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perstar From Age 0 RAW - Chapter (1123)
0살부터 슈퍼스타 1123화
“이번엔 나도 같이 가자.”
그래도 서준이 하고 싶다고 하니 말리지 않는 게 안다호다웠다.
“좋아요.”
서준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호 형, 태우 형, 새싹들과 다 같이 해돋이를 보는 것도 즐거울 것 같았다.
그렇게 20주년 기념 행사에서 무엇을 할까 이야기했다.
배우 이서준 전담 1팀에서 나온 의견들도 있었고 [새싹부터]에 올라온 의견들도 있었고 행사의 주인공인 서준의 의견도 있었다.
그중 가능한 것과 불가능한 것, 그리고 남은 준비 기간이나 비용을 계산해서 할 수 있는 것들만 골라냈다.
물론 지금 이렇게 선택해도 나중에 1팀에서 한 번 더 검토할 예정이었다.
“음. 이거…… 될까?”
그중에는 서준이라서 가능한 것들도 있었다.
[새로운 연주곡 작곡&연주]안다호가 고개를 갸웃했다.
서준의 작곡 실력을 알고 있지만 새로운 곡이라는 건 금방 튀어나오는 게 아니었다. 그리고 시간도 이제 한 달 반쯤밖에 남지 않았다.
“할 수 있어요, 다호 형. 영감을 많이 얻었거든요.”
서준이 믿음직한 얼굴로 웃으며 말했다.
생의 도서관에서 겪은 일들과 느낀 감정들만 되새겨보아도 새로운 연주곡을 여럿 작곡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만들고 싶은 곡도 있고요.”
특히, 자신을 구하기 위해 노력해 준 전생들과 기도해 준 사람들을 위한 곡을 만들고 싶었다. 들려주고 싶었다.
“그래. 서준이 네가 괜찮다면야.”
안다호의 끄덕임에 서준이 환하게 웃었다.
“연주 장면을 촬영해서 행사 당일 공개하는 건 어떨까요? 저 혼자 연주하는 것도 찍고 오케스트라랑 연주하는 것도 찍는 거예요.”
“오케스트라 곡으로 편곡하긴 힘들 텐데.”
오케스트라의 악기가 한두 개가 아니라서 그 악기에 맞는 편곡을 다 해야 했다.
하지만 서준이 하고 싶다고 했으니 매니저인 안다호는 해결 방법부터 생각했다. 만약 시간만 괜찮다면,
“제이슨이랑 벤자민 교수님께 부탁드리면 어떨까요?”
자신과 같은 생각을 한 서준에 안다호가 미소 지었다.
“확실히 그 두 분만큼 잘하시는 분도 없지.”
“그쵸?”
서준이 히히 웃었다.
“이번에 미국 가면 물어보면 될 것 같아요.”
서준의 시간표상, 중간고사 기간의 금요일에는 강의가 없어 목요일 오후에 미국에 가기로 했다.
‘벌써 연락도 다 해뒀지!’
반갑고 그리운 지인들의 얼굴을 떠올리며 서준이 말을 이었다.
“그리고 제이슨만 괜찮으면 같이 연주하고 싶기도 한데…… 음. 힘들겠죠?”
좋은 공연을 위해 연습하려면 같이 해야 했는데, 서준은 학교 때문에 한국에 계속 있어야 해서 아무래도 제이슨 무어를 섭외하는 건 힘들 것 같았다. 주말마다 미국에 갈 수도 없으니까 말이다.
“오케스트라도 한국에서 모집하는 편이 좋을 것 같아. 그래야 같이 연습할 수 있으니까.”
“네. 한국에도 좋은 연주자분들이 많으니까 괜찮을 것 같아요.”
지금부터 오케스트라 단원들을 모집해야 할 것 같았다.
다들 각자의 일정들이 있을 테니까.
물론 오케스트라 단원을 모아도 서준이 빨리 새로운 곡을 작곡하지 못하면 큰일이었다. 오케스트라 편곡에 연습까지 해야 해서 시간이 그렇게 넉넉하지는 않았으니까 말이다.
“새로운 곡을 못 만든다고 해도 기존에 있던 곡들을 연주하면 되니까 걱정하진 말고.”
부담을 덜어주는 안다호의 말에 서준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걱정 안 해요.”
안다호도 따라 웃었다.
그 이후로도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고 갔다.
배우 이서준의 데뷔 20주년 기념 행사는 그렇게 차근차근 준비되고 있었다.
* * *
서준은 책상 앞에 앉아 있었다.
얼마 후에 있을 중간고사 공부를 하기 위해서였다.
“음.”
사각사각.
하얀 노트에 필기를 하는 소리가 들렸다.
책상 위에는 서준의 글씨가 아닌 다른 글씨로 적혀 있는 노트들도 있었는데, 모두 같은 강의를 듣는 후배들이 서준이 입원해 있을 동안 들었던 강의 내용을 정리한 것을 복사해 준 것이었다.
‘고마운 일이지.’
시험이 끝나면 맛있는 걸 잔뜩 사줘야겠다고 생각하며 서준이 작게 웃었다.
그렇게 지난 한 달 동안 듣지 못했던 수업을 머릿속에 집어넣느라 시간이 훌쩍 흘렀다. 연기 수업이면 모르겠는데, 필수교양이라서 조금 어렵긴 했다.
“작곡도 빨리 해야 하는데.”
가장 좋은 건 미국에 가기 전에 완성하는 것이었다.
그러면 미국에 있을 제이슨 무어와 벤자민 모튼 교수에게 보여주고 피드백을 받을 수 있으니까. 같이 편곡도 하고 말이다.
그런데 할 일이 많아서 시간이 부족했다.
“그래도 열심히 해야지.”
20주년 행사를 기대하고 있을 새싹들을 위해서.
서준은 그렇게 다짐하며 잠을 청했다.
* * *
서준이 눈을 떴다.
작아진 생의 도서관에서.
“미밍!”
기다리고 있었던 미밍이 반갑게 서준을 맞이했다. 서준도 웃으며 미밍을 반겼다. 매일 밤 보는데도 매번 반가워하는 게 웃기면서도 좋았다.
“오늘은 작곡이나 음악에 관련된 삶의 책을 찾을 거야.”
“미밍!”
물론 삶의 책의 제목에 그런 것이 적혀 있을 리가 없으니, 그런 능력이 있을 것 같은 삶의 책을 골라 읽어봐야 했다. 그나마 최하급, 하급뿐이라 한 삶의 책당 권수가 별로 없다는 게 다행이었다.
책꽂이에서 삶의 책들을 한 아름 꺼내 든 서준이 책상으로 향했다. 책상과 가장 가까운 책장에 완성되지 못한 [첫 생의 책]이 꽂혀 있었다.
팔랑-
서준은 동화처럼 이야기책처럼 그다지 두껍지 않은 삶의 책들을 집중해서 읽어 내려갔다. 하지만 아쉽게도 서준이 원하는 능력은 없었다.
‘한 번 더 둘러봐야 하나.’
서준이 볼을 긁적였다.
“지금 작곡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작곡이 어려운 게 아니라 시간이 부족한 거였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시간이 아주 넉넉했다.
서준에게는 남들은 가지지 못한 ‘생의 도서관에서의 시간’이 있었으니까.
다른 사람들은 그저 잠만 자야 하는 시간이었지만, 서준은 이 시간에도 깨어있을 때처럼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었다.
부족한 작곡 시간을 채우기 딱 좋았지만, 아쉽게도 생각만으로 작곡을 하는 건 서준에게도 꽤 어려운 일이었다.
“종이와 펜이 있으면 좋을 것 같은데…….”
하지만 아쉽게도 생의 도서관에는 종이와 펜이 없었다.
아니, 있긴 했다.
음.
서준의 시선이 [이서준의 책]을 쓰고 있는 집필대로 향했다. 깃털 펜이 집필대가 만들어낸 종이에 글자를 적어 내려가고 있었다.
어쩐지 서준의 시선에 깃털펜이 움찔한 것 같기도 했다.
“저건 안 되겠지.”
당연한 소리를 하는 서준이었다.
“어쩔 수 없지.”
다른 삶의 책을 찾아보는 수밖에.
서준이 아쉬워하며 의자에서 일어났다.
“이 책상이나 의자를 만든 것처럼 만들어낼 수 있으면 좋을 텐데.”
“미밍?”
그럼 만들어내면 되는 거 아니냐는 듯 미밍이 고개를 갸웃했다.
“생의 도서관의 힘이 강해서 나 정도 능력은 간섭할 수가 없거든.”
최상급 도서관의 문을 연 것도 ‘배우’가 되려는 서준을 위해 [무한환생]이 도와줬던 거였기 때문에, 실제 서준의 등급은 알 수가 없었다.
“아마 최상급은 아닐 거야.”
파르비타나 기록석 등 어마어마했던 최상급 능력들을 떠올려보면 ‘이서준’이 최상급이라고 하기엔 부족한 점이 꽤 있었다.
“미밍 너도 제약이 있긴 하지만 굉장한 능력이잖아.”
“미밍!”
서준의 말에 미밍이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서준이 웃음을 터뜨리며 말을 이었다.
“그래서 나는 생의 도서관에 간섭을 못,”
서준이 번쩍 고개를 돌려 생의 도서관을 둘러보았다.
작아지고 삶의 책이 줄어든 생의 도서관.
“……하지 않나?”
게다가 있는 삶의 책들도 전부 최하급과 하급뿐이었다.
아무리 자신의 등급이 낮다고 해도 하급이거나 하급보다 높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가능할지도 몰라.’
서준은 들뜨려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했다. 그러자 서준의 몸 안에 있던 선기와 마기가 움직였고, 곧 생의 도서관과 연결되었다.
지금까지는 불가능했던 일이었다.
서준은 선기와 마기가 끊기지 않게 흘려보냈다. 그리고 간절한 마음을 담아 자신이 원하는 것을 떠올리고 상상했다. 아주 진지하게.
‘검색 기능!’
검색.
그건 서준이 평생 동안 바랐던 기능이었다.
“아…… 안 되네.”
그러나 아쉽게도 생의 도서관으로 흘려보낸 선기와 마기가 소모되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눈을 떠봐도 바뀐 것은 하나도 없었다.
서준은 진심으로 아쉬워했다.
“역시 안 되나 봐, 미밍.”
“미밍! 미밍!”
시무룩해하는 서준에 미밍이 고개를 젓고는 한 번 더 해보라는 듯 울었다.
서준은 볼을 긁적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엔 종이와 펜을 만들어볼 생각이었다.
다시 정신을 집중하고 선기와 마기를 생의 도서관으로 흘려보냈다. 그리고 새하얀 종이 한 장과 검은색 펜을 상상했다.
순간.
생의 도서관으로 흘려보냈던 선기와 마기가 일부분 훅- 하고 사라지는 것이 느껴졌다.
“!”
서준이 깜짝 놀라 눈을 떴다.
그리고 책상 위에 놓여 있는 종이 한 장과 검은 펜을 발견했다.
“되네!?”
“미밍?!”
서준은 얼른 책상 위의 종이와 펜을 만져보았다. 종이에 펜으로 글자를 적어보기도 했다.
“와……!”
사각사각-
종이와 펜은 환상이 아니었다. 정말로 글씨가 적히고 있었다.
생의 도서관 간섭에 성공한 것이었다.
기뻐하던 서준이 이내 고개를 갸웃했다.
“근데 왜 검색 기능은 안 됐지?”
서준은 이것저것 실험해 보았다.
먼저 원래의 생의 도서관에 있었던 침대를 만들어보았는데 만들어지지 않았다. 침대보다 큰 가구들이나 물건들도 만들어지지 않았고, 침대보다 작은 테이블이나 의자도 나타나지 않았다.
서준이 만들어낼 수 있는 건 종이나 펜 정도의 크기의 물건들뿐이었다.
“아마 내 힘으로는 이게 최선인가 봐.”
시험 삼아 만들어낸 젓가락 한 짝을 다시 선기와 마기로 되돌리며 서준이 말했다.
이 정도의 간섭밖에 할 수 없으니, 검색 기능이 만들어지지 않은 것도 이해가 갔다.
‘뭐, 이 정도도 어디야.’
그래도 아쉬운 건,
“음식을 만들 수 있으면 미밍한테 맛보여주고 싶었는데.”
“미밍!”
괜찮다고 말하는 미밍에 서준이 빙그레 웃었다.
그리고는 다시 의자에 앉아 선기와 마기를 소모해 종이뭉치를 만들어냈다. 시험 삼아 이것저것 해봐서 그런지 종이를 만들어내는 모습이 제법 자연스러웠다.
“미밍?”
“이건 오선지야. 여기에 음표를 넣어서 음악을 만들어내는 거지.”
이번에 만들어낸 종이는 오선지였는데, 이렇게 종이의 종류도 바꿀 수 있었다.
사각- 사각-
서준은 펜을 들고 자기 전 생각했던 선율을 오선지에 그려 넣었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서 천천히 선율을 만들어나갔다.
“이 부분은 고치고…….”
때로는 빨간 펜으로 수정하기도 했고,
“이건 다시 적자.”
아예 오선지 하나를 통째로 없애고 새로운 오선지에 음표를 그려 넣기도 했다.
“이 능력 좀 괜찮은데?”
가끔은 스트레칭도 할 겸 최하급, 하급 삶의 책을 읽고 그 안에 담겨 있는 능력의 도움을 받기도 했다.
물론 이렇게 그려낸 오선지들은 현실로 가져가지 못할 테지만, 서준이 기억하면 될 일이었다.
‘매일 밤 올 수 있으니까.’
또 조력자도 있었다.
“미밍, 들어봐.”
♩~♬♩~
서준이 허밍을 하자, 책상 위에 앉아있던 미밍이 감상하듯 고개를 천천히 움직였다.
“이게 좋아, 아니면,”
♩♪~♪~♬
“이게 좋아?”
“미밍!”
“앞이 좋다고? 나도 그래.”
미밍의 대답에 씨익 웃은 서준이 그대로 오선지에 그려 넣었다.
사각사각-
♪♬♪~♬~
끊임없이 이어지는 펜 소리와 가끔 들려오는 감미로운 허밍.
책상 위에 앉아 그 허밍을 감상하는 미밍과 즐겁게 오선지를 채워나가는 서준.
곡이 완성될 때까지 계속 이어질 풍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