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988)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988화
카쟌의 브리핑이 시작되었다.
“이게 바로 난공불락의 절벽 영지, 벨하이츠의 모습이다.”
카쟌이 마력 촬영기 사진을 동굴 벽에 붙였다. 시몬은 이미 봤지만, 다른 에이션트 언데드들은 모두 처음 보는 사진이었기에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고개를 내밀었다.
절벽 높은 곳에 자리 잡은 천혜의 도시.
그리고 그 도시를 둘러싸고 있는 정체불명의 벽. 단순한 결계 같지는 않아 보인다.
“현재로서는 암흑연합의 그 누구도 이 벽을 돌파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일단 ‘회색벽’이란 이름으로 부르고 있다.”
에르제베트가 관심을 보이며 끼어들었다.
[결계의 일종인가요?]“학자들 간에 의견은 갈린다만 결계는 아니다. 결사의 새로운 기술인지, 마법인지, 아티팩트의 효과인지 정확한 건 알 수 없다. 대륙에 존재하는 물질이 아닐 가능성도 있다더군.”
헤르세바가 키득거리며 웃었다.
[또 결사에서 다른 세계나 던전의 물질을 가지고 와서 장난치나 보네.]“그래. 자세히 설명하지.”
영지를 휘감고 있는 회색벽은 정말로 ‘벽’은 아니다. 일종의 연기나 안개처럼 보이는데, 기이하게도 기체에 금속과도 같은 강도가 있다고 한다. 즉, 금속이 연기처럼 휘몰아치고 있는 셈. 대륙의 물질계에서는 발견된 적 없는 현상이다.
그러니 누구든 저기를 무리하게 통과하려고 하면.
“갈기갈기 찢기게 된다.”
카쟌은 무겁게 말했지만 프린스가 와하하! 웃으며 아이처럼 손뼉을 쳤다.
[시몬! 들었어? 찢긴대! 갈가리 찢긴대!]“그래, 그래.”
시몬은 태연히 말을 받으며 다시 카쟌에게 눈짓했다. 카쟌이 헛기침을 한번 한 뒤 설명을 재개했다.
“간단히 말해 끝없이 움직이는 벽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강한 힘을 가해도 조금 흩어질 뿐 금방 연기가 차올라 원래의 형태로 돌아가지. 저주나 열, 전파 등도 먹히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마나를 차단하는 성질이 있어서 내부를 들여다볼 수도 없다고 하더군.”
“어렵네요.”
“그래서 지난 2주간, 저 영지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카쟌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결사에 의해 사람들이 모진 고문이나 생체실험을 당하고 있을 수도 있고, 최악의 경우 이미 내부도 저 연기로 가득 차서 도시가 가루가 됐을 가능성도 있다.”
“…….”
잠시 생각에 빠져 있던 시몬이 말했다.
“네프티스 님이 저희 군단에 기한을 5일 주셨는데, 5일 뒤에는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거죠?”
카쟌이 침음을 흘리며 눈 밑의 흉터를 슥슥 긁었다.
“비대칭전력인 파괴 무기를 사용해 회색벽을 제거할 예정이라고 한다. 물론 그걸 쓰게 되면 벨하이츠 내부에 있는 사람들이 무사할 가능성도 희박해지지.”
[어머나, 너무 과격한 거 아니와요?]“그만큼 암흑연합과 샤헤드 왕가가 결사에게 체면을 구기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결사가 원하는 대로, 연합국 간의 결속이 약화될 우려가 있지.”
카쟌이 시몬과 언데드들을 훑어보았다.
“믿을 건 7군단뿐이다. 이번 일로 모두가 체면을 구기고 있는 가운데, 결사의 천적으로 이름 높은 너희가 활약해 준다면 세상은 너희를 다시 보게 되겠지.”
짜악!
신이 난 프린스가 손뼉을 치더니 벌떡 일어났다.
[좋아! 우리가 영웅이 된다 이거지? 가자 가자!]분위기가 달아올랐다. 상황은 잘 모르지만 분위기에 반응한 언데드들이 뒤에서 열렬한 괴성을 질러댔고, 피어와 에르제베트는 벌써 회색벽 안으로 들어간 뒤 도심지에서 벌어질 전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모두가 신이 나서 이야기하고 있는 가운데.
[뚫을 방도가 없지 않겠습니까.]우뚝.
잠시 유적 내부에 정적이 일었다.
이내 모두의 시선이 가장 뒤쪽으로 향했다. 속박된 채 앉아 있는 시큰둥한 표정의 좀비집사가 보였다.
[왕을 구해내고 벨하이츠의 영웅이 된 뒤에 군단장의 정체를 공개한다. 말은 쉽지요. 지금까지 벽을 넘는 건 그 어떤 네크로맨서도 못 해낸 일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그가 낀 외눈 안경이 좌우로 가볍게 흔들렸다.
[거기 인간분, 카쟌이라고 했습니까? 옆에 넘겼던 벽을 공략하는 사진을 다시 보여주시죠.]“알겠다.”
카쟌이 사진을 넘겼다. 고위계의 한 강대한 네크로맨서가 회색벽에 흑마법을 쏟아붓는 모습이 보였다.
[벽이 출렁이며 퍼져 나가는 흐름이나 갈라지는 폭을 고려했을 때 회색벽이 들어차 있는 범위는 상상 이상으로 방대합니다. 벨하이츠 영지 직경의 1/10 정도는 차지하겠죠. 아마도 그 공간을 가르는 파멸의 대검을 믿는 모양인데.]좀비집사의 시선이 잠시 피어에게 머물렀다가 돌아갔다.
[공간을 베어도 조금 뒤에는 그 빈자리에 연기가 찰 겁니다. 연달아 뚫고 갈 것을 가정하면 12초 내에 한 번 꼴로 공간을 베고 앞으로 나아가 또 공간을 베어야 하는 결론이 나오겠죠. 이것을 50회 이상 반복해야 뚫을 수 있을 겁니다. 가능하다고 한들 녹초가 되어 이후의 전투는 불가능하게 되겠죠.]좀비집사가 눈을 감았다.
[가끔은 무작정 움직이는 것보다, 가만히 관조하는 판단이 필요할 때도 있습니다.]“…….”
[…….]동굴에 깊은 정적이 일어났다.
모두가 신기한 생물이라도 본 듯, 놀란 얼굴로 좀비집사를 보고 있었다.
[말 많네.]헤르세바가 감탄하며 말했다.
[집사가 저렇게 말 많이 하는 거 처음 봐! 신기해!]프린스가 폴짝 뛰었다.
[알라제. 집사가 저렇게 말이 많은 성격이었사와요?]에르제베트가 물음에 알라제가 꿈틀거리며 답했다.
[좀비집사. 좋아하는 분야에 한해서. 수다 선호.] [……시끄럽습니다.]크흐흐흐흐!
피어가 어깨를 들썩이며 웃었다. 프린스가 앞으로 나왔다.
[근데 우리가 뭐 머리 굴리고 계산하고 그랬던 적 있던가? 그냥 부딪히는 거야! 부딪히다 보면 뭐-]이내.
이 자리에 있는 모두의 시선이 시몬에게로 향했다.
[이 녀석이 어떻게든 해주겠지.]모두의 중심은 시몬.
에이션트 언데드는 이성을 갖고 있지만, 결국 생물적, 정신적으로 언데드가 할 수 있는 사고의 한계를 넘을 수 없다.
하지만 생물인 인간의 의외성, 인간이 벌이는 엉뚱한 일들은 늘 어떤 식으로든 파란을 일으킨다. 그렇기에 그들은 인간에 흥미를 느끼고 인간과 손을 잡는다.
“그 말대로.”
시몬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가 어떻게든 해볼게. 모든 대장들은 결사와의 전투준비에 전념해 줘.”
[네, 군단장님!] [해보자!]모두가 분주하게 흩어지며 휘하 언데드들을 통제하러 떠났다. 프린스는 낄낄대며 여전히 시큰둥한 좀비집사를 번쩍 들더니 함께 이동했다.
주위가 조용해졌다. 이내 시몬도 걸어가서 나름대로 준비를 하려는데.
“시몬.”
카쟌이 손짓했다. 시몬이 그를 돌아보았다.
“네?”
“언데드들은 관심 없겠지만, 너는 들어야 하는 이야기다.”
“아. 브리핑할 내용이 남았나 보네요.”
카쟌이 찌뿌둥한 뒷목을 붙잡은 채 눈을 감았다.
“그래, 인간들의 정치 문제다.”
시몬이 ‘윽’ 하는 표정을 지으며 어깨를 늘어뜨렸다.
하기야, 걸어 다니는 정치 이슈 덩어리인 국왕 부부가 결사에 붙잡혔는데 정치 문제가 없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카쟌이 굳이 이쪽 이야기를 꺼내는 건, 벨하이츠 공략에 필요한 요소가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네프티스 님도 이야기해 주셨어요. 왕자들이 자기가 왕이라고 주장하면서 서로 갈라져서 싸운다면서요?”
카쟌이 입꼬리를 올렸다.
“이야기가 빠르겠군.”
***
하루 뒤, 모든 준비가 끝났다.
시몬은 키젠 측에서 준비한 텔레포트 마법진을 타고 쾌적하게 현장으로 이동했다.
‘저기구나.’
도착하자마자 보였다.
황무지 위에 떡 하니 솟아 있는 암벽산.
그리고 그 위에 펼쳐져 있는 회색벽. 저 내부에 샤헤드의 영지이자 국왕의 고향, ‘벨하이츠’가 보인다.
이 그림이야 사진을 봐서 알지만, 처음 보는 광경도 있었다.
벨하이츠 암벽산 아래에 위치한 무수한 군 막사들.
상당한 규모였다. 암벽산 주변을 에워싸고 있는 막사 내에 말 울음소리가 들리고, 사람들의 외침 소리, 밥 짓는 소리가 들린다.
‘저길 둘러싸고 있는 게 2왕자의 병력이라고 했지.’
시몬은 피어의 본 아머를 다시 한번 점검했다. 두개골 투구로 얼굴을 가리고 로브를 뒤집어쓴 채 걸음을 옮겼다.
샤헤드 왕국의 국왕과 왕비의 생사가 불분명한 지금, 샤헤드의 정세는 폭풍전야였다. 현재 국왕 부부에게는 왕위를 물려받을 수 있는 아들이 세 명 존재했다.
가장 세력이 강성한 1왕자는 샤헤드 왕궁을 점거했다. 그리고 자신을 ‘국왕’이라고 선포하고 사태 수습을 위한 전시 명령까지 내린 상태다.
살짝 세력이 밀리는 2왕자는 명분을 챙기기 위한 ‘효자’ 포지션을 고수했다. 아버지 어머니가 벨하이츠에 갇혀서 고충을 겪고 계신데, 자식 된 입장에서 어찌 편안한 왕궁에서 희희낙락할 수 있겠냐며 직접 갑옷을 입고 부모가 있는 현장에서 회색벽 제거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적인 이유는 ‘군사력 결집’.
국왕 부부를 지키기 위한 명분으로 병력을 계속해서 모으고 있는 것이다. 국왕과 왕비의 죽음이 확실시되는 순간, 말 머리를 돌려 왕궁으로 치달을 것이다.
샤헤드의 각 대신들과 지방 세력들은 모두 이 두 왕자를 지지하는 세력으로 양분해 있다. 3왕자가 있긴 한데 이쪽은 힘이 미약해서 거의 없는 사람 취급이라고 한다.
“누구냐!”
정신없이 생각에 빠져 있는 사이, 어느새 시몬은 군막 앞에 도착해 있었다.
철컥!
철컥!
군막의 울타리 뒤로 무수한 활들이 시몬을 겨누었고.
스릉!
챙!
중무중한 병사들이 무기를 쥔 채 슬금슬금 시몬의 주위를 포위해 가고 있었다.
“누구냐고 물었다! 정체를 밝혀라!”
초병의 요구에 불응하는 침입자. 당장 공격해도 문제는 없지만, 병사들은 이 정체불명의 남자가 풍기는 분위기에 압도당해 있었다.
‘시작해 볼까.’
시몬의 후드 안에서 검푸른 안광이 번뜩였다.
[비켜라.]피어의 목소리를 빌린 시몬의 말이 주위로 울려 퍼졌다.
싸늘한 음성을 들은 병사들의 낯빛이 즉각 어두워졌다. 창끝이 떨리는 자들도 있었다.
“무슨 소란이지?”
살짝 위협하니 반응은 곧바로 왔다. 한 무리의 네크로맨서들과 함께 화려한 복장의 남자가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시몬은 그가 누군지 한눈에 알아차렸다.
‘2왕자. 직접 왔네.’
샤헤드의 이미지는 조금 더 전통적이고 날카로운 이미지였는데, 그냥 흔히 보이는 귀금속으로 치장하고 좋은 옷을 입은, 그림으로 그린 듯한 고위 귀족이었다.
이내 신하로 보이는 남자가 와서 귓속말을 속닥거리자, 2왕자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당신이 그 배신의 군단장인가? 소문이 자자한 결사 킬러께서 직접 행차하셨군! 안 그래도 언론에서 언제 오나 말이 많던데.”
그가 팔을 들어 올렸다.
“이야기 좀 하지?”
처적! 척! 척! 척척!
병사들이 빠르게 주위를 둘러싸기 시작했다.
[샤헤드에는 상식이 없군.]시몬이 천천히 후드를 붙잡아 내렸다.
이내 그의 얼굴을 가린 두개골 투구가 번뜩이며 안광을 뿜어냈다.
[대화를 논하며 창끝을 세우지 마라. 병력을 쓰지 못해서 가만히 있는 게 아니니.]병사들이 시몬이 풍기는 살기에 겁에 질린 표정을 지었다.
2왕자의 얼굴이 싸늘해졌다.
“이봐, 분위기 파악을 못 하는 것 같은데. 넌 지금 척살령이 내려진 범죄자야. 어딜 감히 정규군 앞에서……!”
“실례합니다, 왕자님.”
따악. 딱.
지팡이를 짚고 한 늙은 네크로맨서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 뒤에는 거대한 블러드 골렘이 호위하듯 따르고 있었다.
“여기서 연합의 군단장을 자극해서 좋을 일이 없습니다. 왕자님의 넓은 그릇으로 아량을 베풀어주시지요.”
왕자가 쯧 하고 혀를 찼다. 늙은 네크로맨서가 시몬에게 말을 걸었다.
“처음 뵙습니다, 배신의 군단장. 결사를 추적하고 있다는 소문은 들었습니다만, 이건 왕가의 일입니다. 외부인이 낄 문제가 아니지요.”
말이 좀 통하는 사람이 나타난 것 같았다.
시몬은 안주머니에 손을 넣었다가, 이내 키젠의 인장이 박힌 서신을 꺼내 들었다.
[죽음의 마녀의 의뢰를 받았다.]그 이름에 샤헤드 병사들의 얼굴이 더더욱 굳어졌다. 늙은 네크로맨서는 서신을 받아서 읽어보더니 2왕자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2왕자가 다시 쯧 하고 혀를 찼다.
“그럼 처음부터 그렇게 말하든가.”
시몬은 가만히 2왕자를 응시했다.
피어의 목소리가 시몬의 머릿속에 울려 퍼졌다.
[크흐흐흐! 이 남자, 자기 부모를 구해내는 일인데 뭔가 탐탁지 않아 하는군!]‘그런 것 같네요.’
아직 부모가 사망했다고 판명이 나지 않은 시점에서, 왕자들 모두 ‘왕위’를 놓고 일을 벌이고 있다. 만약 왕과 왕비가 살아 돌아오면 두 왕자의 입장은 난처해질 게 뻔하다.
거기에 그들은 왕위를 자신이 차지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하고 있을 터, 많은 대신들과 지방 귀족들이 그들을 왕처럼 떠받들어 주고 있다.
한번 권력의 맛을 본 이상, 예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
‘그런 게 권력이니까.’
하지만 시몬이 2왕자를 찾은 이유는 따로 있다.
“군단장 양반, 와준 건 고맙지만 아마 헛수고일 거요. 누구도 저 회색벽을 뚫을 수 없…….”
[왕가의 문장.]“?”
시몬이 2왕자의 목걸이를 가리켰다.
[있으면 수색에 도움이 될 것 같다만.]“뭐?”
샤헤드의 왕족들은 모두 왕가의 문장을 보유하고 있다.
문장끼리는 서로 끌어당기는 힘이 있다고 한다.
이걸 가지면 왕과 왕비가 어디 있는지 찾기 한결 편해질 것이라고 카쟌이 귀띔했다.
“이봐! 불경한 것도 정도가 있지!”
2왕자가 분노했다.
“이건 내가 왕족이라는 증거……!”
우우웅-!
그때 군막 뒤에서 눈부신 빛이 번쩍였다.
늙은 네크로맨서와 2왕자가 움찔한 표정을 지으며 뒤를 돌아보았다.
잠시 후.
저벅 저벅.
“다들 반갑소.”
이제는 떡하니 왕관을 쓴 젊은 청년이 걸어 들어왔다. 가느다란 실눈에 입꼬리를 올린 표정이 인상적이다.
시몬은 누군지 바로 깨달았다.
‘1왕자.’
“뭐야? 형이 어떻게 여기까지……!”
2왕자가 울컥한 반응을 보였다. 1왕자는 생글생글 웃는 얼굴로 자신이 이끄는 네크로맨서 호위단과 함께 시몬에게 다가왔다.
“처음 뵙겠소, 배신의 군단장.”
그때 한 기사가 다가와 그에게 귓속말을 했다.
1왕자가 고개를 끄덕인 뒤 말했다.
“아바마마와 어마마마를 구해준다니, 자식 된 입장으로서 감사를 표하는 바요. 어찌 내가 조력을 하지 않을 수 있겠소.”
스륵.
그가 목걸이를 뽑아 들고는 2왕자를 바라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왕가의 문장, 내가 내어드리리다.”
***
같은 시각.
키젠 본부.
“엄마!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요?”
회의장 밖에서 네프티스와 로레인은 심각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언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었다.
“시몬 혼자 벨하이츠에 보낸 게 사실이에요?”
네프티스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야 시몬이라면 벨하이츠를 해방하는 게 가능할 테니까. 아니, 시몬이 이 정도도 못 하면 아무런 계산도 성립되지 않아.”
“그런 무책임한 이야기가 어디 있어요!”
로레인이 발끈한 얼굴로 씩씩거리다가 이내 고개를 돌렸다.
“로레인! 어디 가?”
어느새 그녀가 방에서 커다란 가방하나를 어깨에 메고 나타났다.
“가출. 시몬을 도우러 갈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