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perstar From Age 0 RAW - Chapter (1107)
0살부터 슈퍼스타 1107화
서준과 안다호, 최태우는 서은혜가 보낸 영상을 살펴보았다.
[종아!]다른 카메라로 찍고 있었던 영상이었기 때문인지, 렉카가 공개한 영상이 배우들의 전체적인 모습을 담고 있었던 것과 달리 서은혜가 보내준 영상은 조금 더 배우들의 얼굴이 가까이서 보이는 상태였다.
“그렇다고 얼굴만 보이는 건 아니네.”
“그러게요.”
덕분에 렉카가 공개한 영상보다 배우들의 움직임과 표정이 더욱 잘 보였다.
“하지만 역시 화질은 손을 좀 봐야겠어. 태우 씨 영상 바로 코코아엔터에 보내서 작업해 달라고 하세요. 기자회견 기사도 바로 내달라고 하고요.”
“넵!”
안다호의 말에 최태우가 얼른 고개를 끄덕이고는 휴대폰을 들었다.
-찾았어요?!
“네! 찾았습니다!”
-와아아악!!!
전화가 연결되자마자 1팀의 익숙한 목소리들이 들려왔다. 최태우가 활짝 웃으며 보이지도 않을 텐데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답하자 반대쪽에서 환호성이 들려왔다.
그에 서준과 안다호가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1팀과 같은 마음이지만 안다호는 침착하게 기자회견에 대해서 생각하며 다시 영상을 바라보았다.
“이대로 공개하는 것보다…….”
그러고는 휴대폰을 들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상대방도 기다리고 있었는지 신호음 한 번 만에 전화를 받았다.
“혹시 오늘내일 시간 되십니까?”
드디어 찾아낸 해결 방법에 두 매니저는 눈을 번뜩이며 생기가 넘치는 모습으로 빠르게 각자의 통화를 이어나갔다.
그사이.
준비하고 있었는지 바로 기사가 떴다.
[코코아엔터 내일 기자회견!] [코코아엔터, 이번 사건에 대해 기자회견 열어!] [증거 영상 공개 하루 만에 기자회견, 코코아엔터 해명 증거 있나?] [내일 기자회견, 이서준 배우도 참석?!]동시에 댓글들도 많이 달렸다.
-헐. 기자회견.
=코코아엔터가 기자회견이라니.
-내일 바로? 뭔가 증거 찾았나?
=그렇겠지. 아니었으면 시간만 끌었을 텐데.
=22 이렇게 바로바로 하는 게 여러모로 좋지.
-그냥 증거 없이 학대 아니라고 말하려고 하는 거 아닐까?
=그럼 사람들이 더 안 믿겠지.
=22 일이 더 커질걸.
=기자회견까지 열 생각이면 확실히 뭔가 있긴 한 듯.
-이서준이 증언하는 거 아닐까? 요새 좀 회복해서 기자회견에도 나올 수 있을지도?
=본인이 증언하는 게 제일 확실하긴 하지.
=222 당사자 말인데.
-근데 그것도 확실하지 않음. 이서준이 어렸을 때부터 가스라이팅 당했으면 어떡함?
=ㄹㅇ성인들도 가스라이팅 당하면 제대로 ‘자기 생각’도 못 하는데 어릴 때부터 가스라이팅 당했으면 완전 꼭두각시 아님?
=22 가스라이팅 당하면 성인들도 가족, 친구 신경 안 쓰는데, 어린애가 어떻게 버티겠음.
=(가스라이팅 사건들. 기사 링크)
=와……. 기사 보고 왔는데 무시무시하네.
=ㄹㅇ살인 사건도 있음ㄷㄷㄷ
-게다가 연예인들은 세계가 더 좁잖아.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 하고 매니저나 소속사가 알아서 해주고.
=그래서 더 소속사에게 휘둘리기 좋지.
=애초에 배우 생활도 이서준이 하고 싶어서 하는 걸까?
-????
=진짜 답답해 죽겠네!!!
-게다가 어렸을 때 기억이 선명하겠음? 난 초딩 때 기억 1도 안 나는데.
=ㄹㅇ촬영했던 거 까먹었다는 아역 배우들도 있잖아.
=본인은 기억 못 하지만 그런 학대에 익숙하다면 자기 상황이 평범하지 않다는 걸 잘 모를 수도 있음.
=ㅋㅋ옛날 생각 나네. 나도 친구가 알려줄 때까지 부모가 때리는 게 ‘보통’인 줄 알았는데.
=ㅠㅠ지금은 잘 지내시나요?
=ㅇㅇㅇ절연하고 잘살고 있음. 그래서 지금 사건이 많이 신경 쓰임. 내가 절연할 수 있었던 것도 이서준 작품 때문이라서.
=어떤 거?
=흘러가다. 누구는 아들 친구 노트북 훔치는데, 누구는 힘들게 벌어서 딸한테 노트북 선물하잖아. 그 아들이 꼭 알바비 다 뺏기는 나 같더라고.
=+)나중에는 내 친구, 내 가족(만들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ㅋ)들까지 저 망나니 부모한테 시달릴까 봐 탈출함. 고시원 구하자마자 해돋이 보러 감. 새해도 아니고 연말도 아닌데, 그냥 해 뜨는 거 보니까 좋더라.
=잘했어ㅠㅠㅠ
=가족 만들 수 있을 거야ㅠㅠ
=+)ㅋㅋ고마워ㅋㅋ
-이서준 기자회견 참석하려나?
=22 서준이 봤으면 좋을 것 같기도 하고 기자회견 같은 데는 안 나왔으면 하기도 하고ㅠ
=나는 보고 싶음. 회복 중이라는 건 팬카페에 올려줘서 아는데, 영상은 1도 없어ㅠㅠㅠ
-서준이 상태에 대해서도 말해줬으면 좋겠다ㅠ 앞으로 배우 생활 계속할 수 있는지, 또 갑자기 쓰러지는 건 아닌지ㅠ
=근데 서준이가 괜찮다고 말해도 잘 안 믿길 듯ㅠㅠ
=22 믿고 싶은데 안 믿길 것 같아. 또 쓰러지면 어떡해ㅠㅠㅠ
-배우 은퇴한다는 거 아님? 제대로 촬영하기도 힘들 텐데.
=……그러면 나 진짜 대성통곡한다ㅠㅠ
=아픈 건 이해하지만ㅠㅠㅠ나도 그래ㅠㅠ
-난 그냥 서준이가 행복했으면 좋겠다ㅠ
=나도ㅠ 배우든 아니든 행복하기만 해ㅠ 서준아ㅠ
=근데 배우가 아닌 서준이가 행복해하는 모습이 안 떠오름.
=저도요ㅠㅠ
‘음.’
내일 있을 기자회견을 위해 안다호와 최태우가 떠나고 하늘이 완전히 어두워졌다.
아직 불이 켜져 있는 병실에서 서준은 침대에 누워 휴대폰을 보고 있었다.
‘가스라이팅이라니.’
생각도 못 했지만, 완전히 이해 못 할 일은 아니었다.
몇 분밖에 통화하지 않는 보이스피싱도 순식간에 속아 넘어가고는 하는데, 가족이나 지인, 아니면 전혀 모르는 사람이 계속하는 가스라이팅은 정말 본인조차 자각하지 못할 수도 있었다.
하물며 어릴 때부터 이어진 가스라이팅은 어떻겠나.
제대로 ‘자기만의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걱정이 될 법도 했다.
만약 이번 사건의 중심이 서준 본인이 아니었다면 서준도 그렇게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이러면 내 말도 못 믿을 것 같은데…….’
물론 영상도 있으니, 믿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일말의 찝찝함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었다. 안 믿는 사람들도 꽤 있을 거고.
‘게다가…….’
클라인레빈 증후군에 대해 걱정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서준이 또 쓰러질까 봐, 그렇게 좋아하는 촬영을 못 할까 봐, 또 오래 잠들까 봐.
댓글마다 눈물과 걱정이 가득했다.
‘괜찮다고 말해도 못 믿겠지…….’
아예 안 믿는 건 아닌데, 불안이 남아 있을 터였다.
이제 혼자 병실에 있어도 괜찮다고 서준이 말해도 계속 보호자 침대에서 잠을 청하는 엄마 아빠처럼.
“서준아, 안 자?”
“이제 잘 거야.”
서은혜와 통화를 하고 온 후 묻는 이민준에 서준도 휴대폰을 내려놓고 제대로 누웠다. 이민준이 웃으며 병실의 불을 꺼주었다.
“잘 자, 아빠.”
“아들도 좋은 꿈 꿔.”
이민준의 목소리를 들으며 서준은 눈을 감았다.
‘사람들이 믿게 할 방법이 없을까?’
이리저리 생각해 봐도 영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아동학대에 가스라이팅에 클라인레빈 증후군까지.
어쩌면 몇 달은, 아니, 몇 년은 계속 걱정스레 서준의 배우 활동을 바라볼 새싹들과 사람들 생각에 마음이 무거웠다.
아니, 평생이 될지도 몰랐다.
‘천천히 해결하자.’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지금까지처럼 열심히, 그리고 즐겁게 활동하며 괜찮다는 모습을 보여주는 수밖에.
‘SNS도 만들어야겠다.’
사진 하나 가볍게 올릴 수 있는 SNS를 시작한다면 [새싹부터]나 너튜브보다 대중과 팬들과의 거리감이 가까워지지 않을까 싶었다.
이제 어린애가 아니라서 지석이 형이 걱정할 일도 없고.
‘그래. 그러자.’
내일 안다호와 최태우에게 말해야겠다고 생각하며 서준은 천천히 잠이 들었다.
* * *
서준이 눈을 떴다.
그래.
눈을 떴다.
“……?”
낯선 공간에서.
“여긴……?”
그런데 그 낯선 공간이 묘하게 익숙했다.
크기는 작지만 책으로 가득한 공간.
언제나 서준이 잠들면 도착하던 그곳.
요 며칠 동안은 오지 못한, 영원히 사라졌으리라 생각했던.
“……생의 도서관?”
생의 도서관이었다.
물론 많은 점이 달랐다.
엄청나게 컸던 도서관의 크기도 작아졌고, 고개를 들고 봐야 할 정도로 높았던 책꽂이도 낮아졌다.
벽도 선의 도서관의 새하얀 색도, 악의 도서관의 새까만 색도 아닌 고동색이었고, 한쪽에 놓여 있는 책상과 의자도 이전에 사용했던 것들보다 품질이 떨어져 보였다. 침대도 없었다.
책들도 달랐다.
선의 도서관 책과 악의 도서관 책은 반대되는 성향상 지금까지 나뉘어 있었는데, 지금은 구분 없이 한 책꽂이에 뒤섞여 꽂혀 있었다. 게다가 책의 양도 예전의 생의 도서관보다 훨씬 적었다.
마치, 도서관보다는 큰 서재 같은 느낌이었다.
“생의 도서관이 왜…… 다시……?”
서준이 놀란 눈으로 다시 나타난, 새로운 생의 도서관을 둘러보았다.
예전에는 거대해 보였다면 지금은 왠지 아늑하게 느껴졌다.
그래도 반가웠다.
저절로 미소가 지어질 정도로.
이제는 만나지 못할 전생들도 떠올랐다.
있는 힘 없는 힘 다 끌어모아 도와줬던 파르비타, 커다란 날개를 펄럭이며 전생의 ‘그’와 싸우던 제루엘, 거대하고 단단한 벽이 되어 주었던 기록석, 제멋대로 싸우러 간 천마, 중간에 문제긴 했지만 마지막에는 도와줬던 리치왕, 그리고.
“미밍!!”
하고 울며 미끼가 되어주었던 미밍까지……?
추억을 되새기던 서준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자신의 상상이라기엔 소리가 너무나도 생생하게 들려오고 있었다.
서준은 얼른 그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환하게 웃었다.
“진짜 미밍이구나!”
거기에 미밍이 있었다.
크기는 처음 만났을 때보다 좀 작아지긴 했는데, 나무 상자인 몸과 커다란 두 눈은 여전했다.
“미밍! 미밍!!”
“나도 반가워!”
미밍이 서준을 반기며 치댔다. 서준도 아하하 웃음을 터뜨렸다.
“어떻게 된 거야? 다른 전생들도 있는 거야?”
혹시나, 하고 묻는 서준의 질문에 미밍이 시무룩해진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서준도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괜찮아. 너라도 남을 수 있어서 다행이야.”
“미밍!”
“그럼 여기가 어딘지는 알아? 생의 도서관 같은데, 선의 도서관이나 악의 도서관 같지는 않아서 말이야.”
“미미밍!”
서준의 물음에 미밍이 기다렸다는 듯 한쪽으로 안내했다.
거긴 이제 서재같이 느껴지는 이 공간의 구석이었다.
“……어?”
거기에 집필대가 있었다.
서준이 살기 위해 [이서준의 책]을 올려둔 두 번째 집필대가.
“그럼 설마 여기가 숨겨진 방이었어?”
“미밍!”
좁고 아무것도 없었던 숨겨진 방이 서준이 들어오지 못했던 며칠 사이에 생의 도서관(서재.ver)으로 바뀌었다는 사실에 서준이 놀라 다시 방 안을 둘러보았다.
그때.
서준의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었다.
새하얀 종이들이 삐죽삐죽 튀어나와 있는 책.
서준이 한 장 한 장 모아 직접 정리했던.
[첫 생의 책]이었다.“이 책도 여기 있었구나.”
현실로 돌아가기 전 놓아두었던 대로, 집필대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바닥에 놓여 있는 [첫 생의 책]을 본 서준이 그쪽으로 가 책을 들어 올렸다.
살펴보니 결말이 적히지 않은 그대로였다.
“미밍!”
미밍이 서준의 앞으로 날아와 열심히 몸을 움직였다.
집필대를 가리키고 생의 도서관을 가리킨 다음 X자를 표시하고, [첫 생의 책]을 가리키고 생의 도서관을 가리킨 다음 O를 표시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책꽂이와 그곳에 꽂혀 있는 책을 가리켰다가 하나를 꺼내 옮기는 시늉을 했다.
잠깐 그 모습을 바라보던 서준이 생각에 잠겼다.
두 번째 집필대를 보면 생각나는 건 서준을 도와줬던 전생들과 ‘생의 도서관’.
그 존재들은 모든 힘을 다 써서 남은 힘이 없었을 테니, 이 ‘공간’에 영향을 주기란 힘들었을 터였다.
그리고 [첫 생의 책]을 보면 생각나는 건 당연히 [무한환생]이었다.
서준이 눈을 크게 떴다.
“설마…… 무한환생이 이 공간을 만들었다는 거야? 남아 있던 책들도 가지고 오고?”
“미밍!”
미밍이 맞다는 듯 환한 표정으로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