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perstar From Age 0 RAW - Chapter (1096)
0살부터 슈퍼스타 1096화
점심으로는 건더기 하나 없는 미음을 먹었다.
지난 3주 동안 먹은 게 없어 작동하지 않았던 위장이 평범한 음식을 소화시키는 것은 버거울 게 뻔했기 때문이었다.
‘음.’
확실히 몸이 3주 동안 잠들어 있었다는 게 여러모로 느껴졌다. 살도 [흘러가다] 때 의식적으로 뺐던 것보다 더 빠져 있었고.
‘재활 열심히 해야겠다.’
몸 이곳저곳을 까딱거리며 체크하던 서준이 자신을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부모님과 매니저 형들을 바라보았다. 꼭 아기 때 이리저리 움직이는 모습을 보고 벅차하는 것 같은 표정이었다.
하긴.
3주 동안 잠들어 있었다니 그럴 만도 했다.
자신의 심박수가 줄어들고 있었다는 사실을 모르는 서준은 네 사람의 벅참이 예상한 것보다 더 크다는 것을 알지 못하고 있었다.
“저 깨어났다는 거 기사 냈어요, 다호 형?”
“아니, 아직.”
윗부분을 세운 침대에 기대어 앉아 있던 서준의 물음에 안다호가 고개를 저었다.
“검사 결과가 하나라도 나온 후에 알리려고.”
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은 후유증 없이 멀쩡하다는 걸 알지만, 엄마 아빠나 형들은 그걸 모르니 여러모로 주의를 기울이는 편이 좋긴 했다.
“그래도 회사에는 알렸어. 다들 엄청 기뻐하더라.”
“나라랑 희상이도 알고 있어, 서준아. 할머니들이랑 할아버지도.”
“친구들이나 배우분들한테는 아직 연락 안 했어. 서준이 네가 직접 하면 좋을 것 같아서.”
다호 형과 아빠, 태우 형의 말에 모두의 얼굴이 떠올랐다. 서준의 표정이 걱정과 미안함으로 조금 흐려졌다.
“다들 걱정 많이 하셨죠?”
“……응. 병문안도 왔다 갔어. 서준이 네 친구들도.”
서은혜가 서준의 손을 토닥이는 사이, 최태우가 들고 있던 태블릿을 서준에게 보여주었다.
거기에는 그동안 서준의 병문안을 왔던 사람들의 이름과 앞으로 병문안을 올 사람들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다 오실 수는 없어서 대표로 오신 분들도 있어.”
보기만 해도 미소가 지어지는 이름들 사이, 예상했던 이름들이 있었다.
장현준, 박민형, 루카스 터너.
‘역시 왔었구나.’
세 사람이 오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지.
한 조각만 빠져도 실패하는 도미노처럼 서준도 이렇게 무사히 돌아올 수는 없었을 거다.
기꺼이 와준 다른 사람들도 고마웠다. 오지는 못했지만 기도했을 사람들도.
책의 페이지들에 적혔던 이름들이 떠올라 서준이 미소 지었다.
‘감사 인사를 해야지.’
하고 생각하며 병문안 목록을 읽어 내려가는데 특별한 이름들이 보였다.
분명 잘 아는 이름이긴 했는데, 여기서 볼 줄은 진짜, 정말, 전혀 몰랐다.
‘아니, 얘들이 왜 여기 있어?’
병문안 목록에 들어간 고래들의 이름에 서준이 눈을 끔벅였다.
“우리랑 로키 이름이 왜 여기 있어요, 형?”
서준의 물음에 서은혜와 이민준, 안다호가 의아해하다가 최태우가 웃는 걸 보고는 웃음을 터뜨렸다. 서준이 깨어난 후 병문안 목록에 우리와 로키의 이름을 집어넣었던 최태우가 웃으며 말했다.
“우리랑 로키도 왔었거든.”
그리고는 태블릿을 가져가 두드리더니 영상을 보여주었다.
브리칭하는 큰 고래와 작은 돌고래의 영상.
서준은 그게 우리와 로키인 걸 단번에 알아차렸다. 그리고 영상 속에서 흘러나오는 감탄들이 다 한국어라는 것도.
“제주도에 왔었어. 너 잠들어 있는 동안.”
허.
놀라는 서준에 서은혜가 웃으며 설명을 덧붙였다.
“남해에 있는 모습도 새싹분이 발견하셨어.”
알고리즘에 의해, 영상 바로 아래에 남해 영상이 있었다. 재생시켜보니 고래들과 함께 죽묘도가 보였다.
“발견은 못 했는데, 다들 인천 바다까지 오지 않았을까 생각하더라.”
영상 속 훌쩍 큰 우리와 그대로인 로키의 모습이 보였다.
아마도 서준이 두 고래를 위해 사용했던 [(선)대륙고래의 유영(상급)]이 어떻게 영향을 끼친 게 아닌가 싶었다.
‘아니면 동물 특유의 직감인가.’
서준으로서도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며칠 전에 다시 태평양으로 돌아갔어.”
“그걸 또 워킹맨 분들이 찍으셨더라고.”
서준이 놀란 눈으로 영상을 보고 있는데, 또 다른 특별한 이름이 들려왔다.
“워킹맨이요?”
눈을 동그랗게 뜬 서준의 표정에 다들 웃었다. 처음 그 소식을 들었던 모두가 같은 표정을 지었었다.
“응. 마라도에 촬영하러 갔다가 찍으셨대.”
“와…….”
아직 해당 편이 방송되지 않았기에 [워킹맨]이 보도국으로 넘겨줬던 일부의 영상밖에 없었지만, 확실히 [워킹맨] 멤버들의 목소리가 들어가 있었다.
“그래서 사람들이 서준이 너 닮았다고 하더라.”
최태우의 말에 서준이 웃음을 터뜨렸다.
확실히 그런 것 같았다.
‘한국까지 왔었구나.’
서준은 자신을 보호하던 삶의 책의 페이지에서 우리와 로키의 이름을 읽었던 것을 떠올렸다.
‘좀 더 일찍 일어났으면 만날 수 있었을 텐데.’
서준이 마음속으로 쓰게 웃었다.
우리와 로키랑은 언젠가 한 번은 만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생의 도서관이 있고 전생들의 능력이 있으니까.
하지만 생의 도서관이 사라진 지금.
저 드넓은 바다에서 우리와 로키를 만나는 건 불가능한 일이 되어버렸다.
‘고마워. 우리, 로키.’
그래서 이렇게 마음만으로 감사를 전할 수밖에 없다는 게 너무 아쉬웠다.
그래도 다른 사람들에게는 직접 고마움을 전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태우 형, 제 휴대폰 어디 있는지 아세요?”
“아, 잠깐만.”
서준의 물음에 잠시 머뭇거리던 최태우가 서랍 쪽으로 향했다. 그리고 서준의 휴대폰을 꺼내왔다.
“그동안 계속 꺼뒀는데 충전은 해놨어.”
“고마워요, 형.”
서준이 건네받은 휴대폰을 켜자 그동안 쌓였던 부재중 전화와 읽지 못했던 메시지들이 보였다. 인터넷을 연결하니, 바나나톡에도 메시지가 한가득 도착해 있었다.
다들 걱정했다는 것이 느껴졌다.
서준은 미안함에 쓰게 웃으면서도 그게 조금 많이 기뻤다.
메시지마다 걱정이 가득했다. 금방 깨어날 거라는 응원도 있었고 답장이 없는 서준을 찾는 메시지도 있었다.
그리고 가장 위쪽.
쓰러진 서준이 읽지 못했던 생일 축하 메시지가 있었다. 이때만 해도 즐겁고 들떠 있던 메시지창이었다.
‘아, 나 생일 전날 쓰러졌었지.’
이런저런 일이 많아서 깜빡하고 있었다.
‘물론…….’
그때가 아니었다면 사람들의 관심을 받지 못해, 세이도닌의 등급 상승이나 책의 페이지가 나타나는 일이 일어나기 굉장히 힘든 일이었다는 건 알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걱정과 불안으로 물들어가는 단톡방들을 보니 마음이 착잡해졌다.
메시지들을 읽던 서준은 잠시 머뭇거렸다.
‘뭐라고 보내면 좋을까.’
그냥 깨어났다고 전하기엔 걱정해준 마음에 비해 너무 가볍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이지석: 서준아? 서준이 너야?
>양주희: 이서준?! 이서준 너지!
>에반 블록: /준? 준이야?/
>박지오: 야!! 이서준!
서준의 메시지보다 먼저 상대편의 메시지들이 쏟아졌다.
3주 동안 사라지지 않았던 ‘1’이 드디어 사라졌다는 것을 발견한 사람들이었다.
>잭 스미스: /준!! 깨어난 거야!?/
>라이언 윌: /준,이니?/
>장현준: 병장님!? 병장님이세요!?
각기 다른 단톡방에서 기다렸다는 듯 쏟아지는 메시지들을 보니, 그들이 얼마나 휴대폰만 바라보고 있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게다가 아직 오후인 한국이라면 몰라도, 박지오가 있는 스페인은 새벽이었고 에반 블록과 라이언 감독, 잭 스미스가 있는 LA는 밤이었다.
서준의 코끝이 찡해졌다.
그 잠깐 사이. ‘1’이 사라졌다는 연락을 받은 듯 단톡방들이 새 메시지로 가득해졌다.
>리첼 힐: /준!! 준 맞지!?/
>강재한: 깨어난 거지? 깨어난 거 맞지?
>찰리: /준! 일어난 거야?!/
>박지후: 당장 갈게!
서준은 더 걱정하기 전에 얼른 메시지를 보내기로 했다.
‘너무 가볍긴…….’
오직 이 말만을 기다렸을 사람들이었다.
!!서준아!!
서준이 걱정 끼쳐서 미안하다는 메시지를 보내기도 전에 울음과 안도가 가득한 메시지들이 단톡방들을 가득 채웠다.
>김종호: 이제 괜찮은 거지? 안 아픈 거지?
<아직 검사 결과는 안 나왔는데, 전 괜찮은 것 같아요.
괜찮냐는 질문이 쏟아졌고 서준은 하나하나 성심성의껏 답장을 보내주었다.
-서준아!
“예준이 형!”
전화가 오기도 했다.
걱정과 안도가 뒤섞인 브라운블랙 황예준의 목소리에 서준은 부러 씩씩한 목소리로 대답해주었다.
그때.
노크 소리가 들리고 문이 열렸다.
알베르 모흐 교수와 박지후가 거기에 서 있었다.
차분한 알베르 교수와 달리, 박지후는 한껏 상기된 얼굴로 가쁘게 숨을 들이마셨다가 내쉬고 있었다. ‘당장 갈게!’라더니, 진짜 바로 온 것 같았다.
‘근데 어떻게……?’
황예준에게 지금 의사가 왔다고 이야기하고 전화를 끊으며 서준은 왜 소꿉친구가 여기 있는지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
박지후가 인턴으로 들어간 곳이 ATR병원이라는 게 떠올랐다.
“서준아!”
서준과 눈을 마주친 박지후는 얼른 침대 옆으로 달려와 서준의 상태를 살폈다.
복도에서 알베르 교수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지만, 이렇게 진짜 눈을 뜨고 움직이고 있는 서준을 보니 무어라 말로 할 수 없을 만큼 마음이 벅찼다. 안도가 파도처럼 밀려들어 왔다.
“미안. 내가 좀 오래 잤지?”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친구 박지후의 얼굴에 서준이 미안함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야. 그냥…… 일어나 준 것만으로도 고마워.”
박지후가 울컥하는 마음을 꾹 누르며 말했다.
“어디, 아픈 곳은 없고?”
“/그건 알베르 교수님이 이제 가르쳐 주시지 않을까?/”
서준의 말에 차트를 들고 있던 알베르 교수가 빙그레 웃었다.
서준의 생각대로 알베르 교수는 검사 결과를 알려주기 위해서 여기에 온 것이었다.
“/그래. 먼저 나온 결과들을 알려주려고 왔단다./”
그에 서은혜와 이민준, 안다호와 최태우, 박지후가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이미 자신의 상태를 잘 알고 있는 서준만이 태평했다.
“/간단히 말씀드리자면,/”
알베르 교수가 웃으며 말했다.
“/모두 정상입니다. 오래 누워 있어서 떨어진 체력 같은 점을 제외하면 재작년 건강검진 결과와 비슷합니다./”
모르는 사람이 봤다면 정말로 자다가 일어난 것뿐이라고 생각할 정도의 결과였다.
‘/이렇게 보면 클라인레빈 증후군이 맞는 것 같은데 말이지. 근데 클라인레빈 증후군에서 나타나는 과잉행동이 없는 걸 보면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검사 결과는 정상이었다.
“/검사가 아직 남아 있지만, 천천히 일상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면 될 것 같습니다./”
그제서야 부부와 두 매니저, 박지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기뻐했다. 서준도 활짝 웃었다.
이제 얼른 ‘왜 답이 없어!ㅠㅠ’ 하고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지인들에게 답장을 보내고 [새싹부터]에도 글을 올려야겠다. 다들 얼마나 애타게 기다리고 있을지.
“새싹부터에 글 올려도 되죠, 다호 형?”
그리웠던, 언제나와 같은 생기 넘치는 얼굴로 묻는 서준에 안다호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기사 내기 전에 올리는 게 좋을 것 같네.”
안다호와 최태우가 코코아엔터에 연락하는 사이.
서준은 휴대폰으로 [새싹부터]에 올릴 글을 정성스럽게 써 내려갔다.
‘사진은 어쩌지?’
사진도 올릴까 고민했지만 서준은 올리지 않기로 했다.
살이 빠진 자신의 모습을 보면 새싹들이 마음 아파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걱정은 이제 충분했다.
‘다들 깜짝 놀라겠지?’
놀라면서도 기뻐할 소중한 사람들을 떠올리며 서준은 등록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잠시 후.
서준의 예상대로 세상이 깜짝 놀라 뒤집어졌다.
그 이유는 전혀 달랐지만 말이다.
-이서준 깨어났대!!
=??돌앗??
=와. 너 진짜 나빳다ㅠ
=222 ㅅㅂ아침부터 이러더니. 진짜 미ㅊ놈들 많네.
=33 지금 걱정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그런 거짓말을 하냐?
=+)거짓말 아닌데!? 진짜 일어났다니까!!
=안 믿음.
=먹금.
=아무리 만우절이래도 이건 선 넘은 듯.
오늘은 4월 1일.
만우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