
그러다 시몬을 돌아보며 짓궂게 웃었다.
“조력, 좋슴다. 하지만 당신은 키젠의 군단장이고 나는 에프넬의 성녀. 프리스트와 전투를 벌이는 일이라면 못 도와줘요.”
“그런 건 바라지도 않아. 거기에 최근엔 프리스트와의 국지전보다, 결사의 탐색과 전투에 대한 임무가 주류가 됐거든. 다행이네.”
시몬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고 레테는 고개를 끄덕였다.
“한결같네요.”
“응?”
“아무것도 아님다.”
옆으로 선 레테가 헷 하고 웃으며 시몬의 어깨에 이마를 툭 기댔다.
‘바로 그런 점을 좋게 보는 거지만.’
***
다음 날 아침.
하늘섬 기차역.
뿌우우우우우우우우!
뿌연 연기를 뿜으며 신성열차가 들어오고 있었다. 공중에 뜬 레일을 따라 하늘을 달리는 신성열차의 모습은 참 몇 번을 봐도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역에는 로브를 뒤집어쓴 시몬과 레테가 서 있었다.
“작별이네.”
“네.”
레테가 아쉬운 웃음을 흘리며 고개를 기울였다.
“마음 같아선 국경까지 배웅하고 싶지만, 당신도 아시다시피 하늘섬 전체가 발칵 뒤집힌 상태라서요.”
“당연하지. 국경까지는 금방이니까, 돌아가서 또 편지할게.”
시몬이 손바닥을 내밀었다.
“그리고 피차 3학년 시절에는 마주칠 일이 많을 거잖아?”
레테도 열기 넘치는 웃음을 지으며 그 손을 맞잡았다.
“지지 않을 검다. 혹시 전장에서 마주치면 죽었다 생각하세요.”
두 사람이 악수하며 웃음을 흘리고 있는 가운데.
절그렁. 절그렁.
역 앞에 신성열차가 도착했다.
그리고 그 열차의 텅 빈 객실. 홀로 타고 있는 누군가가 있었다.
스으.
로브를 뒤집어쓴 그자의 후드 속에서 긴 검은 머리가 휘날렸다. 후드 안으로 갑옷의 윤곽이 보였고, 로브 소매로 빠져나온 건틀릿은 검집을 쥐고 있었다.
“…….”
그자가 고개를 돌려 창가를 바라보았다.
“내가 말했을 터인데. 유클리드.”
그자가 숨죽인 목소리를 흘렸다.
“내가 말했을 터인데. 유클리드.”
그자가 숨죽인 목소리를 흘렸다.
“손에 넣고 싶은 건 반드시 가진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