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984)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984화
콰콰콰콰콰콰콰!
하늘이 무수한 별들의 폭발로 뒤덮였다. 고개를 들면 온통 눈부신 빛의 향연으로 가득해서 눈을 제대로 뜰 수조차 없을 정도였다.
가휀과 함께 고리를 연달아 통과하며 도망치던 시몬이 헛웃음을 흘렸다.
‘저래도 되는 거야?’
바로 아래가 하늘섬인데, 영공이 엉망이 되어가고 있었다.
조금 과한 것 같지만, 그래도 이건 엄연히 레테의 수사관에 대한 다나의 선제공격이 원인으로 벌어진 일이다. 최근 일로 몸을 사려야 했을 다나가 저렇게까지 나온 건 시몬도 예상하지 못했다.
결국 저 전투는 더 높은 누군가의 중재로 중지될 테고, 다나는 레테에게 공격당할 여지를 주게 됐다. 레테는 이번 일에 더해 악마 토벌전까지 엮어서 다나를 집요하게 물어뜯을 것이다.
“수사관 당신은 참, 뭐랄까…….”
가휀도 조금은 얼이 빠진 얼굴로 하늘을 바라보다가 말했다.
“성녀들과 인연이 많은 것 같군요.”
그 말을 들은 시몬이 슬쩍 시선을 피했다.
“그, 그러게요.”
인연이 많은 정도가 아니라 애초에 성녀의 배 속에서 태어났다. 시몬의 어머니가 기적의 성녀 안나 크로스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가휀은 놀라서 뒤집어지리라.
그리고 아직까지 대륙에 존재하지 않았던 존재, ‘성자’.
아이러니하게도, 시몬은 그 존재에 가장 근접한 인물이기도 했다.
우웅! 우웅! 우웅!
그렇게 가휀과 함께 연달아 고리를 통과하며 이동하다 보니 저 멀리 지상의 철로로 이동하는 열차가 보였다.
가휀이 말했다.
“시간에 딱 맞췄군요. 안으로 들어가지요.”
가휀은 움직이는 열차 위에 고리를 펼쳤고, 두 사람이 동시에 안으로 들어갔다.
쿠당탕!
고리를 통과하자마자 나오는 광경은 열차 내부.
가휀은 가볍게 착지했지만, 이 기술이 익숙하지 않았던 시몬은 바닥에 주저앉으며 큰 소리를 냈다.
기차에 타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한 번에 쏠렸다.
“누구냐!”
근처에서 농땡이를 피우고 있던 열차 직원들이 깜짝 놀라며 몸을 일으켰다.
가휀은 대수롭지 않은 반응으로 그들에게 눈짓한 뒤, 시몬에게 손을 내밀었다.
“괜찮으십니까?”
“아, 감사합니다. 교수님.”
뒤이어 이쪽 칸으로 몇몇 열차 직원들이 더 들어왔다. 그들 중 한 명이 다급히 말했다.
“치, 침입자다! 이단 심문관을 불러야……!”
“수고가 많으십니다. 에프넬 교수 가휀 안도리아입니다.”
가휀이 신분증을 내밀어 열차 직원에게 보였다. 그들의 눈이 땡그래졌다.
“가, 가휀? 당신이?”
“이런저런 사정이 있어서 탑승이 요란했군요. 여기 티켓도 있습니다.”
신분증과 티켓을 확인한 열차 직원들은 바로 예를 취하며 인사했다. 가휀은 에프넬의 일과 관련 있는 문제니 자신들의 출입을 발설하지 말라는 함구령을 내린 다음, 시몬과 함께 객실로 들어갔다.
가휀이 가진 티켓은 1급 객실 이용권이었다. 온도도 쾌적하게 유지되고 있었고, 열차 내부는 개인실처럼 이루어져 있었다.
착.
그렇게 푹신하고 안락한 좌석에 엉덩이를 붙이는 순간, 시몬은 그 즉시 온몸의 긴장감이 풀리며 노곤해지는 것을 느꼈다.
‘사, 살았다.’
이번 하늘섬 여행, 마지막 순간까지 다이나믹했다. 맞은편에 걸터앉은 가휀이 인자한 미소를 흘리며 말했다.
“고생했습니다. 저는 다음 역까지 동행하지요.”
그가 새로운 열차 티켓을 건네주었다.
“수사관은 다음 열차로 갈아타십시오. 추적이 불가능한 깨끗한 티켓입니다. 다나 성녀님의 영향력이 크다고 해도, 그곳까지 뻗지는 못할 겁니다.”
“감사합니다, 교수님.”
시몬은 살짝 지쳐 있었다.
이대로 조금 눈을 붙이고 싶었지만.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지요.”
가휀은 그럴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의 눈이 반짝거렸다.
“그 아이가 살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만으로도 여신께 감사드리고 만족했지만, 이제는 그 아이가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해졌습니다. 다음 역에 도착하기 전까지만, 말씀을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역시 가휀이 직접 나서서 도와준 이유가 있었다.
시몬이 쓰게 웃었다.
“저도 한 다리 건너서 들은 이야기라 자세히는 몰라요. 알고 있는 것들만 전해 드려도 될까요?”
가휀이 즉각 시몬의 두 손을 착 붙잡았다.
“부탁드립니다!”
그렇게 시몬은 세르네에 대한 이야기를 가휀에게 들려주었다.
물론 그녀를 추정할 수 있는 상아탑, 직위, 가족, 학교 등의 배경은 일절 생략했고 철저히 그녀 개인에 대한 이야기로만 한정했다.
성격, 성향, 취미 같은 이야기들.
그것만으로도 가휀은 더없이 행복해했다. 특히 세르네가 친구를 위해 희생했다는 이야기를 각색해서 들려주자 눈물을 글썽거리기도 했다.
“삐뚤지 않고 착한 아이로 자라서 다행입니다.”
시몬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슬쩍 창밖의 먼산을 바라보았다.
착한 아이라. 세르네가 악인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그 단어와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그보다 수사관. 그 물건, 아직 가지고 계신지요?”
“아! 물론입니다.”
가휀이 세르네에게 전해달라고 했던 아티팩트.
잘 보관하고 있었다.
“혹시 그 아이가 길을 잃고 망설인다면 이런 말을 들려주고 싶습니다.”
가휀이 조금은 엄숙한 표정이 되어 말했다.
“그때 이랬으면 어땠을까 하는 다른 가능성은 생각할 필요도 없다. 너는 지금 네 모습 그대로가 가장 소중하고, 가장 너다운 모습이다. 라고요.”
“아.”
시몬은 살짝 감동한 표정이 되어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세르네의 할아버지란 생각이 들었다.
“그 물건과 함께 메시지도 전달할 수 있도록 할게요.”
가휀은 잠시 손수건을 꺼내 눈가를 슥슥 문지르더니 고개를 숙였다.
“잘 부탁드립니다.”
***
그다음은 일사천리였다.
다음 역에서 가휀과 헤어진 시몬은 다른 열차로 갈아탔고, 이틀 동안 아무런 일도 없이 푹 쉬면서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시몬이 처음 왔었던 중립지대 인근 마을에 도착했다.
-조카아!
기차역에 이스라필이 마중 나와 있었다.
그녀는 로브 차림이었지만, 키가 커서 사람들 사이에서도 눈에 띄었다. 특히 그녀는 손에 ‘우리 조카’라고 쓰고 옆에 하트를 붙인 팻말을 들고 있었다. 괜히 민망해진 시몬은 주위 사람들 눈치를 보며 다가가서, 얼른 그 팻말부터 가렸다.
뒤이어 식당으로 가서 이스라필이 준비한 성대한 저녁 식사를 즐겼다. 그곳에서 하늘섬에서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했다.
하늘섬에 떨어진 악마 토벌전 명령, 그리고 새로운 성녀 리사라의 등장과 체포된 총무주교 이야기까지. 이스라필은 모두 알고 있었지만 시몬의 입으로 직접 듣기를 원했다.
그러다 다나가 시몬 자신을 노리고 열차에서 공격을 감행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순간 감고 있던 이스라필의 눈이 게슴츠레 떠졌다.
-죽일 년이.
시몬은 그때 인지의 영역을 초월한 극한의 공포가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다나에게 쫓길 때보다 몇 곱절은 더 무서웠다.
뒤늦게 시몬의 표정을 보고는 ‘아’ 하고 정신을 차린 이스라필이 다시 눈을 감고 입가를 가리며 청순하게 웃었지만, 시몬은 이미 그 모습이 머릿속에 강하게 박힌 뒤였다.
-그보다 긴 여행 수고했어요! 우리 조카. 언제 돌아갈 건가요?
-내일 바로 돌아갈 생각입니다. 다나가 저를 쫓고 있을 테니 서둘러 복귀하는 게 나을 것 같아서요.
-아쉽지만 그게 맞는 판단 같네요. 안나 언니께 안부 전해주세요!
그렇게 이스라필의 도움으로 하루를 푹 쉬었다가, 그녀와 작별한 뒤 출발했다.
모든 국경 통과 준비는 이스라필이 다 마쳐둔 상태였다. 시몬은 이제는 얼굴마저 익숙해진 브로커의 안내를 받아 다시 짐마차에 숨어들어 국경을 통과.
신성연방에서 중립지대, 중립지대에서 다시 암흑연합으로 넘어왔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더니. 처음만 해도 숨도 쉬기 힘든 짐마차 안에서 불편해서 계속 자세를 바꾸면서 낑낑거렸는데, 지금은 그냥 세상모르고 푹 자버렸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암흑연합이다.
시몬은 몇 번이고 자신의 불법 여행을 성공시킨 브로커에게 팁까지 쥐여주었다. 이내 키젠 학생회장 신분을 이용해 텔레포트 마법진을 타고 바로 인근 영지인 호브로 이동.
호브에서 마차를 타고 고향 레스힐에 돌아왔다.
마차가 언덕을 넘는 순간 고향의 그림 같은 모습이 펼쳐졌다. 시몬은 마부에게 비용을 지불한 뒤, 여기서부터는 내 발로 가겠다고 했다.
가볍게 산책하듯 산을 뛰어넘어 달려서 집에 도착했다.
‘집이다.’
시몬은 정겨운 집 앞의 문을 보며 미소 지었다.
이번 방학은 자신이 생각해도 정말 알차게 보냈다고 생각했다.
남은 시간 동안은 레스힐에서 푹 요양을 하다가 로크섬에 돌아갈 생각이었다.
‘3학년 생활도 기대되네.’
시몬이 노크를 하려고 손등을 문에 가져다 대려는 순간.
킁킁.
뭔가 평소와는 다른 점을 감지한 시몬이 후각에 집중했다.
음식 냄새가 진하게 났다.
‘엄마가 벌써 식사를 준비하시나? 이 시간에?’
시몬이 한 발짝 물러나 지붕을 살폈다.
연기가 계속 나오고 있다.
평소 두 부부가 먹는 식사량보다 조금 더 많이 준비하는 것 같다.
즉.
‘손님이 와 있나 보네.’
시몬이 그런 정보를 머릿속에 입력한 뒤 다시 문을 노크했다.
-아, 시몬. 이제 왔느냐. 들어오거라.
노크만으로 알아차렸는지 문 너머에서 아버지 리처드의 목소리가 들린다.
시몬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어쩐지 집 안은 분주했다. 마침 현관 앞으로 걸어 나오고 있던 리처드가 흠흠 헛기침을 하면서 눈으로 신호를 주고 있었다.
‘아버지가 긴장하셨어? 대체 손님이 누구인…….’
“안뇽!”
주방에서 작은 손 하나가 슉 하고 펼쳐졌다.
누군가 싶던 시몬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겉모습은 휘날리는 은빛 머리카락의 작은 소녀.
하지만 그 정체는 다름 아닌.
“네프티스 님!”
***
네프티스와 폴렌티아가의 가족들이 한자리에 앉았다.
네프티스는 중앙 상석에 앉아 파이를 냠냠 맛있게 먹고 있었고, 왼편에는 리처드 안나 부부가 나란히, 오른편에는 시몬이 바짝 긴장한 얼굴로 자리에 앉아 있었다.
“왜 이렇게 늦었어어 시몬! 나 기다리느라 너무 힘들었어!”
네프티스가 칭얼대며 말했다.
“……?”
시몬이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고 있자 리처드가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일주일 전, 대뜸 네프티스가 시몬과 할 이야기가 있다며 레스힐에 방문했다. 리처드는 방학 동안 시몬이 세계 여행을 갔다고 둘러댔고, 도착하면 로크섬에 서신을 보내 알리겠다고 했지만 네프티스는 시몬이 돌아올 때까지 여기서 기다릴 거라며 레스힐에 눌러앉았다.
그 결과가.
‘저 배구나.’
일주일 동안 놀고먹으며 안나가 준비해 둔 온갖 호화로운 간식들을 먹어치운 네프티스는 배가 빵빵하게 튀어나와 있었다. 그녀가 안나를 보며 말했다.
“안나! 오늘 이 파이도 너무 맛있어!”
“오호호! 과찬의 말씀이세요, 네프티스 님.”
먹보와 안나의 조합.
딱 봐도 그림이 그려진다.
“아, 그보다 제게 할 이야기라는 건 뭔가요?”
시몬이 본론으로 들어가자 네프티스가 손에 든 파이를 마저 입에 넣고 손에 묻은 설탕을 쪽쪽 빨아 먹은 뒤 시몬을 바라보았다.
“네게 한 약속을 지킬 때가 됐어. 시몬.”
“네?”
“앞으로 1개월 뒤.”
네프티스가 두 팔을 벌렸다.
“네가 군단장이라는 사실을 이 세상에 공표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