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perstar From Age 0 RAW - Chapter (1070)
0살부터 슈퍼스타 1070화
“근데 너 코드란 거 잘 모르지 않아?”
삶의 책이라고 모든 게 적혀 있는 건 아니었다.
‘그’를 중심으로 적혀 있기 때문에, ‘그’의 주변과 ‘그’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이 주로 적혀 있을 뿐 그 세계의 모든 지식을 1부터 10까지 모두 자세히 적혀 있지는 않았다.
그래서 그 세계에서는 널리 알려진 상식이라도 책에 적혀 있지 않는 이상 알 수가 없었다.
“잘 몰라도 괜찮을 거야.”
파르비타의 물음에 서준이 대신 답했다.
“완성된 코드는 그 자체로 완벽해서 의미 없거나 알 수 없는 문자를 넣는 것만으로도 문제가 생길 수 있거든.”
예를 들어, 아주 중요한 졸업 논문에 [아기 먹방]에 자주 달리는 ‘ㅏㅏ다ㅏㅡㅐ’ 같은 댓글이 들어간다고 생각해 보자.
졸업 논문의 내용을 이해하기는커녕 한글도 제대로 읽을 수 없는 아기들이지만 신나서 휘두른 손짓 몇 번에 멋지게 논문을 망쳐놓을 수 있었다.
그 논문의 주인이 얼마나 경악하며 괴로워할지도 눈에 선했다.
“문제는 저쪽도 가만히 구경하고 있지만은 않는다는 거지.”
저 우주선을 조종하고 있을 인공지능이 어떤 삶을 살았을지는 모르겠지만, 최상급 능력을 가지고 있는 걸 보면 많은 일을 겪었고 많은 어려움을 헤쳐나왔을 거다.
“아마 대비가 되어 있을 거야.”
논문의 주인도 엉망이 된 논문을 그대로 두고 보지만은 않을 터였다.
잘못 쓰인, 의미 없는 문자들을 지우고 새롭게 원래 내용으로 고쳐 넣겠지.
우주선도 그럴 것이었다.
기록석이 코드들을 망쳐놓더라도 곧바로 수정하고 삭제해서 원래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만들 터였다.
“그럼 또 내가 망쳐놓으면 되지.”
하고 웃으며 말한 기록석이 빠르게 손을 움직여 아까보다도 높고 단단한 바위벽을 여러 개 준비했다. 우주선이 또 에너지포를 발사할 준비를 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한 번 공격을 맞아봐서 우주선이 어느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는지 대충 가늠할 수 있었다.
그리고 방어만 하고 있지 않았다.
허공에 떠 있는 크고 작은 돌멩이들을 빠르게 우주선을 향해 날렸다. 수십 개의 운석이 아래에서 위로 솟구치는 것 같았다.
서준과 리치왕도 다시 한번 실드마법을 펼쳤다.
—-!!
두 개의 힘이 부딪혔다.
가장 앞에 있던 바위벽이 산산조각이 났지만 서준의 앞을 가로막고 있던 바위벽은 멀쩡했다. 충격파도 아까보다 훨씬 약했다.
그사이.
공격에 집중하느라 방어력이 내려간 우주선 본체를 돌멩이들이 강타했다.
쿠웅! 쿵! 쿵!
어른 주먹만 한 돌멩이부터 바위라고 부를 수 있을 만한 크기의 돌까지 사정없이 우주선을 공격했다.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돌이 아니라 기록석의 힘이 들어 있는 돌이라, 단단해 보이던 우주선이라도 움푹 파이고 부서질 수밖에 없었다.
기록석은 한 곳만 노렸다.
마치 떨어지는 물방울에 바위가 뚫리는 것처럼, 같은 곳을 계속 공격했다.
마침내.
우주선이 뚫렸다.
뚫린 구멍 안쪽으로 기록석 그 자체인 돌멩이들이 빠르게 침입했다.
그리고 일부는 마치 자석에 이끌리는 것처럼 ‘중요한 기록’이 있을 만한 곳을 찾아 우주선 중심의 깊숙한 곳으로 들어갔고, 일부는 그대로 기계로 된 벽에 박혔다.
“좋아.”
지상에 있던 기록석이 눈을 번뜩였다.
기계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는 누군가에게 해킹하라고 한다면 불가능할 일일 테지만, 여기 있는 건 기록석이었고 기록석에게는 마법이 있었다.
우주선 벽에 박힌 돌멩이, 기록석의 파편들이 빛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수많은 문자들이 나타나 마치 마법진처럼 벽에 문양을 만들어내더니 이내 그 안으로 스며들어 갔다.
인공지능으로서는 전혀 알 수가 없는 ‘문자’들이 마치 병균처럼 우주선의 내부로 침입했다. 그리고 내부통신선을 따라 우주선 전체에 파고들어 눈앞에 있는 ‘기록’들을 모두 삭제하거나 망가뜨렸다.
나무의 뿌리 맨 끝부터 썩어들어가는 듯한 상황이었다.
인공지능도 가만히 보고만 있지는 않았다.
침입자들을 차단하고 공격하고 엉망이 된 코드를 수정했다. 또 중요 구역의 출입구를 단단히 봉쇄해 내부에 침입한 돌멩이들을 막아냈다.
순식간에 어수선해진 우주선 내부처럼 밖도 시끄러웠다.
—! –!
기록석이 만들어낸 바위벽이 쉴 새 없이 생겨나고 우주선이 발사한 에너지포가 끊임없이 쏟아졌다.
그에 넓은 땅이 움푹움푹 파이고 하늘로 번쩍이는 빛이 날아갔다. 귀를 먹먹하게 하는 커다란 충격음들도 들려왔다.
탄성이 저절로 나왔다.
“우와…… 방금 공격한 거 같은 편이지 않아?”
“미밍!”
파르비타의 말대로 하늘로 쏘아진 에너지포가 흑백의 몬스터들을 공격했다. 제대로 맞은 흑백의 몬스터는 단번에 종이가 되어 사라졌다.
“우연히 맞은 걸 거야. 아마 코드가 엉망이 돼서 제대로 조종할 수가 없는 것 같아.”
그 무시무시한 위력에 침음성을 흘린 서준이 적군 아군 할 것 없이 사방을 공격하는 에너지포 몇 개를 보며 설명해 주었다.
그 말대로 에너지포 중 일부의 코드가 엉망이 되어 인공지능조차도 제대로 조종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기록석은 코드를 모르니까 조종을 못 하고.”
누구도 조종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서준이 우뚝 서 있는 기록석을 바라보았다.
기록석은 우주선 외부에서는 에너지포를 막아낼 바위벽을 세우고, 우주선 내부에서는 코드들을 엉망으로 만드느라 바쁜 것 같았다.
“인공지능이 원래대로 고치려고 해도 기록석이 계속 방해하니까 에너지포는 계속 고장 난 채로 사방을 공격하는 거지.”
고장 난 에너지포는 몇 개 되지 않았지만 위력은 대단했다.
“여긴 기록석에게 맡겨둬도 될 것 같네.”
파르비타의 말에 서준과 리치왕, 미밍이 고개를 끄덕였다.
공격했다 밀려났다를 반복하고 있긴 했지만 상황을 보니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기록석이 이길 것 같았다.
“문제는 여기서 어떻게 나가냐는 거죠.”
“그러게…….”
두꺼운 바위벽으로 막혀 있는 안전구역에 있던 서준이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 –! -!
번쩍이는 빛들이 날아다니는 것이 보였다.
“고장 난 에너지포가 적을 없애주는 건 참 좋은데 말이지. 우리가 갈 길까지 막아버렸네.”
여기서 벗어날 방법은 하늘로 가는 것이 가장 빨랐는데, 너무 마구잡이로 쏘아대는 바람에 하늘로 향하는 길이 막혔다. 잘못했다가는 눈먼 에너지포에 맞을 것 같았다.
“그래도 가야지.”
바로 앞에(좀 멀지만) 핵이 있는데 머뭇거릴 시간은 없었다.
“일단 뒤로 빠져서 빙 돌아가자, 파르비타.”
“그래. 그게 좋겠어.”
“미밍!”
“좀 많이 돌아가야 하겠지만 말입니다.”
리치왕의 말대로 초토화된 주변을 벗어나려면 좀 많이 돌아가야 할 것 같았다.
“길은 내가 만들어줄게.”
우주선과 싸우기도 바쁜 것 같았던 기록석이 어떻게 들었는지 그렇게 말했다.
과연 온 세상의 이야기를 전해 듣던 기록석이니만큼 의식을 여러 개로 나누는 것도 쉬운 것 같았다.
“지금까지 도와줘서 고마웠어, 기록석.”
서준은 기록석과 작별인사를 했다.
군대에서도 집필실에서도 지금도 많은 도움을 받았다.
“별말씀을.”
기록석이 빙그레 미소 지었다.
“서준 네 이야기가 멈추지 않고 이어지길 응원할게.”
기록석다운 인사에 서준도 따라 웃었다.
쿠웅!
기록석이 길을 만들어냈다. 마치 미로처럼 제법 높은 벽들로 만들어진 길이었다.
“가자!”
서준과 전생들은 그 길을 따라 뒤쪽으로 달려갔다.
그걸 놓치지 않은 우주선이 에너지포를 쏘아댔다. 공격받은 길의 벽들 중에는 무너지는 곳도 있어 서준 일행은 몇 번이나 방향을 바꿔 달려야 했다.
—!
다시 한번 쏘아진 공격.
“숙여요!!”
어디선가 들려오는 어린 목소리에 서준은 반사적으로 몸을 숙였다.
쿠웅-
기록석이 벽을 만들어내는 듯한 소리와 동시에, 허리가 단단한 무언가에 잡히는 듯하더니 훅! 하고 허공으로 들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 우리도!”
파르비타와 미밍, 리치왕이 서준에게 딱 달라붙었다.
서준은 자신의 발이 땅에서 떨어지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순식간에 3m 크기의 기록석보다 높은 곳까지 올라간 자신의 시야를 알아차렸다.
갑작스럽게 달라진 시야에 잠깐 놀란 듯하다가 이내 웃는 기록석의 모습이 보였다. 그런데 그 모습이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 사방으로 에너지포를 쏘아대는 흑백의 우주선도 마찬가지로 점점 작아져 갔다.
흔들- 흔들-
지금 서준은 하늘을 날고 있었다.
‘아니, 납치당한 건가.’
물론 ‘숙여요!!’라는 외치던 목소리가 나쁘게 들리지는 않았지만.
그리고 흑백의 몬스터들은 말을 못 했다.
서준은 정신을 차리고 자신의 몸을 잡은 것을 바라보았다. 제법 날카로워 보이는 앞발은 마치 파충류의 그것 같았는데, 단단하게 서준을 붙잡고 있었다.
펄럭-
하고 날개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분명 자신이 읽었던 삶의 책들 중 하나일 텐데.
서준이 고개를 들어 자신을 잡고 있는 존재가 누구인지 바라보았다.
“넌…….”
서준의 눈이 커졌다.
“안녕하세요! 서준!”
하늘과 바다를 닮은 푸른 비늘을 가진 존재가 천진난만한 표정과 목소리로 자기가 납치한(?) 서준을 바라보며 활짝 웃고 있었다.
그건 어린이 연극 [봄] 출연 당시 사용했던 [(선)블루 드래곤 해츨링의 약한 피어(중급)]의 주인인,
“세이도닌!”
블루 드래곤 해츨링 세이도닌이었다.
“꼭 만나고 싶었는데 이렇게 만났네요!”
세이도닌이 기쁜 얼굴로 말했다. 들뜬 마음이 그대로 표현되어 날고 있던 몸도 나풀나풀 작게 흔들거렸다.
서준도 반가운 얼굴로 세이도닌을 바라보았다.
“구해줘서 고마워.”
“별말씀을요! 마침 그 근처에서 싸우고 있던 중이었거든요.”
그 말에 서준은 더욱 고마워졌다.
“저기. 이야기하는 건 좋은데, 우리 일단 위치부터 바꾸지 않을래?”
납치당하는(?) 서준을 붙잡느라 서준의 옷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던 파르비타가 말했다.
“앗, 죄송해요!”
서준도, 세이도닌도 아차 했다.
지금 서준은 마치 사냥당한 사냥감처럼 세이도닌의 앞발에 매달려 있는 상태였다.
“지금 옮겨 드릴게요!”
마법의 종주, 드래곤(해츨링)이 마법을 사용했다.
그러자 세이도닌의 앞발에 잡혀 있던 서준의 몸이 공중으로 떠올라 이내 세이도닌의 등으로 옮겨졌다.
아직 어린 해츨링이라고는 하지만 드래곤.
덩치가 커서 서준은 안정적으로 등에 앉을 수 있었다.
땅에 발을 디딘 것 같은 단단한 비늘 느낌에 안도의 한숨을 내쉰 서준은 잠깐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체스판처럼 구역이 나뉜 숲과 사막과 빙설과 들판이 보였다. 싸우고 있는 몬스터들도 제법 작게 보였다.
“여기서 떨어지면 큰일 나겠네.”
핵 가까이도 못 가 보고 죽겠다.
“떨어져도 제가 꼭 잡을게요, 서준!”
세이도닌이 믿음직스럽게 말했다.
“그것보다는 애초에 안 떨어지게 하는 게 더 좋은 방법이죠.”
리치왕이 흰늑대 때처럼 서준이 떨어지지 않게 마법을 걸며 말했다.
“아하! 그렇군요!”
하고 세이도닌이 눈을 반짝였다.
리치왕이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도 다행이야. 딱 날 수 있는 전생이 나타나서.”
“그러게 말이야.”
파르비타의 말에 서준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세이도닌에게 부탁했다.
“세이도닌, 괜찮으면 우리를 저기 핵이 있는 곳까지 데려다줄 수 있어?”
“당연히 괜찮죠!”
1초도 머뭇거리지 않고 세이도닌이 대답했다.
“제가 여기 있는 건 서준을 돕기 위해서인걸요!”
세이도닌이 날개를 펄럭였다.
“서준이 아니었으면 전 간접적으로나마 제 꿈을 이룰 수 없었을 거예요. 정말 고마웠어요!”
어린 목소리와 말투에, 꿈을 가진 어린아이 특유의 반짝임이 묻어 나오는 것 같았다.
이렇게 어릴 때 죽었다는 것이 정말 안타까울 정도로 ‘그’의 전생은 반짝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