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perstar From Age 0 RAW - Chapter (1106)
0살부터 슈퍼스타 1106화
“전조 증상이 있었던 것 같다고?”
안다호가 병실에 온 것은 저녁을 먹기 조금 전이었다.
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때 한준서 배우님 일이나 생일 때문에 들떠서 자각은 못 했던 것 같지만요.”
안다호는 잠시 그날의 기억을 떠올려보았다.
서준이 쓰러졌던 게 너무나도 충격적인 일이었고 하루 동안 무슨 문제가 있었는지 계속 되새겨봤기 때문에 기억은 제법 선명했다.
‘즐거워 보이긴 했는데…….’
새싹들과 함께 해돋이를 보러 갈 거라면서 즐거워하던 서준의 얼굴에서 졸려 보인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던 것 같지만, 본인이 그렇게 느꼈다니 그랬을 거다.
‘서준이가 이런 일로 거짓말을 할 이유도 없고.’
한 번이라도 예고 없이 쓰러지면 들통 나는 거짓말이 아닌가.
“그렇다면 다행이지.”
안다호가 큰 짐을 내려놓은, 안도한 얼굴로 말했다.
앞으로 촬영을 어떻게 해야 할지 무척 고민을 했었는데, 다행인 일이었다.
“앞으로 조금이라도 졸리다 싶으면 바로 태우 씨나 나한테 바로 말해줘.”
“네. 그럴게요.”
그럴 일은 없겠지만, 서준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계약서에는…….’
안다호는 앞으로 서준이 출연한 작품의 계약서에 어떤 조항을 넣을지 생각했다.
서준이 촬영 초반, 중반, 후반부에 잠들 때를 대비해 위약금이나 촬영 시간에 대한 것들을 미리 계약서에 써 놓는 편이 아무래도 제작사 측이 한결 마음 편하게 캐스팅할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그렇게 한두 번 문제없이 작품을 촬영하고 개봉한다면 제작사는 서준이 언제 쓰러졌냐는 듯 다시금 예전처럼 있는 대본 없는 대본 탈탈 털어 서준에게 보낼 터였다.
“회의는 어떻게 됐습니까, 이사님?”
최태우의 물음에 서은혜와 서준도 귀를 쫑긋 세우고 안다호를 바라보았다.
그에 정신을 차린 안다호가 입을 열었다.
“일단 대강 정리는 됐습니다. 증거 영상이 너무 예상 외라서 조금 길어졌죠.”
어떤 것이 증거라고 나오든, 잘못한 것이 없는 코코아엔터와 안다호는 어렵더라도 조작이라는 것을 밝혀내면 해명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 후에는 다시 떠들썩하게 언론플레이를 해서 이미지를 바꿀 예정이었다. 렉카나 루머는 여러모로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지 않나.
그런데 설마 15년도 전에 삭제된 [내의원] 영상이 증거 영상이랍시고 나올 줄은 전혀 몰랐다.
“아마 KBC에서 유출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최민성 피디님께 연락드렸더니, 조금 전에 알았다고 하시더라고요.”
최민성 피디가 상황을 파악하고 [내의원] 제작진들에게 연락하고 해결 방법을 찾는 데 시간이 꽤 소요됐다.
“범인은 못 찾겠죠?”
서은혜의 말에 안다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 방송국에서 유출된 거라면 내의원 제작진이 범인이 아닐 확률이 높은데, 벌써 15년 넘게 흘렀으니까요. 이제 이쪽 일을 하지 않는 사람일 수도 있습니다.”
진실 확인을 위해 몰려온 사람들로 인해 끝내 홈페이지가 터지고만 KBC가 15년 치 출입기록을 전해준다고 해도 범인을 찾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범인을 찾는 것보다 해명을 하는 게 더 중요하기도 합니다.”
안다호가 말을 이었다.
“가장 좋은 방법은 그 영상을 편집 없이 보여주는 거겠죠.”
“정확히 어떤 영상인가요?”
당시 코코아엔터의 직원이 아니라 초등학생이었던 터라, 그 영상을 보지 못했던 최태우가 물었다. 그에 서은혜가 대답해주었다.
“서준이가 일어나서 김종호 배우님의 입을 막는 장면이에요. 그걸 보면 사람들도 한눈에 연기라는 걸 알아볼 수 있을 거예요.”
서준이 서은혜의 설명에 고개를 끄덕이다가 멈칫했다.
그리고 놀란 눈으로 서은혜를 바라보았다.
“그걸 엄마가 어떻게 알아?”
“응?”
“삼촌은 엄마랑 아빠한테 안 보여줬다고 했는데?”
정확히는 ‘누나랑 매형이 봤으면 난 이미 죽었어.’하고 술을 마시며 한탄했던 서은찬이었다. 서준은 너무 열심히 연기했던 어렸던 자신을 떠올리며 웃었고.
“다호 씨가 보여줬어.”
서준의 물음에 서은혜가 웃으며 말했다. 안다호도 그때 기억이 떠올랐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연기를 너무 잘해서 삭제했다고 하니까 궁금해서 말이야. 보여줄 수 있으면 보여달라고 했거든.”
어려운 일이라면 괜찮다고 했지만, 안다호는 괜찮다고 말하며 잘도 영상을 복구해 서은혜와 이민준에게 전해주었다.
“안 놀랐어?”
“굉장히 놀라긴 했는데, 그건 ‘성녕대군’이었잖아. 서준이가 아니라.”
서은혜가 웃으며 말했다.
“엄마랑 아빠가 연기는 잘 몰라도, 서준이 연기는 많이 봤거든.”
그에 서준도 따라 웃었다.
희미하게 미소 짓던 안다호가 아쉬운 목소리로 말했다.
“일이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그걸 그대로 가지고 있을 걸 그랬습니다.”
그러게나 말이다.
렉카가 자진해서 편집되지 않은 영상을 줄 리는 없으니,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막막해졌다.
찾아보면 안다호가 찍은 그날 사진들이 있겠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할 것 같았다.
그때.
서은혜가 아, 하고 무언가 떠올린 듯한 표정을 지었다.
“이 영상 어쩌면……”
서준과 안다호, 최태우가 의아한 얼굴로 서은혜를 바라보았다.
“집에 있을지도?”
……?!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에 서준과 안다호, 최태우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집에? 집에 왜 이게 있어?”
서준의 물음에 서은혜가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안다호를 바라보다가 대답했다.
“다호 씨가 보면 삭제하라고 했는데, 아까워서 못 지웠거든.”
진심이 가득 담겨있었다.
“서준이가 열심히 연습하고 연기한 거잖아.”
* * *
서은혜와 이민준은 연기에 대해서 잘 몰랐다.
하지만 아들, 서준이 얼마나 연기를 좋아하는지는 잘 알고 있었다.
지겹지도 않은지 그림 하나 없이 글자만 있는 대본만 읽고 어른들도 지겨워할 만한 드라마와 영화를 보고, 배우나 영화에 관련된 다큐멘터리만 보고.
물론 아이답게 만화도 많이 봤는데, 그보다 더 많은 영화와 드라마를 보았다. 연령제한에 걸리는 작품들을 보며 아쉬워할 정도로.
거기에 연기 연습도 열심히 했다.
연기 선생님한테 배운 것도, 배우지 않은 것도 하루도 빠짐없이 열심히 몸에 익혔다.
아마 부부가 인식하지 못했을 때부터 정말로 좋아했을 거다.
부부가 서준이 연기를 좋아한다고 깨닫게 된 건 나라 킴과 함께 갔던 [쉐도우맨1] 촬영 때부터였으니까.
촬영도 열심히였다.
아직 매니저가 없을 때도, 안다호가 매니저가 되었어도 몇 번 촬영장에 같이 간 적이 있었다.
그곳에서 서준은 그 어린 나이에도 열심히 연습하고 촬영에도 성실히 임했다. 어느 한 장면 허술하게 연기하지 않고 성인 배우들과 합을 맞추어 최선을 다해 연기했다.
아들이지만, 어리지만 그 모습이 참 빛났다.
거기엔 그저 연기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한 사람의 훌륭한 배우만 있었다.
그런 서준이 ‘성녕대군 이 종’을 연습하는 모습도 부부는 지켜보았다.
9살 서준은코코아엔터 연습실에서 연습할 때도 있었지만 집에 있을 때도 항상 대본을 들고 다니며 열심히 ‘성녕대군 이 종’을 연기하기 위해 노력했다.
‘엄마! 잠깐만 도와줘!’
때때로 부부가 연기를 도와주기도 했었다.
어설픈 엄마아빠의 연기에도 서준은 즐거워하며 ‘성녕대군’을 연기했다.
그런 ‘성녕대군’이었다.
부부는 서준이 열심히 만들어낸 ‘성녕대군’이 멋지게 끝을 맺길 바랐다.
서준도 그랬을 거다.
그래서 아주 훌륭하게 연기했겠지.
모두가 진짜인 줄 알고 깜짝 놀랐을 정도로.
그 마지막 장면이 삭제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얼마나 놀라고 아쉬웠는지 모른다.
서준도 아쉬워했지만 부부는 더 아쉬웠다.
그래서 어떤 연기인지 궁금해서 안다호에게 부탁했고, 안다호는 영상을 복구해 전해주었다. 이것 하나밖에 안 남았으니, 다 보고 삭제해달라는 부탁도 덧붙였다.
그리고 부부는 그 영상을 보았다.
처음에는 굉장히 놀랐다. 정말 아픈 줄 알았으니까.
하지만 이내 그게 연기라는 것을 깨닫고 몇 번이고 영상을 돌려보았다.
이게 왜 삭제됐는지 알 것 같으면서도 아쉬웠다.
[삭제하시겠습니까?]모니터에 뜬 삭제 버튼을 눈앞에 두고 부부는 망설였다.
‘서준이가 얼마나 열심히 연기한 건데.’
그래서 부부는 결정했다.
하나만은 남겨놓기로.
나중에 서준에게 네가 이렇게 멋지게 연기를 했었다, 하고 보여주고 싶었다.
* * *
“그래서 아마 남아있을 거야. 미안해요, 다호 씨.”
“아닙니다.”
사과하는 서은혜에 안다호가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는 웃으며 솔직하게 말했다.
“저도 그때 고민했었거든요. 하나쯤 몰래 남겨두어도 괜찮지 않을까 하고요.”
천하의 김종호도 속인 연기였다.
안다호도 자신의 배우가 연기한 영상을 하나쯤 남겨두고 싶었다.
물론 겨우 2년 차 매니저일 뿐이라 그러면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어, 아쉬운 마음으로 삭제했지만 말이다.
“근데 왜 말 안 해줬어?”
“조금 전까지 잊고 있었거든. 서준이가 찍은 영상이 워낙 많아서 말이야.”
서준의 물음에 서은혜가 웃으며 대답했다.
“다호 씨가 옛날부터 보내준 영상들도 많이 있고 우리가 찍은 영상도 많고, 태우 씨가 찍은 영상도 다 보관하고 있거든.”
중복되는 건 빼고 중요한 것만 골라서.
물론 하루하루가 모두 소중했지만 그 안에서도 특별한 날들만 골라 보관하고 있었다.
그래도 워낙 많다 보니 가끔 서준의 팬미팅이나 행사에 필요하다고 할 때 찾아보거나 문제없이 잘 저장되어 있는지 점검할 때만 빼고는 크게 신경을 쓰진 않고 있었다.
그래도 백업은 철저히 하고 있었다.
“분명 집에 있을 거야.”
와.
서준과 안다호, 최태우가 감탄했다.
알고는 있었지만, 부부는 생각보다 더 많은 서준의 자료를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영상만 있으면 되는 거죠, 다호 씨?”
“네.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안다호의 말에 서은혜가 활짝 웃었다.
“엄마, 집에 좀 다녀올게.”
“지금?”
“빨리 해결해야 하잖아!”
하고 말한 서은혜가 얼른 짐을 챙겨 병실 문 쪽으로 걸어가며 안다호와 최태우에게 말했다.
“영상 찾으면 바로 보낼게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서은혜가 환하게 웃고는 휴대폰을 꺼냈다.
“아, 여보. 너튜브에 올라온 영상 봤어? 어, 그 영상. 집에 있지? 우리가 어디 넣어뒀더라?”
이민준과 통화하는 서은혜는 무력했던 일주일 전과 달리, 아들의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무척이나 기뻐 보였다.
병실 문 너머로 손을 흔드는 서은혜에 서준도 이내 웃음을 터트리며 손을 흔들어주었다.
안다호와 최태우도 한시름 놓은 얼굴로 미소 지었다.
“일이 이렇게 되네.”
“그러게요.”
설마 엄마아빠한테 그 영상이 있을 줄은 몰랐다.
“그럼 영상 찾으면 바로 기사 내는 거예요, 다호 형?”
“음. 생각지도 못했던 상황이라서 생각 좀 해봐야 할 것 같아.”
안다호가 잠시 고민하는 사이, 최태우는 얼른 원본 영상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소식을 코코아엔터에 전달했다.
“이 정도로 떠들썩한 거면 기자회견을 하는 편이 좋을 것 같은데…….”
국내외로 떠들썩하니, 아예 기자며 방송국이며 다 불러모아 한 번에 해결하는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
“생방송으로 나갈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확실히 기사는 보는 사람만 보죠.”
기자회견이라.
확실히 사람들의 시선은 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도 최대한 빨리하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최태우의 말에 서준과 안다호도 동의했다.
시간이 지날 때마다 사람들의 오해는 점점 더 굳어질 터였다.
“영상만 확인된다면 바로 내일 하는 게 좋겠죠.”
“장소 알아보겠습니다. 기사 낼 준비도요.”
최태우가 코코아엔터와 통화하는 사이, 서준이 안다호에게 말했다.
“저도 가고 싶어요, 다호 형. 제가 직접 말하는 편이 더 확실하잖아요. 건강하게 회복하고 있다는 모습도 보여 드리고요.”
“그건 그렇지만…….”
서준이 직접 마이크 앞에 서는 편이 확실하긴 하지만, 안다호는 서준의 몸 상태를 먼저 걱정했다. 어떤 무례한 질문이나 상황이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영상만 있고 분위기가 괜찮다면 긍정적으로 생각해봐도 괜찮을 것 같았다.
그후 배우와 두 매니저는 기자회견에서 무엇을, 어떻게 말할지 전화로 코코아엔터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더 자세한 이야기는 영상을 찾은 후 회사에서 하기로 했다.
그때.
서준의 휴대폰이 울렸다.
>엄마: 찾았어!
>엄마: (영상)
기다렸던 소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