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perstar From Age 0 RAW - Chapter (1080)
0살부터 슈퍼스타 1080화
♪-♩♪-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가 연주하는 [굿모닝]이 조용한 병실을 가득 채웠다.
서은혜는 아들이 작곡한 곡을 들으며 아들이 좋아했던 인형들을 둘러보다 마지막으로 침대에 누워 있는 서준을 보았다.
평범했던 지난날들이 떠올랐다.
즐겁고 행복했으며 언제까지나 이어질 것만 같았던 하루하루.
그날도, 서준이 웃는 얼굴을 마지막으로 본 날도 그랬다.
너무 평범하고 다른 날과 다름없던 날이었던지라, 그 이후로도 계속 그럴 줄 알았다.
언제나처럼 저녁을 먹고, 잠이 들고, 다음 날 아침 일어나 생일을 축하하고.
그렇게 보낼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순식간에 모든 게 달라졌다.
그리고 어쩌면 한 번 더.
서은혜과 이민준의 세상이 끔찍하게 변할지도 몰랐다.
[48]한 번도 오르지 않고 떨어지기만 하는 서준의 심박수에 서은혜는 눈을 뗄 수가 없었다.
-!
바이올린 연주가 끝났다.
서준이 혹시라도 미세한 움직임을 보일까 싶어 간절한 표정으로 살펴보던 김수빈이 이내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가 휴대폰 건너에 있을 제이슨 무어에게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고마워요, 제이슨! 정말 멋진 연주였어요./”
-/……그래./
작은 기적을 바랐던 제이슨 무어도 한숨을 삼키고는 대답했다.
-/언제든 연락해. 연주는 몇 번이고 해줄 테니까./
“/어, 근데 저도 자주 올 수 있을 것 같진 않아요. 아무래도 서준이 형이 여기 병원에 입원한 건 비밀이라서요./”
서준과 친한 자신이 자주 들락날락거리면 아무래도 눈에 띄지 않을까 싶었다.
서은혜가 잠시 김수빈에게 자신이 말해도 괜찮냐고 눈짓했다. 김수빈이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
“/안녕하세요, 제이슨 씨. 서준이 엄마예요./”
-/아, 오랜만입니다./
“/혹시 주변에 누가 계신지 물어봐도 될까요?/”
-/스승님과 함께 있습니다만……/
“/영상으로나마……서준이를 보여 드리고 싶어서요./”
아무래도 누군가에게 보여주기에는 어려운 모습이었다.
하지만 제이슨 무어와 벤자민 모튼 교수는 괜찮았다. 믿을 수 있었다.
-/! 부탁드립니다./
-/유출은 걱정 마세요, 부인./
놀란 듯한 제이슨 무어와 침착하지만 떨리는 벤자민 교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서은혜가 희미하게 웃었다.
“/잠시만요./”
서준의 지인들에게 서준의 모습을 보여주는 건 처음이라 손이 조금 떨렸지만, 서은혜는 머뭇거리지 않고 영상통화 버튼을 눌렀다.
그러면서 다른 분들과도 만나게 하는 게 어떻겠냐고 이민준과 안다호, 최태우와 이야기를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면 서준이 조금이나마 반응을 보일지도 모르니까.
-/……오, 이런……./
-/……!/
카메라에 비친 서준을 본 벤자민 교수와 제이슨 무어가 놀라는 숨소리가 들려왔다. 걱정과 안타까움이 뒤섞여 있었다.
또.
어쩌면.
생각하고 싶지는 않지만.
서은혜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서준의 마지막 모습일지도 모르니까.
* * *
그날 오후.
김수빈과 김희상이 돌아가고, 제이슨 무어와 벤자민 교수가 보내준 음원들을 차례로 켜놓은 서은혜가 그렇게 설명했다.
“나는 괜찮다고 생각해.”
이민준이 찬성했다.
집에서 잠시 쉬다 온 이민준의 손에는 서준이 책장에 꽂아두었던, 가장 좋아하는 대본들이 들려 있었다. 서은수의 말을 듣고 몬스터사 인형보다도 효과가 좋을 것 같은 게 대본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서준이도 보고 싶을 거고.”
의료진들의 행동에 방해가 되지 않으면서도 서준이 깨어나면 언제든지 손을 뻗을 수 있는 장소에 손때묻은 대본들을 놓아두며, 이민준이 말했다.
“두 분이 괜찮으시다면,”
안다호도 고개를 끄덕였다.
서은수와 김수빈의 이야기를 전해 들은 안다호와 최태우도 코코아엔터에서 서준이 쓰러지기 전 들어왔던 작품들의 대본들을 가지고 왔다.
완성된 대본부터 시놉시스까지, 1팀이 생각하기에 서준이 가장 흥미로워할 작품들로만.
또, 드라마와 영화, 연극 영상을 서준이 눈을 뜨면 언제든지 볼 수 있게 틀어놓았다. 소리는 음소거를 해두었다.
“기자들이나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을 정도라면 저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그분들은 눈에 안 띄는 게 더 힘들지 않을까요?”
새싹들이 보낸 걱정과 바람이 가득한 편지들을 잘 놓아둔 최태우의 말에 모두 작게 웃고 말았다. 대부분 유명인이니 그럴 만했다.
“서준이의 상태에 대해서도 이제 조금은 알려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러면 만나러 오기 한결 편하겠죠. 전부 밝히지는 않겠지만 말입니다. 하루에 만날 수 있는 인원도 의료진하고 이야기를 나눠 정해야겠습니다.”
안다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서은혜와 이민준이 병실을 둘러보았다.
꼬마 때 가지고 놀던 인형과 언제나 열심히 분석하던 대본. 재미있게 보던 영화들과 들뜬 얼굴로 읽던 팬들의 편지까지.
삭막하던 병실이 서준이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해졌다.
“이제 서준이만…….”
서준이만 일어나면…….
서은혜는 물기 서린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며 서준의 손을 붙잡았다.
아직, 따뜻했다.
* * *
다음 날부터 면회가 시작되었다.
인원은 비밀 유지를 위해 하루 5명 이하로.
첫날에는 이지석과 김종호, 이다진과 최소영이 오전, 오후에 나눠 서준의 병실을 방문했다.
다들 서준의 소식을 처음 들었던 날만큼이나 잠들어 있는 서준을 보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가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울지는 않았다.
그저 서준의 옆에 앉아 평소보다 작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니, 종호 형이 펄쩍 날뛰면서 신문사로 쳐들어간다고 하지 뭐야? 큰일 나는 줄 알았다니까.”
“너도 같이 가자며!”
마치 서준이 깨어 있는 듯, 언제나처럼 투닥거리는 김종호와 이지석.
“우리 같이 연극 했던 애들 기억나, 서준아?”
“다들 너 꼭 깨어났으면 좋겠다고 하더라.”
어린이 연극 [봄]을 함께 했던 친구들을 이야기하는 이다진과 최소영.
어느 평범한 날을 보는 것 같았다.
면회는 문제없이 이어졌다.
다음 날 오전에는 [봄이 돌아왔다]의 공희찬 피디와 박도훈, 강태영이 병원에 들렀다.
“서준아……!”
어쩔 줄 모르고 울기만 하는 강태영의 어깨를 공희찬 피디가 두드려 주었다. 박도훈이 조심스럽게 서준의 손을 잡고 한숨을 내쉬었다.
오전 병문안이 끝나고 안다호는 코코아엔터로 향했다. 오후 병문안은 최태우가 맡기로 했다.
‘이제 점심을 먹고…….’
다시 일을 해야지.
혼란만 가득했던 2주 전보다는 나았지만 여전히 해야 할 일이 많았다.
저기 코코아엔터 사옥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기자들처럼.
계속 묵묵부답인 코코아엔터에 질려 다른 곳을 찾아간 기자들도 있었지만, 여전히 무슨 이야기라도 들을까 싶어 기다리는 기자들도 있었다.
쯧.
하고 혀를 찬 안다호가 차를 돌리려고 할 때.
여기저기 앉아 기다리는 게 익숙해 보이는 기자들과 달리, 어색한 움직임으로 코코아엔터 앞을 왔다 갔다 하는 남자가 보였다.
“기자는 아닌 것 같은데…….”
그렇다고 서준이나 다른 연예인들의 팬인 것 같지도 않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낯이 익었다.
고개를 쑥 빼고 코코아엔터로 들어갈까 말까 고민하던 남자는, 그를 이상하게 여긴 기자가 말을 걸며 다가오자 화들짝 놀라며 다른 곳으로 도망쳤다.
끝까지 그 남자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 핸들을 툭툭 치면서 기억을 떠올리던 안다호가 순간 눈을 크게 떴다.
누군지 알아차린 것이었다.
안다호는 근처에 차를 대고 남자가 사라진 곳으로 향했다.
다행히 남자는 멀리 가지 않고 코코아엔터 근처를 맴돌고 있었다. 다시 코코아엔터로 향할 생각이었던 것 같았다.
남자를 발견한 안다호가 그를 불렀다.
“장현준 씨?”
남자, 장현준이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 * *
일주일 전.
[배우 이서준, 아직도 의식이 없어!] [도대체 무슨 병이길래?] [세계적인 의사도 알아내지 못한 불치병?!]“아이고……!”
컴퓨터로 기사를 보고 있던 장현준이 초조한 듯 다리를 떨었다.
“우리 이 병장님이 왜!”
다른 사람도 아니고 이 병장님이 아프시다니.
도저히 믿기지가 않았다.
하지만 사실이었다.
백호 부대였던 사람들도, 그 가족들도 서준을 걱정했다.
[제목: 이 병장님이 꼭 깨어나시길 기도합니다.]망나니 형 인간 만들어준 이 병장님이 꼭 깨어나시길 바랍니다.
저희 부모님도 지금 절 다니면서 기도하고 있습니다.
평생 고마워하면서 살겠다고 했는데…….
-저희 가족도 기도하고 있어요.
-꼭 깨어나길 바랍니다.
-진짜. 하늘도 무심하다는 게 이럴 때 쓰는 말일 듯.
=그러게요. 왜 하필 이 병장님이 아프신 건지ㅠㅠ
배우 이서준의 팬인 새싹들처럼 이서준 병장을 아는, 그의 도움을 받은 사람들이 기도했다.
아픈 곳이 얼른 나아, 의식을 되찾길.
“……그냥 평범한 병은 아닌 것 같은데…….”
마른세수를 하던 장현준이 한숨을 푹 내쉬며 중얼거렸다.
물론 현대의학으로는 진료하기 힘든 아주 희귀한 병이거나 아직 발견하지 못한 병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한때 장현준 이병이라고 불렸던 그는 이 세상에 눈으로 볼 수 없는 것들도 있다는 걸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귀신을 볼 수만 있는 자신과 달리, 이서준 병장님은 귀신을 물리치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또 요리를 좀 더 잘하게 된다거나 군대 침상에서마저도 꿀잠을 잘 수 있게 하는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그런 이서준 병장님인데, 평범한 병에 저렇게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을 리가 없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금방 일어나실 거라고 생각했는데……!”
기절했어도 능력을 써서 금방 해결하고는 일어나실 것 같아서 잠깐 놀라긴 했지만 걱정은 안 했었는데, 벌써 일주일이 다 되었다.
“큰일이 생기신 게 분명해.”
천하의 이서준 병장님의 힘만으로는 부족한, 아주아주 큰일이 생기신 게 분명했다.
“내가 도와드려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을 도와줬던 이서준 병장님처럼 도와드리고 싶었다.
무려 평생의 은혜를 입지 않았나.
이 병장님이 주신 부적 팔찌 덕분에 이제 잡귀 걱정은 전혀 하지 않게 되었다.
“……팔찌……!”
눈을 부릅 뜬 장현준이 고개를 숙여 제 오른쪽 손목에 있는 묵주 팔찌를 바라보았다.
검은색 구슬들 사이 검푸른색의 구슬과 초록색의 구슬이 반짝였다. 이 두 개의 구슬이 바로 이 병장님이 능력을 써서 만들어주신 것이었다.
바로 잡귀를 흡수해 서준의 능력에 필요한 에너지(선기)로 만드는 능력과 그 에너지로 강한 귀신을 정화하고 에너지를 보관하는 능력이었다.
“……근데 이게 정말 도움이 될까?”
서준의 능력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하는 장현준은 문득 그런 걱정이 들었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도움이 되지 못하더라도 괜찮았다.
할 수 있는 건 하고 싶었다.
장현준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당장에라도 이 병장님에게, 코코아엔터에 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전에.
[■□□□□□□□□□]텅텅 빈 에너지를 채워야 했다.
“미리미리 채워둘걸!”
산속에 있어서 잡귀가 모이기 쉬운 군대에서와는 달리, 전역한 이후로는 맨날 다니던 곳만 다녀서 근처 잡귀들은 모두 흡수하고 물리쳤기 때문에, 딱히 에너지를 충전할 필요성을 못 느낀 탓이었다.
아무래도 가야 할 것 같았다.
귀신 사냥하러.
전역 후 대학에 입학해서 3월인 지금은 강의를 들어야 했지만, 그것보다 이 병장님이 더 중요했다. 대학을 갈 수 있었던 것도 이 병장님이 주신 부적 팔찌가 공부를 방해하던 잡귀를 물리쳐준 덕분이었으니까.
짐을 챙기기 위해 일어나려던 장현준이 다시 자리에 앉아 키보드에 손을 올렸다.
그리고 일평생 검색하리라고 생각하지도 못했던 단어를 검색창에 적어넣었다.
[서울 내 심령스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