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perstar From Age 0 RAW - Chapter (1138)
0살부터 슈퍼스타 1138화
“이렇게 라이브 방송으로 여러분들을 만나게 돼서 기뻐요. 이른 시간에 와주신 분들, 바쁘신 와중에 와주신 분들, 늦은 시간에 와주신 분들, 모두 감사해요.”
서준이 말을 하자 실시간 자막이 떴다. 모래사장에 함께 있던 안다호가 영어로 번역하고 있는 중이었다.
-난 새벽부터 서준이 봐서 좋아!
-월급루팡 중이라서ㅋㅋ
-/자기 전 보는 준의 라이브 방송이라니!/
-근데 뭐 마시고 있는 거예요? 오렌지주스?
-오렌지주스ㅋㅋㅋ
아직 새벽인 한국과 해가 떴거나 지고 있는 외국에서 보는 새싹들의 댓글들을 읽던 서준이 웃으며 들고 있던 컵을 들어 보였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었다.
“오렌지주스는 아니고 어묵 국물이에요. 해돋이랑 잘 어울릴 것 같아서 챙겨왔어요.”
-앜ㅋㅋㅋ그건 그렇지.
-나는 어묵까지 챙겨가서 먹었는데ㅋㅋ
-어묵 국물 맛있죠ㅋㅋㅋ
그렇게 잠시 새싹들과 즐겁게 어묵탕에 대해 이야기하던 서준이 이내 화제를 바꾸었다.
“다들 자정에 너튜브에 올린 영상 보셨어요?”
-봤어요!
-22 당연히 봤지!
-/조금 전까지 보고 있었어./
“열심히 연습했는데 여러분들의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네요. 아, 그리고 이 자리에 벤자민 교수님과 제이슨, 드미트리가 있어요.”
서준이 카메라를 움직여 조금 떨어진 곳에 앉은 세 음악가를 비추었다. 세 사람은 카메라를 보며 익숙하게 인사했다. 서준만큼은 아니지만 카메라 앞에는 많이 서봤다.
“그리고 제 동생들이랑 매니저 형들도요. 수빈이 아시죠?”
서준의 소개에 김수빈이 꾸벅 인사를 하고 아직 정체를 밝히지 않은 서은수가 손만 카메라 앵글 안으로 쭉 뻗어 살랑살랑 움직여 인사를 했다.
자신들에게로 향하는 카메라 렌즈에 안다호와 최태우도 꾸벅 고갯짓을 했다.
-서준이 동생들 귀여워ㅠㅠ
-교수님도 계셨구나!
-/어떻게 같이 연주를 하게 된 거야?/
다시 카메라를 돌려 자신만 나오게 한 서준은 새싹의 질문에 웃으며 대답했다.
“어떻게 같이 연주를 하게 된 거냐면요. 오늘 기념행사에서 새싹 여러분들에게 이 곡, 귀로를 꼭 들려 드리고 싶었거든요. 들어보시면 아시겠지만, 귀로가 제법 많은 악기가 필요해서 오케스트라로 연주하자고 생각했는데 준비 기간이 좀 촉박했어요. 그리고 잘 만들었는지 조언도 구하고 싶었고요.”
파도 소리가 들려오는 사이사이로 서준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그래서 교수님과 제이슨에게 도움을 청했죠. 처음에는 편곡만 부탁드리려고 했는데, 제이슨이 먼저 바이올린을 맡아주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럴 줄 알았엌ㅋㅋㅋ
-/진짜 제이슨 무어가 그럴 사람이 아닌데 말이야./
“벤자민 교수님도 기꺼이 지휘자를 맡아주시기로 하셨어요. 지금도 정말 감사하고 있어요. 그리고 드미트리는 제이슨이 데려왔어요. 수빈이는 제가 데려왔고요.”
-피라미드인가ㅋㅋㅋ
-이래서 인맥이 중요한가 봄ㅋㅋ
-최유성 씨도요?
“유성이 형은 지금 휴가 중이라서 한국에 있다가 코코아엔터에서 오케스트라 단원을 모집한다길래 참여하신 거예요. 아이돌팀 일인 줄 알고 저한테는 말 안 했다고 하더라고요. 지원서를 보고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요.”
-최유성 씨도 많이 놀랐을 듯.
-ㅋㅋ아무 생각 없이 갔는데 서준이가 딱!
-단원이나 지인들 댓글 보면 다들 엄청 놀랐다고 하더라.
-왜 니가 거기서 나와?ㅋㅋㅋ
댓글들에 단원들과 만났던 첫날을 떠올린 서준이 웃음을 터뜨렸다.
“맞아요. 다들 엄청 놀라시더라고요. 근데 저만 보고 놀란 건 아니에요. 교수님이랑 제이슨, 드미트리랑 수빈이도 있었거든요.”
-갑자기 분위기 교수님?
-나 같아도 내 분야 유명인들이 나타나면 기절할 듯.
-22 벽화 그린다길래 갔는데, 세계급 화가들이 잔뜩;;;;
-33 작은 실험한다고 갔는데 노벨상 수상자와 그 제자들이!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단원들 대단. 어떻게 같이 연주할 생각을 했지?
-게다가 연주도 엄청 잘했잖아.
“단원들 모두 열심히 연습했거든요. 오케스트라의 연습 시간은 정해져 있었지만 퇴근한 후에도 계속 연습하셨어요. 정말 감사한 일이죠. 덕분에 가장 멋진 귀로를 여러분들에게 들려 드릴 수 있었으니까요.”
단원들을 생각하는 서준의 얼굴에 미소가 맴돌았다.
그것만 봐도 오케스트라의 분위기가 얼마나 좋았는지 모두 알 수 있었다.
-귀로 정말 멋졌어!
-/들어보니까 꼭 3월 일이 모티브가 된 것 같은데, 혹시…… 의식이 있었나요?/
-락트인 증후군이었으면 많이 답답했을 것 같은데ㅠㅠ
락트인 증후군.
의식은 있지만 전신마비로 몸은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눈의 깜빡임만으로 글을 써내려간 어떤 환자의 일로 제법 유명한 증후군이었다.
“아뇨.”
3주라는 긴 시간 동안 홀로 ‘몸’ 속에 갇혀 어둠과 불안, 절망을 겪었을지도 모르는 서준을 걱정하는 새싹들의 모습에 서준이 단호하고 부드럽게 대답했다.
“전 정말 잠들어 있었어요. 정말 짧게 잠들었던 것 같은데, 일어나 보니 3주나 지나 있어서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요.”
정말로.
생의 도서관에서 보낸 시간은 하루도 안 된 것 같았는데, 깨어나 보니 3주가 지나 있어서 깜짝 놀랐다.
빙그레 웃은 서준이 말을 이었다.
“귀로는, 그때 꾼 꿈을 떠올리고 만든 곡이에요. 꿈속에서 낯선 장소에 떨어진 저는 당황했지만 곧 어디로 가야 할지 알 수 있었어요. 하지만 목적지까지 가는 건 쉽지 않았죠.”
-적!
-/그 부분 진짜 오싹하더라./
-진짜 음악 듣고 신기했음. 적대감이 느껴져서.
“네, 적이 있었죠. 그리고 제 힘이 되어준 아군도 있었고요.”
서준의 얼굴에 진한 미소가 새겨졌다.
“전 그게 제 친구들과 저를 위해 기도해 주신 여러분이었다고 생각해요.”
여기서 친구들은 전생들을 뜻했다.
서준은 몇 번이고 감사해도 모자라는 전생들은 물론,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곡으로나마 그때의 일을 알리고 감사를 전하고 싶었다.
“여러분들의 기도와 마음이 적들을 물리쳐준 거죠. 정말 감사드려요.”
-ㅠ혹시, 설마 했는데 진짜 새싹들을 표현한 거였다니ㅠ
-그냥 꿈이고 우연이라는 건 알지만ㅠ도움이 됐다니 기쁘네ㅠㅠ
-귀로 다시 들으면 울듯ㅠ
-난 벌써 우는 중ㅠㅠㅠ
눈물바다가 된 댓글창에 서준이 하하 웃었다.
“귀로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오케스트라의 모습을 담은 메이킹 필름 영상으로 업로드 될 예정이니까 다들 재미있게 봐주세요.”
-네!
-홍보도 놓치지 않는 서준이ㅋㅋ
-/볼 게 또 생겼네!/
-연주는 이제 더 없어요?
“아뇨, 아직 남아 있어요. 새벽 6시, 정오, 오후 6시, 그리고 오후 11시 59분에 연주 영상이 하나씩 업로드 될 예정이에요. 모두 재미있게 들어주세요. 아, 11시 59분에 올라가는 영상은 종합본이에요.”
-와아아아!
-새벽 6시면 이제 곧 올라오겠네!
-/새로운 곡인가? 아니면 예전곡 편곡?/
-/편곡이겠지. 준비 시간이 촉박했다니까./
-귀로 파트2 올라올 듯!
-떡밥이 넘치고 있어!!
기뻐하는 새싹들에 서준도 환하게 미소 지었다.
-후광, 후광이!!
-아니, 이건 진짜 빛인 것 같은데?
-해 뜨나 봐!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하늘이 주홍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서준은 카메라를 움직여 자신과 바다, 그리고 하늘이 한 앵글에 담기도록 했다.
“이제 곧 해가 뜰 것 같아요.”
안다호와 최태우도 멀리서 그런 서준의 모습을 촬영하고 있었다. 나중에 잘 편집해서 업로드할 예정이었다.
천천히 밝아지는 하늘.
서준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새해도 아니고 6월에 해돋이를 보러오는 게 좀 의외일 수도 있겠지만, 꼭 보고 싶었어요. 해돋이를 볼 때면 소원을 빌고 앞으로 어떻게 살지 다짐하잖아요.”
약한 바람이 서준의 머리칼을 살랑였다.
“데뷔한 지 20년이 된 만큼 앞으로도 지금까지처럼 연기할 때의 설렘을 잊지 말고 열심히 하자고 다짐하고 싶었어요. 새싹들과 계속 함께하고 싶다는 소원도 빌고요.”
그래서 3월 10일 생일날, 새싹들과 함께 해돋이를 보고 싶었다.
아쉽게 못 했지만.
-ㅠㅠ나 또 울어ㅠㅠ
-오늘 내 눈 수도꼭지 된듯ㅠㅠ
“쓰러졌다가 일어나보니까 더더욱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나한테는 연기와 새싹들이 정말 소중하구나, 하는. 물론 가족들과 친구들, 지인들도요.”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깨달음.
-아니ㅠㅠㅋㅋ근데 그 경험이 너무 하드하잖아ㅠㅠ
-서준이는 안 쓰러졌어도 잘했을 텐데ㅠㅠㅠ
-ㅠ그러니까ㅠ
눈물로 가득 찬 댓글창에 서준이 작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저는 새싹들이 3월의 일을 너무 무겁게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저는 깨어났고 앞으로도 계속 연기를 할 거고, 새싹들은 계속 제 작품을 보고 절 사랑할 테니까요. 그러니까 오래오래 함께할 우리에게 3월의 일은 아주 작은 사고일 뿐인 거죠.”
-맞아. 언제까지고 거기에 얽매일 수는 없지!
-/3월에는 서준이 생일도 있으니까./
-22 매년 슬퍼할 겨를이 없음.
“맞아요. 내년 3월도, 내후년 3월도, 10년 후의 3월도 우린 행복하고 즐겁게 보내야 하니까요.”
앞으로를 기대하며 환하게 웃는 서준에, 방송을 보던 새싹들도 따라 활짝 웃었다.
“새싹들도 같이 소원을 빌어봐요. 새롭게 다짐을 해도 좋고요. 다들 새해에 했던 다짐, 잘 지키고 있어요?”
-뜨끔.
-……그런 건 물어보는 게 아니야.
-/새해다짐? 내가 그런 걸 했던가?/
-1월까지는 잘 지켰어요ㅋㅋㅠㅠ
-오. 난 작심삼일이었는데ㅋㅋㅋㅠ
어쩐지 화면 너머로 시선을 피하는 새싹들이 보이는 것 같아 서준이 웃고 말았다.
“작심삼일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한 번에 바뀔 수 있는 사람은 없을 테니까요. 일주일마다 한 번씩 다짐하고 삼일만 행동해도 일 년이면 5개월은 한 거잖아요.”
-? 그러네?
-발상의 전환ㅋㅋㅋ
-앞으로 월요일마다 다짐해야겠다ㅋㅋ
“일주일이 어려우시다면 2주도 괜찮고, 한 달도 괜찮아요. 행동한다는 데 의미가 있으니까요. 오늘 다 같이 다짐하고 드문드문 지켜봐요, 우리.”
-드문드문ㅋㅋㅋ
-그러자ㅋㅋ
-근데 서준오빠는 잘 지킬 것 같음.
-22 아마 새해 다짐 지금도 잘 지키고 있을듯ㅋㅋ
새싹들과 함께 웃던 서준이 올라오기 시작한 태양을 발견했다.
“와! 해가 나오고 있어요.”
날씨가 좋아서 구름도 거의 없었다. 때문에 수평선 끝에서 올라오는 태양이 아주 잘 보였다. 푸른 바다가 태양의 색으로 물들고 태양의 둥그런 끝 부분이 섬처럼 산처럼 솟아오르고 있었다.
붉은 태양은 천천히, 그러나 멈춤 없이 그 장엄한 모습을 드러냈다.
서준과 새싹들, 시청자들은 조용히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소리 없이 웃고 있던 음악가들과 서은수도, 잠시 키보드에서 손을 뗀 안다호와 최태우도 바다 끝에서부터 떠오르는 해를 보았다.
경이롭고 아름다운 풍경에 그 누구도 눈을 떼지 못했다. 그저 바라보기만 했다.
그러다가 곧 두 손을 모아 소원을 빌고 다짐을 했다.
서준도 기도했다.
가족과 친구들, 그리고 새싹들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길.
앞으로도 연기할 때의 설렘이 계속되길.
그리고 언제나 새싹들에게 좋은 작품을 보여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새싹들도 기도했다.
가족과 친구들, 그리고 서준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길.
앞으로도 서준이 즐겁게 연기하길.
그리고 언제나 서준에게 믿음과 사랑과 지지를 보내겠다고 다짐했다.
이것만큼은 드문드문이 아니라 계속, 영원히 지킬 다짐이었다.
서로를 위해 소원을 빌고 다짐한 배우와 팬들은 카메라와 화면을 바라보았다.
어쩐지 공간을 넘어, 서로 눈이 마주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우와 팬들의 얼굴에 미소가 맴돌았다.
마침내.
태양이 하늘 위로 완전히 떠올랐다.