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perstar From Age 0 RAW - Chapter (1111)
0살부터 슈퍼스타 1111화
-……어?
아픈 성녕대군과 건강한 이서준.
그 모습이 달라지는 순간은 마치 마법과도 같았다.
분명 같은 녹색 계통의 색이지만 단번에 구분할 수 있는 초록색과 연두색처럼.
같은 모습을 하고 있지만 어투와 표정, 눈빛과 몸짓까지 다른 ‘이서준’과 ‘성녕대군’의 차이를 확연하게 알 수 있었다.
-내 말 맞잖아!! 저건 성녕대군이라니까!!
=222 아니, 다들 오스카 시상식도 안 본 거임? 거기서 확실하게 보여줬잖아!
=33 그 전설적인 장면을 모르냐고.
=444 (그레이 바이니의 수상소감 영상)
이미 알고 있었던 새싹들과 사람들은 그동안 아무도 들어주지 않았던 것이 답답했던 것처럼 마구 댓글들을 써 내려갔다.
기자회견을 보고 있던 사람들은 그제서야 서준의 연기가 특별하고 대단하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다.
-;; 근데 왜 몰랐지??
=그러게;;; 나도 시상식 영상으로 봤었는데;;
=22 이서준 연기 잘하는 거 알고 있었는데.
-성녕대군이 있었는데, 없습니다?
=이서준이 없었는데, 있습니다??
그건 마치 환각에서 깨어나는 것 같았다.
-아마 세뇌+착각해서 그런 것 같음.
=세뇌? 착각?
=+)렉카가 영상 보여주기 전부터 ‘이서준’이랑 학대 이야기로 떠들썩했잖아. 사람들도 다 ‘이서준’에 대한 것만 생각했고.
=ㅇㅇ계속 그 이야기만 했었지.
=+)그러니까 우리 머릿속에는 이미 ‘이서준’이라는 사실만 박혀 있었던 거지. 어떤 모습으로 나와도 이서준이라고 인식되게끔.
=아. 착시현상처럼?
=연애설 터질 때 전혀 다른 커플 사진 보고 ‘그 연예인들’이다 하는 것처럼?
=아하! 이해완료.
=+)ㅇㅇ게다가 렉카가 보여준 영상은 짧았던 데다가 대사 같은 것도 없이 ‘성녕대군’의 모습만 있어서 ‘이서준’과의 차이점을 못 느꼈던 거지. 그래서 사람들에게는 그냥 ‘성녕대군’=‘이서준’으로 인식되어버린 거야.
=하긴 겉모습은 완전히 같은 사람이니까.
=거기다가 다들 그렇게 생각하니까 저도 모르게 휩쓸린 사람들도 많을 듯.
=+)ㅇㅇ 한 번 ‘저건 이서준이다.’하고 생각해버리면 나중에 봐도 그냥 이서준인 것 같은 거지.
=이래서 첫인상이랑 이미지가 중요한 거임.
=그래도 영상 본 이후에 내의원 본 사람들은 다르다는 걸 알 수 있었을 것 같은데?
=+)그랬을 수도 있는데, 바로 어제 렉카가 영상 올렸잖아. 하루 만에 내의원을 보기는 힘들지. 그리고 몇 명이나 찾아봤겠어. 다들 헐, 아동학대?! 하고 넘어갔을걸.
=하긴. 나도 따로 찾아보지는 않았을 것 같다.
=+)그래서 코코아엔터가 영상부터 보여준 건 참 잘한 것 같음. 다들 ‘성녕대군’이랑 ‘이서준’의 차이를 확실하게 알 수 있게 됐잖아.
=22 이건 진짜 이서준 연기에 자신 없으면 못하는 해명임.
=33 게다가 지루할 것 같았는데, 영상부터 보여줘서 집중해서 보고 있음.
댓글들의 생각대로.
‘이서준’과 ‘성녕대군’의 확연한 차이를 아는 안다호와 코코아엔터는 그 차이를 알려주기 위해 이번 영상을 준비했다.
그리고 아동학대 의혹이나 서준의 다른 작품에 대해서는 알지만, [내의원]은 모르는 외국인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이기도 했다.
“보시다시피.”
영상이 끝나고 다시 무대 위, 준비된 테이블 앞에 앉아 있는 안다호의 모습이 나타났다.
“해당 영상은 당시 이서준 배우가 성녕대군을 연기하던 모습을 촬영한 것입니다. 이서준 배우가 연기에 상당히 몰입한 상태였던 터라, 김종호 배우와 이지혜 배우마저도 깜빡 속아 넘어갔을 정도였죠.”
안다호는 차분한 목소리로 당시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직접 두 눈으로 그 확연한 차이를 본 데다가 적절한 설명까지 이어지니 기자들도 그저 조용히 키보드를 두드리는 수밖에 없었다.
-이서준 연기가 너무 압도적이었음ㅋㅋㅋ
=이게 9살 때ㅋㅋ
-근데 왜 이 장면을 방송 안 한 거야? 이렇게 잘하는데?
기자들도 그걸 물으려고 했지만, 이미 질문할 것을 알고 있었다는 듯 안다호가 말을 이었다.
“당시 촬영장에 있던 분들까지도 놀랄 정도였던 연기였던 터라 피디님의 판단하에 편집하기로 했습니다. 그 이후에 나왔던 약초꾼 아이가 아팠던 장면을 방송하고 이서준 배우의 건강을 걱정했던 시청자분들을 떠올리면 그게 옳은 판단이었다는 걸 알 수 있으실 겁니다.”
-아, 하긴. 그래서 건강검진도 했었지.
=아픈 모습으로 그 정도인데, 죽는 장면이 나왔으면ㄷㄷㄷ
=지금 이 사태가 그때 벌어졌을지도.
=그때가 더 난리였을 것 같다. 오버레로 오스카상도 안 받았을 때라서, 서준이가 연기 잘한다는 건 알아도 얼마나 잘하는지는 몰랐을 테니까.
=22 아역배우가 잘하면 얼마나 잘한다고? 진짜 아픈 거 아니야? 하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을 듯.
-그럼 이제 다 해명된거임?
=아직 학대는 해명된 거 아니지 않나? 이건 영상에 대한 것만 해명한 거잖아.
=ㅇㅇ진짜 이서준이 과로했을지 누가 앎?
=22 쓰러진 것도 사실 과로와 스트레스 때문 아님?
같은 질문을 떠올린 기자들이 손을 올리기도 전에, 안다호가 먼저 입을 열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이서준 배우의 스케줄은 문제나 과도함 없이 진행되어 왔다는 것을 알려드립니다.”
무대 위로 상자를 잔뜩 실은 수레가 나타났다.
안다호는 상자 하나를 테이블 위로 올리고는 상자를 열어 그 안에서 종이뭉치를 꺼냈다.
-저건 뭐지?
“이건 당시 이서준 배우의 스케줄표입니다. 이서준 배우의 첫 매니저였던 제가 맡았던 날부터 현재의 매니저가 관리하고 있는 지금까지 진행했던 모든 스케줄과 관련된 사항들이 적혀 있죠. 물론 배우의 사생활이나 보안이 필요한 것들은 삭제한 자료입니다.”
-저게 다?;;;
-어마어마한 양이네ㅎㄷㄷ
“어떤 내용인지 궁금하신 분들은 코코아엔터 홈페이지에 들어가시면 직접 다운받으실 수 있으니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그럼 해당 영상이 찍혔던 날의 스케줄을 살펴보도록 하죠.”
하고 말한 안다호가 팔랑 종이를 넘겼다.
무대 뒤 스크린으로 해당 스케줄표가 나타났다.
-뭔가…… 학교 수업 같지 않음?
=-ㅋㅋ이거 기자회견 아니었어? 기자들이 말할 틈이 없는뎈ㅋㅋ
-???: 교수님 진도가 너무 빨라요!
=자료 다운받는 걸 잊은 것 같은, 이 익숙함ㅋㅋㅋ
=ㄹㅇㅋㅋ
-홈페이지에 있다고? 지금 가도 있음?
=ㅇㅇ나 지금 다운받아서 보고 있는데ㅋㅋ 너무 웃김ㅋㅋ
=? 왜?
자료를 다운받을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해서, 스크린에 확대된 스케줄표가 나타났다.
해당 날짜 아래에 적혀있는 내용들을 본 기자들과 시청자들이 말없이 입을 쩍 벌렸다.
그런 사람들을 반응을 아는지 모르는지.
안다호는 담담하고 태연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먼저 당일 아침 온도는 9도로 전날보다 1도 올랐으며 날씨는 맑았습니다.”
-……예?
=?뭐라고요?
“이서준 배우는 아침으로 고등어구이와 된장찌개, 나물무침 등을 먹었는데, 당시 제가 영양학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밖에 없었던 터라 아쉽게도 이서준 배우의 점심은 겹치지 않을 정도로만 구성했었습니다.”
-아닠ㅋㅋ잠깐만ㅋㅋㅋ
=이게 스케줄표??? 식단이 아니라?
-안 이사님 진짜 아쉬워보임ㅋㅋㅋ
=듣기로는 영양학 공부한 건 서준이가 중학생 때부터라더라ㅋㅋ
-간식도 적혀 있잖아ㅋㅋ
=이지석 배우님이 주신 당근케이크 1조각+오렌지주스ㅋㅋㅋ
=다른 페이지도 웃김. 배우들 맨날 간식 들고 다니냐고ㅋㅋ
=근데 나 같아도 서준이 같은 어린애가 직장에 있으면 줄 것 같음.
스케줄표에는 서준이 어떤 음식을 먹었는지, 컨디션은 어떤지, 얼마나 연습했는지, 몇 개의 대본을 읽었는지, 언제 촬영장에 도착했는지, 어디서 얼마나 대기했는지, 촬영은 얼마나 했는지 등등이 자세히 적혀 있었다.
-원래 매니저 스케줄표가 저래?
=저러겠냐고ㅋㅋㅋ
-이런 스케줄표가 저만큼 있다고요??
=거의 서준이 데뷔 때부터 아니야?
=데뷔는 아니지만 어린이 연극 봄 때부터긴 함.
=어린이 연극 봄 애들이랑 뒤풀이파티 때 피자 먹은 것도 적혀 있음ㅠㅠ
=귀여워ㅠㅠㅠ
-역시 기록의 민족.
=22 안 이사님 전생에 사관이셨어요?
=사관ㅋㅋㅋㅋㅋ
=이 정도면 이서준 실록 내도 되겠다.
-나 지금 감격 중ㅠㅠ 안 이사님이 얼마나 서준이를 생각하는지 진짜 잘 알 것 같음.(알고 있었지만!)
=222 이건 진짜 진심이 아니면 못하는 일이다.
=33 그냥 하루만 이런 것도 아니고 이사 되기 전까지 쭉 하셨다는 거잖아ㅠㅠ
=지금도 하고 있다는 걸 보면 최 매니저님한테도 알려준듯.
“……해서 이서준 배우의 촬영은 여기서 끝나고 이지석 배우와 김종호 배우와 잠시 이야기를 나누다가 퇴근했습니다.”
이야…….
기자들 사이에서 작은 감탄들이 울렸다.
“거짓말은 아니겠죠?”
“아니겠지. 저걸 어떻게 며칠 사이에 다 적어? 밀린 방학일기도 아니고.”
한 달쯤이라면 모르지만 십몇 년 전의 날씨와 기온까지 다 적어가면서 조작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몇 개만 찾아봐도 들킬 일이야. 조작할 생각이었으면 날씨랑 기온은 뺏겠지.”
그러니까 저건 진짜라는 이야기였다.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했다.
-오케이! 해명 끝!
=222 이 정도면 진짜 아동학대 아닌 듯.
=33 이서준이 잘 자란 이유를 알 것 같다.
-서준아ㅠㅠ콬아ㅠㅠㅠ
=믿고 있었다고ㅠㅠ
물론 여전히 의심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냥 옛날부터 조작한 거 아님? 이번처럼 걸릴까 봐.
=동의. 처음부터 속일 생각이었을지도.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증거를 보여줘도 믿지 않는 사람들까지 납득시킬 방법은 없었다.
‘아쉽긴 하지만.’
코코아엔터와 안다호도 애초에 그런 사람들은 포기하고 있었다.
“이서준 배우를 걱정해 주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하지만 이서준 배우에 대한 코코아엔터의 아동학대 의혹은 전혀 근거 없는 이야기임을 알려드립니다.”
안다호의 말에 새싹들과 서준을 걱정하던 사람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사건이 무사히 해결된 것 같아 다행이었다.
-오해해서 미안함ㅠ
=이해해요! 서준이 걱정한 거잖아요!
=22 진짜 서준이 걱정한 사람들도 많음.
-아니, 또 이렇게 속는다고?ㅋㅋㅋ
=더 뭘 보여줘야 믿을 건데?
=아니, 믿기는 할 거임?
앞으로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악플러들이 있겠지만, 그건 처리하면 될 일이었다. 코코아엔터 법무팀은 우수했으니까.
“다음으로 이서준 배우의 상태에 대해 알려 드리겠습니다.”
잠시 떨어졌던 집중도가 다시 확 올라갔다.
“현재 이서준 배우의 회복은 순조로우며 곧 퇴원할 예정입니다.”
-와아악!!!
=서준아ㅠㅠㅠ
=서준 오빠가 퇴원!!ㅠㅠ
“하지만 안타깝게도 클라인레빈 증후군은 원인을 알 수 없는 데다가 완치법도 없습니다. 다만 이서준 배우가 전조 증상을 느낄 수 있어 앞으로의 배우 활동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그에 참고 참았던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안다호는 차분히 대답했다.
그러나 전조 증상은 대비책일 뿐이라, 사람들의 마음에는 일말의 불안감이 남아있었다.
언제 재발할지 모르는 병이란 건 그렇게 무섭고 두려운 것이었다.
-촬영하기 어렵긴 하겠다.
=어쩔 수 없지ㅠㅠ
=그래도 바짝 촬영하면 될 것 같음.
=22 서준이 촬영 빨리하잖아. NG도 거의 없다고 하고.
그사이.
서준은 무대로 향할 준비를 했다.
최태우가 잠시 대기실을 나간 사이, 서준은 두 손을 기도하듯 모았다가 책을 펼치듯 펼쳤다. 그러자 양손 손바닥에 새겨져 있던 문양에서 빛이 나면서 두 손 사이에 작은 돌멩이가 하나 생겨났다.
기록석의 마지막 파편이었다.
이제 여기에 생각해 두었던 것을 적으면 된다.
서준은 펜을 들어 그 작은 돌멩이에 한 글자 한 글자 적어넣었다.
부디, 제대로 발동하길 바라면서.
“가자. 서준아.”
“네.”
서준은 최태우를 따라 무대 쪽으로 향했다.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던 안다호가 무대 옆에 서 있던 서준을 바라보고 웃더니 다시 앞을 바라보며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서준 배우를 모시도록 하겠습니다.”
!!!
아직 서준이 나타나지도 않았는데 플래시가 터져 나왔다.
반짝이는 플래시와 카메라, 그리고 무대가 마치 굉장히 오랜만인 것처럼 느껴져 서준은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좋아.’
서준은 힘차게 걸음을 옮겼다.
몸속에 가득하던 선기가 언제나처럼 뿜어져 나왔다.
와……!
약간 말랐음에도 변함없이 빛나는 슈퍼스타의 모습에 여기저기서 참지 못한 감탄이 흘러나왔다. 그에 코코아엔터 직원들의 어깨가 으쓱했다.
무대 위, 서로를 바라보며 웃는 배우와 매니저의 설명이 필요 없는 친근한 모습에 플래시가 눈이 부실 정도로 터지다가 직원들의 제지에 멈추었다.
서준은 안다호의 옆자리에 앉았다.
그러고는 앞을 바라보았다.
자리를 가득 채운 기자들과 관계자들이 보였고, 카메라 렌즈 너머에서 바라보고 있을 새싹들과 사람들이 느껴졌다.
조금 느낌이 다르긴 하지만 카메라 앞에서는 언제나 설렜다.
서준이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능력을 발동했다.
[(선)기■석의 ■■막 ■편에 새겨■ 세계의 ■록이 수정■■다.]그리고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배우 이서준입니다.”
자신의 진심이 사람들에게 닿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