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perstar From Age 0 RAW - Chapter (1121)
0살부터 슈퍼스타 1121화
“자, 그럼 이제 슬슬 회의를 시작할까?”
김수한 감독의 말에 서준과 한준서가 고개를 끄덕였다.
서준은 신기한 인연에 들떠 보였고, 한준서는 서준이 멀쩡한 데다가 하고 싶은 말을 전부 할 수 있어서 기뻐 보였다.
두 배우(특히 한준서)가 이 잠깐의 대화로 서로 편해진 게 보여 김수한은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촬영 때 합이 잘 맞을 것 같았다.
“먼저, 지금까지 어느 정도 준비를 했는지 알려줄게.”
담당자가 불을 끄고 빔프로젝터를 켰다.
스크린에 분류해서 적어둔 영화 제작 목록이 순서대로 적혀 있었다. 그중 완료가 된 목록에는 체크 표시가 되어 있었다.
먼저 대본.
“대본은 촬영 직전까지 자잘하게 수정할 수도 있겠지만, 큰 에피소드들은 그대로 갈 예정이라서 크게 안 바뀔 거야.”
김수한의 말에 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영화들도 보통 촬영 직전까지 수정하기도 하고, 촬영하면서도 수정할 때가 있어서 문제없었다.
그다음으로 완료된 목록은 제작팀 구성.
“제작팀은 화 필름 직원들과 김수한 감독님과 함께해온 분들로 구성했습니다.”
화 필름은 물론, 김수한 감독이 옛날부터 함께해온 팀도 당연히 이번 영화 제작에 참여했다. 가끔 촬영을 도우러 갔던 한준서도 잘 아는 사람들이었다.
“화 필름에서는 이 배우가 출연한다니까 하고 싶은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가위바위보까지 했다니까요.”
담당자의 말에 서준이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아마 한 배우님의 이야기까지 들으면 전부 하고 싶다고 촬영장까지 올지도 모르겠어요.”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일이긴 하지.”
‘뭐? 그런 일이 있었어!?’ 하고 말하며 눈을 번쩍일 황도윤과 황지윤 남매, 화 필름 직원들과 동료들의 모습을 떠올린 김수한 감독과 한준서도 웃고 말았다.
“먼저 팀별 구성입니다.”
스크린으로 총괄팀, 촬영팀, 음악팀, 미술팀 등의 팀 이름과 함께 그 아래로 팀원들의 이름이 나타났다. 아는 이름이 많이 보였다. 낯선 이름들이 아마 김수한 감독과 함께해온 동료들인 것 같았다.
[음악감독: 권세아]“음악감독이 세아네요?”
서준보다 어리지만 일찍 한예대에 입학했던, 음악과 선배이자 바이올린 전공자.
그리고 바이올리니스트에서 음악감독으로 진로를 바꾸며 음악과 바이올린 전공 교수님들을 슬프게 만들었던 전적이 있는 권세아.
대학을 졸업한 지 얼마 안 된 젊은 피들로 가득한 화 필름이라고 해도 확실히 어린 나이였다.
물론 서준은 상관없었고 화 필름 직원들도 영화 [화] 때부터 함께해왔던 터라 권세아를 믿고 있겠지만,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싶었다.
‘투자사들도 그렇고.’
뭐, 서준이 출연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돈을 쏟아부을 투자사들이지만, 그래도 아예 이야기가 안 나올 수는 없을 터였다.
“어. 내가 추천했어. 세아, 아니, 권세아 감독이 만들었던 곡들의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거든.”
김수한 감독의 말에 서준이 오, 하고 놀랐다.
화 필름과 친한 김수한 감독이긴 했지만 권세아와도 편하게 이름을 부르는 사이인지는 몰랐다.
‘게다가 추천까지.’
보는 눈이 있는 김수한 감독에 서준이 만족스럽게 웃다가 입을 열었다.
“그러고 보니 세아가 감독이 되는 건 처음 아니에요?”
“맞습니다. 그래서 지금 기합이 잔뜩 들어가 있죠. 영화랑 제일 잘 어울리는 곡들을 작곡하겠다면서요. 음악팀 팀원들도요.”
담당자의 말에 모두 웃고 말았다.
그렇게 김수한 감독과 담당자는 감독이나 스태프들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이어나갔다.
“촬영감독은 나랑 옛날부터 함께해온 녀석이야. 촬영 하나는 끝내주게 하지.”
“물론 화 필름 직원들도 촬영팀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서준과 한준서가 고개를 끄덕였다.
한 영화를 만들 때마다 다양한 스태프들이 모였다가 흩어지는 건 평범한 일이었다.
“그리고 미술팀에 박민형 씨가 들어왔습니다.”
오.
서준이 눈을 반짝 빛냈다.
“미술팀은 전부 화 필름 직원인데, 다들 박민형 씨를 좋아하더라.”
“민형이가 감각이 좋거든요.”
김수한 감독의 말에 서준이 웃으며 말했다. 감각이 너무 뛰어나서 알아서 진법도 쓰고 그런다.
“알아. 서준이 네가 만든 연극에서 미술팀이었다며?”
“네. 맞아요.”
“그거 보니까 잘하겠더라.”
그렇게 제작팀들에 대한 이야기가 끝나고.
다음으로 체크 표시가 된 완료 목록을 바라보았다. 투자자 모집이었다.
‘제작비 중요하지.’
돈이 없으면 아무것도 못 한다.
서준이 고개를 끄덕이며 투자자 목록을 보았다. 겨우 두 곳뿐이었지만 둘 다 익숙하고 믿음직한 곳들이었다.
[화 필름] [코코아엔터]화 필름 직원인 담당자가 웃으며 설명했다.
“이런 좋은 투자 기회를 화 필름이 놓칠 수는 없죠. 그리고 코코아엔터에서도 많이, 아주 많이 투자해 주실 예정입니다.”
투자사가 겨우 2개인데 투자자 모집이 끝날 정도라니.
얼마나 많이 투자할 계획인지.
물론 지금까지도 투자자들의 이런저런 간섭을 최대한 막기 위해 서준이 출연하는 작품마다 일정 금액을 투자했던 코코아엔터였지만 이번에는 투자 규모가 남다른 것 같았다.
“알고 있었어요, 태우 형?”
흐뭇하게 웃는 최태우의 표정에 서준이 물었다.
“응. 원래 투자할 계획이긴 했는데, 사고가 있었잖아.”
최태우는 김수한 감독과 한준서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서준이 네가 깨어나실 때까지 기다려주신다고 했던 감독님이시니까. 감사의 표시지.”
아.
눈을 동그랗게 뜨는 서준에 최태우가 웃다가 김수한 감독을 바라보았다.
“물론 이번 작품이 좋은 작품이라서 투자하는 것도 있습니다, 감독님. 저희도 이렇게 큰돈을 그냥 날릴 생각은 없거든요. 아무쪼록 멋진 작품을 만들어서 저희도 돈 많이 벌게 해주십시오.”
“네. 그러겠습니다.”
김수한 감독이 아하하! 밝게 웃으며 대답했다.
“필요한 게 있으시면 언제든지 말씀해 주세요. 한 배우님도요.”
최태우의 말에 한준서가 화들짝 놀랐다.
“저도요?”
“네. 한 배우님도 서준이가 깨어날 때까지 기다려주셨잖습니까. 그날도 많이 도와주셨고요. 힘든 일이 있으실 때나 도움이 필요하실 때, 말씀해주십시오.”
최태우의, 그리고 코코아엔터의 진심 어린 말에 아니라고 손을 저으려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이는 한준서였다. 반짝이는 눈으로 한준서를 바라보는 서준의 덕도 있었다.
“그러고 보니 감사 인사가 늦었네요. 기다려주셔서 감사해요, 수한이 형. 준서 형도 정말 고마워요.”
“고맙긴. 그냥 내가 이 역할을 서준이 너한테 꼭 맡기고 싶었던 건데.”
김수한 감독이 웃으며 말했다.
“나도 너랑 같이 연기하고 싶었던 것뿐이야.”
한준서도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배우를 기다린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서준과 코코아엔터로서는 정말 고마웠다.
“근데 한편으로는 조금 속상하기도 해요.”
응?
고개를 갸웃하는 사람들에 서준이 농담에 진심을 반쯤 담아 말했다.
“제가 못 깨어났으면 이렇게 좋은 영화가 묻히는 거였잖아요. 진짜 재미있는데.”
정말로 아쉽고 안타까운 일이 일어날 뻔했다며 말하는 서준에 눈을 끔벅이던 사람들이 이내 해탈한 듯한 허허, 웃음을 흘렸다.
역시 이서준.
작품을 생각하는 게 참 이서준다웠다.
* * *
준비가 끝난 것은 그 세 가지로 끝이었다.
“섭외한 배우도 아직 서준이랑 준서 둘뿐이고.”
“장소 섭외도 일단 멈춘 상태죠.”
김수한 감독과 담당자의 말에 서준은 쓰게 웃고 말았다.
“진짜 전부 올스탑이었네요.”
“그래도 조금씩 준비하기는 했어.”
일은 걱정과 불안을 잊게 하는 방법이기도 해서 모두 조금씩 준비하기는 했다.
물론 그 퀄리티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서준이 너 깨어난 후로는 제대로 준비하기 시작했고.”
서준의 연락을 받고 화 필름에서는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다들 울고 웃으며 지금까지 했던 일들을 점검하고 더 활기 넘치게 손을 움직였다. 아직 정해진 일정도 없는데 말이다.
“이제 다시 움직여야지.”
씨익 웃으며 말하는 김수한 감독에, 서준과 한준서, 담당자도 따라 미소를 지었다.
본격적으로 회의가 시작되었다.
“촬영은 9월이나 10월부터 할 것 같은데. 서준아, 졸업은 언제야?”
“종강은 6월 말쯤이고 졸업식은 8월 중순쯤이에요.”
“그럼 문제는 없겠네. 준서 넌 시간 괜찮아? 다른 작품 촬영 예정인 건 없어?”
김수한의 물음에 한준서가 고개를 저었다.
“없어. 이번엔 이 작품에만 집중하려고.”
서준과 함께 촬영하는 것인 만큼 이번 영화에만 집중하고 싶었다.
또 열심히 분석하고 연습해서 서준에게 최선의 연기를 보여주고 싶었다.
“저도 열심히 연습할게요.”
그런 한준서의 각오를 알아챈 서준이 진지한 눈빛으로 다짐했다.
죽다가 살아난 후 처음 촬영하는 영화이니만큼 진짜 열심히 연습할 생각이었다.
“이러다 진짜 대박 나겠는데!”
두 배우의 열정에 감독과 담당자와 매니저가 활짝 웃었다.
“그럼 첫 촬영 날은 9월 중순쯤으로 잡고.”
“거의 5개월 정도 남았네요. 개봉은 내년이 좋겠죠?”
“네. 아무래도 최대한 빨리 개봉하는 게 서준이가 괜찮다는 걸 보여줄 수 있으니까요.”
차례차례로 큰 일정들이 정해졌다.
나머지 자세한 일정은 제작팀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었다.
“그다음은 배우들을 캐스팅해야 해. 내가 생각해 놓은 배우들이 있긴 한데, 아무래도 배우 쪽은 두 사람이 더 잘 알 것 같아서 말이야.”
김수한 감독이 서준과 한준서에게 말했다.
서준의 배우 사랑은 아주 유명했고 배우를 보는 눈 또한 뛰어났다.
한준서도 영화나 드라마를 볼 때마다 어느 배우가 잘했다든가 아쉬웠다든가 이야기를 하고는 해서 믿음이 있었다.
“음. 그럼 이 캐릭터는 이 배우분이 어때요, 수한이 형?”
“좋은데? 전작이랑은 다른 캐릭터지만 분위기가 조금 비슷해서 어울릴 것 같아.”
서준이 추천한 배우를 보며 고개를 끄덕이던 김수한 감독의 앞으로 한준서가 휴대폰을 내밀었다. 화면에는 처음 보는 배우 사진이 나와 있었다.
“연극배우도 괜찮다면 이 사람도 괜찮아.”
“아, 저도 이분 알아요. 연기 잘하시던데 연극만 하시더라고요.”
오.
한준서는 물론이고 서준까지 알고 있는 배우라면 후보로 올려둘 만한 가치가 있었다.
“근데 연극배우라면…… 카메라에 잘 적응할 수 있을까?”
무대 위에서 관객들에게 실시간으로 연기를 보여주는 연극배우의 연기와 한 장면을 잘게 나누어 연기해야 하는 영화배우의 연기는 다를 수밖에 없었다.
“남은 기간 동안 연습하면 되지. 내가 도우면 돼.”
“저도 도울게요.”
아주 믿음직스러운 선생님들이 아닐 수 없었다.
“그리고 이 캐릭터는 이 배우분이 괜찮을 것 같아요. 초기 때 작품에서 비슷한 역할을 했었는데, 진짜 잘 어울렸거든요. 근데 연기 방법을 바꾸셨는지 그 이후로는 이런 매력이 안 나와서 아쉽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래도 바로 섭외하지는 마시고 오디션으로 확인하면 좋을 것 같아요.”
그다지 유명하지 않은 배우의 초기작품 속 연기와 현재의 연기까지 알고 있는 서준과,
“이분도 연기 잘하셔. 저번에 부산에 촬영 갔다가 연극 봤었거든. 본업이 직장인이신데, 회사가 부산이라서 부산에서만 연기하시고 계시대. 옛날에는 드라마를 찍었던 적도 있어서 카메라에도 금방 적응하실 거야.”
부산까지 촬영 가서도 연극을 보고, 그 연극에 나온 배우와 사적인 이야기까지 나누는 한준서.
검색하면 나오는 한국 배우 데이터베이스처럼.
신기하기까지 한 두 배우의 모습에, 어느 순간부터 듣고 있기만 하던 김수한과 최태우, 담당자가 눈을 끔벅였다.
“……둘이 뭐, 영혼의 단짝 같은 거야?”
그에,
“이 배우 나도 알아. 저번 작품에서 잘 연기하셨는데, 편집돼서 슬펐지.”
“맞아요. 편집이 아쉽긴 했어요. 다른 방식으로 편집했으면 캐릭터들 개성이 더 잘 살아났을 텐데 말이죠.”
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서준과 한준서가 동시에 응? 하고 김수한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다시 서로를 바라보더니, 이내 너무나도 잘 맞았던 자신들의 대화를 떠올리고는 아하하! 웃음을 터뜨렸다.
‘비슷한 거긴 하지!’
서준의 웃음이 유난히 시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