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perstar From Age 0 RAW - Chapter (1064)
0살부터 슈퍼스타 1064화
천마는 기분 좋게 웃으며 화살을 날렸다.
—!!
빠르게 날아간 화살이 그보다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몬스터의 몸체를 정통으로 꿰뚫었다.
그게 마지막이었다.
마치 모래성의 모래가 바람에 날려 사라지는 것처럼, 몬스터의 맨 윗부분부터 피 대신 종이들, 몬스터를 이루고 있던 삶의 책의 페이지들이 바람에 날리듯 허공으로 날아가다가 스르륵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게다가 그 강자들이 본좌의 전생과 환생이라니, 흥미로울 수밖에.”
어떤 의미로는 ‘나 자신과의 싸움’이기도 하니까.
하고 말하는 천마를 바라보던 서준은 잠시 예전에 읽었던 천마의 삶의 책을 떠올렸다.
[(악)천마의 만병지왕]의 주인, 천마의 생은 산적에게 습격을 받으면서 시작되었다.서준이 그러하듯, 아기였던 천마 또한 활활 불타오르던 마을을 똑똑하게 기억했다. 비명을 지르는 마을 주민들과 무엇이 그리 즐거운지 소름 끼치게 웃으며 칼을 휘두르는 산적들. 매캐한 연기와 비릿한 피 냄새.
마치 천마의 미래를 예언하듯 생의 시작은 피로 가득했다.
산적들은 마을 주민들 중 반항할 힘이 있는 이들은 모두 죽이고 나머지는 모두 끌고 가 노예로 삼았다. 아기인 천마도 예외는 아니었다. 힘이 좋기로 유명한 켄타우루스족이니 어딘가에 팔아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한 것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천마는 이번 세계에서는 힘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악의 도서관을 선택했다.
마기를 모으고 악의 도서관에서 전생의 책들을 읽으며 능력들을 얻었다.
또 먹을 것이나 휴식 시간이 부족한 노예의 삶이었으나, 현실에서도 튼튼한 몸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그렇게 천천히 준비하던 천마는 마침내 노예로 있던 가문을 피바다로 만들며 노예의 삶을 끝냈다.
노예의 삶에서 벗어나고 싶었다기보다는, 자신이 강하다고 생각하는 가문인들과 무사들과 한 번 제대로 싸워보고 싶었던 거였지만.
놀라 도망치는 약하디약한 노예들은 놔뒀지만, 저를 괴롭혔던 이들이나 무사들, 가문에 속해 있는 이들은 모두 자비 없이 죽였다. 자랑하던 것에 비해서 약해 실망했기 때문이었다.
‘괴…… 괴물!’
어린 소년의 것이라고는 할 수 없는 실력과 잔인함이었다.
그렇게 노예의 삶에서 벗어난 천마는 본격적으로 무림을 떠돌기 시작했다.
좋은 인연도 있었고 나쁜 인연도 있었다.
가문과 스승의 복수를 하겠다며 쫓아온 이들도 있었고, 한 번만 용서해달라고 비는 이들도 있었다. 시끌벅적한 도시에서 시비가 걸려 문파 하나가 전멸할 때도 있었고, 산속 깊은 곳에서 수련하던 은거 기인과 싸워 목숨을 빼앗을 때도 있었다.
‘……악연만 있는 것 같은데.’
하여튼, 싸움이 끊이지 않았다는 거다.
무림정파는 본디 노예였던 천마의 실력을 믿지 못했다. 믿을 수가 없었다.
분명 사악하고 악독한 방법을 쓴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천마를 죽이기 위해 많은 무림인들을 보냈다.
천마는 웃으며 기꺼이 그들을 반겼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강자들과의 싸움은 그가 바라던 것이었으니까.
때로는 협박으로, 때로는 인질로, 때로는 무림 공적으로.
수많은 위기가 있었지만 천마는 그 위기까지도 진정으로 즐겼다.
결국.
천마의 손에 죽어 나간 인물들 중에 무림을 지켜왔던 정파의 영웅과 무림을 피로 물들일 것이 예견되어 있던 마교의 천살성이 이름을 올렸을 때.
세상은 그를 천마天馬라고 불렀다.
본래의 이름을 버리고(딱히 부를 사람도 없었다.) 천마라는 이름을 얻게 된 그의 삶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여전히 강자와의 싸움을 즐겼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더 이상 천마보다 강한 존재는 찾기 힘들었다.
그래서 천마는 직접 키워내기로 했다.
온 세상을 뒤져 인재들을 찾아냈다.
남들 눈에는 볼품없는 아이라도, 어른이라도, 노인이라도, 악의 도서관이라는 유일무이한 능력을 가진 천마의 눈에는 어떤 재능을 가지고 있는지 보였다.
그리고 가르쳤다.
재능에 알맞은 무술을, 기술을, 능력을.
눈부신 재능을 보이는 부하들에 천마는 만족하며 웃었다. 얼른 깨달음을 얻고 성장해서 대련할 날만 기다렸다.
왜 대련이었냐면,
‘죽이면 다시 처음부터 키워야 하니까.’
천마는 정파 영웅도, 천살성도 괜히 죽였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차라리 사지 멀쩡한 채로 놔뒀다면 복수하겠다고 이를 갈며 실력을 쌓아 덤벼들었을 텐데.
강대해지는 마교의 세력에 덜덜 떨던 무림이 천마의 생각을 알았다면,
‘저……! 저 미친놈……!’
하고 외쳤을 거다.
뭐, 그 정도로 싸움에 미친 존재였다는 거다. 천마가.
그리고 그건 죽고 난 이후에도, 생의 도서관에서 실체화한 이후에도 변하지 않았다.
‘마음 같아서는…….’
천마의 시선이 제루엘에게로 향했다.
천신이라는 저 녀석이 얼마만큼의 실력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했다. 잠깐 본 창술만 봐도 저절로 마음이 들떴다.
하지만 천마는 이내 마음을 진정시켰다.
저기 더 많은 사냥감들이 있었다. 방금 해치운 몬스터처럼 기상천외한 능력을 가진.
“그러니 여기서부터 본좌는 따로 행동하겠다.”
어느새 ‘본좌’라는 단어로 자신을 칭하는 천마는 호승심으로 위압감으로 가득했다. 금방이라도 달려 나갈 듯 발을 굴렀다.
서준이 천마를 바라보았다.
딱 봐도 ‘거절은 거절하겠다.’라는 표정이 보였다.
‘천마가 누구의 지시를 들을 존재가 아니긴 하지.’
“그래, 알았어.”
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까지 도와줘서 고마워, 천마.”
천마가 기분 좋게 웃으며 서준과 전생들을 바라보았다.
“건승을 기원하지.”
그리고는 몸을 돌려 질퍽한 늪을 마치 단단한 땅을 밟듯 가볍게 통과해 달려 나갔다. 그 앞에 기다렸다는 듯 몬스터가 튀어나왔지만, 어느새 빼 든 검으로 단번에 베어버렸다. 머뭇거림이라고는 전혀 없는 호쾌한 움직임이었다.
“근데 쟤가 도와준 건 별로 없지 않아?”
“미밍!”
혹시 싸울까 싶어 대기하고 있던 제루엘이 기운이 빠진 듯 비실비실 서준의 머리 위, 미밍의 옆으로 떨어졌다. 파닥파닥 네 쌍의 날개가 움직였다.
“그렇긴 하지. 종이 사냥은 우리끼리만 해도 충분했으니까.”
“악의 도서관의 책들을 깨우는 것도 저만 있었어도 괜찮았고요.”
기록석과 리치왕도 동의했다.
“그래도 저렇게 무한환생의 힘을 빼주는 게 우리한테 좋은 일이긴 해.”
파르비타의 말에 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대장, 이제 출발해도 될 것 같아.”
“그래.”
눈앞의 몬스터도 사라졌겠다, 서준을 태운 흰늑대는 다시 출발하기 위해 네 발에 힘을 주었다. 허공을 날던 전생들도 빠르게 서준의 옆에서 이동했다.
흰늑대는 조금 전 천마처럼 늪으로 변한 땅을 가볍게 통과해 달려나갔다.
“이쪽이야!”
파르비타가 능력을 사용했다.
서준과 흰늑대의 눈앞에 나침반이 생겨나 방향을 가리켰다. 흰늑대는 적당히 빠른 속도로 그 방향을 향해 나아갔다.
“역시 악의 도서관 출신.”
하고 말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던 제루엘이 리치왕을 바라보았다. 리치왕 또한 악의 도서관 출신으로 다른 목적으로 도와주는 것일지도 몰랐다.
“리치왕, 너도 싸우려고 온 거야?”
“저를 그런 싸움꾼과 동류로 생각하지 말아 주십시오.”
“미밍?”
파르비타가 미밍의 말을 번역해 주었다.
“그럼 서준을 위해서 온 거냐고 물어보는데?”
서준과 흰늑대, 기록석도 흥미로운 눈치로 바라보자 리치왕이 데굴 초록색 눈동자를 굴리다 말했다.
“……제가 연구하던 무한환생의 마지막이 어떨지 궁금했습니다.”
“역시 딴 속셈이 있었잖아!”
제루엘이 으하하 웃음을 터뜨렸다. 서준도 ‘악의 도서관 출신’다운 전생들에 웃고 말았다. 뭐, 어찌 됐든 자신을 도와주고 있다는 건 변하지 않았다.
“저 같은 학자에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데요! 무한환생은 제 평생에 걸쳐 연구한 주제입니다!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어떤 식으로 다른 존재로 환생하는지, 환생하는 세계는 얼마나 있는지, 왜 인간으로는 태어나지 않는지! ……하나도 못 알아냈단 말입니다…….”
하고 지금까지 본 모습 중에서 가장 열렬한 모습으로 말하던 리치왕이 시무룩하게 말했다.
하긴.
[무한환생]이 [첫 생의 책]을 보여준 건 서준이 처음이었으니까.“이렇게 마지막이라도 제 눈으로 직접 보고 싶었습니다…….”
천마가 싸움에 미쳤다면 리치왕은 지식에 미쳤다고 할 수 있었다.
몬스터의 뼈다귀를 기초로 한, 최하급 몬스터 스켈레톤으로 태어나 자신의 주인인 네크로맨서의 마법을 어깨너머로 배운 리치왕은 마법에 흥미를 느껴 끊임없이 연구했다.
네크로맨서의 명령으로 싸우다가 뼈가 부서지면 자체적으로 다른 몬스터들의 뼈를 가져와 몸을 고치고, 더 나은 뼈를 찾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마침내.
주인인 네크로맨서의 영향력을 벗어난 날.
스켈레톤은 네크로맨서를 죽이고 재산과 연구기록, 마법서를 모두 차지했다.
그리고 다시 던전에 처박혀 연구를 이어나가다 마침내 리치가 되고, 더욱더 마법에 심취해 리치들의 왕인 리치왕의 자리에까지 올랐다.
보통의 리치들이 자신의 영혼이자 생명인 라이프베슬이 깨지기라도 할까 봐 깊은 던전 안에 숨겨두는 것과는 달리, 리치왕은 자신의 라이프베슬을 자신이 사용하는 스태프 맨 끝에 보석처럼 박아 두었다.
누구도 자신의 라이프베슬을 깨뜨릴 수 없으리라는 자부심이었다.
그렇게 마법을 끝을 보고 난 후에는 [무한환생]과 자신의 영혼에 대한 것을 연구했다.
다른 존재들과의 영혼과 비교했고,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면 직접 천계와 마계로 가서 천족과 마족의 영혼을 빼앗아오고 드래곤의 영혼까지 손에 넣었다.
“제 세계의 신도 연구해 봤지만, 단서가 하나도 없었단 말이죠.”
하고 말하며 천신 제루엘과 기록의 신 기록석, 요리와 상업의 신 파르비타를 보는 리치왕의 눈빛이 묘했다. 그러고 보니 여기에 신이 셋이나 있었다.
“쟤도 제정신은 아닌 듯.”
부르르 몸을 떤 제루엘이 서준에게 속닥거렸다. 그 옆에 있던, 그저 작은 미믹일 뿐인 미밍이 ‘미밍!’ 하고 울었다.
서준이 쓰게 웃고 말았다.
과연 악의 도서관 출신다웠다.
“하여튼, 저는 마지막을 볼 때까지 서준의 옆에 딱 붙어 있을 겁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아니, 딱 붙어 있으면 안 되지.”
대화에 귀를 기울이면서도 흰늑대에게 방향을 가르쳐 주던 파르비타가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강한 적이 나오면 가서 싸워야 할 것 아니야.”
전생들이 싸우는 틈에 서준이 빠져나와 목적지로 향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으니까 말이다.
“그건 여러분들에게 맡기겠습니다. 아, 물론 서포트는 하겠습니다.”
당연한 듯 말하는 리치왕에 파르비타가 이마를 짚었다.
“좀 더 협조적인 녀석들이 깨어났었으면 좋았을 텐데.”
파르비타의 앓는 소리에 기록석이 웃으며 말했다.
“악의 도서관 출신이라면 이 정도도 괜찮은 것 같지 않아?”
“맞아! 마법도 걸어줬고.”
“그건, 그래.”
이내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이는 파르비타를 웃으며 바라보던 서준이 문득 지나간 단어에 무언가 떠오른 듯 물었다.
“깨어난다는 거 말이야. 혹시 내가 읽은 책들이랑 관련이 있어? 너희도 대장도 내가 읽었던 삶의 책의 주인이잖아. 그리고,”
흰늑대의 등에 올라탄 서준이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저기서 나를 도와주는 전생들도 말이야.”
적인 흑백의 전생들과 싸우고 있는 아군, 선명한 색을 가지고 있는 전생들.
모두 서준이 알고 있는 존재들이었다.
“맞아. 나중에 알려주기로 했었지?”
파르비타가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 있는 우리는 물론이고, 우리와 함께 싸우고 있는 전생들 모두 서준 네가 읽었던 삶의 책의 주인들이야.”
덧붙여 말했다.
“그리고 적들은 네가 읽지 않은 삶의 책의 주인들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