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perstar From Age 0 RAW - Chapter (1075)
0살부터 슈퍼스타 1075화
[(선)블루 드래곤 해츨링의 약한 피어의 등급이 중급에서 중상급으로 상승합니다!]“……!”
서준이 번쩍 눈을 떴다.
[(선)블루 드래곤 해츨링의 약한 피어의 등급이 중상급에서 상급으로 일시적으로 상승합니다!]알림과 함께, 눈물에 젖어 흐릿해진 시야로 유난히 선명한 글자들이 보였다.
‘등급, 상승?’
어떻게? 왜?
순간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서준이 이것이 자신이 살아날 방법이라는 걸 깨달았다.
서준이 빠르게 고개를 돌려 [(선)블루 드래곤 해츨링의 약한 피어]의 주인인 세이도닌을 찾았다.
때마침 추락하고 있던 세이도닌의 몸이 빛나는 것이 보였다.
반짝이는 빛무리는 세이도닌의 몸에 난 상처들을 치료해 주고 구멍이 뚫렸던 날개가 다시 원래대로 돌려놓았다. 그리고 기절한 듯 눈을 감고 있던 세이도닌의 몸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
어마어마한 힘이 몸을 가득 채우는 것을 느낀 세이도닌이 번쩍 정신을 차렸다.
등급 상승은 삶의 책이었을 때 한 번 겪어봤지만 역시 마음을 벅차오르게 하는 것이 있었다. 하지만 그걸 감상하고 있을 여유는 없었다.
“서준!”
세이도닌은 몸을 바로 하고 커다란 날개를 펄럭였다.
서준은 자신에게로 힘껏 날아오는 세이도닌을 바라보았다.
크기는 해츨링 그대로였지만 아우라는 성체 드래곤 못지않은 블루드래곤 해츨링의 모습 위로 떠오르는 잔상이 있었다.
푸른, 용.
“……청룡.”
청룡님.
서준의 눈이 커졌다.
어떻게 등급이 상승할 수 있었는지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선)블루 드래곤 해츨링의 약한 피어]의 등급 상승 조건은 소원을 비는 것.그러나 일반적인 소원은 해당하지 않는다. 살아생전 수호용이 되고 싶었던 세이도닌인 만큼 자신을, 또는 누군가를 위한 소원만이 효과를 발휘했다.
게다가 한두 명의 소원 정도로는 부족했다. 한 나라의 수호용이 될 뻔했던 세이도닌이었으니까.
‘그러니까 지금 등급이 상승한 건…….’
아주 많은 사람들이 서준을 위해서 ‘청룡님’의 탈을 쓴 세이도닌에게 소원을 빌었다는 것이었다.
중급에서 중상급으로, 중상급에서 상급으로.
무려 두 단계나 뛰어넘을 정도로 아주 간절하게.
서준은 뻐근해지는 가슴과 울컥 나올 것 같은 눈물에 입술을 꾹 다물 수밖에 없었다.
자신마저도 포기하고 있었는데.
포기하지 않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절실하게 기도하는 사람들이 있는 거였다.
“서준! 괜찮아요?”
“미밍?”
세이도닌이 떨어지던 서준을 낚아챘다. 세이도닌은 오는 길에 미밍과 파르비타, 리치왕까지 주워온 것 같았다.
“……괜찮아.”
미안함과 고마움에 가슴이 묵직해진 서준이 한숨처럼 말했다.
그런 서준의 모습에 세이도닌이 수호용다운 믿음직한 얼굴로 웃으며 말했다.
“모두 서준이 돌아오길 간절히 바라고 있어요.”
전해진 어마어마한 힘에 담긴 사람들의 소원을 읽을 수 있었던 세이도닌의 말에, 서준은 울 것 같은 얼굴로 웃으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게. 다들 엄청 기다리고 있나 봐.”
‘청룡님’이라는 그저 가상의 캐릭터일 뿐인 존재에게 소원을 빌 정도로.
세이도닌의 등에 올라탄 서준이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빛나는 핵.
그리고 벌떼처럼 몰려오는 적들이 보였다.
“그러니까 빨리 돌아가야겠어.”
더 걱정하지 않게.
다시 빛을 찾은 눈동자를 반짝이며 서준은 수호활을 꺼내 들었다. 리치왕이 다시금 서준에게 마법을 걸어주었다.
“가자, 세이도닌.”
“네!”
커다란 푸른 날개가 크게 바람을 일으켰고, 일시적으로 상급의 힘을 갖게 된 블루드래곤 해츨링은 빠르게 하늘을 가로질렀다.
–! —!!
서준과 세이도닌은 아까보다 빠른 속도로, 아까보다 조금 쉽게 적들을 상대했다. 브레스 한 방에 적들이 우수수 떨어지는 걸 보니, 과연 상급의 힘은 무시무시했다.
“이래서…….”
서준은 [(선/제작)황금 인어 파르비타의 나침반]이 왜 자신의 생일 전날 한준서와 만나게 했는지 알 것 같았다. 그리고 서준이 쓰러진 걸 기사로 내보내게 한 이유도.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였다.
데뷔 20주년 차 생일날 아무 반응이 없는 슈퍼스타.
다음 날 터진 의식불명 기사.
관심이 없던 사람도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아무도 모르는 때, 아무런 기사도 내지 않았다면…….’
코코아엔터의 일 처리는 완벽하니, 새싹들조차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을 거다.
그러면 아무도 서준을 위해 기도를 하지 않아, 세이도닌의 등급이 상승할 수도 없었을 테지.
‘정말…….’
[(선/제작)황금 인어 파르비타의 나침반]과 그 안에 깃든 다호 형의 마음에는 몇 번이고 감사를 표해도 모자랄 것 같았다.새싹들에게도 지인들에게도 고마웠다. 마음고생을 하게 해서 미안하기도 했지만.
“서준!”
그때, 세이도닌이 외쳤다.
“상급의 힘은 일시적으로 적용되는 거라서 사라지기 전에 핵까지 가야 해요!”
“일시적이라는 게 정확히 어떤 의미야?”
추격활을 쏘며 서준이 물었다.
그게 의문이긴 했다.
중급에서 중상급으로의 상승을 알려주던 첫 번째 알림은 이전에 봤던 것들과 같았는데, 중상급에서 상급으로의 상승을 알려주던 두 번째 알림에는 ‘일시적으로’라는 말이 붙어 있었다.
“아마 사람들의 소원만으로는 상급까지 등급을 올리기는 불가능해서 생의 도서관이 힘을 쓴 것 같아. 아마 정말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쥐어짜낸 힘이겠지!”
물방울들을 총알처럼 적들에게 쏘아 보내며 파르비타가 대답했다.
“생의 도서관의 힘이 사라지면 해츨링도 중상급으로 돌아갈 겁니다.”
리치왕이 마법을 펼치며 덧붙였다.
결론은 한시라도 빨리 핵까지 도달해야 한다는 거였다.
하지만 괜찮을 것 같았다.
문제없이, 막힘없이 점점 더 핵에 가까워지고 있었으니까.
서준은 떨리는 눈으로 핵을 바라보았다.
이제 서준은 세이도닌의 날갯짓 몇 번이면 핵과 닿을 만한 위치에 있었다.
“저걸, 부수면 되는 거지?”
“그래! 서준 네가 직접 부숴야 해!”
파르비타의 말에 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곧…….’
돌아갈 수 있다.
서준은 떨리는 마음을 내리누르며 마지막까지 집중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서준과 전생들이 미처 깨닫지 못한 것이 있었다.
생의 도서관이 힘을 쥐어짜 냈다면, [무한환생] 또한 그럴 수 있다는 것을.
서준을 태운 세이도닌이 핵에 다가가기 위해 날개를 펄럭이려던 찰나.
세상이 뒤집혔다.
* * *
조금 전까지만 해도 자유롭게 느껴지던 신체에 압력이 느껴졌다. 시원하게 트여 있던 시야도 색유리로 한 겹 덧씌워진 것처럼 보였다.
마치 물속에 있는 것 같았다.
“–!”
보글-
놀란 서준의 입에서는 ‘설마!’ 하는 소리 대신 크고 작은 공기 방울이 생겨났다.
세상이 뒤집혔다.
말 그대로 하늘이 바다가 되고, 땅이 하늘이 된 것이었다.
빛이 비치는 수면 아래에서 하늘 위를 올려다본 서준이 주먹을 꽉 쥐며 안타까워했다.
‘바로 앞에 핵이 있었는데…….’
설마 하늘과 땅이 바뀔 줄이야.
참을 새도 없이 한숨이 흘러나왔다. 산 넘어 산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서준! 괜찮아?!”
파르비타의 목소리에 서준이 고개를 돌렸다.
인어인 파르비타는 아주 익숙하게 헤엄치며 다가오고 있었고 미밍은 서준의 머리 위에 잘 있었다. 리치왕도 멀쩡했고 세이도닌도 바다를 영역으로 삼는 블루드래곤의 해츨링답게 익숙해 보였다. 세이도닌의 할아버지가 수호하던 나라도 바로 해상왕국이었다.
“상태는 어때? 숨은 쉬어져? 말은 할 수 있겠어?”
그러고 보니 숨은 편하게 쉬어졌다. 아무래도 진법으로 만든 가짜 바다라서 그런 것 같았다.
“—.”
대신 말을 할 때는 소리 대신 공기 방울이 생겨나고 있었다.
파르비타가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
“이제 말할 수 있을 거야.”
“-, 고마워.”
그래도 보글보글 공기 방울이 생겨나는 건 여전했다.
서준은 자신의 상태를 살폈다.
아무래도 물속이라서 그런지 사방에서 누르는 듯한 수압이 느껴졌다. 움직이는 것도 지상만큼 편하지 않았다. 팔을 한 번 휘저을 때마다 물의 저항을 받고 있었다.
“제대로 싸우기는 힘들 것 같아.”
“큰일이네.”
파르비타가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일단 다치지 않게 조심해, 서준. 벌써 몰려왔어.”
어두운 물속에서 서준과 전생들의 노려보는 번뜩이는 눈들이 보였다.
[무한환생]에게 조종당하는 흑백의 적들이었다.한 뼘만 한 파르비타와 리치왕이 제대로 싸울 수 없는 서준의 앞과 뒤에 자리를 잡고, 세이도닌도 서준을 보호하듯 커다란 몸을 둥그렇게 말았다.
아가미와 지느러미가 달린 이종족들부터 물고기 형태의 몬스터들, 그 이외의 물속에서 서식하는 몬스터들까지. 물에서 서식하는 몬스터들은 죄다 몰려온 것 같았다.
서준과 전생들이 바짝 긴장했다.
미밍은 애초에 논외였고, 바다에서 가장 잘 싸울 수 있는 인어 파르비타는 이미 힘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리치왕은 지금까지처럼 보조만 할 테니, 싸울 수 있는 건 세이도닌 밖에 없었다.
세이도닌이 사나운 눈빛으로 브레스를 쏠 준비를 했다.
적들과 싸우면서도 서준이 크게 다치지 않게 보호해야 했다.
—-!!
물을 진동시키는 울부짖음과 함께, 적들이 달려들었다.
그때.
콰아아앙!
적들의 후방부가 물살과 함께 터져 나가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그 빈틈을 뚫고 빠르게 헤엄쳐오는 이들이 보였다.
서준이 씨 세이브의 배에 설치했던 [(선/제작)세이렌족의 사이렌(중상급)]의 세이렌과 영화[흘러가다]를 찍을 때 사용했던 [(악)안개늪 파수꾼의 수확(상급)]의 악어 수인이었다.
“이제 곧 다른 전생들도 도착할 거야. 갑자기 환경이 바뀌어서 찾는 데 시간이 좀 걸렸어.”
비슷한 인어족인 파르비타와 서준을 보며 세이렌이 웃으며 그렇게 말하자마자,
—-!!
물속에서의 전투가 시작되었다.
악의 도서관 출신답게 파수꾼은 별말도 없이 바로 물살을 가르며 적들에게로 향했고, 곧 도착한다던 색색의 전생들도 사방에서 흑백의 적들을 공격했다.
세이렌도 어느새 전투에 합류해 있었다.
–! —-!!
물속 전투의 화려함에 잠깐 감탄하고 있던 서준이 얼른 정신을 차렸다. 지금 이 바다를 빠져나가야 했다.
“문제가 있어요, 서준!”
적들의 공격에서 서준을 보호하던 세이도닌이 마법을 사용해 거울 같은 것을 만들어냈다. 수면 바깥 상황을 볼 수 있는 거울이었다.
바다 표면 바로 위.
하늘을 날 수 있는 흑백의 적들이 개미떼처럼 우글우글 몰려들어 있었다. 자그마한 몬스터부터 세이도닌보다 거대한 몬스터까지. 그 숫자는 조금 전 핵에 도달할 때 몰려들었던 적들의 수보다 훨씬 많았다.
서준이 나타나기만을 기다리는 그 살벌하고 무시무시한 모습에 저절로 탄식이 흘러나왔다.
“총력전이군요.”
“미밍…….”
“저쪽도 이제 마지막이라는 걸 아는 거지.”
파르비타의 말에 서준은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저걸 어떻게 빠져나가나 고민했다.
“뚫을 수 있을 것 같아, 세이도닌?”
“해볼게요! 앗!”
[(선)블루드래곤 해츨링의 약한 피어의 등급이 상급에서 중상급으로 하락합니다.]타이밍도 참.
눈앞에 나타난 알림에 저도 모르게 앓는 소리가 나온 서준이었다.
“죄송해요…….”
순한 얼굴로 울먹이는 세이도닌을 서준이 토닥여주었다.
“아니야. 네가 죄송할 게 뭐가 있어.”
그저 타이밍이 좋지 않았을 뿐이었다.
한숨을 삼킨 서준이 파르비타에게 물었다.
“나침반은 아직 쓸 수 있어?”
“한 번 정도면 괜찮을 것 같은데, 잠시만.”
아까 영 상태가 안 좋았던 나침반이지만, 이번에는 괜찮지 않을까 싶었다.
생각해 보면 서준을 가리킨 것도 세이도닌의 등급 상승과 관련 있던 게 아니었을까.
쾅! 콰아아앙!
사방에서 들려오는 굉음 속에서 파르비타는 능력을 사용했다. 그리고 작아졌다.
“?!”
서준과 미밍, 리치왕과 세이도닌이 반 뼘 크기로 작아진 파르비타를 보며 화들짝 놀랐다.
“파르비타,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힘을 다 쥐어짜서 그래.”
파르비타는 능력을 사용하기 위해 작은 몸을 유지하던 힘까지 사용했다.
물론 길잡이로서 서준과 끝까지 함께 해야 했기 때문에 아주 조금은 남겨놓았다.
“나침반을 쓸 수 있는 것도 이번이 마지막일 거야.”
마지막.
알게 모르게 많은 도움을 받았던 나침반을 바라보며 그 안에 담겨 있는 안다호의 소원을 생각하던 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빙그르르-
나침반의 바늘이 돌았다. 그리고 곧 멈추었다.
“……또 나야?”
나침반이 또 서준을 가리켰다.
“마지막까지 이러기냐고!”
작아진 파르비타가 데굴데굴 굴렀다. 내 능력이지만 참 파악할 수가 없는 능력이었다.
그때.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던 리치왕이 스태프를 휘둘렀다.
그러자 갑자기 무언가 빨려 올라가는 듯한 압력과 함께 물살이 생겨나는 것이 느껴졌다. 서준은 머리 위에서 느껴지는 그 물살을 따라 고개를 들어 올렸다.
무언가가 길다란 흔적을 남기며 수면 위로 날아가고 있었다.
뭐지?
하고 눈을 깜빡이고 있는데, 세이도닌이 만들어낸 마법거울로 바깥이 보였다.
—!
대포알처럼 쏘아 올려진 무언가가 바다 표면을 뚫고, 우글우글 모여 있는 적들을 뚫고 하늘 높은 곳으로 날아올라 가는 것이 보였다.
그러나 그 누구도 그 작은 것을 신경 쓰지 않았다. 계속 으르렁거리며 수면 아래에 있을 서준이 나타나길 기다렸다.
그때.
번쩍!!
그 작은 것이 눈부시게 빛났다.
그러자 최하급부터 최상급까지 할 것 없이, 수면 위를 맴돌고 있던 모든 몬스터들이 일제히 고개를 들어 그 빛나는 작은 것을 바라보았다. [무한환생]에게 조종당하고 있음에도 무언가에 홀린 듯한 모습이었다.
빛나는 작은 것.
그건,
“미밍!!!”
[(선)작은 미믹의 탐나는 포장(최상급)]의 주인인 미밍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