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991)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991화
시몬과 톨은 바리케이드를 넘어 비밀 은거지에 도착했다.
하수도에서 꽤 넓은 크기의 공간에 사람들이 자리잡고 있었다. 벌써부터 생존자들의 웅성거리는 이야기 소리, 아기 우는 소리가 들린다.
전체적으로 이곳의 분위기는 무거워 보였으나.
“여러분! 제가 왔습니다!”
톨의 등장은 그 위축된 분위기를 완전히 바꾸어놓았다. 숨어 있던 생존자들이 톨을 보고는 고개를 번쩍 들었다.
“톨! 무사했구나!”
“죽은 줄 알았어!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
생존자들이 기뻐하며 톨에게 몰려들었다. 그중 몇몇은 어쩔 도리 없이 음식이 든 톨의 가방을 보고 있었다.
톨은 흔쾌히 본인의 가방을 가장 나이 많은 노인에게 건네며 분배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러곤 한 발짝 옆으로 물러나며 외쳤다.
“자! 이 숨어 사는 지하 생활도 이제 끝이야! 벽 밖에서 우릴 도와줄 사람이 찾아왔어!”
생존자들이 환호성을 터뜨렸다.
“드디어 왕국군이 회색벽을 허물고 왔구나!”
“역시 1왕자님이야! 믿고 있었어!”
“2왕자님이지?”
톨이 슬쩍 시선을 돌렸다.
“하하, 그러고 보니 너무 정신없어서 존함을 여쭙지 못했습니다. 희망님.”
저벅 저벅.
피어의 본 아머로 무장한 시몬이 모습을 드러냈다.
겉으로 풍기는 피어의 위압감에 다들 움찔한 반응을 보였지만, 네크로맨서 시대에 사는 사람들이라 그런지 그 이상으로 겁내진 않았다. 모두들 눈을 빛내며 시몬의 말을 기다렸다.
[나는 키젠의 의뢰를 받고 결사를 척결하기 위해 파견된.]이내 시몬의 입이 열었다.
[제7군단장이다.]뚝.
지하에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조차 들릴 만큼 지독한 정적이 내려앉았다. 시몬은 이런 상황을 예상했는지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래, 이게 현실이지.’
밖에서 일어나는 일들.
여기 이 생존자들은 자신들을 죽게 내버려 두려는 1왕자와 2왕자의 흉악한 흉계를 모른다.
자신들을 죽이려는 왕자들을 찬미하고, 직접 구하러 목숨을 걸고 온 군단은 배신의 죄로 나쁘게 볼 수밖에 없는 아이러니함.
어쩔 수가 없는 일이었다.
사실 큰 기대도 하지 않았다. 이들에게 정보를 얻고, 어떻게 벨하이츠를 해방할지 고민하는 게 더 중요한…….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
갑자기 천둥처럼 쏟아지는 탄성에 시몬이 깜짝 놀라며 눈을 떴다. 사람들이 기뻐하며 팔을 번쩍 들거나 자기들끼리 얼싸안으며 기뻐하고 있었다.
“7군단! 7군단이 왔다!”
“내가 뭐랬소! 배신의 군단장이 제일 먼저 올 거라고 하지 않았소!”
“결사가 있는 곳에는 무조건 7군단이지!”
예상치 못한 반응.
샤헤드는 4개 왕국 중에서 7군단에 대한 인식이 가장 나쁜 곳 아니었나?
시몬이 어리둥절한 얼굴로 서 있는 가운데, 톨이 머리를 긁적이며 다가왔다.
“사실 보름 동안 갇혀서 할 것도 없고, 계속 토의했습죠! 누가 제일 먼저 우릴 구하러 와줄지 말이지요. 여러 후보들이 중에서 가장 유력한 사람이 바로 7군단장님이셨습니다.”
팔짱을 낀 그가 훗 하고 웃었다.
“본인의 일에만 몰두하는 다른 군단장들과는 다르다! 다른 건 몰라도 결사에 대해서는 배신의 7군단만 한 전문가가 없죠! 저도 물론 군단장님을 1위로 찍었습니다!”
시몬은 살짝 전율했다.
이게 바로 네프티스가 말한 여론 전환.
괜히 그녀가 시간을 들여서 ‘결사의 대항마’라는 이미지를 구축한 게 아니었다. 사람들 앞에서 이토록 강하게 인식 변화가 체감이 된 적은 처음이다.
‘결사가 내게 시련을 줬지만, 동시에 기회도 주는구나.’
진짜로 아이러니한 건 바로 이쪽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한 꼬마아이가 딴지를 걸었다.
“톨 형! 톨 형은 유령왕녀를 1위로 뽑았잖아! 2위가 배신의 군단장이구!”
“쉿! 쉿!”
시몬은 속으로 웃음을 흘렸다.
사실 양지로 올라오겠다고 모두 앞에서 말하긴 했지만, 여전히 긴가민가한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 사소하지만 강렬한 경험을 통해, 시몬은 조금 더 자신감을 가져도 될 것 같다고 생각했다.
***
“7군단장님의 도움으로 얻은 식량입니다! 같이 드시죠!”
생존자들은 톨이 챙겨 온 식량으로 굶주린 배를 채웠다.
다들 얼굴에 활력이 생겼다. 배가 든든해지고, 나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이 생기니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다.
주로 젊은 사람들이나 아이들이 시몬에게 도와주러 와서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다른 나라 네크로맨서가 이렇게 발 벗고 나서주는데 왕자들이나 대신들은 대체 뭘 하는 거람.
-이래서 샤헤드는 군단장을 못 배출한 거라고. 마인드가 달라.
시몬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흘려들으며, 왕가의 문장이 반응한 곳을 찾고 있었다.
“아버지, 제발 좀 드세요. 일주일 내내 아무것도 못 드셨잖아요.”
중년의 여성이 톨이 가져온 빵을 애타게 내밀고 있었다. 시몬은 걸음을 멈추고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고집스러운 인상의 노인이 고개를 홱 돌렸다.
“배신의 군단이 가져온 음식 따위 먹지 않겠다! 차라리 죽고 말지!”
“아버지! 제발 고집 좀 그만 부리세요!”
이런 광경들이 심심치 않게 보였다.
사실 시몬을 반기는 사람들은 톨을 중심으로 한 젊은이들이 대부분이고, 생존자 무리 중에 절반 가까이 되는 사람들이 적대감 가득한 눈으로 시몬을 노려보고 있었다.
식량은 손도 대지 않고, 7군단의 등장에 기뻐하는 톨과 젊은이들을 한심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사람 간의 갈등이 피부로 체감된다.
“저런 자가 어떻게 얼굴을 들고 다니는지 모르겠군.”
“어, 어서 우리 은거지에서 나가!”
심지어 소심하게 데구르르 돌을 던지는 사람까지 있었다.
모두의 신뢰를 얻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건 시몬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 정도 일로 상처받을 건 없다.
중요한 건 내 할 일을 하는 것.
시몬은 천천히 걸어서 마침내 벽에 기대어 앉아 있는 한 젊은 여성의 앞에 섰다.
‘상처가 있네.’
다친 곳이 있는지 몸이 살짝 불편해 보였다. 붕대 등으로 긴급조치 한 모습이다.
그녀가 이내 눈을 떠서 시몬을 바라보았다.
“누구, 신가요……?”
시몬은 천천히 몸을 낮춰서 그녀와 눈높이를 맞추었다.
아무리 봐도 국왕이나 왕비는 아닌 것 같았다.
[왕가의 문양을 가지고 있나?]“!”
시몬은 목에 걸고 있던 왕가의 문양을 내밀어 그녀에게 보였다. 그러자 왕가의 문양이 그녀 쪽으로 끌려가고 있었다.
그녀는 고개를 푹 숙이더니 이내 품에서 왕가의 문양을 꺼내 보였다.
“……왕비님께서 제게 이걸 주셨습니다.”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그녀는 왕비를 보필하는 시녀라는 것 같았다.
독가스가 퍼지고, 괴물들이 나타나고, 영지에 회색벽이 펼쳐지려는 이때, 왕과 왕비가 머물던 곳에도 결사의 일원들이 난입했다고 한다.
이에 왕비는 시녀에게 왕가의 문장을 맡긴 채 밖으로 가서 아들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라고 말했고, 시녀는 그 명령을 수행하기 위해 달렸지만.
이미 회색벽이 펼쳐진 뒤였다.
뒤이어 감염된 인간들이 괴물이 되어 주위를 공격했다. 시녀는 왕비의 명령을 수행하지 못한 채 목숨만 부지할 수밖에 없었다고.
모든 이야기를 들은 시몬이 고개를 끄덕였다.
[왕비와 마지막에 헤어졌던 장소는 어디지?]“국왕 부부께서 벨하이츠에 오면 늘 머물던 붉은 지붕의 저택이 있어요. 두 분이 옛날에 살던 곳이기도 하죠.”
그녀가 굳은 얼굴로 말했다.
“틀림없이 그곳에 계실 거예요.”
***
이곳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모두 얻었다.
생존자들이 가지고 있던 벨하이츠의 세부 지도, 국왕 부부가 있을 가장 유력한 장소, 결사에 의해 주민들이 끌려가던 장소, 몇 군데 생존자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추가 은거지까지.
조사는 끝났다. 이제는 시원하게 몰아칠 차례다.
그런데.
[왜 아직도 따라오는 거지?]시몬은 주민들이 있는 하수도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함께 따라 나온 톨이 헤헤 웃으며 손바닥을 비비적거렸다.
“희망님께 모든 걸 맡기기만 할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힘을 보탤 일이 있다면 얼마든 도와드리겠습니다!”
[그렇게 부르지 마라.]“하하! 이래 보여도 제가 이 도시는 꽉 잡고 있습니다! 분명 도움이 될 거예요!”
그렇게 말한 그가 멋대로 시몬의 옆으로 오더니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몇몇 분들의 반응은 너무 신경 쓰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신경 쓰지 않는다.]“분명 이번 일이 끝나면 사람들의 인식도 크게 바뀌게 될 겁니다! 제가 장담하죠! 자, 그보다 지도를 보면…….”
시몬과 톨은 함께 지도를 살폈다.
이 지도에서 시몬이 체크한 곳은 여섯 군데가 넘었다.
“제가 길 안내를 하겠습니다! 가장 가까운 곳부터 차근차근…….”
[여섯 군데 한 번에 공략한다.]시몬의 말에 톨이 당황한 듯 눈을 끔뻑거렸다.
“예? 아, 음! 물론 그렇게 되면 좋긴 하지만 아무래도 저희 둘이서는 좀 어렵지 않을까요? 하하!”
[둘이 아니다.]스르르르륵.
마침 시몬과 톨이 있는 곳으로 거꾸로 매달린 핑크색 머리카락의 여성이 내려왔다.
[군단장니임-]“흐허억!”
톨이 화들짝 놀라며 바닥에 나자빠졌다.
이내 가볍게 바닥에 착지한 그녀가 꿀 떨어지는 목소리로 시몬에게 보고했다.
[말씀하신 위치에 거미들을 다 퍼뜨려 놨사와요.] [수고했어.]놀란 가슴을 붙잡은 채 숨을 헐떡이던 톨이 에르제베트를 바라보았다.
분홍색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지도를 보고 사근사근 말하는 그녀의 모습을 본 그의 귓가에 나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와.”
지금까지 그가 살면서 본 여성 중에 가장 아름다웠다.
감탄사를 들은 시몬과 에르제베트가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에르제베트가 훗 하고 웃더니 시몬의 팔에 찰싹 달라붙었다.
[어머나, 인간 주제에 예쁜 건 아나 보네요.]시몬이 덤덤히 말했다.
[그녀는 언데드다.]이렇게 톨의 사랑은 단시간에 박살 나고 말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시몬은 아공간을 열고 좀비 하나를 꺼내더니 손에 낀 회색 반지로 좀비의 등을 툭 두드렸다.
즉각 검은 벼락이 떨어지더니, 좀비의 크기가 작아지며 어린아이처럼 변했다.
[군단의 히든카드 등장!]좀비 부대의 대장 프린스였다.
등장하기 무섭게 능숙하게 툭툭 핸드 쉐이크를 하며 세레머니를 마친 두 사람이 가까이 붙었다.
[프린스, 너는 데스랜드의 좀비들을 이끌고 이쪽으로 가줘. 붙잡힌 주민들이 인체실험을 당하고 있을지도 몰라. 이 건물을 체크한 뒤에는 마지막 목적지로.] [오케이!]에이션트 언데드들과 전략을 논의하는 모습을 넋을 놓고 지켜보던 툴이 불쑥 말했다.
“지, 진짜 군단장의 위엄! 멋지십니다! 악상이 마구 떠오릅니다! 제가 여기에 나가기만 한다면 전 세계에 희망님을 칭송하는 노래를……!”
[조용.]시몬이 톨의 말을 막은 뒤, 고개를 돌렸다.
에르제베트와 프린스는 이미 한 방향을 주시하고 있었다.
척! 척! 척! 척!
조명 한 점 없는 어두운 도시의 그늘 속에서 무수한 병력들이 몰려들고 있었다.
감염 괴물들과 함께 이번에는 마스크를 끼고 있는 한 무리의 사람들까지 와 있었다. 그들이 손에 든 사냥용 화승총 같은 무기를 철컥! 소리를 내며 겨누었다.
“저, 저들입니다! 희망님!”
톨이 시몬의 등 뒤에 철썩 달라붙으며 소리쳤다.
“벨하이츠의 주민들을 끌고 갔던 자들이에요!”
시몬도 어렵지 않게 그들의 정체를 추측할 수 있었다.
‘결사의 일원들.’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감염 몬스터의 공격을 받지 않고 있다. 시몬은 태연히 기다렸다.
“우리 중앙 연구소를 파괴했던 배신의 군단장이군.”
그중에서 한 사람이 앞으로 걸어 나왔다.
전투복을 입은 결사의 일원들 중에 하얀 가운을 걸치고 마스크를 쓴 남성이다. 저 가운을 보기만 해도 시몬은 인상이 찌푸려지는 것을 느꼈다.
“어떻게 벽을 뛰어넘었지?”
[내가 답할 이유가 있나?]“하긴 그렇군.”
그는 쓱쓱 이마를 쓸어 넘기다가 입을 열었다.
“충고 하나 하지. 중앙 연구소 사건 때 허를 찌른 건 인정하지만, 제 발로 여기 들어온 건 최악의 판단이다. 이곳은 그분이 지키고 있거든.”
[그분?]남자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구원자 중 한 분이 이곳에 계시다.”
구원자.
네프티스의 오른팔인 제인을 궁지로 물아붙이고, 시몬과 제인의 협공을 받아냈던 그 킬로바니안도 스스로를 ‘구원자’라고 밝혔다.
최소 그 정도 급의 거물이 이곳 벨하이츠에 있다는 뜻.
“암흑연합의 군단과 결사의 구원자. 누가 이기든 이곳 벨하이츠는 쑥대밭이 된다. 네가 날뛰어서 내 실험실을 망치는 건 곤란해.”
그가 두 팔을 벌렸다.
“그러니 평화로운 거래를 제안하마.”
거래.
그것도 평화로운 거래라는 말에.
시몬은 표정 관리에 실패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