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perstar From Age 0 RAW - Chapter (1082)
0살부터 슈퍼스타 1082화
가보란 말에 조금 놀란 표정을 짓는 안다호에 장현준은 양심이 조금 찔렸지만 계속 말을 이었다.
“못 믿으시겠지만 저도 효과를 많이 봤습니다. 이 병장님, 아니, 서준이 형에게도 아주 조금이지만 도움이 될 겁니다.”
안다호가 조용히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는 묵주 팔찌를 바라보았다.
일반인인 안다호의 눈에는 능력이 새겨져 있는 검푸른 구슬도, 초록색 구슬도 그저 평범한 검은색의 구슬로 보일 거라서, 어떻게 해야 믿음을 줄 수 있을지 장현준은 고민에 빠졌다.
‘근데 말하고 보니 진짜 사이비 같네…….’
하지만 이 병장님이 계속 부적 팔찌를 끼고 있게 하려면 최대한의 범위 내에서 솔직하게 설명하는 수밖에 없었다. 진찰을 받고 나서 빼놓은 팔찌를 다시 끼지 않을 수도 있었으니까.
장현준은 초조한 얼굴로 안다호의 대답을 기다렸다.
안다호가 입을 열었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서준이 부모님께도 말씀드려서 잘 착용하도록 하겠습니다.”
그 대답에 놀란 건 장현준이었다.
“그…… 제가 이런 말 하는 게 이상한 건 아는데, 제 말을 믿으세요? 막 사이비 같고 그러지 않으세요?”
안다호가 작게 웃었다.
“서준이와 친한 분이시니까요. 서준이랑 잘 알고 지내시는 분들 중에 나쁜 분들은 없거든요.”
안다호는 그게 서준이 가진 재능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연기도 잘하고 바이올린 연주 같은 것도 잘했지만, 주위에 좋은 사람들만 있는 것도 정말 멋진 재능이었다.
“이렇게 집안 가보까지 가지고 오시는 분도 계시잖습니까.”
“그건,”
가보 4년 차 부적 팔찌를 언급하는 안다호에 양심이 많이 찔린 장현준이 눈을 데굴 굴렸다.
하지만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았다.
안다호의 말대로 서준과 함께 떠들썩하게 지냈던 군인 시절 만났던 인연들 모두 좋은 사람들이었다.
“그건 서준이 형이 좋은 사람이라서 그래요. 서준이 형이 아니라면 누가 관심병사들한테 관심을 갖고 그렇게 상담까지 해주겠어요.”
지금 와서 생각해 봐도 대단한 일이었다.
누구도 엮이기 싫어하는(장현준도 충분히 이해했다.) 이들에게 다가와 준 이서준 병장님.
그냥 무시하고 신경 쓰지 않아도 될 일이었는데, 이 병장님은 기꺼이 자신의 시간을 내서 도와주셨다. 그건 관심병사들에게도, 함께 생활하며 스트레스를 받던 다른 장병들에게도 참 고마운 일이었다.
‘이 병장님 있을 때가 참 좋았는데…….’
이 병장님이 전역하시고 난 후 백호부대 여기저기서 들려오던 말이었다. 윗분들도 이 병장님을 그리워하고는 했다.
‘역시 말뚝을 박게 했어야……!’
이건 잊자.
하여튼.
불과 1년 4개월쯤 지냈던 군대에서도 그랬던 이 병장님이었는데, 지금까지 살아오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도와줬을지.
직접적으로는 강원도 터널 사고 때 도와줬던 부부도 있었고, 간접적으로는 [먹방]이나 [한 걸음]으로 도움을 받거나 영화를 보고 실컷 웃거나 음악으로 위로를 받은 사람들이 있었다.
또 가까운 지인들에게도 기꺼이 조언을 해주고 알게 모르게 도와줬을 거다.
“그런 서준이 형이니까, 은혜를 갚는 거죠.”
장현준의 말에 안다호도 작게 미소 지었다.
그래. 서준은 그런 사람이었다.
그래서 모두가 서준이 깨어나길 간절하게 기도하고 있는 거였다.
“팔찌는 계속 착용하고 있어야 효과가 있을 거예요.”
부적 팔찌를 무사히 전달해 줬다는 생각에 안심한 장현준이 그렇게 말하자, 그 얼굴을 잠시 바라보던 안다호가 입을 열었다.
“현준 씨, 잠깐 시간 되십니까?”
“시간이요? 네, 괜찮은데 왜 그러세요?”
서준에게 팔찌를 전달해 주기 전까지는 며칠이 됐건 학교 강의도 빼먹을 생각이었던 장현준이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여기까지 오셨으니 서준이 얼굴 보고 가셔야죠. 괜찮으시다면요.”
사이비 취급당할까 걱정하면서도 이렇게 와준 장현준이 고마웠다. 우연히 자신과 마주치지 않았다면 아까처럼 그렇게 계속 코코아엔터 앞을 맴돌았겠지.
“! 그래도 되나요?”
놀라는 장현준에 안다호가 작게 웃으며 말했다.
“이 팔찌도 직접 주는 게 더 좋을 것 같습니다.”
반색한 장현준이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
* * *
잠시 후.
장현준은 안다호와 함께 ATR병원 서준의 병실 앞에 도착했다.
“여깁니다.”
똑똑, 노크를 한 안다호가 병실의 문을 열었다.
그러자 바이올린의 선율이 잔잔하게 들려왔다. 그리고 여기저기 놓여있는 몬스터사 인형들도 보였다.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부드러운 분위기의 병실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는 장현준을 보며 웃던 안다호가 미리 연락받은 이민준에게 장현준을 소개했다.
장현준이 얼른 꾸벅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이 병장님, 아니, 서준이 형이랑 같이 군 생활을 했던 장현준이라고 합니다.”
하도 이 병장님, 이 병장님이라고 불러서 그런지 전역한 지 꽤 지났는데 아직도 그 호칭이 먼저 튀어나왔다.
“반가워요. 서준이한테 이야기 많이 들었어요.”
이민준이 그늘진 얼굴로 웃으며 장현준을 반겼다.
그 얼굴빛에 장현준은 정말 심각한 상황이구나, 생각했다. 그러면서 부적 팔찌 이야기를 해도 될까 고민했다. 정말로 다급하고 간절한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사이비가 된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부적 팔찌를 전달하며 최대한 솔직하고 조심스럽게 부적 팔찌에 대해 설명했다. 가보라는 이야기도 빼놓지 않았다. 그래야 좀 더 믿을 수 있을 테니까.
“그렇군요…….”
이민준이 손에 든 부적 팔찌를 바라보았다.
“못 믿으신다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그냥 제가 드리는 선물이라고 생각하셔도 돼요.”
“가보라면서요.”
이민준이 가볍게 웃다가 여기까지 와준 장현준에게 감사를 표했다.
“고마워요. 빼놓지 않을게요.”
그것이 참 이상했다.
안다호도 그랬듯 이민준 또한 장현준의 이야기를 순순히 들어주었다. 무슨 이야기를 하냐며, 장난하냐며 화를 내는 게 보통일 텐데 말이다.
그런 장현준의 표정을 읽었는지 이민준이 씁쓸한 얼굴로 이야기했다.
서준이 의식을 되찾지 못한 지 벌써 2주째.
“지금은 뭐든 매달리고 싶거든요.”
물론 그렇다고 헛소리를 늘어놓으며 사기를 치는 사이비에게까지 매달린다는 소리는 아니었다.
그저 사람들의 간절한 마음을 믿었다.
“여기 있는 인형들도, 저기 틀어놓은 음악도 그렇죠.”
팔찌 그 자체를 믿는 게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장현준의 마음을 믿었다. 인형에 담긴 서은수와 김희상의 마음을, 음악에 담긴 김수빈과 제이슨 무어, 벤자민 모튼의 마음을.
서준이 그 마음에 반응해 줄 것을 믿었다.
“팔찌는 직접 주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이민준이 그렇게 말하며 들고 있던 묵주 팔찌를 다시 장현준에게 건네주었다. 그리고 옆으로 비켜주었다.
그러자 부적 팔찌를 받아 든 장현준의 시야로 침대에 잠들어 있는 서준이 보였다.
“!”
장현준은 저도 모르게 숨을 들이마셨다.
수액만 맞고 있어서 그런지 살이 조금 빠진 것 같은 서준의 얼굴이 보였다. 하지만 장현준에게는 다른 것이 보였다.
약간 희미해진 서준의 존재감.
생명력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귀신이나 선기, 마기만 볼 수 있었지 사람이 가지고 있는 에너지를 볼 수 있는 능력은 없었던 장현준이지만, 심령스팟 탐험 덕분인지 지금은 그 너머를 아주 약간 볼 수 있었다.
‘……내가 좀 더 능력이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물론 그랬다면 거의 바닥까지 드러난 서준의 생명력, 선기와 마기에 기겁을 했을 테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아직 거기까지 ‘볼 수 있는’ 능력은 없었다.
“어느 팔에 하면 될까요?”
그래도 한시라도 빨리 부적 팔찌를 채워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왼팔은 괜찮답니다.”
“네.”
안다호의 말에 장현준은 얼른 서준의 왼팔을 붙잡고 손목에 부적 팔찌를 채웠다. 하지만 잘게 떨리는 손에 연결고리가 잘 연결되지 않았다.
장현준은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내쉬며 침착하게 고리를 연결했다.
‘됐나? 된 건가?’
뭐라도 보이면 좋을 텐데, 장현준의 능력으로는 역부족이었다.
‘괜찮겠지……?’
서준의 능력이니까 분명 도움이 될 거다.
“이 병장님. 이 팔찌 저한테 엄청 소중한 거라는 거 아시죠?”
심령스팟 탐험으로 제법 익숙해졌긴 했지만 그래도 부적 팔찌가 없으면 일상생활을 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장현준은 처음부터 각오한 상태였다.
“그러니까 꼭 깨어나셔서 돌려주셔야 해요.”
저를 위해서도, 제 후손들을 위해서도요.
[화] 촬영지에 계시다는 신령님도 태어나시려면 한참 멀었다고 하셨잖아요.뒷말은 마음속으로만 전하며 장현준은 서준을 살폈지만, 나아졌는지 아닌지 잘 알 수가 없었다.
장현준은 나오려는 한숨을 삼켰다.
괜찮을 거다.
곧 깨어나실 거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이 병장님이시니까.’
백호부대 하늘을 가득 채웠던 에너지와 이 병장님을 처음 봤을 때 느꼈던 그 무시무시함(?)을 떠올리며 장현준은 간절히 기도했다.
그때.
팔찌에 달린 두 개의 구슬이 반짝 빛났지만, 아쉽게도 장현준은 볼 수 없었다.
* * *
다음 날, 제주도.
가족여행을 온 새싹은 배 위에서 푸른 바다를 보며 멍하니 앉아 있었다.
서준이 깨어나지 못한 게 벌써 2주째인데 이렇게 여행을 와도 되는 건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몇 달 전부터 계획했던, 할머니 할어버지까지 함께하는 가족여행이라 빠질 수도 없었다.
게다가 오랜만의 가족여행이라 좋은 모습만 보이려고 노력했지만 가끔 멍하게 있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다행히 가족들은 이해해 주었다.
“언니! 저기 돌고래!”
“와아. 돌고래 귀엽네.”
새싹도 최선을 다해 가족여행에 어울렸다.
오늘은 돌고래를 보러 왔다.
조금 떨어진 바다에 삼각형의 지느러미를 드러낸 돌고래가 보였다.
“근데 왜 한 마리뿐이지? 보통 떼로 다니지 않나?”
“바닷속에 있는 거 아니야?”
“하나라도 보는 게 어디야. 못 보는 사람들도 많다더라.”
사람들은 이야기를 나누며 망원경으로 홀로 나타난 돌고래를 구경했다.
새싹도 돌고래를 보고 있었다.
‘돌고래 하니까…….’
저절로 떠오르는 존재들이 있었다.
걔들은 지금 서준이 아프다는 것을 알까?
‘아마 모르겠지.’
종종 신기하고 특별한 동물들의 이야기를 듣긴 하지만 그만큼 극히 드문 일이었으니까.
“어? 저거 뭐야!?”
“와아아!”
잠시 또 멍하니 있는데, 배 위가 놀람과 환호성으로 떠들썩해졌다.
“언니! 저기 봐봐!”
여동생이 새싹의 팔을 잡고 흔들어댔다. 흥분한 것 같았다. 엄마 아빠도, 할머니 할아버지도 그랬다.
그에 돌고래 떼라도 나타났나 싶었던 새싹이 고개를 돌려 동생이 가리키는 곳을 보았다. 그리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거기엔 고래가 있었다.
망원경도 필요 없을 정도로 커다란 고래가.
-혹등고래가 왜 여기에……!?
안내방송으로 돌고래에 대해 설명해 주던 직원마저도 깜짝 놀랄 정도였다.
왜냐하면 제주도 바다에서는 보기 아주 힘든 혹등고래였기 때문이었다.
놀라운 광경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 커다란 혹등고래가 바다 위로 큰 물결이 일어날 정도로 뛰어올라 새하얀 배를 드러내며 브리칭을 하니, 작은 돌고래도 따라서 폴짝폴짝 뛰는 것이었다. 마치 굉장히 친한 사이인 것처럼.
그건 꼭 어디선가 본 것 같은 모습이었다.
그것도 하필 혹등고래와 돌고래였다.
“어? 어어?! 설마……!?”
“미친?!”
몇 년 전, 슈퍼스타가 깜짝 등장해서 화제가 되었던 새끼 혹등고래 구조 뉴스와 그때 만들어진 다큐멘터리를 기억하는 새싹과 사람들의 입이 쩌억 벌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