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perstar From Age 0 RAW - Chapter (1135)
0살부터 슈퍼스타 1135화
[귀로]의 촬영이 끝나고 그 뒤를 이어 서준이 작곡한 곡들과 서준이 출연한 작품의 OST를 촬영했다.물론 시간 관계상 모든 곡을 연주할 수는 없었기 때문에, 첫 오스카상을 받게 해준 [오버 더 레인보우1]의 [오버 더 레인보우]와 서준의 첫 자작곡 [그레이의 바이올린 연주곡 NO.1], 기자회견과 더불어 다시 화제인 [내의원]의 성녕대군 OST와 칸 영화제에서 상을 받게 해준 [흘러가다]의 OST, 한국 업로드 시간에 맞춘 [오버레2]의 [굿애프터눈]과 [자장가], 그리고 이런 자리에서 절대 빠질 수 없는 진 나트라와 나이트 진의 OST 정도만 연주했다.
한 달이라는 연습 시간에 비해서 곡이 많긴 했지만, 다들 한 번쯤 연주해 봤던, 익숙하고 유명한 곡이라서 오케스트라 버전이었지만 빨리 익힐 수 있었다.
촬영도 생각보다 오래 걸리지 않을 것 같았다.
다들 집중력이 한껏 올라간 상태라 쉬는 시간도 잊고 촬영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계속 이렇다면 아무래도 자각하지 못한 체력 저하 때문에 헛손질을 하고 실수가 나올 수도 있었기에, 유능한 지휘자는 단원들의 몸 상태를 보고 적절한 타이밍에 맞춰 쉬는 시간을 가졌다.
“/좋아요. 잠시 쉬었다 갑시다./”
그 말에 단원들 모두 한껏 올라가 있던 집중력을 낮추고 의자에 몸을 기대며 몸을 축 늘어뜨렸다. 어디선가 우와…… 하고 감탄이 흘러나왔다.
“뭔가…… 엄청난 경험을 한 것 같아요.”
“나도.”
“저는 오케스트라가 처음인데, 다 이런가요?”
“그럴 리가요.”
오케스트라뿐만이 아니라 여러 사람들과 합주를 했을 때도 이런 느낌은 느껴보지 못했다고 말하는 단원에 다른 사람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이 정도면 파리 연주회 때랑 비슷하지 않을까요?”
“그 정도는 아니지.”
누군가의 말에 다들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렇게 같이 연주를 해보니, 새삼 파리 연주회가 얼마나 대단했던 것인지 잘 알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제 연주가 앞으로 얼마나 좋아질 수 있는지 알 것 같습니다.”
환상 같았던 경험에 조금 넋이 나가 있던 첼리스트가 말했다.
자신이 연주했지만 자신의 실력 같지 않았다.
‘아마 오늘이 지나고 이 오케스트라가 해산한다면 다시 느끼기는 조금 어렵겠지.’
자신의 실력이 이렇게 나아진 것은 서준이나 벤자민 교수, 제이슨 무어 등의 프로 연주자들이 함께했기 때문이니까.
그래도 어쩐지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한계라고 생각한 자신의 연주에 그 너머가 있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었다. 자신은 지금보다 더 나아질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이후로도 계속 나아갈 수 있을 터였다.
‘오늘을 잊지 않는다면.’
그리고 노력한다면.
파리 연주회의 오케스트라에 참여했던 최유성과 같은 연주자들이 어째서 그 이후로 유명해질 수 있었는지 알 것 같았다.
“맞아요. 저도 계속 오늘처럼만 연주할 수 있어도 여한이 없겠어요.”
“나도. 그러니까 최대한 이 감각을 몸에 익혀둬야 해.”
모두 그 말에 동의하며, 쉬면서도 조금 전 감각을 잊지 않게 계속 되새겼다.
어른들 사이에 있던 김수빈도 상기된 얼굴로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다들 좋은 연주자들이 되겠구나./”
“/그러게요./”
작게 들려오는 대화를 들은 벤자민 교수의 말에 서준도 웃으며 동의했다.
그리고 얼마 후.
촬영이 모두 끝났다.
촬영 내내 소리 없이 감탄하던 촬영감독과 음향감독이 얼른 편집을 하러 가기 위해 떠나고, 서준과 오케스트라는 마지막 날인 만큼 회식을 하기로 했다.
“다들 많이 드세요.”
단체예약으로 아무도 없던 고깃집이 순식간에 떠들썩해졌다.
촬영이 잘 끝나 걱정과 부담을 내려놓은 단원들은 금세 분위기에 취해 연습 중에 있었던 웃긴 이야기들을 하기도 했고 각자의 일상 이야기도 했다.
“저 한 달 동안 영어 듣다 보니까 귀가 트인 것 같습니다.”
“나도. 와. 내가 원어민이 하는 영어를 알아들을 줄은 몰랐다니까.”
“근데 말하는 건 어렵죠.”
“그렇지.”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부모님이 이번 연주회 어디서 볼 수 있냐고 물어보시더라고요. 그래서 너튜브에 올라올 예정이라 어디서든 볼 수 있다고 했죠.”
“저도요. 정식 공연이 아니라 너튜브라서 조금 실망하시는 것 같던데. 흐흐흐. 그게 서준이 형이랑 같이 하는 촬영이라는 걸 알면 얼마나 놀랄지 기대돼요.”
단원들은 깜짝 놀랄 가족과 친구들을 떠올리며 히죽히죽 웃었다.
“나도 그래서 자정까지 가족들이랑 기다렸다가 TV로 보려고. 지금 이야기해도 아무도 안 믿을걸.”
자신이 생각해도 믿기지 않았다.
“다들 무슨 이야기하세요?”
이렇게 웃으며 다가오는 서준이라니.
한 달 전의 자신에게 말하면 그게 무슨 헛소리냐고 했을 거다.
그렇지만 지금은 이 풍경이 익숙했다.
“그게 말이지.”
하고 편하게 대답하는 자신의 모습까지도.
자연스럽게 같은 테이블에 앉은 서준에, 단원들 모두 활짝 웃으며 신나게 이야기했다.
***
“억! 연습!”
첼리스트가 번쩍 눈을 떴다가 숙취로 아파오는 머리에 끄응 앓는 소리를 냈다.
‘그러고 보니 연습은 끝났지.’
어제 촬영으로 모든 일정이 끝났다.
끝을 알리듯 회식도 했었다.
첼리스트는 얼떨결에 제이슨 무어와 드미트리와 같은 자리에 앉게 됐다가 술을 마시게 된 어제를 떠올렸다.
특히, 드미트리가 무시무시할 정도로 잘 마셨다.
‘역시 러시아인.’
보드카를 물처럼 마시는 러시아인다운 주량이었다. 게다가 친구는 닮는다고 제이슨 무어도 제법 잘 마셨다.
물론 강요한 것은 아니라서 적당히 취한 다음에는 다른 테이블로 옮겨 갔지만.
분위기가 너무 즐겁다 보니 다른 테이블에서도 더 마셔 버렸다.
그 여파가 지금 느껴지고 있었다.
그래도 필름도 끊기지 않았고 알아서 집에 왔을 정도라서 어제의 기억은 생생했다. 다시 생각해도 저절로 미소가 지어질 만큼 즐거운 시간이었다.
이제는 없을 시간이기도 했다.
하아.
아쉬움에 한숨이 저절로 나왔다.
그렇게 잠시 침대 위에 축 늘어져 있던 첼리스트가 휴대폰을 확인했다. 어제 늦게 잠들었음에도 그사이 습관이 된 것인지, 매일 일어나던 시간이었다.
이제 나갈 준비를 하고 하루종일 연습할 필요는 없었지만, 어쩐지 손이 근질근질했다.
“……연습하러 가야지.”
들뜬 마음으로 씩 웃으며 일어나던 첼리스트는 다시금 밀려오는 숙취에 끙, 앓는 소리를 냈다.
***
서준이 오케스트라 연습을 하는 동안.
코코아엔터와 [새싹부터]도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공지를 올렸을 때가 4월, 기념행사가 6월이었다.
겨우 2달.
영화관을 대관하고 장소를 빌리고 이벤트들을 준비하기에는 부족한 시간이었지만.
-우리가 해냄!
=우아아아아!!
코코아엔터와 [새싹부터]는 해냈다.
기본적으로는 3월 생일에 했던 이벤트들을 준비했고 거기에 당시 아쉽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보충했다.
퇴원 기념도 있어서 새로운 이벤트들도 만들었는데, 새싹과 함께 일반인도 함께하는 이벤트들이었다.
-다들 서준이를 위해 기도해 주셨으니까ㅠ
=22 같이 재미있게 즐겼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예상보다 비용이 많이 들었지만 서준과 코코아엔터, [새싹부터]의 힘으로 해냈다.
특히, 서준이 깨어나고 흥분 상태인 [새싹부터]가 어마무시했다.
-돈 더 안 필요함? 왜 준다는데 안 가져감?
=22 서준이 덕질 통장에 아직 돈이 가득한데요ㅠㅠ
=33 제발 모금 사이트 한 번만 더 열어줘ㅠ!
순식간에 쌓인 금액에 얼른 사이트를 닫아야 할 정도였다.
-;;;생일 때 다 쓴 거 아니었음?
=그때도 일찍 문 닫아서ㅠㅠ
=무섭네. 새싹;;;
거기에 서준의 지인들도 한 손 거들었다.
사장이 서준의 이모인 것으로 유명한 킹즈마켓은 할인행사를 기획했고, 한국 배우들과 할리우드 배우들 또한 사비로 행사가 열릴 장소에 푸드트럭이나 카페트럭을 부르기로 했다.
코코아엔터는 그 이벤트들을 전 세계에 골고루 분배해서 모두가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주었다.
-이러다 세계인의 축제가 되는 거 아님?
=그럴지도;;;
물론 배우 이서준에게 관심 있는 사람들만 해당하겠지만, [오버 더 레인보우]나 [쉐도우맨]처럼 서준이 출연했던 작품들을 생각해보면 아무리 관심이 없던 사람도 한 번쯤은 귀를 기울일 만했다.
그리고 사람들의 관심이 쏠리는 곳에는 기업이 몰리게 마련이었다.
“무슨 이득이 된다고.”
겨우(라기엔 너무 유명하지만) 배우 한 명의 20주년 기념행사였다.
자신들과 같은 기업이 참여할 이유는 없었다.
“아닙니다. 이서준 배우가 앞으로도 광고를 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면, 지금이 조금이나마 관련될 좋은 기회입니다.”
전자제품을 고르던 새싹이 ‘아, 여기 서준이 행사에 왔던 곳이네.’ 하고 떠올리기만 해도 좋았다.
“그런 좋은 이미지는 선택에 조금이지만 도움이 됩니다.”
특히 외국에서는 큰 힘을 발휘할 게 분명했다.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던 브랜드보다 한 번이라도, 그것도 자신이 좋아하는 배우와 조금이나마 관련이 있는 브랜드를 선택할 테니까.
“아무리 홍보를 해도 관심 없는 사람들은 기억하지 않습니다. 이렇게나마 조금이라도 연관성을 만들어서 브랜드를 인식시키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게다가 슈퍼스타답게 기념행사는 전 세계에서, 기업들이 아직 진출하지 않은 나라에서도 열릴 예정이었다.
행사가 열리는 나라들의 목록을 본 임원들이 저도 모르게 감탄했다.
배우 한 사람의 영향력이 이렇게나 대단했다.
“이렇게 이미지를 쌓아두면 나중에 진출할 때도 제법 효과가 있을 겁니다.”
확실히.
듣고 있던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참여할 수 있긴 한가? 살펴보면 생일 행사 같은 것도 있었지만 그때는 이런 기획이 없었던 것 같은데.”
“네. 아무래도 생일은 사적인 날이니까요.”
좋은 이미지를 쌓기 위해 하는 것인데, 생일파티에 기업이 끼어들었다가는 ‘겨우 배우 생일인데?’ 하고 일반인들에게도, ‘우리끼리 노는데 왜?’ 하고 새싹들에게도 안 좋은 이미지만 생길 수도 있었다.
그래서 코코아엔터도 킹즈마켓을 제외하고는 전부 거절했다.
“하지만 이번 행사는 데뷔 20주년 기념행사입니다.”
그게 왜?
하고 눈을 끔벅이는 임원들에게 홍보팀 팀장이 빙그레 웃어 보였다.
“그리고 저희는 예전에 내의원의 제작을 지원했었죠.”
!
모두 눈을 크게 떴다.
“내의원이 흥행하는 데 큰 도움을 준 배우의 데뷔 20주년 행사입니다. 저희가 작은 선물을 주기엔 충분한 이유죠.”
물론 15년도 전의 일이긴 하지만.
명분이라는 건 원래 그런 것이었다.
“물론 큰 이벤트는 안됩니다. 또 이서준 배우와 관련이 있는 이벤트여야겠죠. 일반인들도 참여할 수 있다면 더욱 좋을 겁니다.”
이어지는 홍보팀 팀장의 설명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결재가 떨어졌다.
홍보팀은 곧바로 코코아엔터에 연락했다. 하지만 미팅 일정을 잡지는 못했다.
안타깝게도 그렇게 생각하는 기업이 한두 군데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엄청 많네요.”
쏟아지는 메일과 연락들에 코코아엔터 배우팀과 홍보팀이 모두 동원되었다.
생일 때는 전부 거절하는 연락이었지만 이번 기념행사에서는 기업의 참여를 허가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었다. 일반인들도 즐기려면 규모가 큰 편이 좋았으니까 말이다.
한국 기업뿐만 아니라 할리우드 작품을 통해서 외국기업들도 참여하기를 원했다. 당연히 마린이나 베어라운드 같은 영화제작사도 있었다.
물론 참여조건은 있었다.
서준과 관련이 있을 것.
“봄돌 제작지원 회사의 모회사는 괜찮죠?”
“네. 같은 이름이니까요.”
“어…… 이스케이프 제작지원 회사의 협력업체의 투자회사……는 안 되겠죠?”
……그건 그냥 남 아니야?
어떻게든 참여하겠다고 내민 사촌 동생의 친구의 사돈 정도의 관계에 모두 쓰게 웃으며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