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995)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995화
회색벽 밖.
벨하이츠 언덕 정상에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1왕자와 2왕자의 병사들은 쩔쩔매며 그들을 제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특히 2왕자는 얼굴이 벌게져서 그들에게 항의하고 있었다.
“남의 나랏일에 연방과 키젠이 개입해도 되는 거요? 어?”
“자, 왕자님. 조금 진정하시고…….”
“내가 지금 진정하게 생겼소? 이건 부당한 외압이야! 이번 일은 절대 가만 넘어가지 않을 거요! 4왕국 회의에서 안건으로 회부할 거라고!”
스으읍.
후우—
바위에 앉아 시가를 태우던 정장 차림의 네크로맨서가 그 모습을 보고는 헛웃음을 흘렸다.
“이게 말이 됩니까? 선배. 자기 부모를 구해준다는데 협력은커녕 방해에, 회유에. 난리가 났네요.”
“결사가 열어젖힌 야만의 시대다.”
마찬가지로 정장을 입은 네크로맨서가 그렇게 대꾸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권력 앞에선 천륜이고 나발이고 없는 거야. 벽 너머에서 국왕 부부가 살아 돌아오면 볼만하겠는데, 샤헤드 국왕 성격 알잖아.”
그가 시가를 손가락에 낀 뒤, 왕국군 병사들을 향해 손을 휘저었다.
“거기 아저씨, 선 조심해요. 밟아서 저주 걸려도 책임 안 집니다.”
“……!”
병사들이 굳은 얼굴로 한 발짝 물러났다. 후배가 물었다.
“진짜요?”
“구라지.”
그가 픽 웃으며 시가를 입에 물었다.
“이 직업은 일하기 편하다니까.”
저벅 저벅 저벅.
그때 마침 언덕을 올라오는 또 한 무리의 사람들이 있었다.
펜타모니엄의 학자들과, 키젠에 고용된 고위계 네크로맨서들까지. 이 와중에 1왕자가 다가가 그들에게 뭐라 말을 거는 모습이 보였지만, 그들 모두 굳은 얼굴로 외면했다.
“보고드립니다!”
그리고 키젠의 하수인 한 명이 달려와 한쪽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그 앞에는 검은 로브를 입은 한 여성이 가만히 회색벽을 보고 서 있었다.
“수석학자 요레아 님, 분해의 네크로맨서 아드로벨 님과 그 일행이 도착했습니다.”
“수고했어요. 곧 갈게요.”
“노, 노파심에 드리는 말씀이지만 아가씨…….”
하수인 한 명이 진땀을 흘리며 말했다.
“너무 일을 크게 벌이신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내정간섭이라는 저들의 지적이 아주 틀린 말도 아니라서요. 지금이라도 네프티스 님께 보고하는 게…….”
“여기서는-”
차락.
그녀가 로브 후드를 벗자, 밤하늘 같은 검은 머리카락과 루비처럼 붉은 눈동자가 나타났다.
로레인 아크볼드.
이제는 키젠 3학년이자 미래 암흑연합의 총수였다.
“사령관이라고 불러주세요.”
“죄, 죄송합니다! 사령관님!”
“그리고 방학 동안 엄마께 권한을 받은 건 저예요. 전부 제가 판단하고 책임질 일입니다.”
그녀의 이능을 억제하기 위한 초크 목걸이도 이제는 없다. 무엇도 로레인을 막을 수 없었다.
그녀는 성큼성큼 걸어가며 긴 속눈썹을 내리깔았다.
-그야 시몬이라면 벨하이츠를 해방하는 게 가능할 테니까. 아니, 시몬이 이 정도도 못 하면 아무런 계산도 성립되지 않아.
네프티스로부터 시몬 혼자 회색벽 안으로 들어갔다는 소식을 들은 로레인은 즉시 움직였다.
회색벽 안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지 아무도 모른다. 지시한 네프티스도, 지시에 따른 시몬도 무모하다.
그래서 로레인은 텔레포트 마법진을 타고 벨하이츠에 도착했다. 하지만 언덕 주변을 군대로 둘러싸며 지키고 있는 1왕자와 2왕자의 반발에 부딪혔다.
-가까이 가실 수 없으십니다!
이미 시몬을 놓쳐서 독기가 잔뜩 들어 있는 두 왕자는 그녀를 힘껏 가로막았고, 그것이 로레인의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이후 그녀가 다음에 한 행동은.
-알레이스터 아저씨, 병력 지원을 부탁드려요.
그냥 ‘힘’으로 찍어 눌렀다.
까마귀 요원인 알레이스터가 직접 등장하고, 키젠 본부의 직원과 하수인들까지 대동했다. 분위기 파악이 끝난 왕자들은 진땀을 흘리며 꼬리를 말았고, 로레인 무리는 회색벽 앞을 점거한 뒤 사태를 조사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회색벽을 제대로 공략하지 못한 이유.
물론 정체불명의 기술이라 흑마법이 제대로 통하지 않는다는 이유도 있었지만, 사실은 두 왕자의 정치적 공작이 있었다는 점이 드러났다. 그들이 회색벽에 외부인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고 있었다.
로레인은 즉시 이 분야의 스페셜리스트들을 불러 모아 회색벽 철거 작전을 진두지휘했다.
“어떻게 되고 있나요?”
“아, 로레인 사령관님.”
그녀가 다가오자, 펜타모니엄의 학자들이 고개 숙여 인사했다.
“사전에 보고받은 대로 물리적인 방법으로는 뚫을 수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벽을 걷는 게 불가능하지는 않아 보이는군요. 각종 흑마법을 흘려보내 연기와 섞이게 하니 유의미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학자가 회색벽의 한곳에 작은 구멍을 만든 모습이 보였다. 연기들이 저 빈자리를 쉽사리 채우지 못하고 있었다.
‘뚫는 게 불가능한 일은 아니구나. 저 사람들만 아니었다면.’
로레인은 잠시 왕자들을 노려보았다. 만약 국왕 부부 두 사람이 죽는다면, 저 두 아들들이 죽인 거나 다름없다.
“벽을 걷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요?”
“회색벽이 난공불락의 기술이 아니라는 건 확인했지만, 정확한 기한은 알 수 없습니다. 저 구멍도 초행의 행운일 수 있지요.”
“자금이든 인력이든 필요한 지원은 얼마든 해드리겠어요. 그리고 우선-”
그녀가 진중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결계를 완전히 걷는 건 힘들겠지만, 내부로 통하는 작은 구멍이라도 만들 수 있을까요?”
***
-캬르르르륵!
-끼기기기기기기!
깃발을 휘날리는 7군단의 언데드들이 무서운 속도로 마차 도로를 가로지르고 있었다.
그 수는 가히 수백.
중간중간 결사의 감염체들이 뛰어나와 덤벼들었지만 가볍게 짓밟혔다. 해일과도 같은 군단의 진격을 누구도 막을 수는 없을 것 같아 보였다.
“오우.”
타악.
그런데 하늘에서 피곤한 얼굴의 중년 남자가 툭 떨어져 길을 가로막았다.
구원자 아락무라드였다.
“그리로 가면 곤란해. 아저씨 말 들어야지.”
-캬아아아아아악!
적이라는 사실을 인지한 언데드들이 적대감을 드러내며 아락무라드에게 돌진했다.
“이럴 줄 알았다니까. 말세야, 말세.”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 그가 오른팔을 머리 위로 세워 들었다.
허공에서 녹색의 에너지가 마구 모여들기 시작했다.
“언제부터 소통이 단절되고, 개인과 단체의 욕망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어우, 속 매스꺼워.”
그가 녹색의 에너지를 움켜쥐어 앞으로 내뻗는 순간.
쿠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
하나하나가 집채보다 큰 녹색 수정이 튀어나와 돌진하는 언데드들을 언어 그대로 갈아버렸다.
언데드들은 급히 전진을 멈추었고, 가까스로 전체가 휘말리는 건 면했으나.
“웃-차!”
바로 후속 공격이 시작됐다. 아락무라드가 팔을 내리긋는 시늉을 하자, 허공에서 거대 수정이 떨어져 머리를 짓이기고, 바닥에서는 송곳 같은 수정이 튀어나와 팔다리를 관통했다.
수백의 언데드가 사라지는 데 걸린 시간은 고작 30초.
주위는 순식간에 검은 피와 언데드들의 사체로 흘러넘쳤다. 아락무라드가 이마를 짚은 채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왜 다들 정해진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걸까. 말세야, 말세.”
이곳뿐만이 아니었다.
콰콰콰콰콰콰콰콰콰!
아락무라드가 도시 곳곳에 흩어져 강력한 화력으로 군단의 언데드를 폭격하고 있었다. 머릿수로 우위를 점했던 언데드들의 기세가 꺾이고, 감염체들이 다시금 날뛰기 시작했다.
‘위험해.’
물론 시몬도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
고공의 높은 건물 벽에 다리를 붙이고 숨을 헐떡이던 그가 큰 소리로 외쳤다.
[에르제! 병력 피해가 너무 커! 뭉치지 말고 흩어져서 이동하도록 지시해!]저 멀리 에르제베트의 목소리가 돌아왔다.
[그러면 감염체와의 전투가 문제와요! 각개격파 당할 거예요!] [아락무라드의 광범위 마법에 휩쓸리는 것보다 차라리 그게 나아! 일단……!]말을 즉시 멈춘 시몬이 몸을 날렸다.
쿠쿠쿠쿵!
그가 딛고 있던 벽에 커다란 큐브 덩어리가 날아와 틀어박혔다.
압도적인 힘과 물리력에 건물이 통째로 기우뚱하는 게 느껴진다.
“아저씨를 상대로 한눈팔면 곤란해, 군단장.”
하늘에 둥둥 떠 있는 큐브에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 있는 아락무라드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
“심각한 세대 갈등이 어디서 나오는 줄 알아? 소통의 부재와 대화의 단절이야. 사람들은 경험한 게 다르니 생각하는 것도 다르거든.”
그의 등 뒤에서 거대한 녹색 큐브들이 연달아 생겨났다.
그가 손짓할 때마다 큐브들이 혜성처럼 날아와 시몬이 있는 건물에 틀어박혔다.
“너무 어렵게 이야기했나? 늙은이와 젊은이가 함께 식사를 한다고 생각해 봐. 전쟁과 기아를 경험한 노인에게 음식물을 남기는 건 용납할 수 없는 일이야. 하지만 전쟁이 끝난 뒤의 시대를 사는 젊은이는? 과식보다는 본인의 건강이 더 중요하지. 젊은이는 음식물을 남긴다고 잔소리하는 노인을 짜증 난다고 생각할 거야.”
쿠구구구구구구!
건물이 통째로 무너지고 있다. 시몬은 빠르게 벽면을 타고 달려가 반대쪽 건물로 넘어갔다.
“그런데 시간을 되돌려서 그 젊은이가 노인이 경험한 전쟁과 기아를 똑같이 겪는다면? 단언컨대 그 청년도 늙은이와 똑같은 사고방식을 갖게 될 거야! 사람이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떤 시대인가가 중요한 거지!”
시몬이 반대편 건물로 넘어온 순간. 갑자기 좌우의 바닥이 큐브의 형상으로 솟구치며 시몬의 길을 막았다.
“그러니.”
타악.
아락무라드가 직접 큐브를 손바닥으로 밀어서 시몬에게 날려 보냈다.
“세상을 한번 깨끗하게 뒤집어엎을 필요가 있어. 모두가 균일하고 정제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말이야.”
쩌엉!
아락무라드가 날린 큐브가 깨끗한 단면을 보이며 반으로 갈라졌다.
그 틈으로 피어가 파멸의 대검을 세우고 베기 자세를 취한 모습이 보였다.
“그거 이제 안 통해.”
그렇게 중얼거린 아락무라드가 동공을 돌려 등 뒤를 응시했다.
피어가 시선을 끄는 사이, 피어의 본 아머에서 빠져나온 시몬이 반대편에서 다가오고 있었다.
“양쪽으로 나눠지는 거. 한번 봤던 거잖아.”
시몬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역시 경험을 공유하는 건가! 이미 죽은 녀석의 경험까지!’
하지만 이 공격은 양동작전이 다가 아니었다. 시몬의 몸에 보랏빛 전격이 파직거리더니 새로운 뼈 갑옷이 착착 달라붙었다.
피어가 아닌 드레이크의 뼈로 이루어진 육체.
“뭐야, 다른 옷으로 갈아입었어?”
이번만큼은 예상외인 듯 아락무라드의 입이 벌어졌다. 시몬은 놓치지 않고 흑마법을 시전했다.
주위에 비늘들이 펼쳐지더니, 칠흑과 신성. 거기에 마나까지 무력화하는 필드를 만들어냈다. 상대는 이제 마법을 쓸 수 없고 격투가 강요된다.
‘제대로 걸렸어!’
시몬이 곧장 안으로 돌파하며 주먹을 날리려는 순간.
터어어엉!
아락무라드가 손가락을 튕기는 것으로 자신의 앞에 큐브를 만들어냈다. 그것이 시몬의 주먹을 방패처럼 막아냈다.
시몬의 동공이 흔들렸다.
‘어떻게 봉마 결계 내부에서 마법을!’
이 현상이 뜻하는 바는 하나.
아락무라드의 저 마법의 근간은 칠흑도 신성도, 심지어 마나도 아니란 뜻이었다.
그러는 사이 시몬의 등 뒤에서도 큐브가 날아오고 있었다.
‘이런!’
시몬이 하는 수 없이 왼팔을 펼쳐 등 뒤로 보냈다.
터어어엉!
간신히 두 팔을 뻗어 받아냈지만 왼쪽과 오른쪽에서 큐브가 점점 힘을 가하며 조여오고 있었다.
‘버텨줘! 드래고니안!’
이때 시몬의 판단은 빨랐다.
즉시 드래고니안 슈트를 벗고 뛰어올라, 큐브 위에 앉아 있던 아락무라드에게 발차기를 날렸다.
그가 방어 자세를 취해 막았지만 그 바람에 큐브에서 떨어져 바닥에 내려왔고, 시몬도 곧장 바닥으로 내려와 득달같이 돌진했다.
“집요하게 들러붙네. 아저씨가 근접전은 못한다고 생각하는 거지?”
후으으읍—
아락무라드가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목으로부터 시작해서 어깨, 가슴으로 녹색 에너지가 형광등처럼 반짝이며 전달되었다. 마지막으로 모인 곳은 그의 오른팔이었다.
“!”
거대한 힘의 파장이 느껴진다.
달려가던 시몬이 즉시 공격을 중단하고 고개를 옆으로 틀었다. 아락무라드가 날린 주먹이 시몬의 고개를 지나 뒤쪽의 건물 벽에 부딪혔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앙!
동물이 사과를 베어 먹은 것처럼, 아락무라드에 부딪힌 건물에 커다란 흠집이 났다.
‘크윽!’
시몬이 급히 방향을 선회하며 돌려차기를 가했지만 아락무라드는 간단히 두 팔을 세워 방어하며 물러났다.
‘근접전도 탄탄해! 이러면 빈틈이 없는데!’
고작 한 명을 상대하는 데 너무 큰 힘을 쓰고 있다.
이런 아락무라드가 얼마나 더 있는지 알 수 없고, 무엇보다 아락무라드들이 전부 동등하게 강하다는 점이 가장 절망적이었다.
‘대체.’
돌려차기를 날린 뒤, 역동작이 걸린 시몬이 하늘을 보았다.
그의 머리 위로 거대한 큐브가 내려오고 있었다.
‘이런 걸 어떻게 이기란 거야?’
화아악!
그 순간 갑자기 끼어든 형체가 시몬의 허리를 붙들더니 몸을 날렸다. 그대로 큐브가 빈 허공에 떨어져 내리고, 아락무라드가 ‘크!’ 하고 아쉽다는 듯 제 무릎을 쳤다.
“누, 누구?”
시몬이 당황한 얼굴로 말했다.
그 남자는 설명할 시간도 아깝다는 듯 몸을 던져서 옆 건물의 유리창을 깨고 안으로 들어갔다.
“이 아저씨는 절대 안 놓친다고.”
아락무라드도 곧장 추적하여 건물 안으로 들어왔다.
이내 주위를 살펴보니, 시몬을 붙잡고 달리는 제3자는 건물 안에서 계속 도주하고 있었다.
후으으읍!
다시 한번 아락무라드가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녹색의 에너지가 목과 가슴을 타고 내려가더니 두 다리에 집중되었다.
“단번에 따라잡으마.”
터어어어엉!
그의 몸이 그대로 앞으로 전진했고.
서걱!
섬찟한 절단음과 함께, 전진하던 그의 몸이 상체와 하체로 분리되었다. 아락무라드의 머리가 응? 하는 표정을 지었다.
촤아악.
시몬을 데리고 가던 남자가 비로소 걸음을 멈추었다.
‘계획된 도주!’
시몬은 어떻게 된 건지 알아차렸다. 따라잡을 수 있을 듯 거리를 주면서 에르제베트가 펼쳐둔 거미줄을 향해 유도한 것이다.
[저자는 힘으로 이겨야 하는 상대가 아닙니다, 7군단장.]‘이 목소리는……!’
시몬이 바닥에 내려오고, 이내 그가 시몬을 돌아보았다.
시큰둥한 표정으로 외눈 안경을 치켜올리는 모습.
[7군단의 활약을 지켜보려고 했습니다만, 답답해서 가만 보고 있을 수 없었습니다.]시몬이 입을 벌리며 환하게 웃었다.
“집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