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perstar From Age 0 RAW - Chapter (1087)
0살부터 슈퍼스타 1087화
몇 시간 전.
[워킹맨]의 이동 시간.“서준이는 괜찮겠죠?”
최소희의 중얼거림에 박영진과 정훈 등의 멤버들과 제작진이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2주 동안 시간이 비면 가끔 서준에 대한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서준과 만난 것은 몇 번 안 되지만 [워킹맨]을 촬영하면서 극적으로 만났던 탓인지 다른 이들보다 친밀감이 들었다. 연락도 가끔 했었고.
그래서 2주 전에 처음 소식을 들었을 때는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서준의 팬인 최소희나 정훈, 스태프 몇몇은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그래도 매주 나가는 [워킹맨]을 촬영해야 해서 내색하지 않으려고 다들 애썼다.
예능은 웃기고 재미있어야 하니까.
그럼에도 언뜻언뜻 비치는 그늘은 제작진이 알아서 잘 편집해 주었다.
“이럴 때는 아무 생각 안 하고 몸 쓰는 게 최고죠.”
하고 말하는 전민재 피디의 말에 모두 동의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동의 안 했지!!”
좌석에 널브러져 있던 멤버 중 하나가 창밖으로 보이는 푸르른 바다를 바라보며 비명을 지르듯 외쳤다. 물결과 부딪혀 흔들리는 여객선에 일부는 우엑 멀미하는 모습을 보였다.
“여기가, 어디라고요?”
“대한민국 최남단! 마라도입니다!”
그랬다.
이번 [워킹맨] 촬영지는 제주도보다 남쪽에 있는 작은 섬 마라도였다.
여객선에서 내린 워킹맨 멤버들을 이끌고 촬영지, 또 다른 선착장으로 향한 전민재 피디가 설명했다.
“두 팀으로 나눠서 낚시대결을 할 겁니다. 먼저 목표 수량을 채운 팀만이 제주도로 돌아갈 수 있죠.”
“못 채운 팀은요?”
“다 잡을 때까지 낚시를 해야죠!”
그 말에 다들 허허허 해탈한 얼굴로 웃었다. 찔끔 눈물도 나왔다.
“우리가 얼마나 낚시를 못하는데…….”
“저 내일 못 간다고 미리 연락해야겠어요.”
고생길이 눈에 선했다.
“확실히 다른 생각은 잘 안 나는 것 같긴 하네.”
구명조끼를 입으며 말하는 박영진에 최소희와 정훈이 에구 한숨을 내쉬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멀미하고 낚시한다고 슬퍼할 정신도 없을 것 같았다. 또 고생하는 멤버들의 모습을 알아서 웃기게 편집해 줄 테니, 과하게 웃기려고 할 필요도 없을 것 같고.
그래도 오디오는 채워야겠지만.
“그럼 출발합시다!”
간단한 게임으로 두 팀으로 나눈 후 [워킹맨]은 각자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갔다. 그 뒤를 제작진이 탄 배가 따라갔다. 하늘 위 드론도 떠 있었다.
“혀엉!!”
“조용히 해! 물고기 다 도망간다아악!!”
처음에는 크게 소리를 지르면 들릴 정도로 가까이에 있던 두 배였지만 이내 움직임만 보일 정도로 멀어졌다.
낚싯줄을 길게 드리우고 물고기가 물기를 기다렸다.
몇 번의 입질에 우당탕탕 낚싯대를 들어 올렸다가 놓치는 멤버도 있었고 오늘따라 멀미약이 잘 든다면서 신기해하는 멤버도 있었다. 바다도 잠잠했다.
“그러고 보니, 우리랑 로키는 어디 있을까요?”
생각하고 싶지 않아도 머릿속에 있는 서준에 대한 걱정과 드넓은 바다를 보니 생각날 수밖에 없었다.
“그제랑 어제도 목격한 사람이 없었지.”
“오늘도 못 봤다던데…….”
“아직 한국 근처에 있는 건지 태평양으로 잘 돌아갔는지 모르겠네요.”
두 고래에게 무슨 큰일이라도 생긴 게 아닐까, 걱정하던 그때.
“–!!”
제작진이 어수선해졌다.
박영진과 같은 배에 타고 있던 전민재 피디가 외쳤다.
“카메라! 배 사이 바다!”
그에 일부 카메라가 반사적으로 두 배의 중앙, 아무것도 없는 바다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멤버들도 뭔가 싶어 고개를 돌렸다.
변함없이 잠잠한 바다.
“무슨 일…….”
하고 박영진이 입을 열려던 찰나.
거대한 고래가 수면 위로 튀어 오르는 모습이 보였다.
“!!”
마치 슬로우모션처럼 보이는 그 모습에 모두가 입을 쩌억 벌렸다.
새하얀 물결에 배가 제법 흔들렸지만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저, 저, 저거!”
그 거대한 고래 옆으로 작은 돌고래가 따라 브리칭을 하는 모습이 보였다. 지난 나흘 동안 뉴스나 너튜브에서 자세히 소개했던 거대한 혹등고래와 지느러미에 상처가 있는 돌고래.
확실했다.
“우리랑 로키잖아!?!”
양쪽 배에서 경악한 멤버들의 모습이 각자의 담당 카메라에 담기고 나머지 카메라들은 모두 바다 위 두 고래를 촬영했다.
며칠 만에 모습을 드러낸 우리랑 로키는 유유히 사람들의 앞에서 헤엄쳤다. 자신들에게 해를 끼칠 사람들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아까 드론으로 먼저 보이더라고요.”
전민재 피디가 잔뜩 흥분한 얼굴로 왜 어수선했는지 설명했다.
“바다 아래로 거대한 그림자가 천천히 올라오는 게 보이는데! 진짜 영화 같았습니다!”
모두 귀로는 그 설명을 들으면서도 눈은 두 고래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다행이다. 무사했네.”
최소희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워킹맨 멤버 중 하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 큰일이라도 생긴 줄 알았는데.”
해양생물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촤아아악!
바다 위로 브리칭을 하는 우리와 로키는 건강해 보였다.
“우리랑 로키를 실제로 보게 될 줄은 몰랐는데.”
“그러게요. 꼭 TV보는 것 같아요.”
하고 연예인들이 말했다. 제작진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어? 그러고 보니 지금 한국 떠나는 건가?”
그말에 모두의 머리 위로 느낌표가 나타났다.
그리고 고래들과 배가 향하는 곳을 바라보았다. 더 남쪽으로 내려가면 대한민국 해역에서 벗어나게 된다.
“그러네! 지금 떠나나 보다!”
“그럼 지금 우리가 찍고 있는 영상이 마지막 영상인 거네요.”
그것도 단독이었다.
“전 피디. 이거 보도국에 넘길 거지?”
“그래야죠. 우리 단독 영상인데.”
박영진의 물음에 전민재 피디가 고개를 끄덕였다.
한국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 사람들이 우리와 로키에게 관심을 집중하는 지금, 멤버들 반응이랑 몇몇 장면만 빼고 우리와 로키의 모습이 담긴 영상만 줘도 난리가 날 터였다.
[워킹맨] 홍보도 되고 나중에 보도국의 도움도 받을 수 있고.만족스러운 표정을 짓던 전민재 피디에게 박영진이 말했다.
“그럼 몇 시간 뒤에 내보내는 게 어때?”
“몇 시간 뒤에요?”
“워낙 관심이 집중되고 있잖아. 바로 뉴스를 내면 우리랑 로키가 태평양까지 가는데 누가 방해할지도 모르고.”
하긴 제주도나 서해에 몰린 사람들만 봐도 우리와 로키의 행방이 알려지면 얼마나 많은 시선이 집중될지 알 것 같았다.
“맞아요! 그게 좋겠어요!”
“어차피 영상은 우리밖에 없잖아요, 전 피디님!”
멤버들도 스태프들도 모두 동의하듯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전민재 피디도 금방 답했다.
“뭐, 그 정도야 쉽죠.”
전민재 피디도 우리와 로키가 무사히 넓은 바다로 돌아가길 바랐다. 또 나중에 [워킹맨]에 이 장면을 넣으면 좋을 것 같기도 했다.
멤버들은 뿌듯한 얼굴로 우리와 로키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근데 좀 웃기지 않아요? 여기서 우리랑 로키를 만나다니.”
“그러게. 서준이도 이렇게 뜬금없는 곳에서 만나고는 했는데 말이야.”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만나고는 했던 서준의 모습이 스쳐 지나갔다.
모두 조용히 두 고래를 바라보며 그때의 추억들을 떠올렸다.
그러길 잠시.
두 고래와 함께 남쪽으로 이동하던 배들이 제자리에 멈춰 섰다.
그에 의아해하는 [워킹맨] 멤버들과 제작진에, 두 고래를 보고 함께 놀라워했던 선장이 아쉬운 듯 말했다.
“여기까지밖에 못 갑니다.”
아.
바다 위, 보이지 않는 경계선이 여기에 그어져 있었다.
그렇게 [워킹맨] 멤버들과 제작진, 선장은 멀어지기 시작한 두 고래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고래인 우리와 로키에게는 경계선 같은 건 문제 없었다.
촤아아악!
헤어짐을 아는지, 마지막으로 멋진 브리칭을 보여준 우리와 로키는 점점 더 멀어져갔다.
“진짜 서준이 닮았네.”
화려한 스타성까지 가지고 있는 두 고래에 모두 작게 웃고 말았다.
“그러고 보니 우리랑 로키가 서준이가 아파서 왔다는 이야기가 있잖아요?”
정훈이 입을 열자, 모두 그를 바라보았다.
“이렇게 돌아간다는 건…… 곧 좋은 소식이 있을 거라는 이야기가 아닐까요?”
그에 모두 놀란 눈으로 멀어지는 우리와 로키를 바라보았다.
물론 두 고래가 이렇게 한국까지 찾아온 게 정말 그것 때문인지 우연인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희망을 가지는 것도 좋지 않을까.
모두 조용히 수면 아래로 사라지는 혹등고래와 돌고래를 바라보았다.
잠시 후.
전민재 피디가 외쳤다.
“그럼 촬영 계속합시다! 두 팀 다 아직 한 마리도 못 잡았잖아요!”
“으아아아!”
* * *
그리고 몇 시간 후.
[워킹맨]의 카메라에 담긴 우리와 로키의 모습이 SBC 뉴스에 단독보도 되었다.별생각 없이 뉴스를 보고 있던 사람들이 입을 쩍 벌렸다.
아나운서는 친절하게도 이 영상이 [워킹맨] 촬영 중 찍혔다는 사실도 알려주었다.
[워킹맨]을 아는 사람들 중, [워킹맨]에 이서준 레이더가 있어 서준과 뜬금없는 곳에서 마주친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워킹맨, 마라도에서 촬영 중 우리와 로키 포착!] [SBC 단독! 한국을 떠나는 우리와 로키!] [SBC 워킹맨, 우리와 로키 편은 언제 방송?]-왜 하필 워킹맨이ㅋㅋ큐ㅠㅠㅠ
=웃기다가도 서준이가 떠올라서 눈물이 남ㅠㅠ
=22 진짜 이런 것까지 닮은 거냐고ㅠ
-등장만으로 세계를 들었다 놨다 하는 고래계의 슈퍼스타.
=고래계의 슈퍼스타ㅋㅋㅋ
=근데 그만큼 귀여움ㅠㅠ
-워킹맨 진짜 뭐 있는 거 아니야? 어떻게 마침 바다로 촬영 갔다가 우리랑 로키를 봄??
=ㄹㅇ서해, 제주도에 있던 사람들은 진짜 그림자도 못 봤는데. 진짜 신기함.
-서준이 깨어 있었으면 우리, 로키랑 만나는 거 찍을 수 있었을 텐데ㅠ
=그리고 그걸 워킹맨이 찍고.
=우리는 깜짝 놀라고ㅠㅠㅠ
=레전드 편이 됐을 텐데ㅠ
-우리랑 로키 무사히 돌아가서 다행이다. 걱정했는데ㅠㅠ
=ㅇㅇㅇ어디서 다쳤다는 소식 들릴까 봐 걱정했음ㅠ
=둘 다 진짜 똑똑한듯ㅠㅠㅠ
-우리랑 로키 이틀 동안 어디 있었는지 궁금하다. 인천 앞바다까지 왔었을까?
=왠지 왔을 것 같다ㅠ서준이 가까이에ㅠㅠ
그렇게 한창 우리와 로키의 이야기로 떠들썩하던 그날 저녁.
-데ㅣ비ㅡㅅ! ㅇㅔ바ㄴ!
=? 뭐라는 거야?
=+)데이비스 가렛 에반 블록 지금 인천공항!!
=!!!
또 한 번 한국이 떠들썩해졌다.
물론, 배우 이서준의 지인들이 병문안을 올 것 같다고 다들 예상하고 있었고 기자들도 인천국제공항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상황인 만큼, 예상되어 있던 떠들썩함이긴 했다.
그래도 할리우드 스타들의 등장이었다.
그것도 한때, 그리고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히어로인 데이비스 가렛과 에반 블록.
시끄럽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인천국제공항에 나타난 데이비스 가렛과 에반 블록!] [할리우드 스타들이 한국에 온 이유는?!] [배우 이서준을 만나러 온 할리우드 스타들!]-와. 진짜 왔네.
-에반 블록은 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데이비스 가렛도 왔구나.
=인터뷰 보면 데이비스 가렛, 이서준 엄청 좋아함.
=22 그렇게 자신이랑 잘 맞는 상대 배우가 거의 없었대. 생존자들도 덕분에 엄청 재미있게 찍었다더라.
=아하.
=재미있게 찍은 게 생존자들 감독판……?
=그건 감독이 폭주한 거고ㅋㅋ
=그래도 이서준과 데이비스 가렛이 한몫했다는 건 변함없지ㅋㅋ
-이서준 얼른 깨어나서 회복하고 작품활동 해줬으면ㅠ 나 이서준 작품 진짜 재미있게 봤는데.
=클라인레빈 증후군 원인으로 스트레스나 과로도 있다던데, 금방 회복하기는 힘들듯.
=스트레스랑 과로는 어느 병이든 원인으로 꼽히지 않나?
-에반 블록 얼굴 창백한 것 같다ㅠㅠ
=데이비스 가렛도ㅠ좀 어두움ㅠ
=둘 다 서준이 걱정 많이 했나봐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