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perstar From Age 0 RAW - Chapter (1074)
0살부터 슈퍼스타 1074화
잠든 서준에 대한 자료들이 테이블 위에 가득 쌓였다.
엿새 동안 서준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어디 한 곳 빠지지 않고 꼼꼼하게 모두 검사한 데다가 어렸을 때부터 다닌 병원이라 어렸을 때의 자료도 잔뜩 있었다.
최근 엿새 동안의 검사지만 일부 살폈던 알베르 교수는 서준의 어렸을 때 자료를 먼저 살펴보았다.
소아 담당은 아니었지만 지식은 있었는데, 검사지 속 꼬마 서준은 딱 봐도 아주 건강한 어린이였다.
“/다른 곳은 문제가 전혀 없었습니까?/”
“/네. 작년 건강검진 때 자료와 비교해 봐도 특별히 달라진 것은 없습니다./”
게다가 서준은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2년마다 한 번씩 하는 종합검진결과가 남아 있어 더욱 비교하기 편했다. 정밀검사라고는 해도 뇌까지 검사하진 않아 그건 자료에 없었지만.
하여튼 자료상으로는 아무 문제 없이 건강했다.
그래서 더욱 의문이 들었다.
아무 변화도 없는데, 일어나질 않는다니.
ATR병원의 추측대로 클라인레빈 증후군이거나 아예 새로운 병변일 수도 있었다.
그렇다면 치료는 더욱 어려워진다.
클라인레빈 증후군은 아직 치료법이 없었고, 새로운 병이라면 아예 원인부터 찾아야 했다.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지 몰랐다.
“/그나마 클라인레빈 증후군이라면 깨어날 때까지 기다리는 방법이 있겠지만……./”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게 문제죠./”
“/만약 다른 병이라면 치료 시기를 놓치게 되는 겁니다./”
정말로 문제는 뇌인가. 아니면 다른 장기인가.
한의학적으로 접근해야 하나. 다른 검사를 해야 하나.
“/그래도 증상이 계속 잠들어 있는 거라면 생명에 지장이 가지는 않겠네요./”
그게 그나마 다행인 점이었다.
“/잠깐……./”
알베르 모흐 교수가 한 자료를 들어 올렸다.
빠르게 자료를 살피는 알베르 모흐 교수의 모습에 모두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지금 알베르 교수가 들고 있는 건 최신식 기계로 뇌를 촬영한 자료도, 뇌파를 확인한 자료도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저 입원한 이후부터 오늘까지 서준의 상태를 기록해 놓은 평범한 자료일 뿐이었다.
“/……이상하군요./”
“/네?/”
알베르 교수가 심각한 표정으로 들고 있던 자료를 차례로 한 장 한 장 펼쳐놓았다.
[59] [59] [57] [56] [56] [55] [54]“/준의 심박수가 점점 낮아지고 있습니다./”
그에 모두 심각한 표정으로 자료를 살폈다.
성인의 정상 심박수(1분당 심장이 뛰는 횟수)는 60~100 정도, 그리고 잠을 잘 때는 평균 60~80 정도였다. 일반적으로 분당 40 이하로 내려가면 병원 검사를 받아보는 편이 좋았다.
물론 이것도 개인의 건강이나 수면의 깊이에 따라서 다르긴 했다.
운동선수의 심박수는 40대까지도 떨어질 수 있었고 건강한 사람이라면 50대도 정상수치였다.
그래서 원래 건강했던 서준의 심박수도 괜찮다고 생각하고 넘어간 것이리라.
그러나 평범한 사람들이라면 잠에서 깨어나는 순간부터 다시 심장이 빠르게 뛰겠지만, 서준은 지금 계속 잠을 자고 있었다. 심박수가 오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알베르 교수의 말에 자료를 확인한 모두 침음성을 흘렸다.
“/……정말 심박수가 오르는 순간이 전혀 없습니다./”
서준의 심박수는 일주일 사이 계속 낮아지기만 했다.
하지만 그 수치가 정상범위 내였던 데다가 다른 검사결과를 먼저 살펴보느라 ATR병원 의료진이 미처 알아차리지 못한 것이었다.
“/일주일 사이 벌써 5회나 떨어졌습니다./”
이렇게 일주일마다 5회씩 떨어진다면, 단순한 계산으로는, 11주 그러니까 3달이 지나면 서준의 심장은 완전히 멈춰버리게 되는 것이었다.
“/더 빨리 떨어질 수도 있겠죠./”
또 혈압도 문제였다.
심장은 엔진처럼 강하게 움직여 피를 온몸으로 보내는데, 심장 박동이 약해진다면 피의 순환도 느려질 터였다. 그러면 뇌까지 피가 흐르는 것도 문제가 생길 터였다.
최악의 경우 뇌사상태가 된다.
하지만 그것도 오래가지 않을 터였다. 심장이 멈출 테니까.
생각지도 못한 심각한 상황에, 모두 말을 잃고 말았다.
“/물론 이번 일주일의 기록만 이렇게 낮아진 것일 수도 있습니다. 증상이 나타난 초기니까요. 하지만 앞으로도 계속 심박수가 낮아진다면……./”
알베르 교수도 잠시 표정을 흐렸다가 바로 했다.
“/그전에 준을 깨워야 합니다. 좀 더 살펴보도록 하죠. 우리가 또 발견하지 못한 것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일단 제가 지인들에게 조언을 받아왔는데……./”
알베르 교수의 말에 회의실에 있던 의사들이 진지한 표정으로 귀를 기울였다.
답이 보이지 않는 막막한 상황이지만, 이럴 때야말로 환자를 위하는 것이 바로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한 의사의 의무일 터였다.
* * *
회의는 다음 날까지 이어졌다.
피곤해 보이는 얼굴의 알베르 교수가 서준의 병실로 와 직접 회의의 결과를 알려주었다.
“/클라인레빈 증후군인 것 같습니다만, 증상이 다릅니다./”
무거운 표정에서부터 무언가를 예감하고 있던 부부와 안다호, 최태우와 박지후의 심장이 덜컹 내려앉았다.
“/다, 다르다니요?/”
“/서준이한테 문제가 생긴 건가요?/”
두려움이 가득한 표정으로 묻는 부부와 안다호, 최태우를 잠시 바라보던 알베르 교수는 이내 천천히 이야기했다.
현재 서준의 심장이 점차 느려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최악의 경우 뇌 손상까지 일으킬 수도 있다는 설명에 모두 숨을 멈추었다.
단순 계산이라면 3달 후 심장이 멈춘다고 하지만 다 채우지 못할 수도 있었다.
1분에 15회, 10회밖에 뛰지 못하는 심장을 과연 뛴다고 할 수 있을까. 살아 있다고 할 수 있을까.
“/물론 이건 최악의 경우고, 준이 그전에 깨어난다면……./”
“/교수님…… 저기……./”
사색이 된 얼굴로 박지후가 ECG모니터를 가리켰다.
조금 전만 해도 분당 54회로 뛰고 있던 서준의 심장이 분당 53회로 낮아졌다. 마치 의료진의 추측이 맞다는 것처럼.
“/이런……./”
서은혜는 어쩐지 알베르 교수의 목소리가 멀리서 들려오는 것처럼 느껴졌다.
조금 정신이 멍했다. 방금 무슨 이야기를 들었나 싶었다.
그래서 소리 없이 눈물을 닦아내고 있는 박지후와 넋이 나간 최태우, 이를 악물고 있는 안다호와 두 눈을 질끈 감고 있는 이민준을 보고 나서야, 자신이 잘못 들은 게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두근두근.
잡고 있던 서준의 손에서 자신은 아직 살아 있다는 듯한 박동이 느껴졌다.
그런데 이 심장박동이 사라진다니.
참을 새도 없이 눈물이 흘렀다.
금방 깨어날 것이라고 믿으며 참아왔던 눈물이 한꺼번에 쏟아졌다.
‘제발…….’
하느님, 부처님, 보살님, 신령님…….
누구라도 좋으니까 제발 부탁드립니다. 뭐든지 할 테니까, 내가 대신 죽어도 좋으니까.
‘제발 우리 서준이 좀 살려주세요.’
정신없이 울며 있는지 없는지도 모를 신들에게 빌면서도 서은혜는 잡고 있던 서준의 손을 놓지 않았다. 혹시라도 놓치면 큰일 날까 싶어 더욱더 강하게 잡았다.
* * *
서준의 기사가 난 지 열흘이 지났다.
새싹들은 조금씩 일상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여전히 슬픔과 절망에 빠져 있었다.
기사에 서준의 이름만 있어도 깜짝 놀랐다.
뭐라도 새로운 정보가 나오면 좋을 것 같으면서도 그게 나쁜 소식일까 두려워했다.
지금처럼.
[제목: 알베르 모흐 한국 온 듯.](사진)
SNS에서 공항 사진 보다가 발견함.
-알베르 모흐가 누군데.
=ㄱㅆ) 세계에서 제일 유명한 신경외과 의사. 지금은 교수지만.
-어떻게 저걸 보고 알아?
=ㄹㅇ그냥 스쳐 지나가는 사진 아님?
=ㄱㅆ) 우리 교수님이 완전 존경해서 매 수업시간마다 사진이랑 영상 보여주시거든ㅋ
=얼마나 보여주는 거얔ㅋㅋ
-여행 온 거 아닐까?
=22 그런 것 같은데?
[제목: 알베르 모흐, 이서준 팬이래.]블루문 팬인 친구의 친구가 파리 의대생이라서, 알베르 교수 한국에 있다고 했더니, 그 교수님이 이서준 팬이라고 하더라.
-친구의 친구가 파리 의대생.
=역시 글로벌 시대.
-하필 여행 온 게 지금이냐ㅠ
=그러게ㅠㅠㅠ
=근데 비행기 표랑 숙소 다 결제하면 어쩔 수 없을 듯ㅠ
=새싹들도 데뷔 20주년이라서 여행 계획 세워뒀을 텐데ㅠㅠ
[제목: 알베르 모흐, 이서준 치료 때문에 온 거 아님?]여행으로 왔다기엔 시기가 너무 안 좋잖아.
이서준이 의식불명인데 어떻게 즐기냐고.
그런데도 한국 온 거 보면 다르게 생각할 필요가 있을 듯.
알베르 모흐 직업이 ‘세계’적인 ‘신경’외과 ‘뇌’ 파트 의사잖아.
의식불명이라는 건 뇌 문제일 경우가 많고.
십중팔구 이서준 치료하려고 온 듯.
-그럴듯하다!
=222 동의.
=33 코코아엔터나 이서준 재력으로 보면 충분히 세계적인 의사 부를 수 있을 듯.
=44 팬이면 돈 안 받고 당장 날아오지!
-그럼 이제 이서준 깨어나는 거야?
=글쎄. 그건 아닐 듯.
=왜? 어째서?
=저 공항 사진 찍은 게 3일 전임. 진찰해서 병명이라도 나왔으면 코코아엔터가 발표했을 것 같은데, 기사 난 거 1도 없음.
=……그럼 어떻게 되는 거야?
=세계적인 의사가 와도 어려운 상황이라는 거지.
[세계적인 신경외과 의사 알베르 모흐, 한국 공항에서 목격!] [과거 배우 이서준의 팬이라고 말한 알베르 모흐, 이서준 치료 차 방한?] [배우 이서준, 이제 깨어날 수 있을까?] [알베르 모흐 교수 방한 3일째. 그러나 묵묵부답인 코코아엔터!] [배우 이서준, 현재 위험한 상황?]세계적인 의사가 왔음에도 서준에 대한 좋은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다.
새싹들의 속은 더더욱 타들어 갔다.
그럼에도 평범하게 하루를 보내려고 노력했다.
>임예나: 우리 밥 잘 챙겨 먹자.
>임예나: 서준이가 깨어나면 분명 걱정할 테니까.
<응. 그러자.
하고 메시지를 보내면서도 송유정은 울컥 눈물을 쏟아냈다. 이렇게 우는 것도 이제 평범한 일이 되어버렸다.
다른 새싹들도 그랬다.
엉엉 울면서도 걱정으로 잠을 못 이루면서도 [새싹부터]에 글을 올려 서로를 위로했다.
모두 서준이 깨어날 것을 믿었다.
[제목: 오늘도 108배 다녀왔습니다.]벌써 일주일째네요.
너무 슬퍼서 일상생활도 못 하고 있었는데, 집 근처 작은 절에서 절이라도 하니까 위로가 됩니다.
남들은 무슨 유난이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서준이는, 서준이의 작품과 음악은 저를 절망에서 구해줬어요. 저희 가족들도 지금 함께 해주고 있을 만큼 그때의 저는 심각했었거든요.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나마 보답하고 싶어요.
[제목: 나도 가족들이랑 성당 가서 기도했다.]나도 새싹이고 우리 가족들도 서준이 좋아하거든.
우리 할머니가 아프셨는데 [내의원] 보시면서 치료를 잘 받으셨어. 지금도 건강하시고 서준이 다른 작품들도 좋아해. 히어로 영화는 좀 정신없다고 하시는데ㅎ
그래서 기사가 뜬 후부터 계속 성당 가서 기도하고 있어.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지지 않을까, 하고.
간절한 글들 사이, 조금 엉뚱한 글이 올라왔다. 그러나 그것 또한 걱정과 진심이 담겨 있는 글이었다.
[제목: 나는 청룡님께 기도하고 있어.]왜냐하면 청룡님께 기도하면 서준이한테도 전해질 것 같아서.
서준이라면 새싹들의 기도를 듣고 분명 깨어날 테니까.
그 글이 올라온 후로 청룡님께도 기도를 하는 새싹들이 많아졌다.
정확히는 청룡님과 그 본체인 서준에게 전하는 메시지였다.
송유정과 임예나도 굿즈 장식장 위에 올려둔 여의주를 보며 절절히 기도했다. 눈물이 찔끔 흘러나오는 건 언제나와 같았다.
‘청룡님, 제발 서준이가 무사히 깨어나게 해주세요.’
‘서준아, 제발 깨어나 줘.’
새싹들뿐만 아니라 서준의 작품을 재미있게 본 대중들도 서준의 이름이 보이면 잠깐 멈춰 서서 서준이 무사히 깨어나길 기도했다.
그 간절한 기도들이 향하는 곳은 하느님일 때도 있었고 부처님일 때도 있었지만,
청룡님일 때도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