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perstar From Age 0 RAW - Chapter (1088)
0살부터 슈퍼스타 1088화
인천국제공항 앞.
휴대폰으로 기사를 살펴보고 있던 안다호가 점점 커지는 목소리에 휴대폰을 넣고는 곧 나타날 스타들을 기다렸다.
곧 경호원들에게 둘러싸인 두 할리우드 스타가 보였다.
“오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안다호는 차에 오르는 에반 블록과 데이비스 가렛을 맞이했다.
탁!
여기까지 따라온 기자들과 사람들의 웅성거림은 경호원이 닫은 차 문에 가로막혀 이전보다 작게 들려왔다.
운전석에 있던 최태우도 꾸벅 인사했다.
“아뇨. 저희 때문에 괜히 난리가 난 것 같아서…….”
“다른 때는 조용히 들어올 수 있었는데, 이번엔 기자들이 진을 치고 있어서 힘들었네요.”
데이비스 가렛과 에반 블록의 말에 안다호와 최태우가 쓰게 웃었다.
“괜찮습니다. 덕분에 이후 한국에 오실 분들도 편하게 오실 수 있을 테니까요.”
“리첼도 내일 오기로 했죠?”
“네. 바네사 씨, 앤드류 씨와 함께 오기로 하셨습니다. 다른 분들도 차례로 한국에 오시기로 하셨고요.”
오기로 한 사람들의 명단만 봐도 병문안이 아니라 어딘가의 유명 영화제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다.
[생존자들]에 함께 출연했던 배우들의 이름에 데이비스 가렛이 고개를 끄덕였다.많이 자라 이제 곧 성인이 될 앤드류 워커의 상태가 조금 걱정되었다.
‘준을 참 좋아했었는데 말이지.’
자신이 받았던 충격보다 더 많은 충격을 받았을 게 분명했다.
“곧바로 병원에 가나요, 다호?”
“아뇨. 지금은 면회 시간이 지나서, 오늘은 쉬시고 내일 오시면 됩니다.”
에반 블록이 무거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한시라도 빨리 서준을 만나고 싶어 초조해졌지만 내색하지는 않았다.
창밖으로 언제나와 같은 한국의 화려한 야경이 펼쳐졌지만, 다른 때와 달리 한없이 어둡게만 느껴졌다.
* * *
다음 날 오전.
차량 한 대가 조용히 ATR병원 별관 주차장에 멈추어 섰다.
차에서 내린 에반 블록과 데이비스 가렛은 최태우와 함께 조용히 서준의 병실로 향했다.
복도에서 마주친 의료진들은 이미 기사로 예상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할리우드 스타들의 등장에 놀란 표정을 짓지 않을 수가 없었다.
“어서 오세요.”
병실의 문이 열리고.
이민준이 에반 블록과 데이비스 가렛을 맞이했다.
환자의 보호자들이 그렇듯 이민준의 얼굴도 초췌했다. 그에 에반 블록과 데이비스 가렛이 무거운 표정으로 인사했다.
서준 리는 꼭 자신과 같은 분위기의 병실, 그 안쪽에 놓인 침대 위에 조용히 잠들어 있었다.
‘살이 좀 빠졌나.’
데이비스 가렛은 서준을 살펴보았다.
이제 조금만 지나면 쓰러진 지 3주째였으니, 딱 필수적인 영양분만 공급하는 수액만으로는 유지하기 어려웠으리라. 게다가 움직이지도 못했으니 근육도 빠졌을 거고.
“일어나면 고생 좀 하겠네, 준. 나도 그랬거든.”
데이비스 가렛은 작게 웃으며 이야기했다.
그에 에반 블록과 이민준은 데이비스 가렛 또한 과거 한때 파파라치로 인해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것을 떠올렸다.
“그렇게 심한 사고는 아니었는데 회복하는 게 어렵더라. 레드본2을 촬영해야 하는데 계속 누워만 있으려니 답답하더라고. 준, 너도 그럴 것 같은데 말이야. 차기작 준비 중이었다며.”
그 말에 저절로 촬영하고 싶다고 입을 삐죽거리는 서준의 모습이 생각나 이민준과 최태우, 에반 블록이 작게 웃고 말았다.
‘그래도…….’
서준이라면 빠르게 회복하고 촬영을 시작할 터였다.
언제나처럼 눈을 반짝이며.
“환자도 힘든데 보호자도 엄청 힘들어하더라. 내 가족들도 그랬어. 그러니까 최대한 빨리 일어나, 준. 부모님 걱정하신다.”
초췌해진 얼굴을 매만지던 이민준은 쓰게 웃고 말았다.
“팬들도 엄청 걱정하고 있고…….”
데이비스 가렛은 십수 년 전의 사고 때를 떠올리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그건 환자의 입장일 때도 있었고 보호자의 입장일 때도 있었다.
“깨어나면 엄청 놀랄걸.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다니까.”
자신도 정신을 차리고 난 후, 발칵 뒤집어진 세상에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며 데이비스 가렛이 덧붙였다.
다른 상황이지만 한때 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는 스타였기 때문인지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진한 경험이 느껴졌다.
“이미 들었겠지만, 나이트 진은 걱정하지 마. 마린이 그렇게 생각 없는 곳은 아니거든.”
마린사는 [레드본2] 때도 배우 교체 없이 데이비스 가렛의 회복을 기다리며 다른 영화들을 제작해 대신 채워 넣었다. 그게 [쉐도우맨]과 [그린윙]이었다.
직접 만나지는 않았으나, 서준 리와 에반 블록의 인연도 그때부터 시작되었다.
데이비스 가렛의 이야기를 들으며 에반 블록도 서준을 바라보았다.
잠든 얼굴 위로 어린 배우의 얼굴이 떠올랐다.
나이는 어리지만, 결코 어리고 미숙하다고 말하지 못할 엄청난 연기력을 가지고 있던 배우.
그에 대한 분석을 노트 가득 적어두었던 자신의 모습도, 으으, 하고 질려 하던 리첼 힐의 모습도,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가 이내 웃음을 터뜨렸던 어린 서준의 모습도 기억났다.
그것말고도 추억이 많았다.
너무 많아서 무엇부터 떠올려야 할지 모를 정도로.
서준과 함께하는 촬영은 모두 기대가 됐고, 기대보다도 즐겁고 행복했다.
‘그리고…….’
에반 블록은 데이비스 가렛을 바라보았다.
한때 에반 블록은 데이비스 가렛처럼 연기하고 싶었다.
캐릭터 그 자체가 되는.
그래서 이대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했고 해결법을 찾기 위해 메소드 연기법을 연구했지만, 결국 자신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연기법은 분석법이라는 것을, 서준이 간접적으로 알려주었다.
‘준이 아니었다면.’
에반 블록은 자신을 잘 알고 있었다.
연기에 만족하지 못한 자신이 결국 어떤 선택을 하게 되며 어떤 상황을 마주하게 될지.
하지만 서준이 있어서, 서준이 자신만의 연기를 보여줬기 때문에.
이렇게 변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렇게 자신에게 힘이 되어주었던 서준과 달리, 지금 자신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서은혜와 이민준, 안다호와 최태우,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느꼈던 무력함을 에반 블록도 느끼고 있었다.
모두가 그랬듯, 지금 에반 블록이 할 수 있는 건 하나뿐이었다.
“기다리고 있을게, 준.”
에반 블록은 자신의 말이 잠들어 있는 서준에게 전해지길 바랐다.
“또 같이 연기해야지.”
서준이라면 분명 눈을 반짝이며 일어날 테니까.
* * *
[에반 블록과 데이비스 가렛에 이어, 리첼 힐! 내한!] [‘생존자들’의 바네사 올슨! 앤드류 워커! 내한!] [다시 살펴보는 배우 이서준의 인맥!]-이러다 할리우드 배우들 다 한국 올 듯.
=진짜 올 것 같은데;;;
=22 이서준이 할리우드에서 제대로 활동했던 게 십 년이 넘잖아.
=33 아카데미나 영화제 애프터 파티에서 이리저리 친분을 쌓았다고 생각하면 가능.
-에반 블록이랑 리첼 힐 왔다는 소식에 눈물 나옴ㅠㅠ
=나도. 그 둘은 진짜 서준이 어릴 때부터 봤잖아ㅠㅠㅠ
=카메오로 한국영화에 나올 정도로 친하고.
=이스케이프 때의 충격은 진짜 아직도 안 잊혀짐.
=22 누가 할리우드 배우들이 카메오로 등장할 거라고 생각했겠어.
=33 그 정도로 친하다는 거.
-앤드류도 서준이 엄청 좋아하던데.
=당시 아역배우들한테 이서준은 롤 모델이나 다름없었음.
=ㅇㅇ거의 신이었지.
-좋겠다ㅠㅠ서준이 볼 수 있어서ㅠ
=나도 보고 싶은데, 안 보고 싶기도 함ㅠㅠㅠ
=진짜 서준 오빠 병원 침대에 누워 있는 거 직접 보면 울다가 탈수 올 듯ㅠㅠ
* * *
오전 비행기로 한국에 도착한 리첼 힐과 바네사 올슨, 앤드류 워커는 공항에서 곧바로 ATR병원으로 향했다. 물론 중간에 몇 번 차를 갈아타고 여러 과정을 거쳐 기자들을 따돌린 후였다.
서준이 쓰러진 지 3주가 다 되어가는 지금도 여전히 서준이 입원한 병원이 ATR병원이라는 사실만은 밝혀지지 않은 이유였다.
다른 건 몰라도 병원만큼은 맨 마지막까지도 철저히 지켜야 했다.
기자들이라면 분명 찾아올 게 뻔했다.
‘그래도 더 길어지면 알아낼 것 같지만.’
안다호는 한숨을 삼키며 리첼 힐과 바네사 올슨, 앤드류 워커를 병실로 안내했다. 리첼 힐과 앤드류 워커는 벌써 눈가가 붉어진 상태였다.
서준의 병실 앞에서 알베르 모흐 교수와 인턴 박지후와 마주쳤다.
알베르 교수는 휴가로 예정했던 날짜가 지났음에도 한국에 남아 있었다.
왜냐하면 서준의 심박수가 여전히 높아지는 일 없이 떨어지기만 했기 때문이었다.
첫째 주에 59에서 54로.
둘째 주에 54에서 48로.
셋째 주가 가까워지고 있는 지금은 48에서 42으로 떨어진 상태였다.
일주일간 분당 5회 넘게 심박수가 떨어지고 있었다.
예상보다 빠른 속도였다.
ATR병원 의료진과 알베르 교수는 언제, 무슨 방법을 써야 할지 여전히 회의를 하고 있었다. 너무 이르거나 늦지 않는 적당한 타이밍을 찾아야 했고, 알맞은 치료 방법도 알아내야 했다.
그러나 어려운 일이었다.
이런 증상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42.’
안다호는 어제보다 1회 줄어든 그 끔찍한 숫자를 떠올리며 한숨을 삼켰다. 잠결에도 잊을 수 없는 숫자였다.
“이쪽은 알베르 모흐 교수님이십니다. 이쪽은 준의 친구인 지후 박이고요.”
안다호는 두 사람을 세 배우에게 소개했다.
에반 블록과 함께 가끔 한국에 놀러 왔던 리첼 힐은 박지후를 알고 있었다. 서준의 소꿉친구를 본 리첼 힐의 눈에 그렁그렁 눈물이 맺혔다.
“준을 잘 부탁드려요.”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촬영할 때나 드라마, 영화에서나 들었던 그 말이 얼마나 무겁고 두려운지 세 배우는 새삼 느낄 수 있었다.
똑똑.
병실 문을 두드린 안다호가 들어오라는 목소리에 문을 열었다.
그늘진 얼굴의 서은혜와 최태우가 애써 밝은 표정으로 리첼 힐과 바네사 올슨, 앤드류 워커를 맞이했다.
“은혜!”
“리첼……. 와줘서 고마워요.”
“아니에요. 당연히 와야죠.”
리첼 힐이 그렁그렁한 표정으로, 핼쑥해진 서은혜를 끌어안았다.
서은혜가 얼마나 걱정을 했을지, 상상할 수도 없었다. 괜찮냐는 말도 할 수가 없어 그저 꽉 껴안기만 했다. 당연히 안 괜찮을 테니까 말이다.
바네사 올슨과 앤드류 워커도 서준의 어머니인 서은혜에게 위로의 말을 전했다.
그사이.
서은혜와 최태우의 표정에서 불안을 읽어낸 안다호가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돌려 ECG모니터를 바라보았다. 그 별것도 안 되는 움직임이 왜 그렇게 어려운 것인지 모르겠다고 생각하며. 저절로 주먹이 쥐어졌고, 땀이 찼다.
[41]우습게도, 조금 전 끔찍하다고 생각했던 숫자가 무척이나 그리워졌다.
‘이래서…….’
알베르 교수와 박지후가 병실 앞에 있었던 모양이었다. 이제 곧 심박수가 30대로 들어서게 될 서준의 상태를 살펴보기 위해서.
‘다른 의료진들도 왔다 갔겠지.’
안다호는 한숨을 참으며 마른세수를 했다.
온갖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차라리…….’
시야로 서준의 옆에 모여 있는 세 배우가 보였다.
그들은 슬픔에 잠겨 있지만, 그럼에도 희망이 있어 보였다. 서준이 언젠가 깨어나리라는.
‘나도 몰랐으면 좋았으려나.’
그렇다면 이렇게 불안해하지 않고 언제까지고 기다릴 수 있을 텐데.
몇 달이든 몇 년이든.
하지만 역시.
내 배우에 대해서는 모르는 게 없는 편이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확한 상황을 알아야 뭐든 할 수 있으니까.
‘알베르 교수님께 가봐야겠군.’
전 세계를 뒤집어엎어서라도(지금도 그러고 있긴 하지만) 치료 방법을 찾아내고 말리라.
서준에게 가장 큰 도움을 주었지만 그걸 모르는 매니저 안다호는 눈을 번쩍이며 평소와 다름없이, 언제나처럼 서준을 위해 행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