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985)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985화
“앞으로 1개월 뒤, 네가 군단장이라는 사실을 이 세상에 공표할 거야.”
시몬을 비롯해 리처드와 안나의 입이 벌어졌다. 리처드가 벌떡 일어났다.
“네프티스 님 그건……!”
“무슨 말인지 알겠지?”
네프티스가 생글생글 웃었다.
“3학년부터는 군단장으로서 학교에 다니게 되는 거야, 시몬!”
육체와 사고가 얼어붙었다.
다음 달부터 온 대륙 사람들이 내가 군단장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고?
그리고 군단장으로서 학교에 다니게 된다고?
‘무, 물론 내가 네프티스 님께 부탁드린 거긴 하지만…….’
막상 말을 들으니 조금 갑작스럽게 느껴졌다.
빵빵하게 부풀어 오른 배를 탱탱 두들기던 네프티스가 히히 웃었다.
“왜, 갑작스러워?”
“조, 조금요.”
“모든 준비가 끝났으니까 하는 말이야!”
네프티스가 짜리몽땅한 두 팔을 펼쳤다. 커다란 흰색 옷소매가 펄럭였다.
“여론에 변화를 일으키려고 꾸준히 노력한 결과! 이제는 배신의 군단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제에 찬성하는 의견이 60%를 넘어섰어.”
“……아.”
“다른 건 몰라도 ‘배신의 죄’만큼은 관대하지 않은 연합민들의 성향을 고려해 보면 파격적인 일이야. 그만큼 ‘결사의 대항마 = 7군단’이라는 이미지 구축이 잘 먹혔다고 생각해!”
네프티스가 호박파이를 들더니 한입 크게 베어 먹었다. ‘아우응!’ 하고 몸을 파르르 떨며 만족감 가득한 소리를 냈다.
“무얼 망서여? 냠냠! 시몬은 이제 정식 3학년 학생회장인 만큼 키젠이라는 든든한 뒷배가 있고, 무엇보다 매그너스가 죽었잖아.”
‘……매그너스.’
생각해 보니 그렇긴 했다.
지금까지 동기들은 물론, 학생회 멤버들에게까지 비밀로 하면서 배신의 군단이라는 정체를 숨겼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매그너스였다.
그는 상식이 통하지 않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과격한 테러리스트였다. 시몬의 7군단을 얻기 위해 로크섬에 침입하거나 펜타모니엄을 멸망시키려고까지 했다.
매그너스와의 사건에 절대 친구들을 끌어들이고 싶지 않았기에 시몬도 강박적으로 정체를 숨겼지만, 이제 그 가장 위험했던 매그너스라는 난적은 사라졌다.
“하지만 너무 성급합니다, 네프티스 님. 군단장이 되면 모든 네크로맨서들의 표적이 됩니다.”
이번에는 리처드가 자리에서 일어나 의견을 말했다.
“몇 년 전에 저와 상의하셨잖습니까. 시몬이 7군단장이라는 사실을 드러내는 건 졸업한 뒤에…….”
“그 몇 년 전과는 상황이 달라졌어, 리처드.”
네프티스가 눈을 감고 턱을 괴었다.
“결사가 이제 대륙의 가장 큰 적으로 떠올랐어. 7군단장이 결사의 대항마이자 아이콘으로 떠오른 이상, 지금만큼 정체를 밝힐 적기는 없어.”
“하지만……!”
“무엇보다.”
그녀의 눈이 게슴츠레 떠졌다.
“결사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아. 무조건 올해 안에 대륙의 운명이 결정 날 거야. 격변이라는 말로도 모자란 큰 사태가 벌어지겠지. 이때 군단장이라는 전력은 반드시 제 역할을 해줘야 하고, 그중에서도 7군단과 5군단을 통합한 시몬의 역할이 특히 중요해.”
“네프티스 님~”
그때 안나가 끼어들었다.
“입가에 소스가 잔뜩 묻었어요.”
“우붑! 웁!”
그녀가 물수건으로 네프티스의 입가를 꼼꼼히 닦았다. 네프티스가 마구 고갯짓하며 싫다는 듯 바둥댔지만, 안나의 꼼꼼한 손길에서 피할 수 없었다.
“안나아! 입술 따가워어!”
“조금만 참아주세요.”
암흑연합의 지배자였다가, 어느새 또 엄살 피우는 아이로 돌아왔다. 지켜보는 시몬은 작게 웃음을 흘렸다.
“암튼!”
네프티스가 소파 위로 데구루루 공처럼 굴러서 빠져나온 뒤 옆의 초콜릿을 집어먹었다.
“시몬의 정체를 대륙에 공개하고, 곧 시작할 3학년 과정에서는 7군단의 성장에 키젠의 역량을 집중할 생각이야! 수업도 적절하게 바꿔야겠지? 2군단장 진 아르스칼트는 소환 장송학 임시 교수에서 정식 교수로 승격시키고 ‘군단학’ 담당으로! 시몬의 다른 에이션트 언데드들도 지금보다 더 강해져야 해!”
네프티스의 이야기는 합당해 보였다.
3학년 과정에 군단장 커리큘럼 추가. 그만큼 다가올 전쟁에 7군단의 성장과 활약이 필수적이란 뜻이었다.
시몬은 고심하다가 슬쩍 리처드 쪽을 바라보았다. 그는 무척 복잡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안나도 마찬가지였다.
“나도 알아. 리처드, 안나.”
네프티스가 입을 열었다.
“과거에 몇 번이고 세계를 구한 너희들이라면 알 거야. 앞으로 얼마나 힘들고 고된 일이 펼쳐질지. 자식에게 그런 운명을 물려주기 싫은 것도 이해는 해.”
그녀가 고개를 기울이자 은빛 머리카락이 가볍게 찰랑였다.
“하지만 나는 세계의 절반을 책임지는 총수로서, 모든 수단을 강구해야 할 의무가 있어. 물론 당사자의 의견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그녀의 반짝이는 청안이 시몬에게로 향했다.
“네 생각은 어때? 시몬. 만약 네가 거부한다면 일반적인 키젠 3학년 커리큘럼을…….”
“하겠습니다.”
시몬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네프티스 님의 계획에 제 역할이 있다면 기쁘게 받아들이겠습니다.”
“시몬!”
시몬이 고개를 돌려 리처드와 안나를 바라보았다.
“아버지, 엄마. 제가 결사를 막고, 배신의 군단이라는 오명을 씻겠어요. 그게 제 오랜 꿈이었으니까요.”
리처드와 안나가 서로의 손을 꼬옥 붙잡았다. 네프티스가 ‘음! 음!’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시몬! 하지만 딱 한 가지. 지금 당장 네 정체를 세상에 공개하려면 넘어야 할 벽이 있어.”
“그게 뭐죠?”
“샤헤드 왕국.”
그녀가 꽁한 표정으로 볼을 부풀렸다.
“네 정체를 공개하면, 그들이 가장 괴롭고 거슬리는 적이 될 거야.”
암흑연합 4대 왕국 중 하나인 샤헤드 왕국은 배신의 군단 사태의 직접적인 피해 당사국 중 하나였다.
그들의 영토에서 벌어진 일은 아니었으나, 당시 암흑연합의 명운을 가르는 전쟁이었기에 많은 병력을 급파했고, 그 사태에서 많은 인재들을 잃게 되었다. 심지어는 왕족까지 희생당했다고 한다.
실제로 전에 네프티스가 ‘배신의 군단이 돌아왔다’는 소식을 밝혔을 때, 7군단의 복귀에 반발한 다른 왕국들은 군단장에 대한 수배령을 내린 정도였지만, 샤헤드는 아예 잡아 죽이라는 ‘척살령’까지 내릴 정도였다.
그들에게 소속된 전력, 그리고 그들 국적의 네크로맨서 인사들도 상당히 많으니 무시할 수 없었다.
“하지만 바로 지금, 샤헤드에 대한 여론을 뒤바꿀 기회가 있어.”
“그게 뭐죠?”
시몬이 기대 가득한 표정으로 묻자, 네프티스는 의아한 눈으로 리처드와 안나를 바라보았다.
“세계 여행했다더니 아무것도 모르나 보네에?”
“아, 네! 아들이 워낙 외지를 돌아다니는 걸 좋아해서요!”
리처드가 허허허! 웃으며 얼른 무마했다. 네프티스는 ‘뭐, 상관없지’ 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시몬을 바라보았다.
“일국의 왕이 피랍됐다는 사실이 믿어져?”
“네?”
“지금, 샤헤드 왕국의 국왕 부부가 결사에 의해 붙잡혀 있어.”
***
왕국의 왕족들은 늘 그렇듯 지방의 관리에 관심이 많다.
특히 샤헤드의 역사는 수많은 반역으로 얼룩져 있다. 중앙집권이 된 시기도 다른 왕국에 비해 짧았고, 현재의 국왕 또한 지방 토착 세력이었다가 중앙으로 진출해 왕족이 된 경우였다.
따라서 왕정에서는 연초 기간에 지방의 귀족들을 중앙에 불러들이고, 연말 기간에는 직접 지방을 순례한다. 지방 세력들을 견제하고 중앙의 영향력이 느슨해졌을 각 지방에 다시금 영향력을 끼치기 위한 정치적 행동이다.
그리고 결사 사태로 어느 때보다 지방이 시끄러워진 지금, 샤헤드의 국왕은 왕비 및 대신들과 함께 지방을 순례했고.
마지막 일정에서 발목을 잡히고 말았다.
“사건이 일어난 곳은 ‘벨하이츠’라는 이름의 영지야!”
네프티스가 나무 벽에 서류들을 착착 붙이며 말을 이었다.
“국왕 부부의 고향이기도 해! 보다시피 드높은 암벽 위에 지어진 요새 도시인데, 역사상 단 한 번도 전쟁에 의해 함락된 적이 없어! 난공불락이지!”
“흥미롭네요.”
시몬이 고개를 끄덕이며 이야기를 들었다.
“바로 이곳에!”
네프티스가 마력 촬영기로 찍힌 사진을 벽에 붙였다.
“결사로 추정되는 자들이 영지에 전체에 이상한 마법을 걸었어.”
“아!”
드높은 암벽 위, 도시가 있어야 할 곳에 회색의 벽이 펼쳐져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벽이라기보다는, 어떤 음침한 에너지가 이 영지를 휘감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벌써 2주째야. 이 내부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아무도 몰라. 암흑연합의 수많은 네크로맨서들이 내부에 들어갈 수단을 강구해 보았지만 전부 실패로 돌아갔어.”
네프티스가 이마를 짚은 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시몬이 손을 들었다.
“결사의 기술로 만든 ‘포탈’은 써보셨어요?”
“웅웅! 하지만 저 벽 때문인지 좌표가 어그러져 있어. 사람을 보내보니까 다른 곳으로 나오더라구!”
“음.”
네프티스가 갑자기 머리가 아프다며 주방으로 쪼르르 달려가더니, 디저트로 시원한 샤베트 하나를 받아서 들고 나와서 냠냠 스푼으로 떠먹었다.
저 작은 배에 저렇게 많은 음식물이 들어가는 게 미스테리였다.
“알란드 총장 살해 사건 이후 결사가 저지른 가장 큰 사건이야. 이대로 국왕 부부가 살해당하거나 실종된다면 암흑연합은 혼란에 빠질 거라구. 지금 왕도에 남아 있던 첫째 아들이 이제는 내가 ‘국왕’이라며 선언해 버리고, 둘째 아들이 그건 용납하지 못한다며 반란을 일으킬 조짐까지 보이고 있어. 하지만-”
그녀가 시몬을 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그 유명한 7군단이라면 뭔가 방법이 있겠지이? 공간계 기술 같은 것도 쓴다던데.”
‘……군단기 비월을 말씀하시는 거구나.’
시몬은 눈을 감고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저 벽 너머로 다짜고짜 비월을 쓰는 건 현실적으로 힘들다.
물론 생각해 둔 다른 수단은 있다.
고민을 거듭하던 시몬이 눈을 떴다.
“네, 저희라면 어떻게든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음!
네프티스도 방긋 웃었다.
“시몬이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기한은 그리 많지 않아. 5일!”
그녀가 짜리몽땅한 다섯 손가락을 펼쳤다.
“암흑연합의 체면도 체면이니까, 5일 뒤에는 연합에서 내부의 사람들의 안위를 신경 쓰지 않는 다소 과격한 방법을 투하할 예정이야. 그 전까지 7군단이 처리해 줬으면 좋겠어.”
“맡겨주세요.”
시몬이 벌떡 일어났다.
“지금 바로 출발하겠습니다. 군단을 집결시킬게요.”
“응응! 바로 피어의 유적으로 갈 거지? 텔레포트 마법진을 준비해 둘게.”
“…….”
그 순간 안나가 초롱초롱한 눈으로 시몬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시몬이 진땀을 흘리며 다시 자리에 앉았다.
“……점심밥만 먹고 출발하겠습니다.”
“어머나~ 바로 식사 준비해야 겠네!”
“밥! 나도 밥!”
네프티스가 두 팔을 번쩍 세우며 주방으로 떠나는 안나를 뒤따라갔다.
***
암흑연합의 수장 네프티스로부터 직접 새로운 임무를 받았다.
다름 아닌 샤헤드 국왕 부부의 구출과 벨하이츠 영지의 해방.
네프티스의 말대로 7군단장을 원수로 생각하던 샤헤드의 여론을 바꿀 좋을 기회이기도 했지만, 그 전에 결사에 의해 많은 사람의 생사가 불분명해진 상황이니 가만히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
시몬은 바로 네프티스가 준비해 둔 텔레포트 마법진을 타고 로크섬으로 돌아온 뒤, 곧장 피어의 유적으로 향했다.
“피어!”
[크흐흐! 일찍 왔군 소년!]5군단이 합류한 이후, 유적은 언제나처럼 북적거리고 있었다. 그 가운데 무형의 망토를 두른 피어가 시몬을 반겼다.
“모두에게 할 이야기가 있어요. 지금 바로 모든 대장들을 소집해 주시겠어요?”
“이제 7군단이-”
시몬이 입꼬리를 올렸다.
“양지로 나올 순간이 찾아온 것 같습니다.”
크하하하하하하하!
그 말에 피어가 크게 웃음 지으며 바닥에 꽂은 파멸의 대검을 짊어졌다.
[금방 다녀오지!]“잘 부탁드립니다!”
피어가 떠나고.
[알라제. 보고 사항 존재.]시몬의 아공간에서 빠져나온 전 5군단의 에이션트 언데드, 알라제가 입을 열었다.
[뮤르의 군함 제어 완료. 군단장의 확인 필요.]시몬이 고개를 돌렸다.
“그게 준비됐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