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perstar From Age 0 RAW - Chapter (1105)
0살부터 슈퍼스타 1105화
그중 ‘혹시 어쩌면……’ 하고 생각하는 일부 새싹들도 있었다.
자신에게는 행복하고 즐거웠던 나날들이 서준에게는 괴로웠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내의원 다른 촬영날 서준이 사진) 모두 걱정 마세요. 서준이는 잘 지냈습니다!
=22 연기하는 게 힘들었으면 학교 행사도 참여 안 했을 거고, 독립영화도 안 찍었겠지.
=33 본인이 직접 대본을 가져왔다니까??
=그게 콬아에서 꾸민 거라고 이야기하더라.
=워킹맨은? 워킹맨에 우연히 나온 것도 조작임?
=그렇다고 하더라.
=헐. 그럼 고래 구한 건? 그것까지는 못 꾸미잖아?
=그건 또 우연이래요.
=ㅋㅋㅋ진짜 지들 멋대로 생각하는구나ㅋㅋㅋ
=원래 루머가 그래. 보고 싶은 것만 봄.
세상이 혼란으로 가득했졌다.
* * *
미국영화 [민들레]의 제작사로 가끔 오해받는 드라마 제작사 민들레.
여전히 일선에서 일하고 있는 최민성 피디는 플러스+의 팀장과 함께 회사 시사실에서 이번에 제작한 드라마 1화를 시청하는 중이었다.
“오, 이번 작품의 흥행도 기대되는군요.”
1화뿐이었지만 흥미롭고 재미있어 보였다.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드라마이면서도 외국인에게도 새로운 느낌이라 플러스+에서 공개한다면 좋은 성적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원래 주인공 1순위는 이서준 배우라고 들었었는데, 전성민 배우도 참 잘 어울리네요.”
“황금세대잖습니까.”
그 유명한 별명에 관계자도 최민성 피디도 웃음을 터뜨렸다.
“최 피디님은 이서준 배우와 또 같이 작업하지 않습니까?”
최민성 피디가 [내의원]을 제작했다는 건 모를 수가 없었다.
그때부터 자주 일했던 사이였으니까.
“아무래도 제가 주는 대본보다 재미있는 게 많은가 보더라고요. 뭐, 아쉽긴 하지만 저도 서준이가 고른 작품을 좋아해서요. 개봉할 때마다 저런 작품을 잘도 찾았구나! 하고 생각해 버리고 말죠.”
“그건 그렇습니다. 저도 항상 그 작품들을 플러스에서 독점으로 공개했으면 참 좋았을 텐데, 하고 생각합니다.”
“오리지널 작품으로 서준이를 캐스팅하면 되잖습니까? 재미있는 작품이 있으면 제안해 보세요. 이제 서준이도 깨어났으니 재미만 있다면 좋은 대답을 들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웃으며 말하는 최민성 피디에, 팀장이 으음, 하고 잠시 고민하다 입을 열었다.
“원래는 그럴 계획이었는데…… 지금은 논의 중입니다.”
“논의요?”
최민성 피디가 의아해했다.
다른 배우도 아니고 이서준을 캐스팅하는데 논의할 필요가 있나 싶었다.
“클라인레빈 증후군은 완치가 되는 병이 아니거든요.”
검색만 해도 나오는 정보라 팀장은 그냥 설명해 주었다.
“1년에 몇 차례 다시 잠든다고 합니다. 근데 그게 하루 이틀이라면 몰라도 이번 경우처럼 3주 동안 잠들거나 그보다 오래 잠든다면 아무래도 일정에 차질이 생기죠.”
아…….
최민성 피디의 표정이 이해했다는 듯 조금 어두워졌다.
“그건 서준이 분량만 빨리 찍으면 되지 않나요?”
“그렇습니다만 촬영에도 조금 문제가 있습니다. 잠들기 전 징조가 있다면 모르겠지만 만약 없다면, 액션장면이나 수중 장면 같은 곳에서 사고가 날 수 있거든요.”
팀장이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
“하물며 운전 씬마저도 위험할지 모른다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그건…….”
조금 다른 상황이긴 하지만 졸음운전이 얼마나 위험한지 잘 알고 있는 최민성 피디는 그런 플러스+의 태도를 이해할 수밖에 없었다.
아니, 플러스+만이 아니라 다른 제작사도 비슷한 생각을 할지 모른다.
언젠가 다시 서준과 촬영하고 싶었던 최민성 피디도 지금 ‘정말 그렇다면 어떻게 하지?’ 하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어쩌면 지금 떠들썩한, 증거 없는 아동학대 루머보다 클라인레빈 증후군이 서준에게 더욱 안 좋은 영향을 줄 것 같았다.
“그래도…….”
문득, 서준과 서준의 매니저 얼굴이 스쳐 지나갔다.
“괜찮을 겁니다.”
그 믿음직한 얼굴들이 떠오르자 묘하게 안심이 됐다.
“서준이도 그렇지만, 서준이 매니저님이 아주 철저하신 분이시거든요. 아마 서준이에게 위험한 일이 있다면 먼저 막으실 겁니다.”
“그건…… 그렇네요.”
팀장도 안다호를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최태우에게는 아쉽게도(물론 본인은 당연하다고 생각하겠지만) [내의원]부터 알고 지낸 터라 서준의 매니저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안다호였다.
“그분이라면 정말 그러실 테죠.”
잠시 웃던 두 사람은 다시 새 드라마에 대해서 잠시 이야기를 나누다가 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 시사실을 나왔다.
“최 피디님!”
“팀장님!”
그리고 당황한 얼굴로 시사실 문 앞에 서 있는 직원들을 마주해야 했다.
“무슨…….”
꺼두었던 휴대폰을 켜며 말하던 최민성 피디가 지이잉- 진동이 멈추지 않는 휴대폰에 말끝을 흐렸다.
어마어마한 부재중 전화와 문자, 바나나톡 메시지가 보였다.
큰일이 터진 게 분명했다.
“배우 중에 누가 사고 쳤어? 음주운전? 마약?”
이미 찍어놓은 장면들이 가득한데 이제 와서 배우를 바꾼다면 공개일정이 늦어질 게 분명했다.
최민성 피디와 플러스+의 팀장은 최대한 비중이 없거나 씬스틸러가 아닌 배우가 사고 쳤길 바랐다.
“그게…… 저희 쪽 일은 아니고 최 피디님 일이랄까요…….”
“? 그게 무슨 소리야?”
“잠시만, 이쪽으로!”
직원이 어리둥절해하는 최민성 피디를 데리고 회의실로 향했다.
플러스+ 관계자와 인사를 한 최민성 피디가 의자에 앉으며 탁자에 있는 생수병을 들었다.
직원들은 스크린을 내리고 빔프로젝터를 켜느라 바빴다.
“직접 보시는 게 빠르실 거예요.”
곧 그 영상이 시작되었다.
미간을 찌푸리며 물을 마시고 있던 최민성 피디가,
[종아!]푸흡!!!
증거 영상으로 등장한 [내의원] 삭제 영상에 마시던 물을 내뿜고 말았다. 사레까지 들린 듯 크게 쿨럭- 기침을 했다.
“……이, 이게 왜 여기서 나와?”
최민성 피디의 눈동자가 크게 요동쳤다.
너무 놀라고 어이가 없어서 닦으라고 휴지를 건네주는 직원도 눈치채지 못했다.
“어떻게 된 거냐면요…….”
입만 쩍 벌리고 있는 최민성 피디에게 직원들이 빠르게 현재 상황을 설명했다.
“지금 KBC도 난리에요.”
“어떻게 된 일이냐고 국장님께 연락이 왔습니다, 피디님.”
허, 허허, 허허허.
최민성 피디는 어이가 없는 표정으로 웃었다.
[구ㄱ……!] [구급차!]어이가 없을 수 밖에.
다시 볼 거라고는 생각도 못 한 삭제된 영상이 조작되어 아동학대 증거 영상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코코아엔터에서는 연락 안 왔어?”
그때.
지이잉- 휴대폰이 울렸다.
호랑이도 제말을 하면 오듯,
[안다호 이사]코코아엔터에서 연락이 왔다.
* * *
-KBC: 남의 집에 불이 난 줄 알았는데, 우리 집까지 옮겨붙을 줄이야…….
=KBC도 이번 사건 보도하려고 했겠지?
=근데 당사자가 되어버림.
=취재하러 가긴 쉽겠다ㅋㅋㅋ바로 옆 사무실 아님?ㅋㅋ
=뉴스에 나오려나?
-근데 내의원 제작진은 KBC에 없는 거 아니야? 15년이나 지났고, 피디도 외부제작사로 옮겼잖아?
=관심 없는 사람은 그런 거 모름.
=22 게다가 KBC가 공영방송국이잖아. 아동학대가 있었는데 모른 척한다? 난리 나는 거지.
=? 아직 아동학대 결론 난 거 아니잖아?
=증거 영상 보세요.
-촬영 카메라로 찍힌 거면 연기한 거 아님?
=22 저건 ‘이서준’이 아니라 ‘성녕대군’ 같은데.
=아픈데도 ‘성녕대군’을 연기한 거겠지.
-렉카가 했던 ‘꿈으로 도망치고 싶었던 게 아닐까?’ 하는 말이 안 잊혀진다. 나도 학교 문제로 매일 잠만 자던 날이 있었는데.
=22 우울증 증상 중 하나긴 함.
=33 연기하는 게 얼마나 괴로웠으면ㅠㅠㅠ
=으아악!! 답답해 죽겠네! 서준이는 안 그렇다니까!! 병원에서 클라인레빈 증후군이라고 했잖아!!
=못 믿겠음.
-근데 클라인레빈 증후군이 진짜라고 해도 이서준은 앞으로 촬영 쉽지 않을 듯.
=또 왜?! 뭐가 문제인데?!
=+)그거 한 번으로 끝나는 게 아니잖아.
=……어?
=+)검색해보면 그 환자들은 1년에 2, 3회씩 잠든다는데, 한창 촬영 중일 때 1달 넘게 자면 큰일이잖아. 어쩌면 1년이 될지도 모르고.
=……!
안 그래도 아동학대 의혹으로 복잡한 상황에 클라인레빈 증후군 일까지 더해졌다.
그리고 그건 확실히 새싹들도 걱정할 만한 일이었다.
-이제는 일어날 거라는 건 알지만……그래도 또 잠들 수 있다니 걱정된다ㅠㅠ
=22 서준이 어떡해ㅠㅠㅠ
-진짜 앞으로 촬영하는 거 어려워지는 거예요?
=제작사가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따라서 달라지겠죠ㅠ
‘진짜 어쩌지?’
새싹들의 눈물 가득한 걱정을 읽던 서준이 한숨을 삼켰다.
이러다가는 잠깐 명상하는 것도 클라인레빈 증후군이라고 의심받을 것 같았다. 뭐, 지금은 생의 도서관이 없어서 명상할 이유도 없지만.
‘완치됐다는 말은 아무도 못 믿겠지.’
차라리 다른 방법으로 아무 문제 없이 촬영할 수 있다는 걸 이해시키는 게 좋을 것 같았다.
그러니까 이건 선의의 거짓말이었다.
“/잠들기 전의 느낌을 알 것 같아요./”
그 말에 펄쩍펄쩍 뛰며 렉카를 욕하던 김종호와 이지석이 돌아가고 난 후에 온 서은혜와 최태우, 알베르 교수의 시선이 서준에게로 향했다.
원래 이민준이 올 예정이었는데 몬스터사도 시끄러운 상황이라 오지 못했다.
코코아엔터가 외삼촌이 경영하는 곳인데다가 부모가 정말 몰랐는지 의문을 가진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배우 이서준의 아버지가 공동대표인 몬스터사가 언급되는 건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었다.
부모님께 쏟아지는 망언과 의혹에 서준의 마음은 착잡해졌지만, 서은혜와 이민준은 서준이 잠들어 있을 때보다는 덜 힘들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때와 비교할 수 있는 고통이 있을까.
눈을 뜨고 움직이는 서준만 봐도 서은혜와 이민준은 행복했고, 어떤 고난이라도 헤쳐나갈 용기가 가득했다.
또 코코아엔터와 안다호가 잘 해결할 거라고 믿고 있기도 했다.
“/정말? 어떤 느낌인데?/”
지금까지 듣지 못했던 이야기에 서은혜가 놀라 물었다.
“/졸리고 몸이 무거운 느낌이야. 이번에 쓰러진 건 처음 겪는 거라서 그게 잠들기 전 증상이었는지 몰랐는데, 생각해 보니까 쓰러지기 전에 그런 느낌이 들었던 것 같아./”
진지한 표정으로 새하얀 거짓말을 하는 서준에, 최태우가 그때 알아차리지 못한 자신을 자책하며 말했다.
“/그랬어? 근데 왜 그때 말 안 했어?/”
“/그때는 한준서 배우님하고 만난다는 사실에 흥분한 상태였거든요. 다른 건 다 무시할 정도로요./”
아하.
그에 서은혜와 최태우는 단번에 납득했다.
‘그래. 서준이라면 그럴 수 있지.’
고개를 끄덕이는 두 사람에 서준은 잠시 자신의 이미지가 어떤지 생각했지만, 뭐, 엄마와 태우 형이 납득할 정도니 괜찮은 변명인 것 같았다.
남은 사람은 날카로운 눈을 가진 전문가, 알베르 교수님뿐이었다.
“/확실히……./”
내심 초조한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는데, 알베르 교수도 이내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클라인레빈 증후군은 수면 과다증의 한 종류죠. 그 전조 증상이 졸음이라고 해도 말이 됩니다. 물론 아직 한 번밖에 일어나지 않은 상태라 좀 더 두고 봐야 하겠지만요. 만약 준의 말이 맞다면 앞으로 언제 잠들지 조금은 예상할 수 있을 것 같군요./”
이 기회를 놓칠세라, 서준이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바로 병원에 올 수도 있겠네요./”
“/촬영 전에 졸리면 그날 촬영을 미루고 대비할 수도 있어요./”
물론 다시 그렇게 오래 잠들 일은 절대 없었지만 말이다.
“/안 이사님께 전해드려야겠다!/”
안 그래도 코코아엔터도 걱정하고 있던 문제였던 터라 최태우가 얼른 휴대폰을 들었다.
완벽한 해결책은 아니지만 대비책은 될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